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예수님 일생 / 심순화
발행일2023-03-19 [제3335호, 22면]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세 번 다녀왔습니다. 순례 동안 예수님을 보다 가깝게 만나고 그분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 일생을 그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예수님의 일생 중 그리고 싶은 장면을 그렸는데, 작업을 하면서 점점 더 예수님 모습을 그리고 싶은 열정이 생겼습니다.
예수님께서 계셨던 장소를 직접 눈으로 바라보았기에, 복음 속 장소들이 더욱 가깝게 느껴져 그곳을 기억하고 생각하면서 그릴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 일생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기도가 되어 하느님께 닿았는지, 수원교구 주보 표지에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주일 복음 성화를 그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마음 안에 작은 씨앗을 품고 있으면 하느님께서 그 씨앗을 발아시켜 주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열심히 물을 주면 하느님은 꽃을 피우시고 열매를 맺게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복음 말씀을 그리게 되니 얼마나 설레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리기 전부터 행복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매주 주일 복음 내용을 그려야 하기에 며칠에 한 작품씩 완성하고 사진을 찍어 교구 주보 담당자에게 자료를 보내야 하는 바쁜 작업이었습니다.
2020년 초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성당에 못 가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됐습니다. 온 세상이 어두워 보였고 마음속은 두려움으로 가득찼습니다. 당시 저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은 채 매주 복음 말씀을 그렸습니다. 혹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작업에 차질이 생길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저는 작업을 하기 전에 주일 복음을 묵상하고 무엇을 그릴지 마음 안을 바라보다가 느낌이 오면 붓을 들었습니다. 매일 이런 생활을 하고 있던 어느 봄날, 마음이 답답해서 밖으로 산책하러 나갔다가 길가의 화사한 벚꽃을 보게 됐습니다. 아름답고 화사한 꽃을 바라보니 답답한 마음이 사라지고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그때 ‘내 마음 안에 화사한 꽃나무를 심자’고 다짐했습니다. 꽃나무를 보지 않아도 내 마음 안에 피어 있는 꽃나무를 보면 될 것이라고요.
집에 와서는 곧바로 예수님이 화사한 꽃나무 아래에 앉아 계시고 어린아이들이 예수님 곁에서 행복하게 놀고 있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렇게 내 마음 안에 피어있는 그림 앞에서 외출하지 않아도 늘 꽃을 볼 수 있었고, 행복했습니다.
3년 동안 복음을 그리면서 예수님 일생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수님께서 가시는 길은 끝이 없고, 그런 모습들을 그리는 것이 제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예수님께서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시는 장면들을 그릴 때마다 지금 이 시대에 상처받고 아파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그 사람들을 안아주시고 위로하시는 예수님을 그렸습니다.
위로해 주시는 예수님을 그릴 때 저도 위로받았고, 울고 있는 사람을 안아주실 때는 저 역시 안겨서 눈물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림을 보는 사람이 위로받기를 바라며 그리는 과정에서 그리는 사람도 위로받는 것 같았습니다.
“주님 저희를 도와주소서!”
심순화 가타리나(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