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10시가 되어서 마산의 박종철 회장 님한테 전화가 왔다.
내일 비가 오고 천둥, 번개가 친다고 친구들이 밀양 향로산 산행을 못 가겠다고 하니 취소를 하자고 한다.
취소.......
산행도 건강과 우정을 위해서 가는 것인 만큼 폭우가 쏟아지면 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한구석에 허전한 마음은 남는다.
부산에서 간다는 친구 8명에게 일일이 전화로 취소가 되었다는 연락을 하는 마음은 무겁다.
특히 정택환 친구의 직장인 북구청의 노조차량인 봉고까지 예약을 했는 데.....
이리저리 속은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
날씨를 원망하면서 11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다.
평소 같으면 10시가 되면 김 여사야 자든지 말든지 나는 자야 한다.
깊은 수면과 등산이 나의 건강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인데.....
아침 6시가 넘어 일어나니 하늘은 흐리지만 비는 조금씩 오다가 이내 그친다.
아까운 일요일.....
오후에 백양산이나 간다는 생각으로 느긋하게 책이나 보고 지낸다.
그런데 이심전심인지, 아침 10시가 되어 마산의 박종철 친구한테 문자가 들어온다.
집에 있으니 갑갑하여 다시 산에 가잔다.
그럼 그렇지.
산꾼이 휴일에 산에 안 가고 어디로 간단 말인가.
마산으로 가겠다는 연락을 하고는 다시 부산의 8명 친구한테 전화로 연락을 한다.
나를 포함하여 모두 5명이 O,K 사인이다.
11시 30분에 주례 4거리 부산은행 사상지점앞에 모인 친구는 정택환, 오정희, 손영희 그리고 나.
정택환 친구의 신형 소나타는 신나게 남해고속도로를 달린다.
장유에서 신재기 친구를 태워 마산 구암초등학교 앞에 도착하니 12시 30분, 채용재 친구가 먼저 와서 기
다리고 있다.
1시가 다 되어 마산의 친구들이 모습을 들어낸다.
박종철, 조보래, 김정대, 신성기, 신해숙이의 모습이 보이니 반갑다.
부산에서 5명, 마창에서 6명이 구암초등학교 뒤로 천주산을 오른다.
이원수 시인의 "고향의 봄"이 무대가 된 천주산.
하늘의 기둥이란 天柱山(천주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햇볕도 없고, 비도 없어 산행하기에 좋은 날이다.
밀양 향로산을 올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데.....
모두 이구동성으로 번개산행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강행을 해야지 오늘처럼 취소를 하면 안 된다고 야
단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도 동감이다.
비가 오면 오는대로 운치가 있고,
눈이 오면 눈이 오는대로 낭만이 있는 게 산이다.
산이란 4계절 모두 우리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활력소이다.
지난 5월에도 비가 왔지만 총동기회 산행으로 보성 일림산을 오른 경험도 있다.
정택환 친구는 오늘이 진짜 번개산행이라고 한다.
갑자기 전화로 가자고 하여 호출을 한 게 진정한 번개산행의 묘미라며 다음에는 절대로 연기가 없다며
가자고 한다.
차후로는 아무리 기상악화가 있어도 산행을 못하면 관광이라도 하기로 했다.
2시가 되어 김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는다.
박종철 친구가 가지고 온 매독(?) 와인을 한 잔 하며 향로산 대신 천주산에서 산의 정취를 느낀다.
특히 시원한 수박 아이스크림으로 가슴이 추울 정도로 먹으니 오늘도 부인이신 윤 경숙 씨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
우리는 시간이 촉박하여 준비를 못하였지만 마창 친구들이 준비해온 포도, 사과, 복숭아를 먹으며 친구
가 이렇게 좋은데 왜 산에 안 올까?
산이 친구들의 우정을 더 두텁게 만들고,
산이 친구들의 마음을 더 순수하게 만들고,
산이 친구들의 가슴을 더 넓게 만드는 데.....
아직도 산의 매력을 모르는 친구는 조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3시가 넘어 정상에 선다.
천주산은 창원의 진산으로, 낙남정맥이 지나는 길이다.
봄에는 진달래 천국으로 전국에서 산꾼들이 모여든다.
정상 바로 밑에는 팔각정이 있고, 그 밑으로는 진달래 탐방데크가 설치되어 봄이 되면 등산객들로 인산
인해를 이룬다.
4시가 넘어 하산을 하여 차가 있는 초등학교에 오니 6시가 다 되었다.
소계동에 위치한 소계시장내의 고성횟집에서 전어회를 먹으면서 천주산 산행을 마무리 한다.
봄은 도다리고, 가을은 전어라 하여 며느리도 친정에 가면 먹는다는 귀한 것을 오늘 친구들과 먹는다.
권미선 총무와 신춘옥 친구가 오고 황해석 친구도 합석을 했다.
모두들 오늘이 진짜 번개산행이라고 한다.
전화 한통화에 부산에서 5명이, 마창에서 6명이 모인 것은 대단한 성의가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밤에는 취소가 되었다고 새벽 3시까지 술을 먹었다는 친구도 있고,
인터넷 고스톱으로 새벽 3시까지 보냈다는 친구도 있어 다음 번개 산행은 무조건 취소가 없이 가기로 했
다.
한 번 약속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친구들의 우정을 오늘은 확실히 느낀 번개 산행이다.
고성횟집에서 박종철 친구가 아침에 갑자기 전화를 하여도 11명의 친구가 산행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고
마움을 느끼면서 기분이 좋아 한턱을 쏘았다.
고마움과 감사의 박수를.....
너무 혼자 부담을 줘서 미안하기도 하고......
오늘 번개 산행에 참가한 친구들,
집에 가서 숙제도 잘 하고, 감사했습니다.
다음 10월 3일 다시 향로산 번개 산행에 만나기를 바랍니다.
그 동안 체력도 많이 다지고....
사랑도 멀리 있는 게 아니지만,
우정도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산도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나와 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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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남지중 22 산꾼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
공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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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03 00:21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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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거웠던 시간이었다니 다행입니다~~ㅎㅎ 정말 산행이 취소된 하루가 얼마나 심심했는지~~~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다음부터는 강행군이니 모두 명심 하시길바랍니다~~~
전에도 비가 와서 천주산 팔각정만 올라 갔다 내려 왔는데 그때도 비가 오는데도 정상까지 갔다 온 친구도 있었지 ..좋은 추억도 쌓고 체력도 다지고..돈독한 우정도 쌓고`
번개산행의 진수를 보는것 같아서 아주 좋은 산행 되었다.안전산행 마친 친구들께 고맙다고....공대장 수고 많이 하셧고..
야들아! 번개 산행도 좋지만 천둥이 칠때는 낮은 포복을 잊지 말아라! 정말 부럽기만 하구나! 이젠 모두들 번개산행의 묘미에 흠뻑 빠진 것 같구나!
간만에 나도 구덕산 올랐드니만 계절이 바꿘다고 주위 환경도 조금 바뀌고 바람이 세차게 불고 하늘은 흐리지만 공기가 맑아 바다 멀리 거제도며 불모산 신어산 백양산 금정산 고당봉이 한 눈에 들어오드이다 굳은 날씨에도 깊은 우정 나누고 돈독히 했다니 그대들이 부럽소 좋은 때 함께하리다 공대장님 이하 모두 수고했소 동기님들도 가을을 맞이하여 삶에 알찬 수확 거두시고 내 내 건강하십시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