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전원주택 입지 선호도가 높은 지역은 용인이다. 쾌적한 주거 환경과 자연 경관을 갖춘 데다 중부, 영동, 경부고속도로와 신갈-안산 외곽순환도로 등 고속도로 진입이 쉬운 교통의 요충지로 우리나라에서 전원주택단지가 많은 지역이다.
그 가운데 요즘 관심이 쏠리는 곳이 영동고속도로 양지나들목을 이용해 서울과 용인, 수원으로 진출입이 용이한 양지면과 원삼면이다. 그 가운데 원삼면 사암리에 자리한 ‘레이크 힐’ 전원주택단지는 양지리조트를 배경으로 사암저수지를 바라보는 배산임수형으로 I.M.F.를 전후해서 지주地主가 직접 분양해 눈길을 끌었던 곳이다.
대부분의 단지가 그렇듯 이곳에도 경량 목조주택이 주류를 이루는데 이채롭게도 최근 황토집 한 채가 들어섰다. 외국어 전문 서적 총판인 ㈜리틀존을 운영하는 김연태(49세)·최은경(46세) 부부의 주택인데, 그렇다고 단지 내 주택들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공사인 ㈜행인흙건축에서 목구조 황토집의 순기능을 살리면서 단지 내 다른 주택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 시공했기 때문이다. 전통 목구조 황토집의 현대적 개량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 주택은 그 단면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사암리
·대지면적 : 620.4㎡
·건축면적 : 161.7㎡(1층 122.1㎡, 2층 39.6㎡)
·부속면적 : 다용도실·보일러실 약 10㎡, 주방 연결 내부 덱 약 19.8㎡,
외부 덱 약 13.2㎡
·건축구조 : 복층 경량 목구조 황토집
·지 붕 재 : 아스팔트 슁글
·외 장 재 : 치장벽돌
·내 장 재 : 황토 미장 위 한지 벽지
·바 닥 재 : 황토미장 위 한지 장판 마감, 거실은 온돌마루(정마루)
·창 호 재 : 시스템 창호
·식 수 : 단지 내 지하수
·난 방 : 기름보일러
도시든 농촌이든 단독주택에서 오랜 기간 생활한 사람들은 이내 아파트생활에 염증을 느끼곤 한다. 관리 면에서는 편리하지만 사방이 콱 막혀 답답한 데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지 않아 각박한 탓이다.
김연태·최은경 부부는 올해로 여든넷인 어머니를 모시고 수원 광교산자락의 단독주택에서 10년 넘게 생활했으나 고속도로가 나면서 집을 수용당해 용인시 수지의 한 아파트로 이주해야 했다.
그러나 노모뿐만 아니라 부부도 아파트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1년 반 만에 이곳 레이크 힐 전원주택단지로 이주한 것이다. 김연태 씨는 전원주택지를 찾을 때 쾌적한 전원주택단지만 고집했다고 한다.
“어머니가 낯선 곳에서 쉽게 적응하시도록 단독 택지가 아닌 어느 정도 집이 들어선 쾌적한 단지만 찾아다녔어요. 그렇게 찾은 이곳은 남향받이로 햇살이 잘 들이치고 뒤에는 양지리조트가 앞에는 저수지가 자리해 주거 환경이 썩 좋은 편이에요.
또한 우리 집은 단지 내에서 전면 좌측이라 조망이 좋고 바로 옆이 복숭아 과수원이라 한결 운치 있고 마을 2차선 진입로가 마당 옆에까지 들어오니 이만하면 완벽하지요. 무엇보다 어머니가 마을 주민과 잘 어울리시니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김 씨는 집터를 마련하기 전부터 여러 가지 건축 구조에 대해 살폈는데 황토집을 선택한 이유는 ‘집이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문제는 그동안 보아온 황토집들이 단지 내 서구식 경량 목조주택하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주택 설계와 시공은 현장에서 10분 거리인 양지나들목에 위치한 ㈜행인흙건축(대표 이동일)에 의뢰했는데, 그 문제를 해결해 낸 것이다.
짜임새 있는 공간 구성으로 편리함 강조
이동일 대표는 “이 주택은 경량 목구조(2″×8″)로 샛기둥 사이에 작은 황토벽돌(200×90×60㎝)을 쌓고 외벽에 치장벽돌을 쌓았다”면서 “그렇기에 경량 목구조지만 외부에서 보면 치장벽돌 조적조 주택이고, 내부에서 보면 황토벽돌에 황토 미장으로 마감한 황토집”이라고 한다.
또한 “지붕은 아스팔트 슁글을 얹은 모임지붕으로 피라미드 형태의 꼭지점이 1층과 2층에 중층적中層的으로 구성된 독특한 형태”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벽체와 지붕 구성으로 목구조 황토집이 서구식 목조주택과 조화를 이룬 것이다.
외부가 서구적 스타일에 가깝다면 거실 천장은 고풍스런 운치를 자아내는 한옥에 가깝다. 이 부분에 대해 이 대표는 “서구식 목조주택이 각재를 이용한 목재 경사 천장인 반면, 이 주택의 거실 천장은 경량 목구조 자재를 가공해 만든 대들보, 중보, 종도리, 사각 서까래로 구성된 오량 천장 형태”라고 한다.
㈜행인흙건축의 새로운 시도로, 한옥 목구조 오량 천장처럼 무겁지 않으면서 서구 목구조 경사 천장처럼 가볍지 않은 혼합 구조의 특색을 살린 것이다.
공간을 보면 1층은 김연태·최은경 부부가 노모를 모시면서 상시 거주하는 살림집으로, 2층은 외부 손님들이 자유롭게 머무르도록 구성했다. 1층은 노모방과 부부방, 거실과 주방, 공용 화장실로, 2층은 방과 화장실, 거실로 배치했다.
1층 거실 뒤편 주방은 뒤편으로 다용도실과 연결되고 측면으로는 새시와 폴리글래스 지붕으로 내부를 공간화한 덱을 증축해 야외 식당으로 구성했다. 이 내부 덱은 다시 야외 덱으로 연결돼 외부와의 동선을 일체화시킨 점이 특징이다.
정감을 느끼는 편안한 집
외부뿐만 아니라 집 안에서도 현대 감각이 묻어나는데 내벽은 황토 미장에 한지벽지로 마감해 황토집의 고유 기능을 놓치지 않았다.
이동일 대표는 “일반 한옥이나 황토집이 우드 새시와 세살 목창 형태의 이중창인 반면, 이 주택은 유럽식 시스템 창으로 기능과 전망을 강조해 보다 현대 주택의 느낌에 다가섰다”면서 “주방 가구(싱크대)와 전등 등도 현대적 느낌을 강조해 현대 주택의 기능성을 최대한 살려 현대 흙집으로 완성했다”고 설명한다.
눈에 띄는 점은 안방에 딸린 욕실로 드레스룸을 경유한 이 공간은 작은 방 하나 크기다. 이 대표는 “세면기와 양변기 사용 공간은 바닥 마감을 온돌마루로 하여 방과 같은 느낌의 쾌적함을 강조했고, 외부 채광을 고려한 욕조(월풀 기능)와 샤워 공간을 별도로 두어 기능을 분리했다”고 한다.
또한 1층 복도 공간을 활용해 벽체의 한 면을 책장으로 구성하고, 2층 거실의 가구를 지붕선 안에 한식 붙박이장 가구로 구성한 점 등 세심한 공간 배려가 돋보인다.
이 주택은 마당이 넓은 반면 텃밭은 과수원과 경계를 이루는 담 밑에 만든 두 평 남짓이 전부다.
[월간전원주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