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 인증 받은 국내 업체, 실수 잦아 '논란'
신제품에 할랄인증 받아놓고 구제품에 할랄마크 붙여 팔고,
할랄인증 받은 제품에 ‘돼지고기’ 표기도
할랄 인증을 받은 기업이 해당 제품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 처리, 가공된 식품 등에만 부여되는 인증으로 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은 할랄 제품만 먹고 쓸 수 있다.
가공식품 제조업체 A사는 올해 4월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기관인 무이(MUI· Majelis Ulama Indonesia)로부터 떡볶이를 가공한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다. 그런데 당시 무이로부터 인증 받은 A사의 할랄 식품은 아직 생산 준비단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 현지에서는 무이 마크가 표기된 A사의 식품이 팔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판매된 제품의 성분에는 무슬림이 먹어서는 안 되는 알코올이 포함돼 있어 현지에서 문제가 됐다. A사는 이 같은 상황을 뒤늦게 인지해 부랴부랴 전량 회수조치를 취했지만, 이미 자사 제품 신뢰도에 타격을 받은 뒤였다.
A사 관계자는 “당시 담당 직원과 현지 유통 업체와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탓”이라며 “할랄 인증을 받은 상품은 개발 중이며 조만간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식품 전문 대기업인 B사는 판매 중인 할랄 인증 라면의 개별 제품 포장지의 뒷면 성분표시에 ‘돼지고기’가 한글로 적혀있어 논란이 된 바 있다. 무슬림은 돼지고기, 개 등의 섭취를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B사는 당시 “5개짜리 묶음으로 된 포장에는 할랄 인증과 성분 등을 제대로 표기했지만, 개별 제품까지 고려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국내 할랄 인증 관련기관이나 기업들이 할랄 제품의 사용자인 무슬림들의 새로운 트렌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무슬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스마트폰으로 할랄 바코드 스캐너 어플리케이션을 온라인상에서 내려 받아 바코드 스캔을 통해 할랄 인증 여부를 파악하는 게 확산되고 있었는데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야 안 것이다.
바코드 어플리케이션을 만든 업체가 공신력을 가진 기관이 만든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시중에 나온 어플리케이션 중 최대 10만 건의 다운로드 수가 기록돼 있어 이에 대한 시장 파악부터가 우선인 실정이다. 최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거주하는 무슬림은 약 17만 명이고 한국을 찾은 무슬림 관광객은 지난해 기준 7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같은 잇따른 실수가 할랄 인증을 받은 국내 업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데 있다. 할랄 시장은 무슬림 내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 돼있어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는 최근 열린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할랄 산업을 미래 신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게획을 밝힌 바 있다. 할랄 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 마련과 함께 기업들의 이슬람 문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에서 할랄 사업을 하는 한 무슬림 관계자는 “계속되는 국내 업체의 실수에 할랄 인증을 받은 국내 업체의 신뢰도가 흔들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무슬림은 허용되지 않은 품목을 먹게 되면 심한 죄책감을 느끼므로 이에 대한 이해도 없이 돈만 보고 접근하는 것은 문화 자체에 대한 결례”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문화에 대한 인식과 환경이 조성된다면 무슬림 관광객이 한국을 찾게 되고 자연스레 할랄 산업도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간무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