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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날짜:한겨레신문
2001/12/29(토)
007...왜 하필 북한인가?
“현하 대세가 씨름판과 같으니 |
하니리포터 문성(한별) 기자 mhb1251@hanimail.com" xxxxxxonfocus="this.blur()">mhb1251@hanimail.com
부시 미 대통령이 '전쟁의 해'(War Year)가 될 것이라 예언한 2002년이 2,3일 앞으로 다가왔다. 년말을 맞아 가로는 북적대는 사람들로 한껏 들떠있지만 그러나 전쟁에서 전쟁으로 옮겨가는 기분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2001년 하반기, 9.11 테러참사로 명분을 잡은 미국은 세계최빈국 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대테러전쟁을 감행했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전쟁이랄 것도 없었다. 단지 온 세계인들의 눈 앞에 미국이 얼마나 강한가를 무력시위한 일방적인 원맨쇼였을 뿐.
지상전을 벌일 것도 없이 공습만으로도 아프가니스탄은 이미 초토화됐고, 무지막지한 공습에서 겨우 살아남은 아프간인들은 손을 들며
생명을 구걸했다. 그것은 너무나 싱거운 승리였다. 그리고 한 번 승리를 맛본 부시에게 그것은 끝없는 전쟁의 서막에 불과했다.
미국은 이제 전쟁의 영역을 더 넓게 확대시키려 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뿐만 아니라 이라크, 소말리아, 예멘, 수단, 리비아, 심지어 북한에까지. 미국이 '테러지원국'이라 이름붙인 불온한(?) 나라들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한, 부시의 손에서 화약냄새가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라는 조그만 반도 국가에 사는 일개 소시민인 내게
한반도의 안녕보다 더 크고 절실한 문제는 없다. 부시가 명명한 '테러지원국' 내지는 '불량국가' 명단에 북한의 이름이 적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전능자' 부시가 맘 먹기에 따라 한반도는 언제든 제2의 아프가니스탄, 제2의 이라크가 될 수도 있다. 부시가 마음을 고쳐 먹으면 94년의
경우처럼 극적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전쟁의 참화를 각오해야만 한다.
이처럼 전쟁의 위협 속에서 사는 약소국의 일원이다보니 미국에서 일어난 하찮은 일이라도 허투로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지는 영화 하나라도. 픽션 따위에 뭔 신경을 그리 쓰느냐고 어떤 이들은 핀잔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픽션과 넌픽션을 가르기가 어디 말처럼 쉬운가.
(MGM 홈페이지에서)
내년 1월 중순이면 007 제20탄이 제작된다고 한다. 2002년은 007 영화가 시작된 이래(1962) 꼭 40년째에 해당되는 해다. MGM에서는 40주년 특대작을 만든다 어쩐다 하면서 벌써부터 바람을 잡고 있다.
알다시피 007 20탄은 북한이 주적으로 설정된 영화다. 북한 군부 내의 매파가 온 세계에 9.11테러를 능가하는 대규모테러를 자행하려는
것을 007이 막는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007에 맞서는 북한군 장교역을 캐스팅하려다가 내용의 민감성 때문에 한국 배우들이 거절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북한인가? 애당초 007 20탄은 북아일랜드의 구교파 무장조직인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을 소재로 삼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영국의 더 타임스지는 2002년 개봉될 007 20탄이
영국 첩보국과 IRA가 협력하여 북아일랜드 평화협정 이행을 방해하는 조직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부시 행정부의 특별보좌관이 영화제작자를 직접 만난 뒤 내용이 전면수정됐다는 소식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부시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IRA를 북한군으로 긴급히 대체시켰는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워싱턴과 헐리우드의 만남만으로도 우리는 007 20탄 영화에
충분히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정치와 영화의 분리를 자신할 수 없는 탓이다. 더구나 007영화가 미국식 패권주의를 전세계에 수출하는 전령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또한 받고 있지 않은가.
새해를 기쁨으로 맞기도 전에 미리서 '전쟁의 해'로 못박은 부시 때문에 세밑 심사가 괜스레 불편하기 짝이 없다. 미국의 평화 아래 사는 죄로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인가. 그렇잖아도 썰렁한 달력이
더욱 슬퍼 보인다.
[조율.1] 한총련, "007 20탄 제작 중단 촉구" 성명서 발표
최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약칭 한총련)은 제9기 최승환 의장 명의로 '007 시리즈 20편'의 제작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12.24)
한총련은 이 성명서에서 "영화를 통해 냉전시대로 회귀를 꿈꾸는 헐리우드의 '왜곡된 욕망'이 이북을 겨냥하고 있다"며, 이는 "007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우리 민족의 통일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정당화하려는 음흉한 저의로 읽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성명서는 또 "007 시리즈가 미국식 세계지배전략 각본에 충실한 미국정부의 꼭두각시 역할"을 해왔으며 "미국이 자신들의 패권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영화를 이용한 대표적 형태가 007"이라고 지적하면서 "007 시리즈 20편 제작은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을
이룩하고자 하는 7천만 겨레의 자주적 의지에 대한 미국의 '문화적 테러'"라고 강도높게 규탄했다.
이어 "한총련은 올 1월로 예정되어 있는 한국 현지촬영에서부터 할리우드 영화 제작진이 이 땅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도록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다짐한 뒤 "이는 미국의 문화적 테러에 대한 우리 민족의 정당한 자위적 행동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조율.2] 007 시리즈에 대하여 : 그 족보 개괄
스코틀랜드 출신. 사립고 이튼을
거쳐 옥스포드를 졸업했으며
183cm, 76kg의 날렵한 몸매를 자랑하는 섹시가이. 잘 흔들되 젓지않는 보드카 마티니를 즐겨 마시고, 누가 이름을 물으면 "내 이름은
본드, 제임스 본드"(My name is
Bond, James Bond)라고 답하는
사나이.
제임스 본드, 그는 영국정보국 해외 특수공작 부서인 M국 소속 일급요원이다. 그에게 부여된 암호명은 007. 앞번호 00은 살인면허를
의미한다. 이안 플레밍에 의해 탄생된 007 시리즈는 현재 19탄까지
나왔다. 그 족보를 대략 훑어본다.
첫번째 작품 <닥터 노>(Dr.No,
1962)에서 그는 외딴 섬에 비밀기지를 차려놓고 미국의 인공위성과
미사일의 운행을 방해하려는 닥터 노와 대결한다.
두번째 작품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 1963)에서는 국제적인 범죄조직 '스펙터'와 결탁하여 제임스본드를 죽이고
코딩머쉰을 훔치려는 러시아첩보원과 맞서 싸운다.
그리고 세번째 작품 <골드핑거>(Goldfinger, 1964)에서는 미
연방정부의 금을 보관하고 있는 요새도시 포트녹스를 폭파시키고 세계의 금시장을 장악하려는 악당 골드핑거의 음모를 저지한다.
네번째 작품 <썬더볼작전>(ThunderBall, 1965)에선 영국의 핵폭탄을 빼돌려 서방 국가들에게 10억 파운드어치의 엄청난 금괴를 요구하는 미치광이 스펙터에 맞서 고군분투한다.
다섯번째 작품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 1967)에서는 미국과 소련의 우주선을 지구궤도상에서 납치해 서로 상대방을
의심하게 만들어 세계대전을 일으키려는 스펙터의 음모를 분쇄한다.
여섯번째 작품 <여왕폐하>(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1969)에서는 환자를 이용해 세균실험을 한 뒤 본격적인
세균전을 펼쳐 영국을 아수라장으로 만들려는 스펙터를 격퇴한다.
일곱번째 작품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 1971)에서는 다이아몬드로 제조된 레이저 광선총을 인공위성에 적재시켜 지구궤도에 올린 뒤 이를 이용해 세계를 위협하는
스펙터의 계략을 깨부순다.
여덟번째 작품 <죽거나 살거나>(Live And Let Die, 1973)에서는 미국 CIA조직과 연계해 미스터 빅으로 알려진 흑인두목이 이끄는 마약밀매조직을 제거한다.
아홉번째 작품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Golden Gun, 1974)에서는 태양에너지를 강력한 동력으로 전환시키는 특수장치를 만들려는 스카라망가를 제압한다.
열번째 작품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 1977)에서는 미국, 영국, 소련의 핵잠수함을 납치해 핵미사일을 발사, 강대국들을 멸망시킨 뒤 바다에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려는
악당을 섬멸한다.
열한번째 작품 <문레이커>(Moonraker, 1979)에서는 문레이커라는 로켓을 발사해 지상의 모든 인류를 처단하고 완전한 세상을 창조하려는 휴고 드랙스의 계략을 막아낸다.
열두번째 작품 <포 유어 아이즈 온리>(For Your Eyes Only,
1981)에서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지시.유도할 수 있는 초저주파 발신기 ATAC가 소련측에 넘어가려고 하는 것을 제지한다.
열세번째 작품 <옥포퍼시>(Octopussy, 1983)에서는 소련의 호전적인 장성이 서독에 주둔한 미군기지에 설치된 핵폭탄을 폭발시켜
반핵운동을 야기시킨 뒤 유럽을 공산화하려는 음모를 극적으로 차단한다.
열네번째 작품 <뷰투어킬>(A View To A Kill, 1985)에서는
실리콘밸리 지하로 흐르는 수로를 파괴시켜 홍수를 일으킨 뒤 세계반도체 시장을 장악하려는 KGB의 음모를 박살낸다.
열다섯번째 작품 <리빙데이라이츠>(The Living Daylights,
1987)에서는 무기암거래상과 결탁해 영국과 소련 모두를 감쪽같이
속이고 막대한 양의 무기를 빼돌리려는 소련장교를 응징한다.
열여섯번째 작품 <살인면허>(Licence To Kill, 1989)에서는
살인면허를 반납하면서까지 그의 절친한 친구인 CIA 요원 펠릭스의
원수를 갚고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한다.
열일곱번째 작품 <골든 아이>(Golden Eye, 1995)에서는 유럽의 공산주의가 연쇄적으로 종언을 고하는 격변의 시기에 러시아에 근거를 둔 유럽 마피아조직이 펄스작용을 하는 최첨단무기 '골든아이'를 이용해 전세계의 부를 독식하려는 야욕을 타도한다.
열여덟번째 작품 <네버다이>(Tomorrow Never Dies, 1997)에서는 미디어조작을 통해 중국과 영국 간의 전쟁을 유도하고 나아가
언론을 독점하려는 엘리엇 카버그룹의 허황된 야심을 처단한다.
열아홉번째 작품 <언리미티드>(The World Is Not Enough,
1999)에서는 세계의 석유산업을 독점하기 위해 핵폭탄을 터뜨려 자기 회사 송유관만 남기고 모든 송유관을 없애려는 거대재벌 상속녀의
음모를 단번에 날려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