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의 꿈,전원주택에 한번 살아볼까?
경기도 양평·광주·용인 전원주택 전세 수요 많아 … 신도시 단독주택 용지도 눈길
전세용 전원주택 수요가 늘었다. 저렴한 비용에 쾌적한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어서다. 사진은 경기도 양평 일대 전원주택.
요즘 ‘집짓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대형 서점의 건축 코너 절반을 집짓기 책이 차지하는 것 같다. 남의 집과는 다른, 나만의 집은 단독주택이라야 가능하다. 단독주택은 크게 도시형과 전원형으로 나뉜다. 전원에 짓는 단독주택, 즉 전원주택은 우리나라 중년 남성의 로망이다.
최근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서울·수도권에 거주하는 30~40대 부부 400쌍을 상대로 설문조사 한 결과 남성은 ‘대도시를 벗어난 전원주택’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강원도 원주 별장 성접대 사건에 사회 유명 인사들이 많이 연루된 것도 중년 남성의 전원 주택, 또는 별장에 대한 동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년 남성의 로망 전원생활
그러나 ‘전원주택 살이’는 쉽게 결정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자녀 교육이나 출퇴근 문제 등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럴 때는 ‘전원주택 전세살이’로 전원주택 예행연습을 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에 사는 김모(53)씨는 최근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의 109㎡형 전원주택을 1억2000만원에 전세로 계약했다. 은퇴 후 전원주택에서 살 계획인 그는 미리 전원생활을 체험해보려고 주말 주택용으로 이 집을 계약했다.
주말 주택이라고는 하지만 김씨는 1주일에 절반 정도를 양평집에서 산다. 중앙선 복선전철 운행으로 평일에 직장 출퇴근도 큰 불편이 없다. 이런 수요 때문에 요즘 양평 일대 전원주택 전세는 물건이 나오는 대로 계약이 될 정도로 인기가 있다. 전원주택 전세 수요가 몰리는 지역은 경기도 양평군이나 광주·용인·남양주, 강원도 춘천시 등지다. 서울로 이동하는 교통 여건이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양평에선 중앙선 양평·용문역 인근, 강원도 춘천시는 강촌·남춘천역 인근이 인기 지역으로 꼽힌다.
광주시는 퇴촌이나 곤지암 일대 수요가 많다. 중부고속도로와 45번 국도 등 교통망이 잘 갖춰진 데다 성남분당신도시와 서울 강남권이 가까운 편이기 때문이다. 용인시는 수지구 고기동, 처인구 양지면 일대가 인기다. 경부고속도로, 용인~서울 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기 편한 게 장점이다.
넓은 집을 두 가구로 쪼개 집 주인과 임차인이 함께 사는 ‘캥거루 하우스’도 관심을 끈다. 주택 내부 공간을 주인용 공간과 임대용 공간으로 구분해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임대용 공간은 대개 6개월∼1년 단위로 세를 준다. 한 달 임대료가 65만원 선이지만 찾는 사람이 많아 공실이 거의 없는 편이다. 김경래 OK시골 대표는 “적은 비용으로 전원생활을 누리려는 장기 요양자, 예술 작가 등의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장기 휴양형 민박인 ‘지트(Gite, 프랑스의 농촌 민박)’도 관심거리다. 집 크기를 20∼30㎡로 줄이고 불필요한 시설을 없앤 ‘다이어트’형이다. 기존 펜션과 달리 한달 단위로 임대를 준다. 강원도 홍천에서 지트를 운영하는 알지카사 이동형 대표는 “임대료가 하루 5만∼6만원 선이다 보니 심신의 휴식을 위해 찾는 사람이 꾸준하다”고 전했다.
‘전원주택 살이’에 대한 예행연습 없이 바로 나만의 집을 지으려면 ‘나홀로’ 전원주택보다는 단지형 전원주택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전원생활을 누리면서 이웃들과 교류할 수 있고 보안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다. 특히 인·허가나 전기·수도 등 개인이 혼자 집을 지을 때 가장 애를 먹는 문제가 해결된 상태로 분양되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다.
발품을 팔면 수도권에서 단지형으로 조성된 전원주택 용지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전원주택을 지을 때 가장 걱정되는 게 환금성 문제와 시세 차익 부분이다. 지금까지 전원주택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았기 때문에 갑자기 팔 경우 제값을 받기 어려웠다. 또 시세 차익 면에서도 큰 매력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경기도 양평의 전원주택 부지가격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똑 같다.
하자 문제, 전기 요금 등 따져봐야
10년간 제자리 걸음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오를 가능성이 그만큼 있다는 시각이 있다. 수요가 느는 것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지난 몇년간 아파트가 재테크 측면에서 매력이 떨어지면서 아파트에 매여있기보다 주거 여건이 쾌적한 전원주택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 아파트에 비해 가격 측면에서 계속 열세였던 서울 단독주택 가격이 최근 3~4년새 상승세를 보인 이유 중 하나가 도시형생활주택 등으로 쓰임새가 많아지면서 단독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어서다.
싸게 땅을 사서 집을 지으려는 전원주택 수요자는 하자 문제 등을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비용만 따지다 보면 품질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동호인 방식으로 전원주택 부지를 마련할 경우 분할이 가능한지 확인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토지 분할 횟수를 필지당 1회로 제한하는 곳도 있다.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진행되는 공동구매는 실물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하자 문제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가급적 공신력 있는 업체가 진행하는 곳이 유리하다. 전기 요금을 비롯한 관리비가 어느 정도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최근 심야 전기 요금이 두 배 이상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전원주택 전문업체인 정일품송 강석찬 사장은 “전기 절약을 위해 벽난로 같은 보조 난방을 놓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도시 내에 단독주택을 짓고 싶다면 신도시 내 단독주택 용지를 우선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신흥 부촌으로 뜬 판교신도시 단독주택 용지는 분양 당시보다 평당 수백 만원씩 땅값이 오른 경우도 많다. 판교신도시 내 단독주택은 경부고속도로 서쪽 편인 ‘서판교’에 몰려있다. 녹지 공간이 많아 쾌적한데다, 경부 고속도로나 서울~용인 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 강남권과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40~50대 부유층의 선호도가 높다.
신도시 내 단독주택 용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분양 계획을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 LH의 분양물량 중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는 1층은 점포로 세를 주고, 나머지는 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어 임대수익이 보장되는 투자수단으로 각광 받는다. 정부가 최근 단독주택용지의 규제를 완화한 것도 단독주택의 인기가 오른 요인이다.
1, 2종 일반주거지역 내 주거전용 단독주택 용지의 건축 가능층수는 기존 2층에서 3층으로, 점포 겸용은 3층에서 4층으로 늘었다. 1가구(주거 전용) 또는 3~5가구(점포 겸용)로 정해진 가구 수 제한도 사라졌다. LH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층간 소음 등 공동주택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쾌적한 주거 환경을 원하는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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