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중 양국은 지구 역사상 유래가 없는 치열한 갈등을 겪고 있다. 원래 패권국가가 어느 정도 지구를 지배하다가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면 서로 갈등을 겪게 된다. 그러다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승리하는 나라가 다시 최고의 패권국가로 등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핵폭탄이라는 요상한 무기가 등장한 이후부터는 서로 무력으로 전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서로 핵단추를 누를 경우 양측 다 공멸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강의 패권국가로 군림하기 위해 승부를 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바로 지금 지구촌을 아주 시끄럽고 피곤하게 만드는 미중 무역전쟁이다. 괜히 옆에 낀 나라들도 정말 하는 수 없이 패권 전쟁에 끼어야 하니 그 피곤함과 곤혹스러움이 이만 저만한 것이 아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한국은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있고 현 정부는 일찌감치 그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한쪽으로 쏠리는 결정으로 한국이 겪어야 할 정치 경제 군사적 피곤함과 짜증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미중 갈등때문에 피곤한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다. 그 가운데 한 곳이 바로 프랑스인 모양이다. 한국보다 덩치도 크고 돈도 많은 나라이다. 문화 예술적으로 따지면 세계 최대의 패권국가이다. 하지만 경제적 그리고 군사적으로 조금 열세이다 보니 이런 저런 강요를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프랑스 국내에서 연금 개혁으로 상당수 국민들로부터 입에 담지 못할 욕을 먹는 대통령 마크롱이 이번에는 중국을 방문해 벌인 행보가 구설에 오르고 있다. 마크롱은 중국 주석 시진핑을 방문해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시진핑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유럽의 강국을 자신의 편으로 끌여드리려고 한다. 미국과 유럽이 조금 소원해진 그 틈을 비비고 들어가려는 의도이다. 유럽에서 미국에 상당한 거부감을 가진 나라가 바로 프랑스이다. 사실 지금 미국 국토의 상당부분은 과거 프랑스 식민지땅이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팔거나 전쟁에 져서 지금은 미국안에 프랑스 지분은 없다. 루이지애나라는 지역이 이름만 프랑스식으로 남아 있다. 루이 14세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은 아직도 미국인들을 상당히 얕보기도 하고 깔보기도 한다. 특히 문화 예술적인 측면에서 그렇다.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시진핑을 만났을때 타이완 문제에 있어 유럽은 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추종해서는 안된다고 발언했다.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듣기에 따라 상당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 말이다. 마크롱은 또 동맹국이 속국은 아니지 않느냐는 투로 언급했다고 한다. 타이완 문제를 우리 일이 아닌 위기라고 부르며 최악의 상황은 유럽이 추종자가 돼 미국의 장단과 중국의 과잉 대응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것 역시 틀린 말이 전혀 아니다. 동맹국은 동맹국이지 속국이 아닌 것은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프랑스 입장에서 미국의 강요가 얼마나 피곤했는지 금방 느낄 수 있는 언급이다. 최근 미국의 행보가 오버하는 것처럼 비치더니 결국 프랑스 마크롱 입에서 결정타가 터져 나왔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 대신에 전 대통령인 트럼프가 반격하고 나섰다. 마크롱은 중국 시진핑의 엉덩이에 키스하는 것으로 중국 방문을 끝냈다고 트럼프는 떠들어대고 있다.
요즘 미중의 갈등을 들여다 보면 극한 이기주의 패권국가들이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지구촌에 힘듬과 자괴감을 주는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기적 패권 국가들의 횡포가 현재에 국한되지 않는다. 불과 이백년전에 프랑스의 나폴레옹으로 인해 유럽 전역이 얼마나 힘듦을 겪었는가. 유럽 전역을 휘젓고 다니면 패악질을 일삼은 것이 바로 프랑스였다. 그때 이집트와 유명 문명지에서 프랑스가 약탈해 간 것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루브르 박물관은 극한 이기주의적 영웅이 저지른 만행의 전시관과 다르지 않다. 영국은 어떤가. 태양이 지지 않는 국가라는 미명아래 얼마나 많은 폭정을 자행했던가. 대영 박물관은 그런 영국의 전리품들의 창고 아니든가. 독일도 마찬가지다. 히틀러라는 인물때문에 수많은 주변국들의 인명이 수없이 희생됐다. 인류의 역사속에서 이른바 패권국가들의 전횡에 주변국들은 한숨과 피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지금 미국과 중국은 바로 그런 역대 패권국가들의 계보를 잇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지금 미중은 그들의 힘을 한번 겨루고 싶은데 그 장소를 대만으로 삼고 있다. 중국은 원래 자신들의 영토였기에 차지하려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며 미국은 독립국 대만을 힘으로 빼앗으려는 중국에 대해 동맹으로서 실력 행사를 하려는 것이다. 물론 그 가운데 반도체 핵심 회사인 TSMC가 존재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TSMC를 서로 빼앗기지 않으려고 한판 승부를 내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싸움에 미국은 일본 호주 한국을 끼워넣고 힘을 과시하려 하고 있고 중국은 중국대로 일대일로 관련 국가들을 상대로 줄을 세우고면 중동과 유럽국가들을 자신의 영역으로 포함시키려 안간힘을 쓰는 그런 과정이다. 적당하게 힘이 있는 패권국가가 아닌 강력한 힘을 가진 패권국가들이 등장하면 지구는 피비릿내 나는 전쟁을 경험하는 것이 지구속에 살고 있는 인류의 공통된 숙명이 아닌가 생각된다.
2023년 4월 1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