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네 아가씨 서영이가, 새해되어 처음으로 얼굴 마주치자 대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길래 싫다고 했다. 눈이 동그래진다.
복이 뭔 줄 알고 나더러 복 받으라는 거냐고 물으니, 남들이 하니까 그냥 하는 인사란다.
제사 지내 주는 사람들인 儒는 글자 그대로<需하는 사람(亻)>인데 상나라 시절 문자인 갑골문에 따르면, 기우제 지내는 무당을 가리킨다. 비 오기를 하늘에 빌기 전에 이 무당(사먼)은 몸을 깨끗이 씻는다. 그런 사람을 딱 찍어 儒라고 했다. 갑골문에 나온다.
이 儒들은, 처음에는 산천의 귀신이나 하늘과 별에게 제사를 지내던 사람들이다. 나중에 조갑이 왕으로 있을 때 주로 왕의 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아버지...를 제사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제사 지내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바뀌었다. 이게 주나라 때 죽은 조상을 제사 지내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제사법이 하도 까다로워 어지간한 사람들은 지내질 못했다. 그래서 밤은 어디에 놓고, 조기는 어디에 놓고, 숟가락은 어디 꽂고, 하는 식으로 골치 아픈 제사법을 익힌 전문가들이 큰 제사를 맡아 대신 지내기 시작했는데, 그런 사람 중의 하나가 공구(나중에 공자라고 불리는)다. 그런데 공구는 단순히 제사만 지낸 무당이 아니라 이를 도덕과 철학의 경지로 끌어올려 '유교'라는 체계를 세웠다. 그래서 그가 위대한 거다. 이처럼 제사 지내주는 사람 공구로부터 유교가 시작되었다.
그럼 복은 뭔가.
福은 귀신(示 ; 주로 조상)에게 올린 술(酉)이다. 그게 나중에 술만이 아니라 밥, 떡, 고기, 과일 따위가 올라가면서 제삿상이 풍성해졌다. 특히 임금만 제사를 지내다 보니까 제삿밥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많았다. 그러니 왕실 제사가 끝나면 그 많은 제삿밥을 신하들에게 나눠주게 되었다. 제삿밥은 평소 먹기 어려운 수많은 고기들이 있고, 못보던 과일이며 반찬이 있어 늙은 부모를 모시는 신하들은 다투어 받아갔는데, 이게 계급별로 주다보니 제삿밥 얻는 것도 권력이었다. 이 제삿밥 복을 많이 받으면 권력이 높은 사람이고, 아랫사람들은 제대로 받지 못했다.
설명해주니 아가씨가 말한다.
"아이고, 몰랐어요"
"모르면 그럴 수 있지만, 새해 인사는 '뜻하는대로 이루세요'라거나 '건강하세요', 하다 못해 '돈 많이 버세요'라고 해라. 더구나 넌 하느님 모시는 기독교인인데 집이나 교회에서 제사도 안지내면서 제삿밥 많이 얻어먹으라고 하면 되겠느냐. 나도 제사 안지내니까 나 역시 복 안받는다고 하는 거다."
* 조선시대 법전인 <경국대전>에 따르면, 높은 관리는 3대조까지, 일반 양반은 2대조까지, 일반 백성(서인)은 부모 제사만 지낼 수 있도록 제한했다. 천민은 제사 못지냈다. 이러니 나라 안망하겠나. 조선말기에 노비, 머슴, 소작인들까지 죄다 주인 성 받아 저마다 전주이씨, 김해김씨, 밀양박씨, 안동김씨 되니 다투어 제물을 산같이 쌓아 제사를 지내고, 심지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높은 벼슬아치를 지낸 양반가처럼 집집마다 4대조까지 올려붙였다.
* 그래도 제사 지내고 싶으면 음식 차리는 고민하지 말고 하얀 종이에 福 자를 써 붙여 놓고 귀신에게 소원을 빌어도 된다. 중국인들은 그렇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