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백마농우 farmer's club의 모토는 여유! 힘든 일이면 하루에 몰아하지 않고 이틀에 나눠할 것 등이 방침인데. 여기에 더해 그날 힘들었다면 피로회복을 위한 휴가여행을 하자는 것도 하나의 건설적? 아이디어. 기실 휴가 자체가 더 피로를 가중시키더라도 ㅋㅋ
이에 따라 4월21일 밭 두럭 만들고 비닐 씌우고 배수로 깊이고 작물 모종내는 올해 농사의 기반을 닦느라 큰일을 했던 끝의 여행을 사흘 뒤 떠났다.♧
행선지는 동해 양양. 도중 코스에 더 의의를 두어 한국에서 가장 깊고 높은 골짜기와 고개를 거치는 홍천강 상류와 구룡령 길로 접근했고, 귀경도 오대산 진고개 넘어, 남한강 강천보를 들리는 길을 잡았다.♧
복정에서 승용차로 경춘 고속도를 달리다, 벼르던 마석 모란공원 인근 행환네 향기 짙은 매화 밭을 찾게 돼 반갑기도 했다.♧
문제는 경유지 홍천에서 생긴다. 인제~속초로 통하는 화양강 휴게소(철정리검문소)강 건너 해호네 농장. 잠시 들려보기로 했지만 지난해 쌔빠지게 고생해 돌밭을 헤치고 심어놓았던 두릅나무 밭에 이르러서는 주인의 은근한 압력에 밀려, 키 높이로 자란 잡초제거(뿌리 뽑고 제초제 살포)일에 동원돼 땀깨나 흘렸으니 이게 무슨 휴가여행? 그래도 함께 하니 즐거웠고 점심을 맛있게 먹기 위한 준비체조로 생각하니 유익하다 할 밖에. 또 작업 중 농구를 보관하고 있는 농가의 헛간에서 동네사람들이 설치한 덧에 발목이 걸려 다 죽어가던 고양이를, 갖은 연장을 다 동원해, 표독스레 발광하는 저항을 참아가며, 낑낑 힘들게 구출해준 일은 우리 스스로의 자비심을 채워준 행복한 추억으로 될 것이다.♧
철정리 두릅 밭 잡초제거를 끝내고 홍천강 상류를 따라 내촌면을 지나 현지 주민이 소개해준 맛 집 폭포쉼터란 곳에서 막국수를 먹었는데, 그 폭포쉼터(실제는 폭포식당)는 와야삼거리에서 우측방향인 우리의 행선지 서석면 길과는 반대인 좌측방향 상남면 길 가령폭포 직후에 있어서, 식후 유턴해 오기도 했다. 주민들의 안내대로 역시 막국수와 감자전이 일미였지.♧
양양 길은 사실 상남면을 거쳐도 되는데 굳이 서석면으로 간 것은, 홍천강의 발원지(미약골-생곡저수지라고도 알려져)를 밟아볼 참에서였다. 이는 차주의 개인적 목적(홍천강 발원지 자전거 라이딩 길 정찰)에 따른 것이어서 미안한 일이었지만(이 방면 업다운과 굴곡이 심하고 차도가 좁은데 통행량도 많아 자전거타기에는 위험지수가 높아, 공사 중인 새 도로가 생기기까지는 유보함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얻었지), 실제 그곳에 가보니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서 일행들에 게 덜 미안했었다.♧
구룡령 길은 도중에 우리나라 최고의 오지 “3둔4가리”중 일부인 월둔 달둔이 위치한 심산유곡이다. 하뱃재-상뱃재-구룡령 고개가 650-886-1013미터의 준령들이니 계곡 또한 얼마나 깊은가.♧
원래 코스는, 여기에 더해 내면을 지나 원당삼거리에서 좌향, 살둔의 미사계곡을 돌아보고 상남면을 거쳐 우회전 기린면에서 다시 방동계곡 진동계곡으로 길을 잡아 방동약수-방태산휴양림/적가리-아침가리-연가리-결가리 등을 접하거나 바라본 후 내린천 댐 파문이 일던 진동호도 다녀올 생각이었지만, 일정을 고려해 후일로 미루었다.♧
해질녘 적절한 시간에 도착한 양양의 솔비치 콘도는 단지 내 왕궁 같은 호텔 못지않게 깔끔했다. 묵었던 A동501호는 낙산사와 낙산비치까지 뚜렷하게 다가오는 해변조망을 가져 흡족했다. 호텔 해수사우나에서 여독을 충분하게 씻어내고 해변산책 후, 인근 수산항 <어촌횟집>에서 푸짐한 가효미주를 즐겼다. 숙소왕래 차편과 노래방 정성도 받으니, 24일 농사피로 풀기로는 과잉이 아니었나 하고, 스스로 과분해 했음이니. ㅎㅎ ♧
귀로의 아침. 인근 유명한 오산횟집의 섭국으로 해장하고 주문진-소금강방향으로 나서 진고개를 넘는다. 청학 소금강과 월정사는 수없이 쉬이 다녀본 곳이라 생략했다. 가로수 밑동까지 흔들어놓는 바람에 질려 한가한 산책일랑 염두가 없어진 탓이기도 하다. 진고개가 정상부근의 Q커브 굴곡과 경사도가 심한 것은 익히 알지만 높이가 해발 960미터로 구룡령 1013미터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 새삼스럽다.♧
영동고속도에 오르니 둔내터널을 통과하면서 비가 내리고 안개가 심해 시계가 몹시 불량한 탓에 운전이 조심스러웠다. 문막에서 고속도를 내려 강천보로 향하는데 이호대교 위에서도 강천보와 홍보시설이 눈에 잡히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강천보에 오른 일행 중에는 불필요한 시설로 재정을 낭비했다는 의미 있고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지. 너무 서두르기보다 수해가 심한 낙동강 하나만 우선 해보고 시행착오를 보강하며 나머지 강도 해보았으면 하는 그런 대안도 고려해보면서, 42번로에 오른다.♧
마성농장 일꾼들의 사전 집결지이자 사후 분진점인 구성 화로구이에서 늦은 점심으로 해산. 충분히 쉬었으니 5월3일 만나 고추모종 열심히 하세!! ♧
첫댓글 여유만만---Farmer 의 자유라 부럽네--
행복한 여행길.... 모두가 부러운 추억의 시간들 , 오래 오래 간직하시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