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서민금융이 무너진다
② 겉도는 서민지원정책
(3) 서민금융활성화 방안 없나
- 자구노력이 절실하다
- 정책지원 선행이 관건
④ 현장에서 듣는다
지난 30년동안 정부와 서민금융기관들은 ‘닭이 먼저냐, 닭걀이 먼저냐’라는 결코 끝나지 않을 공방을 계속해오고 있다.
서민금융기관들은 ‘진정한 서민금융기관으로의 역할수행을 위해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반면 정부는 ‘먼저 진정한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공방속에서 정부와 서민금융기관들은 서민금융 부실의 책임을 공동으로 떠안게 됐다.
사실 어느 한쪽의 입장이 옳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해결책은 서로가 양보하며 서민금융 활성화에 책임을 나눠 갖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서로의 의견을 듣고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더 이상의 부실금융기관이라는 오명을 쓰고 살 순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저축은행업계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 30년간 정책지원만을 주장해온 저축은행업계가 먼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서민금융 부실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진정한 서민금융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이 가장 큰 문제
서민금융기관들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점은 바로 각종 불법행위의 온상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지배구조로는 이러한 비난을 일소시키기에 역부족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9월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한마음저축은행의 부실이 전문성이 결여된 오너십으로 인해 발생한 만큼 그 어느때보다 지배구조 투명성 확립이 시급하다.
다른 서민금융기관들보다 저축은행의 지배구조가 세간에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새마을금고나 신협의 경우 조합원들의 투표로 조합장이 선임되지만 저축은행은 개인, 법인, 혹은 금융기관이 대주주이기 때문이다.〈표 참조〉
현재 저축은행의 경영지배 현황을 살펴보면 아직도 적지않은 오너들이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표 참조〉
문제는 이들 오너들이 사심없이 경영을 해야 하지만 이 같은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곤 해도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시행돼야 할 대출이 청탁으로 시행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저축은행 경영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의 특성상 치고 빠지는 ‘게릴라식 영업’이 주효하지만 전문적인 분석없이 일명 ‘직감’에 의존해서 투자했을때 발생하는 부실은 존립자체를 위협한다.
또한 뚜렷한 여신처 개발이 어려운 상태에서 타 저축은행 혹은 타 업계의 성공만을 동경해 시류에 편승하는 영업이 많다는 것도 문제이다. 소액신용대출의 부실도 사실은 전문성이 결여된 오너중심 경영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영과 소유의 분리, 전문가 영입, 인수기준 강화 등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예금은 대주주의 것이 아닌 서민들의 것인데도 기본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용인하는 경영구조 개편이 가장 핵심적이고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으로 아무리 내부통제를 강화해도 오너의 기본적인 인식이 바꿔지 않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과거에 이러한 문제점들이 있었지만 최근에 투명경영을 강조한 결과 많이 개선됐다”며 “특히 서울시지부에서 시행하는 사장단 정례연구회 모임등 각종 모임에 참여도와 호응도가 높아지는 등 오너들의 의식변화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 중앙회 역할 확대 토대 만들어야
저축은행들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자산 1조원을 넘어버린 곳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300억원이 채 안되는 저축은행들도 많다.〈표 참조〉
문제는 대형저축은행들의 경우 이미 지방은행수준으로 커버렸지만 고객들에게는 아직 하나의 저축은행에 불과하고, 각종 부실파장으로 고객들이 동요하는 것도 아직까지 대형저축은행 혼자서 성장할 수 없다는 한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가운데 저축은행중앙회가 좀더 저축은행들을 개별저축은행이 아닌 하나의 업계로 묶을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그러나 회원사의 중앙회 불신풍조는 중앙회의 역할을 제한하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저축은행들의 정책건의가 업계 내부에서도 서로 반목하게 만드는 상황을 연출시키고 있다. 집안싸움을 중재해야 하는 중앙회는 힘이 없어 상황을 지켜보고 회원사들은 이러한 중앙회를 비난하는 악순환이 끊이질 않고 있다.
회원사들은 중앙회를 비난하기 전에 중앙회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중앙회도 투명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삼아 회원사들의 불신을 종식시키고 업계발전에 전념해야 한다.
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이 가장 큰 관건
중앙회 역할 증대·회원사 역량강화
■ 당당하게 대응하자
저축은행이 자신감을 가지고 감독당국에 좀더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과거 떳떳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관행상 ‘눈치보기’로 일관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솔로몬, 텔슨 등 9개 저축은행들은 경영정상화 지원자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경영에 피해를 보고 있다.
텔슨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7월 20일까지 당초 지원하기로 약속한 549억원중 실제로 받은 금액은 363억원밖에 안된다.
이는 국민주택채권의 금리인하로 예보가 약정에 따라 지원금액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부실금고를 인수한 타 저축은행들도 이러한 피해가 속출하자 예보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6월25일 패소해 현재 2심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소송과정속에서 소송저축은행들이 정부의 ‘심기’를 건들지 않기 위해 너무도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점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까지 온 것은 부실금고 인수당시부터 철저한 조사없이 감독당국의 말만 믿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소송과정에서도 저축은행들이 정부 눈치보기로 인해 당당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1심 도중에 예보는 당초 7년 분할지원에서 2020년까지 유동수익율에 따라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중재안을 내놓았다.
소송제기 저축은행들은 이에 대해 예보가 이러한 중재안을 내놓은 것 자체가 지원금 미지급을 인정한 것이라고 뒤늦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른 사안들도 이와 비슷하다. 이렇다보니 감독당국과 저축은행의 관계는 항상 수직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하나의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이제는 목소리를 높여야 할 시기다.
■ 틈새시장을 공략하라
저축은행은 본질적으로 은행과 경쟁해서는 안된다. 물론 외환위기 이후 은행의 영역확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에서 기존 고객들을 사수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이러한 노력도 금리나 상품면에서 경쟁할 경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들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그래프 참조>
저축은행의 신속한 의사결정, 지역밀착 영업 등의 장점을 버리고 은행과 싸우는 것은 무모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 금융 전문가는 “저축은행의 자금조달 구조상 은행과 경쟁하는 것은 자멸하는 지름길”이라며 “이제 금융은 상품도 중요하지만 서비스가 더 중요한 시대로 저축은행도 서비스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틈새시장 개척이야 말로 저축은행을 서민금융기관으로 인식시킬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영업부재 지역에 대한 지점 확충으로 고객편의성을 높이고 공동대출, 공동신상품 개발로 리스크와 제반 사업비를 줄인다면 저비용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노력이 당장에 수익에 반영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저축은행의 위상정립 차원에서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영지배 현황>
구 분 |
숫 자 |
비 교 |
직접 경영 |
27 |
(서울) 스카이(부산) 플러스, 파라다이스 (경기) 부림, 영진, 한진, 안산 (광주) 대한, 창업, 센트럴(전남) 상업(강원) 강원(충남) 서일, 천안(경남) 밀양, 진주, (충북)아림, 조흥, 대명, 중부(전북) 스타, 나라, 고려(경북) 대송, 오성, 구미(제주) 미래 |
간접 경영 |
21 |
(서울) 푸른, 민국, 솔로몬(부산) 인베스트(인천) 금화(경기) 안양,삼정, 세람, 토마토, 남양, 평택, 안국(광주)무등(전남) 홍익(충북) 청주, 한성(충남) 충남, 한주(전북) 현대(경북) 대아 |
전문 경영 |
66 |
(서울) 영풍, 한중, 제일 현대스위스, 동부, 제이원, 진흥, 푸른2, 현대스위스2, 중앙(부산), 부민, 고려, 우리, 동광, 부산,부산2, 국제, 화승(대구) 조일(대전) 대전(인천) 한서, 에이스,융창, 텔슨(경기) 좋은, 경기, 새누리(광주) 동양(전남) 대운, 동원(충남) 아산(경남) 경우, 경은, 한나라, 경남제일(강원) 도민(충북) 하나로(전북) 전북, 전일, 한일(경북) 대원, 삼일, 경북(제주) 으뜸 |
<저축은행 자산순위> (단위 : 백만원)
한 솔 |
2,284,840 |
제 일 |
1,583,864 |
한 국 |
1,346,911 |
부 산 |
1,192,148 |
솔로몬 |
1,127,995 |
텔 슨 |
950,632 |
한마음 |
917,330 |
부산2 |
867,177 |
진 흥 |
773,276 |
현대스위스 |
744,606 | (기간: 9월말 현재)
<저축은행 대주주 현황>
안영훈 기자
2004년 11월 22일 한국금융(www.fntimes.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