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성, 취미(거창마라톤클럽) 22-19, 회비 36만 원
‘어떻게 말하지?’
사건의 발단은 한 통의 전화였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들뜬 주말, 점심을 먹는데 전화가 울린다.
거창마라톤클럽 박은애 총무님 이름을 확인하고 반가운 마음에 얼른 받는다.
“총무님! 안녕하세요?”
“네, 진호 씨. 잘 지내죠? 다름이 아니라….”
‘다름이 아니라’로 시작한 이야기가 오래 이어진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로 저쪽에서도 조심스럽게 꺼내는 말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이보성 씨 동호회비 이야기다.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다름이 아니라, 보성 씨 회비 있잖아요.
지금 총무 사정이 있어서 제가 이어서 마무리하게 됐거든요.
다음 총무한테 장부를 넘겨야 하는데, 보성 씨 회비 미납된 게 있네요.
앞으로도 보성 씨 활동 계속할 거죠?”
“그럼요, 그럼요. 보성 씨는 계속 활동합니다.
정기적으로 나가지 못해도 계속 거창마라톤클럽 회원이면 좋겠습니다.
회비가 얼마나 되나요?”
“그게…, 36만 원 정도 되네요.”
“네? 아! 네!”
가입 후로 그동안 계속 회원이었으니 미납된 회비는 당연히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금액이 생각했던 것 이상이라 살짝 놀랐다.
“보니까 보성 씨가 2019년에 들어와서 2020년 10월까지 납부했거든요.
그래서 원래는 2020년 11월부터 내야 하는데, 11월, 12월 두 달은 없던 걸로 정리하고,
2021년, 2022년 이렇게 2년 치는 내야 하지 않을까… 해요. 괜찮나요?”
동호회 총무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일 텐데 한마디 한마디 조심해서 건네는 게 느껴진다.
문득 이보성 씨가 첫 회비 내던 때를 떠올리며 말한다.
얼마 전, 『마라톤 갑니다』 독자와 북 토크에서 주고받은 질문으로 다룬 적이 있어서였을까?
1.
오후 여덟 시쯤 스포츠파크에 도착했다.
거창마라톤클럽 두 번째 활동이다.
이번에는 미리 은행에 들러 회비를 준비했다.
회비는 한 달에 만 오천 원이라고 들었다.
“이거 보성이 소린데? 보성이 왔네!”
동호회 부회장님이 반갑게 맞으며 인사했다.
“오늘은 여덟 바퀴만 뜁시다.”
지난주보다 세 바퀴 늘었다.
속도를 맞추어 함께 달렸다.
화요일은 함께 뛰고, 목요일은 훈련이나 연습처럼 시간을 재며 각기 트랙을 도는 것 같았다.
이보성 씨는 이번에도 중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달렸다.
심지어 여덟 바퀴를 다 돌고 멈췄는데 계속 달리는 다른 분들을 보고 더 뛰겠다고 했다.
힘들지 않으면 그러자고 했다.
두 바퀴를 더 달려 총 열 바퀴, 회원들과 함께 세 바퀴.
총 열세 바퀴를 돌았다.
운동 마치고 모여 함께 물을 마셨다.
회비 이야기를 꺼냈다.
“회비 내겠습니다. 회비 내려고 은행에도 들렀다 왔습니다.”
회장님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우리가 한 달에 만 오천 원씩 회비는 있는데 원래 신입은 바로 안 받아요.
3개월 활동하고, 그 후에도 계속하겠다 하면 그때 받습니다.
나중에 진호 씨가 낸다고 하면 받겠지만, 보성 씨 돈을 받는 건 좀….”
다른 분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스레 생각을 전했다.
듣기에 너무 무겁거나 심각하지 않았으면 했다.
“이보성 씨가 저보다 돈 더 많아서 받으셔도 됩니다.
동호회도 그렇고 학원도 그렇고 이보성 씨가 회비 내려고 하는 데 이유가 있어서요.
어떤 마음으로 말씀하셨는지는 정말 잘 알고 그 마음에 깊이 감사하지만,
이보성 씨도 다른 분들이랑 같은 회원으로 활동하면 좋겠습니다.
일 있으면 참여하고 회비도 같이 내고요.”
짧은 순간이지만 모두가 집중해 들었다.
이번에도 목소리가 떨렸으려나.
“아! 그러면 이보성 씨 회비도 받지요. 3개월 뒤에.”
열심히 활동하고 회비는 3개월 뒤에 내기로 했다.
시작하려 했다가 3개월 안에 그만두는 사람이 있어 생긴 규칙일 테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보성 씨가 회비를 내는 날이 얼른 왔으면 했다.
(2019년 5월 23일 목요일)
『마라톤 갑니다』 39~41쪽, ‘회비는 3개월 뒤에’ 발췌
2.
운동을 마치고 벤치로 돌아오며 박은애 총무님에게 말했다.
“총무님, 이보성 씨 회비 내겠습니다. 벌써 3개월이 지났습니다.”
“아! 그러네요.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마라톤클럽에 가입하고 회비 내겠다고 했을 때, 신입은 3개월이 지난 후에 받는다고 했었다.
지난 5월 16일에 첫 활동을 했으니 회비 낼 때가 되었다.
처음 회비 이야기를 꺼냈을 때처럼 ‘보성 씨 돈을 받는 건 좀…’이라며 사양하실까 우려했지만
이번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지금도 회원이지만 회비를 내면 정식 회원이 되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로웠다.
다음 모임에 나올 때 첫 회비를 내기로 했다.
매달 만 오천 원, 아주 오랜만에 이보성 씨 정기적 지출이 늘었다.
(2019년 9월 10일 화요일)
『마라톤 갑니다』 72쪽, ‘회비 내겠습니다’ 발췌
“보성 씨가 내야 한다면 내야죠. 총무님도 잘 아시다시피 회비는 돈을 쓴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어서요.
다른 회원이랑 똑같이 생각하고 대해 주시기 바라는 게,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보성 씨 뜻이고,
보성 씨 돕는 제 뜻이기도 했고요.”
“아…, 괜찮겠어요? 고마워요. 그동안 코로나도 있고,
보성 씨 못 나온 상황을 다 아니까 이제 와서 밀린 회비 내라고 하기가 참 미안한데,
나도 지금 내 일이 아니라 맡아서 넘겨야 하다 보니까 말을 할 수밖에 없네요.”
의논이 끝나고 통화를 마치려는데 총무님 말이 이어진다.
이보성 씨에게 전하는 미안하다는, 고맙다는 인사인가 싶다.
“우리는 보성 씨 못 나오는 동안에도 계속 회원이라고 생각했어요.
들어온 이후로 한 번도 우리 회원 아니라고 생각한 적 없고요.
단체복 맞출 때도 보성 씨 것도 같이 했었고….”
“네, 네. 총무님. 잘 알고 있습니다.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야 하는 돈이면 당연히 내야죠.
제가 지금 보성 씨랑 같이 있지 않아서 먼저 의논하고 이체하겠습니다.
며칠만 기다려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럼요. 고마워요. 잘 좀 부탁드릴게요.”
한 달에 만 오천 원 회비가 삼십육만 원이 되었다.
당장 이보성 씨가 적지 않은 돈을 쓰게 되었는데, 오히려 기분이 좋은 건 왜일까?
회비의 의미를 몇 번이나 곱씹어 본다.
이보성 씨와 아버지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분명 적은 돈은 아니지만, 마땅히 감수했으면 하는 뜻과 의미가 분명하니 잘 해결되리라 생각한다.
큰돈 쓰게 생겼다.
2022년 12월 24일 토요일, 정진호
밀린 회비 내라는 소리가 저도 반갑네요. 전담 직원이 바뀌어도 든든합니다. 보성 씨가 동호회에서 어떤 존재인지 알겠습니다. 신아름
회원 자격을 결정하고 유지하는 회비, 그럼요!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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