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대통령 부인에 악플 세례… 순직 경찰관 아내의 세번째 눈물
조선일보
최훈민 기자
입력 2023.04.17. 03:00업데이트 2023.04.17. 07:50
https://www.chosun.com/opinion/journalist_note/2023/04/17/NT52IIEMW5HN7MMA733RORTI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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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5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사는 이꽃님(35)씨는 임신 4개월 차에 남편 유재국씨를 잃었다. 한강경찰대 소속 경찰관이었던 남편은 그날 가양대교에서 뛰어내린 사람을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수온 7도, 가시거리는 30㎝밖에 안 되는 악조건. 몇 차례 입수(入水)에도 실종자는 보이지 않았다.
어깨에 짊어진 산소통이 거의 비어갈 무렵, 유 경위는 “실종자 가족을 생각해 한 번만 더 살펴보자”는 말을 남기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러곤 싸늘한 주검이 돼서야 뭍으로 돌아왔다. 그날 아내는 밤새 울었다.
지난 13일 고(故) 유재국 경위의 자택을 찾은 김건희 여사가 유 경위의 아들 이현군을 안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그해 4월 23일, 아들 이현이가 태어났고, 엄마는 또 한 번 울었다. 예정된 산월(産月)보다 4개월 이른 조산이었다. 아들은 강직성 뇌성마비를 달고 태어났다. 아이에게 물리치료, 감각 통합 치료 등을 받게 하면서 치료비로만 매달 200만원이 넘게 들지만, 이씨는 아이를 돌보느라 직업을 못 찾고 있다.
본지는 올 초 이러한 모자(母子)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보훈 가족에 대한 지원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바뀐 정부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더 높이 받들어야 한다’며 전몰·순직 군경 자녀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달 14일, 이씨 집에 대통령 부인이 찾아왔다. 작년 경찰의 날 행사장에서 처음 만나 “아이보다 고생하는 꽃님씨를 더 안아주고 싶다”며 이씨를 안아줬던 김건희 여사는, 이날 이현군을 들어올려 품에 안았다.
이어진 지원 프로그램 출범 행사에서 이씨는 남편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이런 내용이었다.
“추운 2월이 가고 예쁜 꽃이 피는 따뜻한 4월이 온 것처럼, 우리에게도 아름답고 눈부신 날들이 올 거라는 걸 나는 믿어요. 여보 응원해줘.” 2월은 남편이 모자 곁을 떠난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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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사진이 공개됐을 때 기사마다 수십~수백 개의 댓글이 붙었다. 대부분 “쇼하네” “구역질 난다” 등 김 여사를 향한 악플이었고, 대통령 부인 품에 안긴 아이가 얼굴 표정을 찡그리고 있단 점을 이용한 악플도 많았다. “정신 나갔나? 애 우는 사진을 왜 올리나” “애가 불편해서 발버둥을 치는구나” “애가 기겁을 하네” 등이었다. “이꽃님씨, 좋아요?”란 댓글도 있었다.
이현이가 앓는 강직성 뇌성마비의 증상은 ‘뇌가 어떤 행동을 하려는 신호를 보내면 해당 근육이 되레 굳는 것’이다. 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기분이 좋으면 온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기사엔 이현이의 장애에 관한 설명이 나와 있었지만, 그들은 그저 대통령 부인을 욕하기 위해 댓글을 달았고, 모자가 받을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씨는 통화에서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보다 더한 일도 수없이 겪어왔기 때문에 그 정도 악플은 덤덤해요. 다만 영부인은…. 이 우리 집에 안 왔으면 안 받아도 되는 악플인데…. 저희 위해서 오셨는데,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