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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같은 비슷한 일이 한국에서 발생하면 예금 인출 속도가 미국보다 100배는 더 빠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가짜뉴스발 뱅크런 조짐이 나타나 금융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은 디지털 뱅킹이 워낙 발달해 소셜미디어(SNS)로 가짜 뉴스가 퍼지면 사람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돈을 뺄 수 있다”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비슷한 일이 한국에서 일어나면 예금 인출 속도가 미국보다 100배는 더 빠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SVB 파산은 종전 금융 위기 공식을 깼다. 총자산이 276조원에 이르는 SVB는 미 국채 매각 손실이 알려진 후 예금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앞다퉈 예금을 인출하는 통에 불과 36시간 만에 파산했다. 우리나라 예금자들의 모바일 뱅킹 이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미국보다 훨씬 높다. 은행 입출금 거래 중 인터넷 뱅킹 비율이 78%에 이르고, 이 중 85%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뱅킹이다.
가계 부채가 1900조원에 이르고, 2금융권의 115조원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부실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요즘 한국 금융시장은 언제든지 돌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살얼음판 상황이다. 최근 한 인터넷 은행서 유동성 위기 루머가 퍼지자 하루 만에 6000억원 이상 예금이 인출돼 금융 당국이 긴급 진화에 나선 바 있다. 국내 대형 저축은행 2곳에선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발생했다는 악성 루머가 나돌아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관련 루머는 가짜 뉴스로 판명됐다.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악성 가짜 뉴스는 멀쩡한 금융회사도 순식간에 망하게 할 수 있다. 전통적 예금 보호 장치가 무력해질 수 있다.
가짜 뉴스발 뱅크런을 막으려면 ‘신뢰 방파제’를 더 높이 쌓고, ‘가짜 뉴스 방역망’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우선 23년째 5000만원으로 묶여 있는 예금 보호 한도를 높여 예금 인출 유인을 줄일 필요가 있다. 가짜 뉴스 확산을 막기 위한 실시간 모니터링 및 신속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한은 총재 주문대로 가짜 뉴스 유포자에 대한 징벌 수준을 현행 ‘5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1500만원’에서 대폭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