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셋집을 찾는 세입자들 마음에는 이사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불안감이 더 크다. 치솟은 전셋값을 준비하느라 부담이 커진 데다 나중에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만만찮다. 기존 전세 계약을 연장하려는 세입자도 마찬가지다. 저금리가 계속되자 기존 전셋집을 새 계약에 맞춰 보증부월세로 바꾸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월세가 비싸냐 아니냐를 놓고 집주인과 갈등을 빚는 세입자도 적잖다. 전세 계약 탓에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보는 것을 예방하려면 계약할 때 꼼꼼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우선 2년 전 맺었던 전세계약을 연장하려는 세입자의 경우 가능한 한 '새 계약서'를 쓰지 말아야 한다.
다음달이면 전세계약이 끝나는 A씨의 사례를 보자. 전세계약 종료 한 달 전까지 주인이 나가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 A씨가 맺은 임대차계약은 자동으로 2년간 연장됐다. 하지만 최근 주인이 "아예 계약서를 새로 쓰자"고 나서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문제는 A씨가 내년 하반기에는 청약받은 새 아파트로 이사할 계획이라 전세 계약 중간에 집을 비워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A씨가 집주인 말대로 새 계약서를 쓴다면 내년 이사할 때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법무법인 자연수의 이현성 변호사는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에게는 임대계약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계약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세입자 사정으로 계약을 중간에 해지한다고 해도 집주인이 굳이 세입자 사정에 맞춰 계약 종료 전에 보증금을 내줄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현행 6%)과 월세·보증금 증가분이 기존의 5%를 넘지 못하도록 막는 '차임 등의 증감청구권'도 이렇게 새 계약서를 쓰는 경우에는 적용이 안 된다. 묵시적 계약갱신 때는 이런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만큼 집주인이 요구해도 아예 새로운 계약서를 쓰는 것은 피해야 한다.
불법 건축물을 전셋집으로 고르는 것도 금물이다.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보니 신고없이 지은 옥탑방이나 상가를 무단으로 주거용으로 개조한 주택 등 불법 건축물에 세를 사는 세입자가 늘고 있지만,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계약했다 나중에 불법 건축물임을 확인해도 지자체의 퇴거명령 같은 명확한 사유가 없으면 계약을 해지하기 힘들다.
일단 불법 건축물에 전세로 들어오면 계약이 끝날 때까지 건물이 언제 철거될지 모른다는 위험에 떨며 살아야 하고 계약이 끝나고 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거부할 경우에는 이를 제대로 받아내기도 어렵다.
이 밖에 전입신고 없이 오피스텔에 전세로 입주했다가 자칫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보증금을 한 푼도 건지기 어렵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