전,원래 타고난 천성인지
아니면 성장기의 문화 결핍 탓인지
영화는 별 관심밖이었습니다.
아주 옛날 서부경남 산청 늘비 경호강변 정자나무 아래
우시장이나 현 농협창고앞에서의 가설극장
등골가는 길목 영길이 아버님 브로크장 가설 무대 써어커스 약장사...
가끔은 어머님 손잡고 때로는 동네 힝님들따라 찾고 했습니다.
지금도 어렴풋이 생각나지만 시대의 변천에 따라
옛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
워낙 추리 영화나 TV 드라마는 관심밖이라 무관심이고
어쩌다 성인 영화면 영화관을 찾았지만
꾸우벅 꾸우벅 졸기 일쑤였습니다.
지금까지 영화관람 횟수도 손꼽을 정도에 불과 합니다.
예전에는 남포동이나 서면은 어렵고 교통부 삼일극장이나
온천극장 아니면 장전동의 국도극장 필름이 날고 짤린 3류 극장으로
전전했습니다.
얼마전 일간지에서 워낭소리 대통령 내외분도 관람했다는
기사를 읽고 작심했습니다.
때마침 기회를 틈타 인근 동래 CGV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이미 인터넷 예매 매진으로 현장 판매분으로 심야 영화 워낭소리를 봤습니다.
9층7관 I열 3번 비록 측면이었지만 관람에는 별다른 지장이없었습니다.
다른 영화와는 달리 가족적이고 특히 노부모님과 함께 동행하시는걸
눈여겨 보아왔습니다.
팦콘에 오징어 사들고 어둠을 헤치고 좌석에 앉았습니다.
장관의 입김이라느니..
언론플레이라니..등등
확인할 수없는 항간의 낭설들이 있었지만
아랑곳없이 암튼 아이들과 어르신을 동반한 가족이 많았습니다.
다음프로 예고편에 이어 비상 탈출구 안내에이어 본 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대충은 소재를 알고 있는터라 짐작은 했지만 시작과 함께
강원도 경계인 경북 첩첩산중의 두메산골 청량을 배경으로 연로하신 노부부의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모습으로부터
늙고 야인 누런 황소의 살아가는 스토리로 이었졌습니다.
동물학적으로 소 평균 수명은 잘 모르겠지만 대략 2~30년이라고들 합니다.
후담이지만 그 소의 남은 수명은 대략6개월로 짐작하고 영화촬영을 시작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생명연장으로 촬영이 오래 걸렸다고 합니다.
황소 나이 사십.
촌로 연세 일흔 아홉에 어릴적 침(針) 부작용 후유증으로
두다리가 보행에 불편한 장애였습니다.
전형적인 농촌풍경에 늙은 황소와 노부부가 살아가면서 엮는
일생일대기이며 고유의 사투리로 아래 자막이 나오는 영화였습니다.
할아버지 반 평생을 그 소와 함께 살아왔습니다.
한정된 80여분의 상영속에 급격히 노쇠해가는 황소
영화속의 황소로서는 황소 구실(?)이 끝난지는 이미오래고
그나마 촌로의 이동 발로서 뚜벅 뚜벅 움직일뿐
남은 시간은 얼마되지 않습니다.
소는 촌로의 분신이었습니다.
밤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모든 시간을 소와 함께 보냅니다.
대문밖을 나설때면 으례 소와 달구지가 함께했습니다.
일을 하다 잠깐 쉬면서 멍하니 소를 바라보노라면
그 소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되새김으로 힘겨워합니다.
촌로는 달구지에 몸을 뉘고 아리고 머리야 아이고 머리야
연신 되뇌이며 아픈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러워 합니다.
하지만 소의 음~~~울음소리가 나자마자 비틀거리며
겨우 일어나 꼴(소풀)을 베서 한아름 던져 줍니다.
소 나이 사십.
상영시간이 지날 수록 한 발 한 발 내딛는
황소의 발걸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하지만 논밭을 갈고 일구며 달구지를 끕니다.
촌로 연세 일흔 아홉.
지게지며 농사일은 물론
자신의 몸을 일으키고 움직이는 것조차 힘이 듭니다.
하지만 꼴을 베고 지게질을 합니다.
그 노부부는 9남매를 키워 도회지로 출가시키고
천직인 농사일만으로 농촌에서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우연잖게 새암소를 맞아 정든 우리를 쫒겨
우막도 없는 노천에서 밤이슬을 맞으며
행여 비가 오는 날이면 비닐로 등을 덮고
밖에서 지새며 살아왔습니다
때마침 그 암소는 송아지를 순산하고
무럭무럭 자라 망아지로 노부부를 애를 태웠지만
잘자랐습니다.
결국 황소를 팔러 우시장에 갑니다.
아무도 사려는 사람이 없고 오히려 장사꾼들이 그 소를 보고
다른 소도 팔리지 않는다는 무시와 타박을 듣습니다.
촌로에 늙은 소라고 장사꾼들은 터무니없는 흥정을 합니다.
헤아리지는않았지만 푸른 배추잎 뭉치 다발로
설득하고 회유하지만 안팔아 안팔아 안~팔아로 돌아섭니다.
워낭소리는 추억을 떠올리게하고 생전의 부모님을 그리게 합니다.
우리를 키우신 부모님과 어렸을 적 우리들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어쩌면 지금 농촌의 현실인지도 모릅니다.
젊은이는 도회지로 떠나고 갓난애기 울음소리 들린지가
이미 오래이고,몸을 움직일 힘조차 부족한 우리 농촌의 현실입니다.
긑내 소는 떠났습니다.
촌로는 남았습니다.
소는 한 겨울의 자기 먹을 양식인 소죽을 끊이고
노부부의 온돌방을 데울 땔나무감인
소나무와 여러 장작나무를 집주변에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황소와 촌로가 마지막으로 함께 한 일입니다.
이제 소가 없는 할아버지는 외출은 커녕
농사일을 하실 수 없어 보입니다.
어느새 그 황소도 자기가 쌓아둔 나무더미 앞에서
이미 생을 다한듯 연신 눈물을 흘리며 눈을 껌벅이다
끝내 두눈을 영영 감고 말았습니다.
잘가거래이..
촌로와소의 함께해온 세월의 마지막 이별의 인사였습니다
굴삭기에 포승이 묶여 그 소가 터를 닦고 일구어 일생을 보낸
그 밭 양지바른곳에 고이 뭍였습니다.
그 흔한 국화꽃 한송이 없이 막걸리 한통으로 영원히 가고 말았습니다.
소 무덤을 멀찍이서 바라보는 노부부는 맘은 어떠했을까요
훗날 그 황소도 흙이되어 자연으로 돌아갈것 입니다.
앞으로 그 황소 무덤 주변은 워낭소리 컷트장으로
관광객이 몰리고 그 노부부도 유명세를 탈것 입니다.
옛 소시적 시절을 떠올리고 고향을 생각하며
생전의 부모님을 그리는 한편의 다큐 영화였습니다.
딸랑! 딸랑! 딸랑!
워낭소리에 우리네 삶도 힘겹기만 합니다.
< 위 워낭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소장품 입니다 >
첫댓글 일생을 부지런히 불편한 촌노와 함께 살다가 늙어 죽는 장면은 안타까워요....
나도 함 봐야겄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