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탕의 갼진 굼바에 가면 기필코 갼진리에 올라야 한다. 리(Ri)는 정상 꼭대기라는 뜻이다. 해발 4,700m 갼진 리에 오르면 360도 둘레에 설경이 펼쳐진다. 이 맛에 여기에 오르는 것이다. 갼진에 왔다가 여기에 오르지 않으면 랑탕에 오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단지 갼진 굼바에 갔다 온 것이지. 갼진 리는 랑탕의 용의 눈이다. 용의 눈이 없이 용의 그림이 완성되겠는가? 갼진 리에 오르려면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한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랜턴을 밝히면서 한발자국 한발자국 발을 옮겨놓는다. 아랫배로 숨을 쉬며 천천히 올라야 한다. 숨이 가쁘면 안 된다. 숨을 헐떡이면 안 된다. 그것은 벌써 초보임을 나타낸다. 적어도 오름의 프로페셔날이라면 자기의 숨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땀을 흘리면 안 된다. 땀을 많이 흘리면 오한이 찾아온다. 더우면 자켓을 벗어들고 추우면 자켓을 걸쳐 입는다. 그렇게 오르는 자기 발걸음을 세다보면 어느덧 정상에 서있게 된다. 거기에는 랑탕 리룽이 그 자태를 드러내고 캉자라(Kangja La)가 그 위용을 자랑한다. 적어도 사람이라면 저 정도는 돼야 한다. 어떠한 어려움과 곤경에도 요동하지 않고 추호의 흔들림 없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리룽의 정상에 눈보라가 날린다. 정상에는 언제나 바람이 있다. 정상에 선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언제나 삶의 정상을 유지한다는 것. 원망이나 불평 없이 순명한다는 것. 적어도 그 정도의 삶을 살아야 한다. 이런 감동이 없다면 무엇을 위해 히말라야를 찾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