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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홀릭] 12
씬1. 자경의 오피스텔 앞/11부 엔딩 씬에 이어서/낮
율주, 강욱을 기다리며 서있다. 순간 지하주차장에서 차 한대가 올라온다.
강욱과 자경이 타고 있다.
율주, 차 소리에 돌아본다. 차 안에 있는 강욱과 자경을 본다.
율주 (강욱 보는)
강욱 (무표정하게 율주 보는)
자경의 차가 서있는 율주 앞을 지나간다.
큰길로 나가려고 잠시 섰던 자경의 차, 다시 움직이는데,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율주가 차 앞을 막아섰다.
율주 (차안의 가욱을 보는/눈에 눈물 맺힌)
강욱 (율주 보는)
차를 막고 선 율주와 차 안의 강욱 서로 쳐다본다,
강욱을 바라보는 율주의 얼굴. 입을 앙다문 원망의 얼굴에 눈물만 주르르 흐른다.
강욱 (보는)
율주 (보는)
강욱, 갑자기 자경 쪽으로 얼굴을 돌리더니 자경에게 입을 맞춘다.
율주 (순간 굳어버린다.)
자경 !
놀란 자경의 얼굴은 강욱의 얼굴에 가려 율주는 보지 못하고,
강욱 (입을 떼며 자경을 본다./미안함이 잔뜩 배인)
자경 (잠시 보다가 웃는 듯)
율주 (멍한 눈으로 보고 있고)
자경, 차를 막고 있는 율주의 옆을 지나쳐 속도를 내며 가버린다.
율주 (멍한)
율주, 차가 떠난 다음에도 충격 받은 얼굴로 한참을 그대로 서있다.
씬2. 거리/낮
오피스텔 앞에서 빠져나온 한산한 거리.
자경의 차가 선다.
자경 (강욱 보는)
강욱 (굳은 얼굴로 밖을 보고 있다.)
자경 서강욱, 너 지금 나한테 미안해 죽겠지.
강욱 (보곤 미안함 배인 얼굴로 미소만)
자경 미안해하지 마.
강욱 ……
자경 진심이었다고 생각할 게.
강욱 자경아.
자경 (웃어주고는) 대신, 이번뿐이야.
강욱 (보면)
자경 다음엔 진짜로 할 거야.. 더 이상은 가짜 싫어.
강욱 자경아.. 미안하다..
자경 미안해하지 말라니까?
강욱 (보면)
자경 괜찮으니까, 너도 힘들어하지 마.. 근데 너 그거 아니? 너 지금,
선생님한테 가장 잔인한 행동 한거? 선생님이 믿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강욱 ……
자경 (한숨 섞인) 가자. 너 늦겠다.
자경, 차를 출발시킨다,
씬3. 지하철 전동차 안/오후
율주, 멍한 얼굴로 앉아있다. 바닥에는 짐 싸가지고 왔던 큰 가방.
종점이 다다른 탓에 사람들이 거의 없다.
E 종점임을 알리는 안내 방송.
전동차가 선다. 사람들 내리고 지하철에 불이 꺼진다.
그제 서야 퍼뜩 놀라는 율주, 얼른 후다닥 내린다. 가지고 있던 가방을
두고 그냥 내린다.
씬4. 지하철 역 앞 거리/오후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율주, 두리번거린다.
율주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지나가는 행인에게) 저기요,
행인 (보면)
율주 여기가 어디에요?
행인 (이상하다는 듯이 보곤) 어디 가시는데요?
율주 (순간 어디로 가야할지 말문이 막히고)……
행인, 이상하다는 듯이 가버린다.
율주 (멍하다.)
씬5. 버스 안/오후
율주, 좌석에 앉아서 창밖을 보고 있다.
율주 (멍한 얼굴로 낮게 중얼거리는) 집에 가서 청소나 하고.. 빨래나 하고..
밥이나 먹고.. 뭐해서 먹을까.. (그러다 그렁해지면서) 나쁜 놈.. 나쁜 놈..
정말 나쁜 놈이었어.. 다신 안 볼 거야.. 안 볼 거야.. 다신 안 봐..
씬6. 공사장/오후
강욱, 벽돌을 나르고 있다. 땀을 흘리며 후들거리는 다리..
겨우겨우 비틀거리면서 가는, 나른 벽돌을 내려놓다가 어느 순간에 넘어진 다.
인부 (옆에 있던) 괜찮아?
강욱 아 예.. (히죽 웃는)
인부 조심해, 처음 인거 같은데,
강욱 네.. (다친 다리를 아픈 듯 어루만지며) 조심하겠습니다.
씬7. 율주의 집 앞 거리/오후
율주, 집 앞으로 터벅이며 걸어온다. 집 앞 벤치로 가서 앉는다.
율주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고)
씬8. 율주의 집/오후
율주, 집으로 들어온다.
영애가 거실 바닥에 앉아 소파에 엎드려 누워있는 것이 보인다.
율주 (뭔가 이상한) .. 엄마.. (영애에게 다가가면)
영애, 식은땀을 흘리며 정신을 잃고 있다.
율주 엄마.. 엄마.. 엄마!
씬9. 병원 복도/오후
영애를 실은 응급침대가 급하게 달려가고 있다.
율주 (창백해져서 따라가고)
씬10. 응급실/오후
의사, 영애의 복부를 만져보고 있다.
피를 뽑고, 초음파 검사를 한다.
율주 (옆에서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의사 난소낭종이 파열됐습니다. (옆의 간호사에게) 여기 수술 준비 해줘요.
율주 그게 뭐죠? 수술하면 괜찮은 건가요?
의사 난소에 있는 작은 혹들이 터진 겁니다. 수술하시고 며칠 입원하시면 되는 데, 혈압이 많이
떨어졌네요.
율주, 수술실로 옮겨가는 영애를 보며 초조하고 불안해진다.
율주 따라가고,
씬11. 공사장 일각/오후
강욱, 일각 바닥에 앉아서 다친 다리를 헝겊으로 묶은 채,
멍히 앉아있다. 전화가 온다. 액정에 뜬 <내 사랑 할머니>.
강욱 (받으며) 어 할머니, 뭐하긴, 돈 벌러 나왔지.. 젊은 놈이 놀고 먹을 수 있 나, 할머닌
뭐하는데, 밥 드셨수? 분실물 쎈타?
씬12. 지하철 분실물 쎈타/오후
강욱 안내원 앞에 서있다. 안내원이 율주의 여행가방을 준다.
안내원 연락처 좀 찾으려고 저희가 가방을 좀 봤어요.. 안에 특이한 사진이 있던 데, 사진에
전화번호가 써있었어요.
강욱, 가방을 열어본다.
옷가지 위에 사진집이 하나 있다. 열어보는.. 폴라로이드로 찍은 사진들이 들어있다. 처음 사진, 강욱의 집이다.
그리고 밑에 <강욱과 할머니의 집, 홍제동 34번지 345-2346> 이라고
써있다.
씬13. 지하철 역내 의자/오후
강욱, 의자에 앉아서 율주가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들을 보고 있다.
1부 프롤로그에 나왔던 사진들 외에,
율주가 강욱이 없는 동안 틈틈이 찍은 모습들이다.
일상 속에서의 율주의 모습들, 혹은 동네 풍경들을 찍었다.
언젠가 강욱을 보여주려고 했는지 날짜별로 잘 정리를 해놓았다.
강욱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밀려오는)
강욱, 갑자기 입을 틀어막고 울기 시작한다.
겉으로 나오는 울음소리를 억지로 손으로 막으며 우는..
지나가는 사람들 힐끔거리며 강욱을 보는.. 오랫동안 참았던 강욱,
좀처럼 멈출 줄을 모른다.
씬14. 수술실 앞 복도/늦은 오후
율주, 초조한 얼굴로 전화기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율주 …… (누군가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단축키를 누른다. <강욱> 뜬다.
<플래시 컷>-11부에서 자경의 오피스텔에서 본 강욱.
율주 (전화기를 바로 접고)
(시간 경과)-저녁
아무도 없는 빈 복도.
율주,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있다. 발을 계속 움직거리고 있다.
몹시 초조하고 불안하다.
씬15. 검찰청 복도/저녁
태현, 걸어가면서 전화를 하고 있다.
태현 ……
씬16. 수술실 앞 복도/저녁
율주 울리는 전화기를 바라본다. 태현이다.
율주 (바라보기만)
계속 울리는 벨소리. 율주, 전화 받지 않는다.
씬17. 검찰청 앞/저녁
태현, 전화를 하면서 가고 있다.
태현 네, 이율주 지배인님 나오셨습니까? ..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으며
뭔가 생각하는)
씬18. 율주의 집 앞/밤
태현의 차가 멈춘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경비를 만난다.
태현 안녕하세요? (인사하고는 가려는데)
경비 네.. (하다가) 아, 304호. 손님 맞죠?
태현 네.
씬19. 병원 수술실 앞/밤
율주가 초조한 표정으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잠시 후 안에서 간호사가 나온다.
율주 저기요..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간호사 수혈 하셔야 돼요.
율주 네? ..왜요?
간호사 낭종이 좀 커서 피를 좀 많이 흘리셨어요.. (빠르게 가버리고)
율주 (걱정으로 멍해지는데)
태현 (급히 뛰어와서는) 율주야.
율주 .. 태현씨.
태현 (걱정의) 어떻게 된 거야, 어머님이 왜, 어디가 편찮으신 거야.
율주 (태현 보자 저도 모르게 그렁해지면서) 엄마가.. 수술한지 한참 됐는데..
아직도 안 나오셔.. 난소낭종이라는데.. 큰 병도 아니라는데..
태현 (토닥여주면서) 그럼 나오시겠지.. 괜찮아.. 괜찮아 지실거야..
율주 (여전히 걱정으로 멍하고)
씬20. 방송국 내부 일각/밤
자경, 전화를 하면서 가고 있다.
자경 어디야? 집? 난 끝났어.. 잘 자라구.. 할머니 괜찮으셔? (끄덕) 그래..
잘 자..
씬21. 강욱의 집/밤
강욱, 마당가에 앉아서 율주의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을 바라보고 있다.
천천히 사진을 가슴에 묻는다.
강욱 ……
씬22. 병원 입원실/밤
영애가 누워있다. 수술이 끝나고 잠이 들었다.
율주와 태현이 옆에서 보고 있다.
율주 (가만 보고 있는)
태현 일주일 정도만 입원하시면 된대.
율주 (영애를 보기만)
씬23. 병원 내부 일각/밤
율주, 앉아있다. 태현이 음료수를 들고 와서 율주에게 캔을 따서 준다.
태현 뭐 좀 먹어야 되지 않아?
율주 (말없는)
태현 아무 것도 안 먹었을 거 아냐.
율주 (멍히 있기만)
태현 율주야.
율주 태현씨.. 왜 우리 엄마가 갑자기 아픈 걸까? ..나 벌 받나봐..
태현 (어이없어) 그런 게 어딨어.
율주 (슬픈)
태현 (보면)
율주 아냐.. 벌 받는 거 같애.. 낮에 엄마랑 내가 싸우고 나갔거든..
태현 (보면)
율주 내가 엄마 아프게 했나봐.
태현 그런 거 아냐..
율주 나.. (슬프게) 서강욱한테 채였다.
태현 (본다.)
율주 고소하지.
태현 (대답 않고)
율주 정말 황당해..
태현 ……
율주 ……
태현 .. 율주야.. 우리, 잠시 악몽 꿨다고 생각하지 않을래?
율주 (보면)
태현 너랑 나, 둘 다 .. 잠시 악몽을 꿨다고 생각하자.
율주 (가만 보는)
태현 (보는)
율주 태현씨는 그럴 수 있어? 난 못해..
태현 ……
율주 어떻게 그래.. 난 못해 태현씨.
태현 지금 당장, 결정하라고는 안할게.
율주 (고개 돌리며) 태현씨.. 오늘 정말 고마웠어. 오늘 나 너무 힘들었어..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도 나고.. 누군가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 했었어.. 고마웠어.
태현 누군가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 들면, 언제든지 불러.
율주 (보곤) 그만 가, 이제 나 혼자 있어도 돼.
씬24. 거리/밤
태현의 차가 가고 있다.
길가에 뭔가를 발견 한 듯, 깜박이를 켜고는 차에서 내린다.
씬25. 죽 집/밤
태현 들어선다.
주인 어서오세요.
태현 포장 되죠?
씬26. 입원실/밤
영애, 자고 있다. 율주, 지친 듯 영애 옆에 엎드려 있다.
태현, 죽을 들고 조용히 들어온다.
태현 (율주를 보는)
율주 (잠이 든 듯 눈을 감고 있는)
태현, 자고 있는 율주 옆에 죽을 놔주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율주와
영애를 보고는 조용히 나간다. 태현, 나가자 율주 고개를 든다.
율주 (태현이 두고 간 죽을 보고)
씬27. 강욱의 집/낮
강욱, 인자를 마루에 앉혀놓고 앞에 아이처럼 수건을 대고는 세수를 시켜 주고 있다.
인자 (강욱이 얼굴을 문지를 때마다 웃으며) 이눔아 그만 해~
강욱 안 돼~ 할머니 아프잖아, 이제부터 손도 까딱 마.
인자 (쿡쿡 웃는) 늙어서 호강하네.
강욱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고)
강욱 할머니 이제 식당 나가지 마.
인자 그럼 돈은 누가 벌어.
강욱 내가 알아서 다 벌어.. 집에서 꼼작도 마. 나 취직했잖아.
인자 진짜야?
강욱 아참 할머니는, 지난 번 보다 더 좋은 레스토랑에 취직했어.
인자 (좋아하며) 잘했다 잘했어. 난 또 공사장에 나가는 줄 알았네.
강욱 (잠시 보다가 깨끗해진 볼을 두들겨 주며) 아이구 예뻐라 우리 할머니..
인자 이눔이 할미를 놀려먹어.
인자와 강욱 웃는다.
씬28. 레스토랑/낮
영길 지나가고 있다. 수진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수진 태현아 무슨 병원이야, 어 대진병원.. 지금 율주, 거?는 거지?
영길 (율주라는 소리에 보는)
수진 아니 이따 가보려고. 그래.. 수고해라..
영길 지배인, 병원에 계세요?
수진 네. (제 위치에 있는 서버들도 다 들으라는 듯이) 지배인, 당분간 못 나올 거예요.
윤종 지배인님이 왜요?
수진 지배인 어머님이 아프셔.
영길 심각 하세요?
수진 한 일주일 입원해야 하나 봐요.. 주방장님이 신경 좀 더 써주셔야 겠네요.
영길 네.
영길의 핸드폰이 울린다. 강욱이다.
영길 (보고 수진의 눈치를 보고 안 받는다.)
수진 (?) 받으세요.
영길 아니에요.. (괜히 캥기고)
수진 ??
씬29. 까페/오후
강욱과 영길이 마주 앉아있다.
강욱 (율주의 가방을 영길에게 내밀며) 이거.. 지배인님에게 좀 전해주세요.
영길 이게 뭔데,
강욱 지배인님 꺼에요.
영길 근데 왜 날 줘?
강욱 .. 싸부, 저 지배인님이랑 헤어졌어요.
영길 (놀라) 뭐?
강욱 ……
영길 아니, 다시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헤어져, 왜,
강욱 (대답 않는다.)
영길 왜 헤어졌는데?
강욱 그냥요.
영길 (기막혀) 야, 너 그게 이제 와서 할 소리야?
강욱 ……
영길 가만, 그러고 보니까 지배인, 엄마가 아픈 게 아니라 지배인이 아픈 거 아 냐?
강욱 ?
영길 야, 지배인 일주일이나 입원해야 한대. 오.. 너 때문이구나 그러니까.
강욱 어디가 어떻게 아픈데요?
영길 그걸 내가 어찌 알겠니,
강욱 (걱정의)
영길 야 임마, 너 왜 이렇게 책임감이 없어, 이제 와서 이러면 지배인이 뭐가 되냐 어?
강욱 (아무 말 않고)
영길 이럴 꺼면 애초에 다시 시작이나 하지 말았어야지.
강욱 (말 않는)
영길 왜 그래, 자신이 없어졌어?
강욱 많이 아프대요?
영길 걱정은 되나보네, 야, 나 이거 못 전해주니까 니가 가봐.
그리고, 어떻게 헤어졌는지 모르지만, 가방 하나도 못 전해 주냐?
(못마땅한 듯) 직접 줘, 직접. 병원으로 가보든지, 대진 병원이라나, 뭐.. 그런 거 같으니까.
강욱 ……
씬30. 거리/낮
강욱, 율주의 가방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강욱 (걱정하고 있는)
걸음을 멈춘다. 병원으로 가야하나, 망설인다.
씬31. 입원실/낮
영애 누워있고 태현, 옆에 앉아있다.
태현 어머님.. 뭐 불편하신 데 없으세요?
영애 괜찮아.. 김검사, 이 시간에 뭐 하러 왔어..
태현 점심시간 내서 온 건데요 뭐.. 다시 들어가 보면 돼요.
영애 (태현의 손을 잡고는) 김검사.. 내가 면목이 없어..
김검사 결정에 따를께..
태현 무슨 말씀이세요.
영애 (고개 돌리며 한 숨 쉰다.)
태현 .. 어머님.. 저하고 율주,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어요.
영애 (보는)
태현 자식한테 면목은 무슨 면목이에요.. 그러지 마세요..
영애 으그, 나쁜 것. 이런 사람을 두고..
태현 율주 잘 잡고 있지 못한 제 잘못도 있어요 어머님.
우리 결혼 예정대로 할 껍니다.. 제가 율주 마음 돌려놓을게요..
씬32. 병실 앞/낮
율주, 물주전자를 든 채로 서서 듣고 있다.
율주 ……
씬33. 병원 일각 거리/낮
강욱,. 멀리서 병원을 보며 망설이고 있다.
강욱 ……
씬34. 병원 외부 일각/낮
율주와 태현이 주차장 쪽으로 간다.
태현 어제 잠 좀 잤어?
율주 응..
태현 밥 잘 챙겨 먹어, 그러다 너 쓰러진다.
율주 태현씨가 두고 간 죽 먹었어.
태현 맛있었어?
율주 (미소)
태현 이따 끝나고 다시 올게.
율주 태현씨.
태현 (보면)
율주 오지 마.. 이제 괜찮아. 어제로 충분 해.. 나 혼자 있어도 돼.
태현 어머님 보러 오는 거야. 너 보러 오는 게 아니고,
율주 ……
태현 어머님도 나 보시면 힘이 난다시고, 간다. (차에 오른다.)
떠나는 태현 보고 돌아서는 율주,.
멀리서 보는 시선이 있다. 강욱이 보고 있다.
씬35. 병원 외부 일각/낮
율주, 병원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강욱, 뒤에서 거리를 두고 율주를 따라가고 있다.
강욱E (멀리서보며) 다행이에요... 난 선생님이 아픈 줄 알고..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와버렸어요..
율주 (병원 건물을 향해 걸어 들어가고 있고)
강욱, 걸음을 멈춰간다. 율주와의 거리가 멀어진다.
강욱E (바라보며) 아프지 마세요..
강욱, 잠시 보다가 돌아선다.
강욱 돌아서자 율주, 문득 걸음을 멈춘다. 뒤를 돌아본다.
강욱은 이미 가버렸다.
율주 (돌아서 걸어가는)
씬36. 병원 복도/낮
<신경과-수면장애 클리닉> 이라고 써있는 진찰실 앞.
율주가 지나가고 있다.
진찰실 앞에 차례를 기다리며 앉아있는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보인다.
율주 (아이와 눈이 마주치고)
아이 (미소)
율주 (미소) 너 여기 왜 왔니?
아이 약 타러요.
율주 무슨 약.
아이 자꾸 잠자서요.
율주 (그 말 애잔해지고) 잠 많이 자?
아이 네.
율주 (그 말에 옆에 앉는다.)
아이 언니는요?
율주 엄마가 아프셔서..
아이 (알겠다는 듯이 끄덕이고)
율주 잠 많이 자는 병은 기면증이라고 하거든?
아이 저도 알아요.
율주 그래.. 꼬마야.. 기면증은 병 아냐.. 그냥 남보다 잠을 좀 많이 잔다는 것뿐 이야, 그러니까
씩씩해야 돼?
아이 저 씩씩해요.
율주 (웃으며) 언니가, 잠 안 오는 주문 가르쳐 줄까?
아이 (좋아하며) 네.
율주 자, 따라해 봐. 오토키레 렌마위몬, 오토키레 지사토과.
아이 오토키레 렌마위몬.. 오토키레.. (까먹었다.)
율주 지사 토과.
아이 지사 토과.
율주 (웃곤) 자 다시한번, 오토키레 렌마위몬..
아이 오토키레 렌마위몬.. (외웠다) 오토키레 지사토과.
율주, 아이, 오토키레 렌마위몬.. 오토키레 지사토과.. 오토키레 렌마위몬.. 오토키레 지 사토과.
강욱E (어디선가 들려오는) 오토키레 렌마위몬.. 오토키레 지사토과..
율주 ! (아이와 하던 오토키레를 멈춘다.)
아이 오토키레 지사토과..
율주 (밀려오고)
씬37. 입원실 앞/낮
입원실로 다가가는 율주, 걸음을 멈춘다.
율주 ! (망설임이 깊어지고)
씬38. 거리/낮
강욱, 횡단보도 앞에 서있다. 전화가 온다. <울트라캡숑대빵>
강욱, 받지 않는다,
율주E 오토키레 렌마위몬 오토키레 지사토과..
씬39. 병원 옥상/낮
율주, 전화기에 대고 음성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율주 (전하기에 대고) 오토키레 렌마위몬 오토키레 지사토과
씬40. 거리/낮
강욱, 상가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율주가 남긴 메시지를 듣고 있다.
율주E 오토키레 렌마위몬 오토키레 지사토과.. 강욱아.. 이게 무슨 뜻인지 아직 너한테 듣지도 못한
것 같은데.. 강욱아.. 우리.. 정말.. 헤어진 거니?
나는 이유도 모른 채 너한테 또 한번.. 버려진 거니?
강욱 (밀려오는)
씬41. 택시 안/낮
율주, 택시를 타고 가고 있다. 망설임 끝에 전화를 건다.
씬42. 방송국 내부 일각/낮
걸어가던 자경, 전화가 온다.
자경 (받으며)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 알겠습니다.
씬43. 방송국 외부 일각/낮
자경이 다가온다. 멀리 율주가 서있는 것이 보인다.
율주 (보는)
자경 (다가와서 까닥 인사하는)
율주 바쁜데, 나오라고 한 건 아니니?
자경 잠깐 시간 있어요.
율주 많이 뺐지 않을게.
자경 (보면)
율주 자경아.. 내가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 솔직하게 얘기해 줬 으면 좋겠다.
자경 말씀하세요.
율주 강욱이한테,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니?
자경 일이라뇨.
율주 (잠시 보다가) 너 지난번에, 나한테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냐고 물었지, ..그게
뭐니?
자경 ……
율주 (보는)
자경 선생님.. 전 선생님이랑 강욱이랑 만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율주 무슨 뜻이야?
자경 만약에 강욱이가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강욱이, 선생님을 위해서 경 오랑 싸우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럼 그런 사고도 없었겠죠.
율주 (보는)
자경 그 사고 때문에 강욱이 인생이 달라졌잖아요.
율주 그런 뜻으로 한 말이었니?
자경 (대답 않는다.)
율주 그런 것 같지 않은데?
자경 (잠시 보다가) 선생님.
율주 그래..
자경 제가 부탁하나 해도 될까요?
율주 ?
자경 이제 그만, 강욱이 놔주시면 안 될까요?
율주 자경아, 그건..
자경 (자르며) 강욱이 저한테 다 보내라고 안할게요.. 마음의 반은 선생님한테 가있으라고
할게요.. 반이 싫으시면, 그보다 많이 가있으라고 할게요.
율주 (보는)
자경 선생님이 제발 떠나주세요.
율주 !
자경 강욱이를 위해서예요. 아시잖아요, 현실적으로 강욱이랑 선생님, 힘들다는 거, 강욱이가 그래서
헤어지자고 한 거에요.
율주 나.. 그거 못 믿어.. 강욱이 다른 이유 있지. 내가 모르는 어떤 이유있지.
자경 (잠시 보다가) 알고 싶으세요?
율주 응.
자경 정말 알고 싶으세요?
율주 그래.
자경 (말할 듯 쳐다보고)
율주 말해줘 자경아.
자경 선생님 그 기면증이, 강욱이를 얼마나 옭아맸는지 생각해 봤어요?
율주 (굳는다)
자경 선생님의 그 병이, 강욱이 인생에 어떤 부담을 줬는지 한번 생각해 봤어 요?
율주, 충격으로 얼어붙었다.
자경 충분한 답이 됐는지 모르겠네요.. 저, 방송 있어서 들어가 보겠습니다.
율주 그, 그래.
자경, 간다. 율주, 오랫동안 충격으로 서있다.
씬44. 버스 정류장/낮
율주, 멀거니 앉아있다.
자경E 선생님 그 기면증이, 강욱이를 얼마나 옭아맸는지 생각해 봤어요?
율주 (기막혀 허탈하다.)
<플래시 컷>-헤어지자며 무릎을 꿇고 있던 강욱.
자경E 선생님의 그 병이, 강욱이 인생에 어떤 부담을 줬는지 생각해 봤어요?
율주 (허탈해져서) 약 잘 먹을껄.. 잘 먹어서.. 강욱이 앞에서 잠들지 말껄..
튼튼한 척.. 쓰러지지 말껄.. 강욱이한테 부담주지 말껄..
나쁜 놈... (상처받은) 나한테서 도망간 이유가 그거였어?
씬45. 병원 복도/오후
율주, 의자에 멀거니 앉아있다. 충격 받을대로 받았다.
잠시 후 옆으로 픽 하고 쓰러진다. 바로 잠이 들었다.
(시간 경과)-저녁
율주 태현의 어깨에 기대서자고 있다.
태현, 어깨를 조용히 내준 채, 신문을 작게 접어서 보고 있다.
율주 (일어나는)
태현 .. 일어났어?
율주 (멍한 표정으로 보는)
태현 잠들어 있었어.
율주 언제 왔어?
태현 너 깨기 바로 전.
율주 왜 또 왔어?
태현 온다고 했잖아.
율주 (보는)
태현 (웃고 있는)
씬45-1. 공사장/저녁
강욱, 벽돌을 나르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전화가 온다.
자경이다.
강욱 (받으면) 여보세요.
자경E 저녁 먹었어?
강욱 먹었어.
자경E 어, 나 저녁 배달 왔는데.
강욱 배달?
씬45-2. 공사장 일각 한적한 곳/저녁
강욱과 자경이 나란히 앉아있다.
자경, 도시락을 풀어서 강욱 앞에 놓는다.
자경 좀 먹어봐. 성의를 생각해서.
강욱 여기서 밥 주는데,
자경 그래서 안 먹어?
강욱 (성의를 보이려는 듯 하나를 집어 먹는다.)
자경 (빤히 보는)
강욱 (멍히 딴 데 보고 있으면)
자경 힘들지 않아?
강욱 (고개 저으며) 아니. 하나도 안 힘들어.
자경 (잠시 보다가) 강욱아.
강욱 응.
자경 내가.. 너한테 잘할게..
강욱 (무슨 소린가 싶은데)
자경 아주 잘할게.. 지금보다 열배 백배.. 천배는 더 잘할게.. 앞으로도 쭈욱..
강욱 (?) 왜 그래 갑자기.
자경 (미안함이 배인 얼굴로 보기만)
강욱 자경아 너 나한테 그만 잘해.. 지금도 과분해.. 넘쳐.
자경 (보는)
강욱 그만 가라. 나도 가서 일 해야 돼. (일어서는데)
자경 (따라 일어서며) 내가 너 취직자리 알아볼게.
강욱 됐어.
자경 힘들잖아.
강욱 나 안 힘들어. 오히려 좋아, 잡생각 안 나고.
자경 알았어..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강욱 (미소) 간다. (공사장 쪽으로 간다.)
자경, 가는 강욱을 잠시 바라본다.
씬46. 자경의 오피스텔/밤
자경, 심란한 마음으로 들어오는데 안에서 화영의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화영, 식탁 위에 장미 꽃다발을 한 아름 펼쳐놓고 화병에 꽂고 있다.
화영 (기분 좋은) 우리 딸 왔어?
자경 오늘 기분 좋아 보이네? 아빠 만났어?
화영 응. 아빠가 엄마한테 꽃도 사줬다.
자경 (가만 화영을 보는)
화영 밥은 먹었어? 엄마가 찌개 끓여놨는데,
자경 (진지한) 엄마
화영 응.
자경 엄마 힘들어도 아빠랑 헤어지지 말아라.
화영 갑자기 왜 그런 소리를 해? 누가 헤어진다고,
자경 엄마 속상한 일 많잖아.
화영 다 옛날일이야, 지금은 괜찮아.
자경 시간이 지나면.. 정말 없어져?
화영 쓸 데 없는 소리 그만 해, 밥 차려줘?
자경 엄마.
화영 왜,
자경 사랑을 정말, 남하고 공유 할 수 있는 거야?
화영 (잠시 생각하다가) 엄만 그렇게 했어.
자경 (본다.)
씬47-삭제
씬48. 태현의 사무실/낮
태현 앉아있고, 건실과 재철이 근처에 서있다.
건실 (태현에게 보고하는) 아무래도 김현철이 잠수 탄 거 같습니다.
태현 (굳는)
재철 어디로요?
건실 그거 알면, 내가 이러고 있냐? 가서 잡지.
태현 확실한 정봅니까,
건실 일단은요.. 그동안 꼬리가 좀 길었잖아요, 워낙 교묘한 인간이라 잠잠할 때 까지 몸 사리겠다,
이거겠죠.
태현 (생각하는)
씬49. 강욱의 방/오전
강욱, 나가려고 준비를 한다. 문득, 구석에 있는 율주의 가방이 눈에 잡힌 다.
강욱 (바라보는)
나가려는데, 문자 메시지가 들어온다.
<마지막 이별 인사는 해야지> 라고 써있다.
강욱 (보는)
씬50. 윤중로/낮
율주가 서있다. 강욱이 가방을 들고 다가온다.
율주 (웃으며) 안나올 줄 알았는데..
강욱 (가방 주며 덤덤히) 이거 전해주려고요.
율주 아,
강욱 지하철에 두고 내리셨었어요.
율주 그랬구나.. 고맙다.
강욱 (보면)
율주 강욱아.. 나도 너한테 줄 거 있는데..
강욱 (보면)
율주, 열쇠고리를 내민다.
강욱 !
율주 내가 그냥 버릴까 하다가.. 이래야 니가 안심을 할 것 같아서.
강욱 (받으며) 그냥 버리셔도 되는데.. (멀리 던져 버린다.)
율주 (보는/ 처연하게 웃어 보이는)
강욱 (미소)
율주 (차분히 보는)
강욱 선생님.. 오토키레 렌마위몬 지사토과.. 그 뜻, 알려드릴게요.
율주 아니, 필요 없어.
강욱 !
율주 이제, 그 주문은 더 이상 외우지 않을 거야.
강욱 (본다.)
율주 (계속 덤덤하게) 우리.. 다 잊자.
강욱 ……
율주 춘천의 그 길들.
강욱 그래요.. 여기 이 윤중로도 잊어요.
율주 그래.
강욱 솜사탕도 잊으세요.
율주 그럴게.
강욱 학교도 잊으세요. 그 옥상, 체육관 다.
율주 쉽진 않겠는데,
강욱 잊으세요.,
율주 노력할게.
강욱 5년 전의 그 사건, 그건 정말 잊으셔야 해요.
율주 그래.. 너도 잊고 새 출발 해.
강욱 네.
율주 ……
강욱 ……
율주 사람들이.. 전과자라고 뭐라 해도.. 잘 견디고,
강욱 걱정 마세요, 옛날부터 익숙한 일이에요.
율주 그래..
강욱 제 이름, 잊으세요.
율주 .. 알았어.. 너도 잊어, 내 이름.
강욱 네. 제 얼굴도 잊으세요.
율주 (끄덕) 그래 노력할게.
강욱 전 벌써 조금씩 잊고 있어요..
율주 나도 그래..
강욱 ……
율주 ……
강욱 얼른 결혼, 하세요.
율주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강욱 (보는)
율주 그동안 고마웠다.. 너랑 있었던 시간들, 행복했어..
5년 전에도 그랬고.. 말은 안했지만.. 너 레스토랑에 처음 왔을 때도 그랬 고..
강욱 그 행복했던 것도 다 잊으세요.
율주 (웃으며) 그럴게.
강욱 (보는)
율주 두 번째라서 그런가, 좀 쉽다 옛날보다.. 그때처럼 죽을만치 고통스럽지는 않네..
강욱 네.. 저도 그래요.
율주 (미소)
강욱 (미소)
율주 자,
율주, 강욱에게 손을 내민다. 강욱 그 손을 잡는다.
잠시 잡고 있다가 손을 놓는다.
율주 (미소)
강욱 (미소)
율주 강욱아..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할게..
혹시 내 병, 기면증이 너를 옭아맸었다면.. 정말 미안했다.
강욱 !
율주 잘 가.
율주, 가방을 들고 먼저 돌아선다. 잠시 바라보던 강욱도 돌아선다.
두 사람 서로의 거리가 멀어 진다.
강욱, 걸음을 멈춘다. 돌아보고 싶다. 참고 참다가 돌아본다.
율주 뒷모습 보이며 걸어가고 있다. 강욱, 잠시 보다가 돌아선다.
율주, 그제 서야 걸음을 멈춘다. 천천히 돌아본다. 강욱 가고 있다.
율주 (강욱의 뒷 모습 보는)
강욱 (가고 있는)
율주 (돌아서고)
점점 멀어지는 두 사람 사이.
씬51. 버스 안/낮
율주, 가방을 꼭 안고 가고 있다.
율주 (노래를 낮게 흥얼거리는) 우리 아기 착한 아기- 소록소록 잠들라-
하늘 나라 아기별도 엄마 품에 잠든다-
강욱E 엄마 품에 잠 든다-
율주의 노래 끝에, 강욱의 목소리가 겹친다.
씬52. 거리/낮
강욱,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걸어가고 있다.
강욱 엄마 품에 잠 든다- 우리 아기 착한 아기- 소록소록 잠들라-
하늘 나라 아기 별도 엄마 품에 잠든다-
씬52-1. 입원실 앞 병원 복도/오후
율주, 멀거니 앉아있다. 옆에 가방을 두고,
태현 (다가와서는) 율주야.
율주 (그제 서야 보면)
태현 왜 그러고 있어.
율주 어? 어..
태현 (옆에 앉아서 율주를 본다.)
율주 (계속 멍한)
태현 ?? (보면)
율주 태현씨.. 잠깐 엄마 좀 봐줄래?
태현 그러찮아도 교대해 주러 온 거야. 좀 쉬라고.
율주 그래.. 고마워. (일어선다.)
태현 왜, 어디 가게?
율주 어.. 나 집에 좀 갔다 올게.. 잠깐.. 잠깐 갔다올게.
태현 그래.. 갔다 와.
율주, 옆에 있던 가방을 들고 일어선다. 간다.
태현 (보는)
씬52-2. 강욱의 집/오후
강욱, 샌드백을 치고 있다.
빠르게, 미친 듯이 샌드백이 터지도록 치는 강욱.
숨을 몰아쉬면서, 어느 한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씬53. 율주의 방/오후
율주, 가방을 들고 들어온다.
가방 속에 있는 옷들을 말없이 꺼내서 다시 갠다. 차분히 개던 율주,
갑자기 무릎을 꿇고 침대에 엎드려서 울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참았던 눈물이다. 강욱 앞에서 보이지 않았던 눈물이다.
Fade out.
씬54. 강욱과 율주의 일상/몽따쥬
-율주, 벽에 있는 샤갈 그림을 떼어내고 있다./낮
-강욱의 방, 강욱, 율주가 준 시계를 바라보고 있다. 시계를 책상 서랍
깊숙이 넣어둔다./낮
-강욱, 공사장에서 벽돌을 나르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낮
-율주, 거실에서 잔뜩 쌓인 빨래를 개고 있다./낮
-강욱, 집 마당에 우두커니 앉아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밤
-율주, 아파트 앞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서성이고 있다/.DIS/
아파트 앞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있다./밤
씬54-1. 사진관 앞/낮/62씬 이동.
씬10부의 사진관 앞. 강욱이 다가와서 선다.
율주와 강욱의 사진이 밖에 걸려있다
율주는 웃고 있고, 강욱의 눈은 붉어져 있다.
강욱 (사진을 바라보는데)
Fade Out.
씬54-2. 자경의 오피스텔/낮
강욱, 씽크대 앞에 서서 설거지를 하고 있다.
자경, 강욱의 뒤로 와서 스파링 하자는 듯이 툭툭 친다.
강욱 (보곤 무시하면)
자경, 계속 강욱에게 장난을 친다.
계속 상대 안하는 강욱, 자경, 계속 강욱을 툭툭 친다.
강욱, 갑자기 설거지물을 손가락에 묻혀 자경의 얼굴에 확 튕기고,
도망치는 자경.
강욱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설거지만을 하고 있고)
씬54-3. 율주의 집 앞 /낮
태현, 율주의 차를 세차해주고 있다.
율주 (옆에서 보고 있는)
태현, 거품을 내고, 옆의 호수를 가져다가 물을 뿌린다.
율주 (조금은 불편한) 그만 해..
태현 세차했으니까, 니 차 타고 가자.
율주 어디?
태현 레스토랑.
율주 (보면)
태현 아버지가 너 데리고 오라 그러셨어.
율주 (곤란한) 나 좀 그런데..
태현 가. 너한테 할 말 있으시대.
율주 (대답 않고)
태현 (몇 번 닦다가 다시 다짐하듯) 영 내키지 않으면 니가 직접 전화 드리고,
율주 ……
태현, 열심히 율주의 차를 닦아준다.
율주 (가만 보는)
씬55-뒤로
씬56. 공원/저녁
율주와 수봉이 걸어가고 있다.
수봉 이 시간에 이런 데를 걸어보는 것도 참 오랜만이구나.
율주 ……
수봉 율주야.. 태현이가 검사를 그만두고 유학 가겠다던데, 아니?
율주 (놀라는)
수봉 처음 듣는 얘긴가 보구나.
율주 네..
수봉 태현이가 왜 그러는지 혹시 아니?
율주 잘 모르겠습니다.
수봉 말릴 생각도 안했고?
율주 ……
수봉 하긴, 이유를 알아야 말리지..
율주 죄송합니다.
수봉 율주야.. 난 옛날부터 너랑 이렇게 산책하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니들 결혼해서 네 식구가 이렇게 산책을 하면 참 좋겠다, 그런 생각..
율주 (짠해지는)
수봉 난 니가 어서 빨리 내 며느리가 됐으면 싶다.
율주 (마음 무거운데)
수봉 혹시.. 지금 결혼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내 생각도 참고를 해줬으면
싶다.
율주 (본다.)
수봉 태현이 한테 들은 얘기는 아무것도 없다.. 내가 눈치가 좀 빠르지 않냐..
하하.. (율주에게 환하게 웃어주는)
율주 죄송합니다.
수봉 죄송할 게 뭐있어, 사람일이라는 게 다 돌아가기도 하고 그러는 거지..
(율주의 등을 툭 툭 쳐준다.)
율주 ……
씬56-1. 강욱의 집 마당/밤
강욱, 멀리 불빛들을 바라보며 앉아있다.
문득 자신의 운동화로 시선이 간다. 끈이 풀어져 있다.
잠시 바라보다가 스스로 끈을 묶는다.
씬56-2. 진찰실/낮(구 55씬)
율주, 의사와 상담하고 있다.
의사 이율주씨, 요즘 특별한 증세 없죠.
율주 특별한 것은 없는데요.. 아직도 계속 같은 꿈을 꿔요.
의사 지난 번에 말씀 하신 그 꿈이요?
율주 네..
<플래시 컷>-5년 전 사고 현장, 율주의 발차기에 맞고 떨어지는 경오.
율주 (의사를 보며) 선생님.. 제가 같은 꿈을 계속 꾼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 요?
의사 글쎄요.. 입출면시 나타났던 환각이 자꾸 꿈으로 나타날 수는 있죠..
율주 (끄덕이며) 그럼 제 꿈이 환각인가요?
의사 그런 것 같은데요? ..요즘 신경이 많이 예민해진 거 같네요.. 약 잊지 말고 복용하시고요..
율주 네.. 알겠습니다.
씬56-3. 병원 앞/낮
율주, 병원에서 나와 걸어간다. 전화가 온다.
율주 (받으며) 어 태현씨.. 지금? 병원이야, 약 타러 왔어.. 어딘데?
하는 순간, 태현의 차가 율주 앞에 선다.
율주 (당황한/어이없는 듯 웃고)
태현 어서 타.
율주 (태현의 차에 오르면)
태현 집으로 갔더니 너 벌써 갔다고 그러더라고, 같이 갈 데 있어.
율주 어디?
씬57-삭제.
씬58. 거리/아침
달리는 태현의 차.
태현 아 참.
태현, 손을 뒷좌석으로 가져가서 커피포트를 준다.
태현 커피.
율주 고마워.. (마시려는데)
태현 (강조) 아, 그거 내가 직접 탄 거야.
율주 태현씨가?
태현 (강조) 어, 내가 맛봤는데, 죽이더라.
율주 (미소)
씬59. 대학 캠퍼스/낮
태현의 차가 캠퍼스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일요일 오후, 한산하다.
율주 여긴 왜,
태현 내려봐.
율주 (보면)
태현 이율주가 보고 싶어서 그래.
율주 ?
태현, 내린다. 율주 따라 내린다.
씬60. 도서관 계단/낮
일요일 오후 도서관. 한산하다.
태현과 율주가 나란히 계단에 앉아있다.
태현 (주변을 둘러본다) 이율주가 어디 있나아~
율주 무슨 소리야?
태현 (지나가는 밝게 웃는 한 여대생 보며) 어, 저?네.
율주 (보면)
태현 맨날 웃고 다니던 이율주.
율주 .. (어이없는 듯 웃는)
태현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여대생보고) 저기도 있네. 독서광 이율주.
율주 (본다)
태현 (혼자 걸어가는 여학생을 보며) 저기도 있네, 화나서 혼자 뾰로통해서
가는 이율주. 단단히 삐쳤나 보네~
율주 (웃는)
태현 야, 여기 이율주 참 많다. 잘 웃고, 잘 울고, 잘 자던 이율주. 그치?
율주 (어렵게) 태현씨.. 우리 옛날에 어떻게 지냈는지.. 그런 얘기 하려는 거면,
태현 (O/L) 옛날 얘기 하려는 거 아냐.
율주 (보면)
태현 내가 보고 싶었어.. 옛날의 이율주를.. 잘 웃고 잘 떠들던 이율주를.
율주 (본다.)
태현 (미소)
씬61. 캠퍼스 일각/오후
태현과 율주가 나란히 서있다.
율주 태현씨.. 왜 검사 그만두려고 그래?
태현 (보는)
율주 응?
태현 너랑 결혼하려고,
율주 (본다.)
태현 ……
율주 나랑 결혼하는데, 왜 검사를 그만둬야 하는데,
태현 너랑 결혼하고 나서, 이 땅을 떠나야 하니까.
율주 (본다.)
태현 니 머릿속에서 옛날 일은 다 잊게 하려고.,
율주 태현씨, 나.. 태현씨랑 결혼 못해..
태현 왜.
율주 (대답 않고)
태현 (보면)
율주 옛날에는.. 그 마음 갖고 태현씨 한테 가려고 했었지만,
지금은 아냐.. 어떻게 그래..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태현씨.. (슬픈) 나.. 아직 다 못 있었어.
태현 잊긴 잊을 거니?
율주 노력하고 있어.
태현 그럼 됐어.
율주 (본다.)
태현 내 옆에서 잊어, 너 혼자 잊지 말고, 내 옆에서, 내가 도와줄게,
너 혼자서는 일년 이년, 그 보다도 더 걸릴 수도 있어. 내가 그거 반으로 줄여 줄게, 아니 반의 반, 어쩌면
그 보다 더 짧게.
율주 (보는)
태현 잊고 싶기는 한 거니?
율주 잊고 싶어. 나도, 생각하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잊고 싶어.
태현 그럼 됐어..
율주 태현씨..
태현 내가 괜찮다고, 내가.
율주 (보는)
태현 율주야.. 잘 들어.. 내가 너랑 결혼하겠다는 것은 너를 봐주거나,
내가 이해심이 많아서거나, 그런 거 아냐.
나 때문이야.. 내가 널 못 보내겠어서 그래..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말고, 그냥 와, 더 이상 아무 생각 말고
와.
율주 (가만 보는)
태현 율주야..
율주 (태현을 보는 눈이 그렁해진다.)
태현 조금씩 와.. 하루에 오쎈치 씩만.. 천천히 와.. 그럼 언젠가는 5쎈치가 10 쎈치가 되고,
그러다보면 바로 내 앞에 있겠지.
율주 (보기만)
태현 천천히 와.. 내 옆에서 천천히 잊어도 돼..
그렁해진 눈으로 태현을 바라보는 율주.
태현 (따뜻하게 본다.)
씬62-1/율주의 방/밤
율주, 침대 위에 우두커니 앉아서 생각에 빠져있다.
율주 (강욱을 회상한다.)
<플래시 컷>-강욱과 지내왔던 순간들이 지나간다.
-1부 처음 강욱을 만났던 순간.
-3부 운동장을 돈후 사랑을 확인 하던 순간.
-4부 교도소에서 떠나라고 하던 순간.
-6부 바닷가에서 에서 다시 사랑을 확인하던 순간.
-9부 춘천에서 키스하던 순간.
-11부에서 다시 떠나달라고 하던 순간.
-12부 윤중로에서 마지막으로 헤어지던 순간.
강욱E 우리 내년 에는 뭐하고 있을까요? 삼년 후에는요? 5년 후에는요?
율주 (슬픈)……
씬63. 자경의 오피스텔/오후
자경, 라면을 끓이고 있다.
밥을 기다리던 강욱의 시선에 자경의 디지털 카메라(제주도에서 찍었던)가
눈에 보인다.
강욱, 카메라를 돌려본다. 자경과 함께 찍었던 그림들이 지나고,
율주의 얼굴이 보인다.
강욱 !
자경 (라면 식탁에 옮기며) 와서 먹어!
강욱 (보고 있는)
자경 (다가와서) 얼른 와, 라면 불어.
강욱 어.
강욱, 카메라를 끈다.
두 사람 식탁 앞에 앉아서 라면을 먹는다.
자경 강욱아.. 나 너랑 옛날부터 같이 라면 먹고 싶었었다?
강욱 그랬어?
자경 응..
강욱 (라면 맛있게 먹는)
자경 강욱아.. 우리.. 같이 살자.
강욱 (보면)
자경 결혼 하자구..
강욱 (다시 라면 먹는데)
자경 싫어?
강욱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 않고)
전화가 온다. 강욱 보면, <울트라캡숑대빵>
강욱 (의외다./놀라는)
자경 누구야?
강욱 (망설이다가 받는다.) 네.
씬64. 야외일각/오후
11부에서 헤어졌던 장소.
율주가 서있다. 멀리 강욱이 다가온다.
거리를 두고 서서 서로 바라보는 두 사람.
두 사람, 누가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
율주 (바라보는)
강욱 (바라보는)
잠시 바라보던 두 사람, 똑같이 걸음을 뗀다.
서로 한걸음씩 걸음을 떼는.. 어느새 가까워진다.
율주 (웃으며 편안하게) 잘 있었어?
강욱 네.
율주 좋아 보인다.
강욱 선생님도요.
율주 (끄덕) 안 나온다고 그럴 줄 알았는데..
강욱 어쩐 일이세요.
율주 응.. 할 말이 있어서..
강욱 (보면)
율주 (잠시 보다가) 강욱아.. 나, 결혼해.
강욱 !
율주 너한테 직접 말하고 싶었어.
강욱 (보기만)
율주 결혼해 나..
율주를 바라보는 강욱의 표정, 순간 미세하게 떨린다.
그런 강욱을 바라보는 율주.
마주 보고 선 두 사람의 모습에서 엔딩.
씬65. 프롤로그
씬64의 마주 선 두 사람.
손가락에서 나온 빨간 실, 두 사람에게 서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