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부정하는 차별금지법
문화일보 : 2021년 07월 07일(水)
김성훈 산업부 차장
최근 여당과 진보 진영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헌법에 분명히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돼 있으니, 언뜻 차별금지법이 논란거리가 될 이유는 없을 듯한데도 논쟁이 뜨겁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차별금지법 제정과 반대 청원이 나란히 올라 있을 정도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2건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계류 중이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6일 ‘평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앞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6월 ‘차별금지법안’을 냈다. 이 의원 안은 법사위 회부만 이뤄졌고, 장 의원 안은 법사위 상정 및 소위원회 회부 단계까지 심의가 진행돼 있다. 특히 경영계가 이들 법안의 입법 가능성과 국회 심사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계의 시각에서 볼 때 법안들의 내용이 기업 자율성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영계 등에 따르면, 차별금지법은 우선 차별의 개념부터 지나치게 확장했다. ‘외견상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하였으나 그에 따라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된 경우’까지 차별로 규정했다. 업무상 필요에 따른 차등까지 차별로 취급해 불법화하는 것이다. 이들 법안에 규정된 금지 대상 차별 사유는 20가지가 넘는다. 광범위하고 획일적인 규제로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제약하는 부작용, 기존 남녀고용평등법·장애인차별금지법·고령자고용촉진법 등과의 중복 규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무엇보다 경영계가 경계하는 부분은 차별금지 사유에 ‘고용형태’와 ‘학력’을 포함하고, 차별금지 영역에 ‘고용’을 넣은 것이다. 차별금지법에서 말하는 고용은 모집, 채용, 교육, 배치, 승진·승급, 임금 및 그 외 금품 지급, 융자, 정년, 퇴직, 해고 등을 모두 포함한다. 경영계는 이런 조항들이 업무 배치와 승진 등 경영권 핵심 사항을 침해하고, 헌법 제119조(자유시장 경제질서) 및 126조(사기업 자율경영) 원칙을 훼손한다고 본다.
게다가 차별금지법안은 근로기준법 규정을 넘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라도 특정 사용자의 사업에 편입되거나 상시적 업무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그 사용자 또는 노무 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어 생활하는 자’ ‘동일 사업장에서 특정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들을 사실상 지휘·감독하는 경우’도 근로자로 정의했다. 종합하면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자까지도 자사 정규직과 모든 면에서 똑같이 대우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학력 차별 금지는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기업의 고용과 결부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학력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승진이나 임금 등에서 차별받는 일은 물론 없어야 한다. 하지만 예컨대 첨단기술 연구소에서 공학박사 출신을 우대하는 것을 차별이라고 금지한다면 이는 개인의 노력과 능력을 무시하는 역차별이고, 기업의 자율성과 시장경제의 경쟁 원리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평등은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이어야 공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