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의 칼날과 민의 불꽃이 춤추다. 정변과 민란의 피바람이 부는 고려 최대의 격변기!
고려의 기틀을 뒤흔들 건국 이래 최대의 난이 터진다. 문벌 귀족의 괄시, 사치와 향락에 빠진 임금, 문신과의 해묵은 차별을 참다못한 무신들의 뿌리 깊은 분노가 폭발하고, 개경을 피로 물들인 살육극은 문신의 씨를 말릴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칼춤으로 정권을 장악한 무인들은 권력의 정점에서 다시 서로의 목을 노리고, 조정의 횡포와 실정으로 도탄에 바진 백성들은 민란의 횃불을 치켜든다. 불평등한 사회에 항거한 망이와 망소이, 정상의 종자에 구별이 없음을 부르짖은 만적, 신라 부흥을 도모한 김사미와 효심, 모든 반란을 잠재우고 불후의 권세를 손에 쥔 무신정권의 종결자 최충헌 까지, 힘이 곧 질서인 세상 속에서 고려는 끝 모를 격변에 휘말린다!
장수와 재상에 어찌 종자가 있으랴!
최충헌의 가노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적을 비롯한 여섯 명의 노비가 난을 도모하며 부르짖은 구호로, 그들은 이때 경인년과 계사년을 예로 언급했다. 경인년은 정중부, 이의방 등이 무신란을 일으킨 해고, 계사년은 김보당의 난과 관련해 숱한 문신들이 무신들의 칼날에 죽은 해다. 이때 많은 하급 무사가 권력자로 변모했고, 종이나 미천한 출신들도 공을 세워 벼슬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