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부새마을금고 산악회 송년 트레킹 변산 적벽강 노을길
2025년 12월 4일(목) 맑음
원성연 박기석 박경원 임재호 홍석규 이진영 성주억 이종승 정윤석 박순옥 김귀자 윤미라 외 160명 참가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지난 세월을 성찰한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곳,
채석강은 그대로 솟아 있었네.
햇빛, 별빛, 달빛, 다 받아먹고,
눈, 비, 구름, 파도 벗 삼아,
그대로 그 자리 솟아 있었네.
야속한 세월에 흘러가는 인생
뒤돌아 회고하니 죄인처럼 살아온 나날
채석강은 그대로 말없이 솟아,
슬픈 파도 소리만 수없이 들려주네.
1975년 3월부터 1978년 1월까지 34개월의 군 생활은 화려했다. 행정병이었지만 태권도 사범에다 군 16개 기본 과목 최상위권 병사라 상관과 선후배 동료 전우로부터 큰 신뢰를 받았다. 1976년엔 한 해를 빛낸 강원도 영월군 최고의 군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군복무를 6개월만 더 연장하라는 부대장의 청을 거절하고 전역 즉시 1978년 1월부터 사회교육을 시작한다.
수성당 유채밭
군에서 배웠던 하면 된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열과 성을 다해 힘쓴 결과 1984년 10월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지금까지 외길로 사회교육을 하고 있다. 한데 인생을 낭비하고 경제관리를 하지 못한 어리석은 큰 죄를 저지르고 만다. 하지만 나에게는 사랑하는 가족과 산이라는 친구가 있어 큰 힘이 된다. 모든 것이 자업자득(自業自得)이므로 내 탓이라고 자위하며 날마다 아름답게 살고, 보람 있게 살고, 정직하게 살도록 힘쓰고 있다.
대전서부새마을금고 산악회 전신인 MG 갑천 산악회서 2018년부터 산 대장으로 2022년까지 일했고 2023년 갑천 산악회가 대전서부새마을금고 산악회로 확대 개편하여 다시 산 대장을 맡아 올해 12월까지 3년간 총 8년의 세월을 산 대장으로 새마을금고와 함께했다. 지금은 왼 무릎이 좋지 않아 임무 수행을 할 수 없어 부득이 사임한다. 오호통재라! 이제 몸과 마음이 병들어가고 있어 서글프기만 하구나.
하섬 전망대서 기념 촬영을 하고 트레킹이 시작된다(10:15). 한 송이 연꽃처럼 바다에 떠 있다고 하여 연꽃 하(荷)자를 써 하섬이라 불린다. 전망대서 하섬을 조망한 다음 차도 옆 데크 길로 50m쯤 나아간 곳에서 해안으로 내려간다.
길은 아주 완만한 오르내림으로 서해바다와 벗 삼아 나란히 나아간다. 어제저녁 첫눈이 와 살짝 내린 눈이 쌓인 곳이 많다. 5분쯤 진행하니 고사포해수욕장과 격포항이 쓰인 마실길 3코스 푯말이 서 있다(10:20). 이어서 눈 덮인 구름다리 계단 길을 거침없이 질주한다(10:25).
다음은 대나무숲 터널이 나타난다(10:32). 조금 더 진행하자 애매한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어 해안 쪽 오르막길로 나아가기에 십상인데 차도와 나란히 직진해야 한다.
바로 바다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전망대에 이른다(10:45). 이곳은 선유도를 비롯한 고군산군도 전망이 일품인데 지금은 흐린 날씨라 조망되지 않는다. 또 밀물이라 잿빛 바닷물이 밀려오고 있다. 이어 차도를 따라 진행한다. 변산마실길은 해안으로 내려가는 곳도 나타나지만, 눈길이고 흐린 날씨를 보여 도로 옆 인도로 진행한다.
얼마 후 날씨가 좋아지고 백사장이 좋은 해변이 내려다보인다. 적벽강이 보이고 멀리 고군산군도의 선유도 바위 봉우리가 뚜렷하게 조망되어 카메라에 담아본다(11:07). 고운 백사장과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의 아름다운 풍광에 환희심이 일어난다.
이어서 12분쯤 진행해 화산활동으로 이루어진 적벽강에 이른다(11:19). 중국 송나라 때 시인 소동파가 즐겨 찾던 적벽강과 경관이 비슷하다 하여 적벽강이란 이름이 붙었다.
적벽강은 기암괴석과 암반으로 이루어진 2km의 해변을 말한다. 해변으로 내려가 적벽강의 경관을 즐긴다. 붉은 바위 절벽과 암반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영락없는 한 폭 산수화다. 물이 많이 들어와 적벽강까지 접근은 못 했지만 맑은 날로 바뀌면서 빼어난 경관에 푹 빠져본다.
마실길로 돌아와 적벽강 노을길 안내판을 지나(11:22)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진행한다. 봄이면 유채꽃이 일품인 수성당 삼거리에서도 마실길은 왼쪽으로 진행해야 올바르게 갈 수 있다. 적벽강 노을길은 차도 옆으로 진행하는 곳이 많아 군데군데 여러 길이 있어 산길보다 찾아가기 어렵다.
풍랑을 다스린다는 바다의 신 개양할머니를 기리는 제당 수성당에 올라가 잠시 둘러보고 삼거리로 되내려와 진행한다. 또다시 나타난 삼거리에서도 오른쪽 길로 진행하여 좁은 길로 내려선 다음 조금 진행한 차도 삼거리서 오른쪽 길로 내려가 해넘이 채화대에 이른다(11:42).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해 일몰은 일품이다. 역사학자이며 시인이신 육당 최남선 선생님은 변산 낙조를 조선 10경의 하나로 꼽았다. 곧이어 오늘의 종착지 격포해수욕장에 이른다(11:45). 해수욕장 풍경을 본 다음 차도로 올라가서 차도를 따라 조금 더 진행하다가 채석강 안내판이 가리키는 오른쪽으로 진행해 해변으로 내려가 채석강에 닿는다(11:50).
채석강은 기암괴석들과 수천수만 권의 책을 차곡차곡 포개 놓은 듯한 퇴적암층 단애로, 중국의 채석강과 그 모습이 흡사해서 채석강이라 부르게 되었다. 억겁의 세월을 파도에 씻겨 온 바위는 깎이고 씻겨 해안침식 단애의 아름다운 절벽을 만들었고 절벽은 다시 씻겨 동굴을 이룬다.
대자연의 신비와 비밀을 간직한 채석강은 외변산 제일의 경관이다. 한데 썰물일 때 채석강의 참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썰물일 때는 해변의 암반을 따라 격포항에 갈 수 있다.
적벽강 바다
오늘은 한창 밀물 중이라 거친 파도가 세차게 밀려오고 있었다. 채석강과 벗 삼아 거세게 밀려오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만경창파(萬頃蒼波)를 바라본다. 참으로 평온하고 꿈결처럼 평화로운 풍경이라 군자의 마음이 생긴다. 대자연에 비하면 사람은 한 줌의 모래알 같은 존재다. 100년의 세월도 살지 못하면서 무엇 때문에 싸우고 미워하며 소인처럼 어리석게 살고 있단 말인가?
수려한 경관에 평안해지며 지난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쉬움이 참 많은 지난 날이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이제 과거를 거울삼아 바다 같은 삶을 살고 싶다. 오직 중요한 것은 미래보다도 현재일 뿐이다.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꾸준히 지속적으로 시행한다면 군자(君子)의 길에 가까운 사람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