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재가, 국회 비준동의 등 절차 남아
장애인 보험 비차별 조항에 대한 유보 철회안도 통과
장애계 “비준 이후에도 진정한 장애인의 권리 보장에 힘써야”
유엔장애인권리협약(아래 협약) 선택의정서가 지난 14일 제54회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협약 제25조 마호의 장애인 보험 비차별 조항에 대한 유보 철회안도 통과됐다. 국무회의 의사일정 캡처
유엔장애인권리협약(아래 협약) 선택의정서가 지난 14일 제54회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2008년 협약 비준 이후 13년 만이다. 또 협약 제25조 마호의 장애인 보험 비차별 조항에 대한 유보 철회안도 통과됐다. 이에 장애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동안 장애계에서는 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뿐 아니라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도 1차 최종견해(2014)에 이어 2, 3차 병합 쟁점목록을 통해 한국 정부의 선택의정서 비준을 권고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촉구 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선택의정서 비준을 외교부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선택의정서가 이번 국무회의에서 통과됨으로써 대통령 재가, 국회 비준동의, 서명 또는 가입서 기탁을 거쳐 공포될 예정이다.
선택의정서 비준이 중요한 것은 개인진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국내의 권리구제 절차를 모두 거쳤음에도 권리구제를 받지 못한 경우 개인·단체가 장애인권리위원회에 당사국의 협약 위반을 진정할 수 있다. 이때 당사국의 협약 위반이 있을 경우 진정인에 대한 배상 및 재발방지 등의 조치와 국내법령에 대한 개정 권고가 이뤄진다. 또 협약에 규정된 권리가 당사국에 의해 침해된다고 신뢰할만한 정보를 접수한 경우에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직권조사를 받게 된다.
장애계는 세계 장애인의 날인 지난해 12월 3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이행과 선택의정서 비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수막에는 '어떤 상황에도 인권은 유보될 수 없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완전 이행 촉구! 장애계 릴레이 기자회견'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장애계는 협약 비준 통과를 환영했다. 한국장애포럼은 16일 성명을 통해 “선택의정서 비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협약에 명시된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의 권리,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의 권리, 다른 학생들과 동등하게 통합교육을 받을 권리, 보호의 대상이 아닌 선택의 주체로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에도 최선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라며 “국회는 지난 6월 비준 촉구결의안을 통과시킨 만큼, 선택의정서 비준 동의안도 빠르게 통과시켜 장애시민들의 오랜 염원에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무회의에서는 협약 제25조 마호의 장애인 보험 비차별 조항에 대한 유보 철회안도 통과됐다. 협약 제25조 마호에는 ‘건강보험 및 국내법에 따라 허용되는 생명보험의 제공 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며, 이러한 보험은 공평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사무국장은 “정부가 비로소 온전한 협약 전체 내용을 비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라며 “그동안 건강보험 등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곧 의료적 모델에 입각하여 장애인의 생명과 삶에 대한 차별적 인식에 기대어 왔기에, 유보 철회의 의미가 크다. 앞으로는 ‘모든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약하다’라거나 ‘모든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낮은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생산한다’는 차별적 인식이 철폐되도록 정부의 적극적 역할도 함께 따라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올해 6월 기준 협약 비준은 182개국, 선택의정서 비준은 99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