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가 제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첫째는 한글학회 김 종택 회장님을 만난 때문이고 둘째는 불교 TV에서 1년동안 매주 "송현시인의 행복발견"이란 주제로 특강을 하였기 때문입니다.(불교 TV에 가서 전체를 모두 다시 보기로 다 꽁짜로 볼 수 있음)
김 종택 회장님은 저를 다이아몬드라고 인정을 해주셨고, 불교 텔리비젼은 저에게 좋은 무대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동안 누구에에도 다이아몬드라는 인정을 받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언젠가 공병우 박사는 저를 "송현 선생은 백만대군"이라고 당신의 자서전에서 칭찬해주셨고, 장기려 박사는 저를 "부산 모임의 첫 열매"라고 당신 자서전에서 칭찬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저와 차 한 잔도 마신 적 없는 한글학회 김 종택 회장님(74세)은 제가 쓴 책 "당신에게 남은 찬스가 많지 않다"라는 책 한권을 다 읽고 다음 날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고별강연시간에 "내가 본 최고의 문학적 천재"라고 20분간이나 칭찬해 주셨습니다. 저는 김 종택 회장님을 제 주군(싸부)으로 모시기로 적정을 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저는 앞으로 회장님께 방해만 되지 않으면 매일 한글학회에 와서 회장님 구두를 닦아 드리겠습니다!
그 뒤로 한글학회에 자주 나가서 회장님께서 추진하는 일들에 동참하고 돕기도 하였습니다. 광화문 한자 현판을 떼어내고, 한글로 다는 일, 광화문에 한글 마루지를 올바로 만드는 일, 한글학회 순국 선열 추모탑을 세우는 일, 초등학교 한자 교육을 반대하는 일 등 많은 일들에 동참하였습니다. 거기다가 김 종택 회장님의 추천으로 세종시 지명제정자문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아서 수없이 세종시를 들락거리면서 세종시의 학교, 공원, 거리, 길, 공공건물 이름을 순 우리말로 만들기를 마쳤습니다. 내년에 해야 할 들이 많습니다.
불교 텔리비젼에 "어머니 나의 어머니"란 프로에 제가 가서 녹화를 하던 중에 우리 어머니 치매 이야기를 하다가 그만 녹화장이 눈물바다가 되고 말았습니다.(불교 티브이 어머니 나의 어머니란 프로를 다시 볼 수 있음) 그 것이 인연이 되어 "송현 시인의 행복 발견" 특강을 6개월간 하기로 하였습니다. 제게는 참으로 좋은 기회였고 행운이었습니다.
매주 제 딴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최선을 다해서 특강을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예상밖으로 반응이 너무 뜨거워서 "송현시인의 행복발견" 특강을 6개월 연장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불교계에서는 저를 알아보는 사람들 참 많아졌습니다. 길거리에서나 지하철 안에서도 저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바람에 여러 사찰을 비롯한 여러 공공 기관 등에서 저를 특강 강사로 초대하는 곳이 늘어나서 지난 한 해는 여러 곳에 불려 다녔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소중한 많은 인연들이 새로 생겼습니다.
새로 생긴 많은 인연 중에서 제가 매일 마음 아파하는 소중한 인연 두 개를 소개합니다. 그 하나는 조계사의 비둘기 한 마리입니다. 왼쪽 다리가 성치 못하여 제가 이름을 "왼다비"라고 지어주었습니다. 제가 활동하는 무대가 광화문과 인사동 근처이라 짬이 나면 조계사에 가서 왼다비를 보러 갑니다. 걔를 만나는 날이면 준비해간 모이를 주고 돌아옵니다. 그러기를 일년을 넘게 하다보니 왼다비가 저를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조계사 경내에 가서 우두커니 서서 왼다비를 기다리면 어는 샌가 왼다비가 나를 보고 내 앞에 날아와 앉습니다. 이런 광경을 본 불자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신기하다고 사진기로 그 장면을 찍은 분들이 여럿입니다. 누군가가 물었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모이를 주는 게 아닙니다. 저는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
--저는 비둘기에게 제 마음을 줍니다. 제가 사랑하는 마음을 줍니다. 저 비둘기가 저를 모이를 주는 사람으로 알지 않고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알지 싶습니다.
--아아! 선생님 정말 멋집니다.
또 하나의 인연은 고양이입니다. 조계사에 가서 왼다비를 못 만나고 헛걸음을 하고 돌아오는 수가 더 많습니다. 그럴 때는 마음이 좀 허전하여 경내를 한 바퀴 돌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웅전 뒤 사리탑 근처에 공터에 고양이들이 여러 마리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열 대여섯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불쌍한 고양이들을 돌보는 아름다운 손길이 있었습니다. 어떤 아주머니께서 9년째 걔들을 거두어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고보살님)가 주위 식당에 가서 고양이에게 줄려고 음식 찌꺼기 등을 얻어와서 뼈를 발려서 고양이들에게 주고 물을 떠 주고 다친 놈에게는 약을 발라주는 모습을 보고 참으로 큰 감동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중에 왼쪽 눈이 멀었고, 꼬리가 잘린(?) 노란 고양이 한마리를 발견하였습니다. 그 순간 저는 그 고양이에 더 깊은 연민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고보살께서 걔들을 잘 보살피니 저까지 나서서 설레발이를 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엔가는 인사동에 들러서 예쁜 목도리를 하나 사서 선물했습니다. 그러자 고보살이 어색해하면서 사양했습니다.
--선생님, 제가 이런 귀한 선물을 받을 자격이 없는데요?
--아닙니다. 보살님! 제가 보기에는 부처님께서도 보살님을 가장 사랑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아주머니들은 대부분 자기 아들 수능 점수 올려달라 혹은 서방님 사업 잘되게 해달라, 누구 건강하게 해달라 등의 구걸 기도를 하고 있는데 보살님께서는 불쌍한 고양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보살님께서 하시는 일이야 말로 부처님께서 가장 기뻐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왼다비를 보러가면 반드시 고양이들을 보러 가서 걔들이 잘 있는지 걔들이 건강한지 눈으로 확인하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옵니다. 왼쪽 꼬랑지가 잘린 나비란 의미로 왼꼬비라고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이름은 제 혼자만 아는 이름입니다. 저는 누가 돌을 던져서 왼꼬비 눈을 멀게 하였고, 누가 돌을 던져서 왼꼬비 꼬리를 잘랐는지 압니다. 저만 아는 것이 아니라 고 보살님도 알고 부처님도 압니다. 그리고 왼꼬비도 압니다.
회원여러분!
오막살이에 살기 때문에 내가 가난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오막살이를 부잣집과 비교하는 순간 가난해지는 것입니다. 오막살이에 살면서 부자집과 비교하지만 않으면 나는 결코 가난하지 않습니다.
밝아 오는 새해에는 어떤 것도 비교하지 말기 바랍니다. 장미꽃은 장미꽃대로 아름답고 국화는 국화 꽃 대로 아름답습니다. 국화가 아니라 패랭이 꽃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그 동안 공부를 하고 치열하게 살아오면서 알게 된 소중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입니다.
저는 이 아름다운 지상에 태어난 것이 행복합니다. 그리고 제 사지가 멀쩡한 것이 행복합니다. 그리고 건강한 것이 행복합니다. 저의 부모님은 제 마음 속에 살아 계시고, 제 자식들도 이웃에서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이 행복합니다. 그리고 이날까지 살아오면서 제 가슴을 설레이게 하고 제 심장을 맺게 할 정도로 사랑했던 여인을 만나서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눈 떠 있는 동안은 스승의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공부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저는 이 지상을 떠나기 절에 해야 할 일들이 여러가지 있습니다. 그 런 목표와 희망이 있어 행복합니다. 그리고 저의 이런 이야기를 귀 담아 들어줄 여러분이 있어서 또한 행복합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이 시간 이후에 제게 떨어지는 모든 꽃가루는 덤이고 보너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지상을 하직할 때 누구도 원망하지 않을 것이며 누구도 저주하지 않을 것이며 누구도 미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마음의 빚도 다 갚고 죽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다리 다친 비둘기를 사랑하고 눈먼 고양이를 사랑하는 것도 제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한 작은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글을 여러분에게 보내고 조계사로 가서 왼다비와 왼꼬비를 보고 올 참입니다. 걔들이 이 엄동설한에 얼어죽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제 기도의 한 부분입니다. 부디 이 추운 겨울에 살아남아서 내년 봄날에 건강하게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여러분이 아다시피 SS카페는 김 영오 회장님이 떠난 뒤에 거의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누군가가 운영자로 일을 해줄 분만 있으면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중에서 누구라도 운영자로 일해주실 분이 있으면 저에게 전화나 메일로 연락을 주셔요.
참고로 불교 발송 때문에 알게 된 새로운 인연들이 모이는 "송현 시인의 행복발견" 카페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