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지방에 대한 5편의 얘기를 끝내고, 이 지방을 배경으로 한 영화 <어느 멋진 순간>을 소개하면서 이제 이야기의 무대를 프랑스 북쪽으로 조금씩 옮기려고 합니다. 이 영화는 명장 리들리 스콧이 감독했고 명배우 러셀 크로우가 주연을 맡았는데, 언뜻 보기에는 알콩달콩 로맨스 영화 같지만 세상살이의 의미를 어디에 두어야하느냐 하는 약간 철학적인 의미도 내포되어 있는 영화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뭐니 뭐니해도 프로방스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관객을 스크린으로 몰입하게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래 제목은 <A Good Year>인데 이는 포도농사가 잘 된 해를 의미합니다. 우리나라 영화 제목인 <어느 멋진 순간>은 이와는 달리 주인공 러셀 크로우가 프로방스에 와서 우연히 만난 여주인공 마리옹 꼬띠아르에 필이 확 꽂히는 순간 혹은 꼬띠아르와 결합하는 순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영화, 어느 멋진 순간 ]
일이면 일, 돈이면 돈, 외모면 외모, 어느 하나 남부러울 것 없는 남자 맥스 스키너(러셀 크로우 분). 런던 증권가의 펀드 매니저인 그는 유럽 시장을 정복하는 발판을 마련합니다. ‘승리는 모든 게 아닌 유일한 것!’이라는 맥스의 인생철학이 성공을 일궈낸 것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이 멋진 남자는 여자들을 꼬시는데도 도사입니다.
그러던 그가 한 여자를 만나면서 완전히 변하게 됩니다. 삼촌이 유산으로 남긴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의 저택 근처에서 만난 도도하고 매혹적인 프랑스 여인에게 사로잡힌 것입니다. 그녀를 만나면서 맥스는 런던에서의 작업 모드가 전혀 먹히지 않고 오히려 그녀 앞에서 실수 연발인데….과연 도도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요?
영화 <어느 멋진 순간>은 워커홀릭에 빠진 바람둥이 영국남자가 프랑스에서 진정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최고의 펀드 매니저 전문가로 성공가도를 달리며 돈 버는 것이 삶의 기쁨인 주인공 맥스 스키너는 자신도 모르게 워커홀릭이 되어가는 현대인들에게 공감을 던져주는 인물입니다. 그가 런던과 프로방스를 배경으로 사랑과 인생의 진정성을 발견해나가는 영화가 바로 <어느 멋진 순간>입니다.
< 영화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
* 동시에 기획된 소설과 영화의 유쾌한 만남
영화 <어느 멋진 순간>은 피터 메일(1)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소설은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쓰여졌습니다. 작가 피터 메일과 감독 리들리 스콧의 오랜 우정이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입니다. 스콧과 메일의 우정은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광고계 최고의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던 스콧은 광고대행사에 근무하던 메일을 처음 만났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은 한 명은 영화감독으로 한 명은 저자로 활동하면서 지속되었습니다.
* 프로방스 레 바사끄
스콧이 현대 영화사를 이끄는 중요한 감독으로 명성을 쌓는 동안, 피터 메일은 15년 이상 프랑스 남부의 평화로운 삶에 대해 집필해 왔습니다. 비평가들은 그를 “세계에서 가장 문학적인 곡예사”라고 칭하며, 그의 문학적인 묘사에 찬사를 던졌습니다. 절묘한 풍경화를 글로 옮긴 듯한 메일의 뛰어난 문학표현은 스콧에게 새로운 욕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실제로 프로방스에 별장과 포도원을 소유한 스콧은 메일에게 한 기사에서 떠올린 소재를 제안했습니다.
‘자네가 책을 쓰면 내가 영화를 만들지’라는 말과 함께. 이후 메일은 2003년부터 9개월간 프로방스와 보르도 지방에 관해 연구를 시작했고 이곳을 배경으로 한 남자의 로맨틱한 인생의 멋진 순간을 쓰게 됩니다. 그가 소설을 집필할 동안 스콧 감독은 <킹덤 오브 헤븐>을 촬영하였고 이 영화가 끝난 뒤 곧바로 소설의 영화를 준비했습니다.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기획된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어느 멋진 순간>입니다.
* 레 바사끄 마을 레스토랑
* 실제 모델
맥스 스키너는 실제 런던의 워커홀릭 비즈니스 맨이 모델입니다. <어느 멋진 순간>의 워커홀릭 런던 맨 맥스 스키너 캐릭터는 실제 원작에서의 캐릭터와 다릅니다. 소설 속의 맥스는 온화한 성품이나 운이 좀 안 좋은 남자인데 반해 영화의 맥스는 아침 식사 전에 100만 파운드를 벌어들여 다른 이들을 하루 종일 비참하게 만드는 인정사정 없는 워커홀릭 펀드 매니저입니다.
정말 ‘재수없는’ 놈이고 ‘자신의 성공만 아는’ 매너꽝인 인간인 것입니다. 스콧 감독은 소설과 다른 맥스 캐릭터를 잡는데 실제 런던의 워커홀릭 비즈니스맨에게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런던에 있는 본인의 저택 바로 옆집에 살고 있는 25살의 젊고 매력적인 증권매매자가 그 주인공입니다. 5시 45분에 사무실로 출발하는 그는 하루 12시간 이상 일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돈은 많이 벌지만 그에겐 인생의 한 치의 여유도 없습니다.
* 여주인공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워커홀릭인 스콧 감독도 안뜰의 나뭇잎을 솔로 문지르는 것 같은 소소한 시간을 즐기는데 반해 꽉 짜여진 일상 속에서 일에만 파묻혀 사는 이 옆집 남자를 보며 감독은 맥스 스키너 캐릭터를 탄생시켰습니다. 어느 날, 흙투성이로 한창 정원을 가꾸는 스콧 감독에게 말쑥한 정장을 입은 이 청년이 다가와 물었습니다. “실례지만, 당신이 리들리 스콧인가요?” 감독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가 말했습니다. “왜 안뜰을 청소하고 계세요?”. 스콧은 대답했습니다.
“즐거워서요.” 그는 그냥 뒤돌아 가버렸습니다. 그는 이런 일들이 즐겁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스콧 감독은 이런 에피소드를 영화에 이용해서 주인공과 에피소드에 사실성을 부여하였습니다.
* 와인농장 섭외
영화 <어느 멋진 순간>은 리들리 스콧 감독이 한 신문의 와인기사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한 작품입니다. 런던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한 남자가 유산으로 받은 와인농장에서 사랑과 새로운 삶을 만나는 이 영화에서 와인농장 촬영지는 중요한 장소였습니다.
그러나 촬영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스콧 감독이 실제로 프로방스에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어 누구보다도 촬영하기 좋은 곳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촬영된 뤼베롱 지역은 레드와인용 포도품종의 70% 이상이 재배되는 북부 프로방스 지역입니다. 스콧 감독 자신의 별장과 포도원이 있는 이 지역의 샤또 라 까노르그에서 맥스가 상속받은 저택과 농장이 9주 동안 촬영되었습니다.
스콧 감독이 레 바사끄를 선택한 이유는 환상적인 경관과 오후의 마법 같은 황혼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의 촬영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촬영기간과 수확기간이 겹쳐 실제 주인이 촬영허가를 주저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주인은 감독의 명성과 자신과 같은 포도원 경영자라는 점에 믿음을 갖고 촬영을 허락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촬영지는 눈부신 자연색과 빛의 아름다움을 스크린에 헌사했습니다.
* 촬영 장소, 프로방스 레 바사끄
[ 간략한 줄거리 ]
어느 날 당신 생애 가장 멋진 사랑이 이루어지는... 바로 그 어느 멋진 순간이 불현듯 찾아옵니다.
잘생기고 능력 있는 런던증권가의 펀드 매니저 맥스 스키너. 업계 최고의 실력자인 그는 재능만큼이나 건방지고 바람기 많은 인물로 유명합니다. 맥스는 유럽시장을 정복하려 온갖 경쟁을 하고 마침내 엄청난 이익을 내는데 성공합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삼촌 헨리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옵니다.
어릴 적 부모님처럼 따랐지만 런던에서 성공한 이후 헨리에 대한 맥스의 애정은 잊혀진 지 오래입니다. 맥스는 헨리의 죽음보다는 그의 유일한 혈족인 자신에게 남겨진 헨리의 거대한 주택과 와인농장의 가치가 얼마인지 계산합니다.
그러던 중 맥스는 주식 비리에 연루되면서 강제 휴직 당합니다. 맥스는 위기는 기회라 생각하며 헨리의 유산을 비싼 가격에 팔기로 결심하고 직접 프로방스에 갑니다. 런던의 도시생활에 익숙한 그는 프로방스의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자신도 모르게 한 여성에게 사고를 냅니다.
이 사실을 전혀 모른 채 헨리 삼촌의 저택에 도착한 맥스는 저택관리자와 와인농장에서 오래 일했던 이들이 맥스가 이곳을 처분하려 하자, 결사반대를 외치며 그를 난감하게 만듭니다. 그때 맥스를 찾아온 섹시하고 아름다운 프랑스 여인 페니 샤넬. 맥스는 엉덩이를 보여주며 사고의 흔적을 들이대는 그녀에게 한눈에 폭 빠집니다.
바람기 많고 돈만 알던 맥스는 페니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고 그녀에게 작업을 걸어봅니다. 알면서도 속는다는 매력남 맥스의 데이트 신청이지만 알고보니 페니는 만만치 않은 초강적입니다. 도도한 그녀는 맥스의 어설픈 작업에 전혀 움직이지 않습니다. 페니의 냉랭함에도 불구, 그녀만 보면 첫사랑을 앓는 소년처럼 설레이는 맥스입니다.
작업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은 와중에 맥스는 헨리 삼촌의 친딸이라며 찾아온 크리스틴에게 주택과 농장의 소유권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하는데…
이렇게 여러 우여곡절 끝에 농장도 되찾고 페니와 결혼해서 애를 낳고 알콩달콩 프로방스에 아예 눌러 앉아 삽니다. 그 펄펄 날던 런던의 펀드 매니저 모습은 찾아볼 길 없고 수더분한 시골 농부 같은 맥스가 돼서 말입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진짜 삶이냐하는 인생의 의미를 되씹게 하는 영화입니다. 프로방스의 환상적인 풍광과 함께...
(1) 피터 메일
영국인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나 카리브해의 작은 섬에서 자란 피터 메일은 프랑스인보다 프랑스를 더 사랑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한때 광고업계에서 15년간 활동하며 카피라이터로 명성을 떨치기도 하였다. 이때 감독 리들이 스콧을 만났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랑스 남부 지방을 여행하다 프로방스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아내와 함께 정착을 결심하게 된다.
그 누구보다 프로방스를 사랑했던 피터 메일은 <프로방스에서의 일년>(1989)을 발표하며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의 작품들에는 한결 같이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프랑스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제각각 다른 삶의 모습들이 재치 있게 담겨져 있다.
피터 메일은 프로방스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보이라는 개 한 마리를 키우며 살고 있다. 스콧 감독의 요청으로 쓴 <어느 멋진 순간>은 피터 메일이 발표한 다섯 번째 소설이다. 그는 실제로 그 자신을 대단한 ‘와인광’이라고 소개한다. 와인 상인들을 위해 광고 카피까지 썼을 정도로 와인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 소설이 지금까지 자신이 쓴 소설 중 가장 만족할 만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한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