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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그러니까 2016-2017 시즌 후 FA 시장의 핫이슈는 단연 김정은 선수였습니다.
전성기 기준으로 리그 최고의 포워드라인에 들어갈 선수였고, 워낙 원클럽맨의 이미지가 강하기도 했죠.
게다가 그 시즌에 좋은 활약을 보였다면 최고 대우로 다른 팀으로 옮기는 그림도 생각해 볼 수 있었겠지만,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두 시즌 연속으로 이렇다할 성적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김정은 선수 영입에 ?를 많이 제기할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나중에 밝혀진 후일담에 따르면 (아마도 (구)KDB를 제외한) 모든 팀이
김정은 선수 영입 의사를 타진했다고 하죠. 지난 번 염윤아 선수 글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WKBL FA 시장은 희소성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예전보다 기량이 떨어졌다 하더라도
김정은 정도의 선수가 FA에 나온 것 자체가 매우 드문 기회입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유효한 “꼼짝마라 3억이다” 규정이 있는 한 더욱이 그렇죠.
건강에 대한 의문도, 원클럽맨 색깔도, 상당 수준의 연봉도 김정은 선수에 대한 우리은행의 구매 의지를 꺾지 못했습니다.
이번 FA 시장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으니, 바로 신한은행이 영입한 이경은 선수입니다.
코트에서는 무표정하지만, 코트 밖에서의 이경은 선수는 장난기로 유명하다. 근데 저기는 코트 안 아닌가
이경은 선수는 FA가 되기 전에도 이슈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예쁜, 혹은 귀여운 외모로 인해 실력에 비해 인기가 많고 평가가 좋다는 주장에다가,
심지어 그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외모도 예쁜지 모르겠다는 얘기까지, 인기 선수의 숙명인 “안티”도 많이 안고 있는 선수였죠.
서장훈처럼 농구를 위해 태어난 외모가 유리
이경은 선수는 특히 비뚤어진 팬심이 빚어낸 불미스러운 사건도 있었습니다만,
제가 여농을 안 보던 시기라 그 일은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최근에 반복된 부상으로 인해 “이경은 거품론”은 더욱 기승을 부렸습니다.
축구에서는 축구 못하는데 건강한 선수한테 쟤는 다치지도 않냐고 하던데
그래도 분명한 건 농구 실력이 상당 수준 이상이므로 이슈가 많은 겁니다.
아무리 예뻐도 후보 선수가 이슈메이커가 되긴 어렵죠.
그리고 근 몇 년 간 (구)KDB가 얼마나 농구단에 돈 쓰기 싫어했는지는 이번에 모든 분들이 알게 되셨을 텐데,
이경은 선수에게 그간 그만한 연봉을 책정한 것은 팀 공헌도와 대체불가능성을 역으로 입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FA 몸값은 실력에 정확히 비례해서 정해지는 게 아닙니다. 2.1억. 분명 높은 연봉이지만,
이경은 선수의 커리어를 감안할 때 2억 밑으로 데려올 선수는 아니고, 2.0억 될 걸 조금 더 쳐준 걸로 생각하면 편하죠.
올해 새로 연봉 2억 근처 책정된 선수가 이경은(2.1억), 강이슬(2.0억), 고아라(1.9억) 등등인데,
강이슬 선수도 두 번째 FA였다면 지금과는 결과가 달랐을 겁니다. (솔직히 선수가 좀 디스카운트 해준 감도 있고요.)
그간 팀을 떠받들어 온 세 선수. 이제는 팀이 세 선수를 떠받들 힘이 없다.
이경은 선수의 이번 선택은 두 팀 다, 아니 어쩌면 원소속팀에 더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신인시절부터 팀의 최고 유망주 자리를 차지한 것은 물론, 커리어 내내 주전 1번 자리를 놓치지 않았으며,
미디어데이 등 팀의 “간판”이 필요한 행사에도 1순위로 섭외되는 선수였습니다.
한채진, 조은주 선수와 Big 3로 불렸지만, 상징성이 가장 큰 선수는 가장 어린 이경은 선수였습니다.
그간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도 사실상 FA협상이 아니라 연봉재협상 분위기였고,
이번에 인터뷰를 통해서도 처음으로 FA 입장이 된 것 같다고 밝혔죠.
WKBL 선수라면 누구나 (구)KDB가 운영하는 형태, 내지는 구리체육관에서 운동하는 것을 좋아할 리 없겠지만,
그래도 개중에 팀에 대한 애정이 적은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FA 자격은 구단의 리그 탈퇴 소식과 동시에 주어졌고,
Big 3는 참으로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WKBL FA 규정에 맞게 활약한 덕에 주어진 소중한 권리인데,
마치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무언가 특권을 누리는 취급,
더 심한 경우는 이기적인 민폐 선수로 몰아가는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이경은 선수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결정이
오히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있기를 바란다는 얘기를 했고,
WKBL의 현금 보상 선택을 보면 결국 내가 떠나면서 구단 운영비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사실이 어떻든 간에 저는 이 선수가 영리한 대외활동이나 이미지메이킹 능력과는 거리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인터뷰 또한 별로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진 것 같진 않습니다.
올스타전 댄스 최강자인데… 춤 연습은 그만하고 인터뷰 트레이닝좀
망해가는 팀에서 주 전력이 빠지는데 어떻게 보탬이 되느냐는 불만이 나왔죠.
그렇지만 WKBL이 주저없이(?) 신한의 유망주 팜을 다 외면한 채 현금 보상을 선택한 이상,
어차피 위너스는 지금 자금 확보를 최우선순위에 놓고 운영 중인 겁니다.
조은주 선수처럼 부상을 이유로 대폭 연봉 삭감을 받아들일 게 아니라면
팀을 떠나는 게 차라리 팀과 선수 둘 다에게 좋은 선택입니다.
안혜지-김시온-노현지 세 명 믿고 어떻게 가드 운용을 하느냐는 말은 의미가 없는 게,
어차피 김소담, 구슬, 진안 등 다른 포지션 선수들도 한 시즌 전체를 완전히 맡기기에는 불안요소 투성이입니다.
이 팀은 불안한 거 알면서도 일단 무조건 부딪혀 보기나 해야 하는 팀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이제는 같은 유니폼을 입고 이런 장면을 만들어야 하는 두 사람.
이제 새로운 둥지 얘기를 해 보죠. 이 둥지에는 이미 Superbird가 있습니다.
둘은 한 때 동 포지션 최강 후보였지만 부상으로 주춤하고 있다는 점도 유사합니다.
(물론 나이도 어리고 리그에서의 위상도 김단비 선수가 더 높죠.)
이경은-김단비 조합은 그간 국가대표팀에서만, 그것도 일부 대회에서만 볼 수 있었던 조합이라는 점에서,
과연 같은 팀으로 한 시즌을 치르면 어떤 모습일지 많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단비야! 뒤에 붙는 역할 중에 적어도 게임 리딩은 내려놓아도 되겠죠.
이경은 선수가 벤치에 있을 때는 윤미지 선수가 그 역할을 해도 되고,
공격 몇 번 정도야 김단비 선수가 그냥 겸직해도 별 문제는 없습니다.
리딩과 득점 역할이 유기적으로 돌아간다면, 욕심 같아선 우리은행에서 박혜진-어천와 2:2에서 파생되는 루트로
임영희 선수가 득점을 올렸듯이, 이경은-신한은행 센터 2:2를 하면서 김단비 선수 공격을 만들어 줄 수도 있습니다.
더 욕심 내면 김단비 선수가 돌파 시도하면서 수비를 몰아주고 이경은 선수에게 킥아웃 3점 오픈을 만들 수도 있고요.
이경은 선수는 패스와 슛, 돌파 3가지 옵션을 기본 수준 이상으로 갖고 있고 자유투 성공률도 높아서,
컨디션이 좋은 날은 어지간한 가드들이 다 애먹는 상대인데,
이 팀엔 이미 어지간한 수비수들이 다 애먹는 선수가 있으니까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만합니다.
단지 예시로 등장한 또치가 더 탐나는 이유는…
부정적으로 보자면, 이경은, 김단비 두 선수 모두 현재 모습은 볼 점유를 통해 공격을 풀어나가는 타입인데,
지난 시즌 이경은-로이드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팀 내 메인 볼 점유자는 한 명인 게 좋습니다.
둘이 같이 뛰는 이상 이경은 선수가 리딩하고 김단비 선수는 오프 더 볼 무브 위주로 플레이하다가
“공이 죽었을 때(Thanks to 칼윈)” 해결해 줘야겠고요.
쏜튼 선수와는 달리 이경은 선수는 외곽에서 드리블 쳐도 되는 포지션이라, 김단비 선수와 동선 문제가 많이 생길 거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신기성 감독 입장에서는 두 선수를 조화롭게 활용하려면 팀의 기존 공격 전술을 많이 뜯어고쳐야 할 겁니다.
곽주영 선수의 나이를 감안할 때, 센터로 뽑을 것이 분명한 내년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기대 이하라면,
이경은 선수와 김단비 선수가 외곽에서 큰 의미없는 패스만 주고 받다가
한 명이 시간에 쫓겨 3점슛을 던져버리는 공격 패턴을 종종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콤비로 활약해 본 이경은-김단비 라인. 매우 풋풋하던 시절.
여담으로, 이경은 선수는 신한과 커넥션(?)이 종종 있었습니다.
- 김연주 선수 은퇴를 안타까워하며, “워낙 친해서 같이 뛰고 싶었다”는 언급
- 김단비 선수 롱 인터뷰 영상에 김단비를 크게 놀리는 모습과 김단비의 리액션으로 보아 절친한 언니 동생 사이
- 2017-2018시즌 전 미디어데이에서, 같이 뛰고 싶은 감독으로 신기성 감독 선택. 선택 이유는 “선수 시절에 많이 봐서”.
즉, 신기성 감독의 현역 시절 플레이를 좋아했다는 뜻.
신기성 감독은 리딩 위주의 정통 가드라기보다는 슈팅력이 좋은 가드였습니다.
이경은 선수도 지향점이 비슷하다는 거네요.
햄토리 가드의 후계자는 결국 너구리 가드. 팀 마스코트는 새. 동물의 왕국 만세!
30대, 87년생 선수에게 성장을 논하는 것은 좀 어색할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이경은 선수의 포텐셜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팀메이트의 전체적인 수준 향상, 본인이 득점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담 축소, 무엇보다 같은 팀에 실력도 인기도 리그 최고인
에이스가 손발을 맞춰준다는 점에서, 이번 시즌은 성장하는 이경은 선수의 모습이 아주 크게 기대됩니다.
부쩍 성장한 이경은 선수 상상도 응?
부상에 대한 우려가 많지만, 일단 운동하는 여건과 재활 지원 등등에서 신한과 (구)KDB는 천지차이일 것이고,
신한은 이경은 선수의 완쾌를 기다려 줄 여유가 상대적으로 있고, 플레이타임이나 체력도 관리해줄 여지가 많습니다.
관리해줘도 부상 당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시즌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지난 시즌에 12경기 25분에 그쳤지만, 그 전 시즌들은 34-30-35-34경기를 뛰면서 30분을 훌쩍 넘게 뛰었습니다.
세간의 이미지보다는 결장 비율이 높지 않은 편입니다. (물론 그래서 잔부상이 낫지 않은 걸 수도 있지요)
이경은 선수는 어찌되었든 천상 가드입니다.
모든 포지션이 그렇겠지만, 특히 가드는 팀 성적으로 말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박혜진 선수의 위대함은 개인 기록으로도 이미 충분히 다 나오지만, 거기에 우리은행이 이렇게
오랫동안 우승한다는 것에서도 많은 +를 받고 있습니다. 반면 이경은 선수는 잠시, 아주 잠시 플옵 진출팀이었으나
그 뒤로는 압도적인 약팀에서 커리어를 보냈죠.
신한은 당장 내년 우승 후보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또 포기할 만큼 격차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은행이 또다시 존쿠엘 존스 선수 정도를 영입하지 않는 한 이제 독주는 어렵다는 게 드러났고,
이미 작년 전력으로도 3위는 신한은행이었습니다. 올해는 더 높은 곳을 가지 말란 법도 없죠.
유승희-김아름 듀오가 식스맨을 넘어 주전급으로 도약하면서, 새로운 주전인 이경은 선수까지 합세하여
아-이-유 라인을 만들어 준다면, 신한은행의 좋은 날이 찾아와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 내년 봄, 사랑, 벚꽃 말고
우승컵을 안겨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태어난 둥지에 오래 머물렀던 이경은 선수. 서로에게 마음 아픈 결정을 했지만, 이왕 새로운 둥지로 옮긴 이상
그 곳에서 꽃깃털만 달고 훨훨 날게 되기를 응원합니다.
꽃깃털을 좀 많이 달았지만, 어쨌든 인생사진으로 마무리.
덧.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팬이다보니.. 중립적으로 쓴다고 썼는데 어땠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이경은 선수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 주세요. ^^
※ 사진출처: (위에서부터) 엑스포츠뉴스, 스포츠동아, 조이뉴스, 스포츠월드, 스포츠동아, 일간스포츠, 뉴스1, 바스켓W
삭제된 댓글 입니다.
윤미지 선수로도 풀시즌을 치러봤으니 이경은 선수 플레잉타임도 좀 조절 가능할 것 같아요. 저도 김단비 선수의 변화도 많이 기대됩니다 ㅎㅎ
어휴... 님댓글에 공감 하면서도...
가드 왕국이던 대한민국에서... 국제대회에서 포가드 원센터 돌리던 나라에서... 이경은 선수만큼 1번을 잘보는 가드가 현 리그에서 흔치 않다는 소리를 들으니 참... 그래도 우리나라가 가드에서는 일본, 중국 싸다구 갈기던 나란데 ㅠㅠㅠㅠㅠ
센터도 박지수 선수라도 등장해서 다행이지 많이 약해졌죠.. 그냥 여농전체가 국제경쟁에서 어려운 세대인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 청소년은 희망이 있다고들 하니 기다려봐야죠ㅠ
은경이 님이 다음 시즌엔 어느 팀을 응원하실지가 궁금합니다.
(구)KDB생명은 선수가 모자라서 퓨처스리그도 간신히 뛰었는데 보상선수를 포기한 점은 연맹의 직무유기라고 봤습니다.
재정이 열악하고, 신한은행에서 건너갈 선수에게 미안하지만요.
이경은 선수 아프지 말고 재활 잘해서 좋은 기량을 펼치길 바랍니다.
정곡을 찔렸네요ㅠㅋㅋ 저는 근데 어느 한 팀에 강한 팬심이 없었어서.. 다음 시즌도 그냥 고루 볼 거 같아요. 물론 빨리 새 구단이 합류하는 건 애타게 바라고 있습니다.
WKBL 직무유기는.. 진작에 탈퇴의사가 있었던 KDB에 대해 수수방관하면서 감독자리만 관심이 있었던 데에서 이미 직무수행력에 바닥을 드러냈다고 봐요. 현금보상은 실망스럽지만 새삼스럽지 않고, 새삼스럽지 않아서 실망스럽습니다. 윤미지 김아름 유승희 세 선수 중에 최소 한 명은 왔을 텐데 그 선수에게만 다행인 결과겠죠..
응원 감사합니다. 다음 시즌도 신한 삼성 하나의 순위싸움이 치열할텐데 현재까지는 신한이 반발 앞서보여요.
어찌되었던 fa였던 이경은선수가 신한에서 새둥지를 틀었고 ~ 재활 잘해서 이경은선수의 인생2막을 기대해 봅니다
이경은선수 환하게 웃는 모습이 이쁘네요
kbd에 은근 미녀들이 많았네요~ ㅋㅋ
신한도 김연주 선수 은퇴에 대한 외모보상선수(?)로 이경은 선수를............ㅋㅋㅋㅋ
내년에 새로운 듀오가 WKBL에 새 바람을 일으켜 주면 좋겠네요
전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신한은행의 이경은-김단비 라인이 기대가 되네요...
둘다, 리딩이나 패스, 공격력까지 겸비한 2번이 아닌 1,3번 포지션이잖아요?
2번을 담당하였던 김연주 선수가 은퇴하였지만, 그 자리를 유승희,김아름,윤미지가 충분히 메꿔줄 것으로 보입니다.. 보조리딩이 가능한 김단비가 옆에 있으니, 턴경은이라는 오명을 좀 벗고 자신감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네요...
저도 진짜 기대됩니다. 가드의 턴오버는 동료의 움직임이 좋으면 많이 줄어들 수 있어요. 내년에 성적도 성적이지만, 재미있는 농구를 신한에서 보여주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