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람사르(국제습지보호협약) 총회에서도 깊은 관심을 나타낸 곳, 순천만. 썰물 때면 광활한 갯벌이 펼쳐지는 순천만은 보기에도 아름답지만,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갯벌의 생태계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바로 이곳에 청정한 갯벌을 상징하는 짱뚱어가 살고 있다. 예전에 순천지방에서는 ‘돼지 먹이로 줘도 주둥이로 밀어내버린다’고 할 만큼 흔했으나,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져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간척사업 등을 빌미로 갯벌에서 짱뚱어를 내몰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순천만에서는 아직까지도 갯벌 바닥에 도마뱀처럼 잽싸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짱뚱어를 볼 수 있다. 색깔도 거무튀튀한 것이 꼭 날개처럼 생긴 등지느러미가 달린 메기를 닮았는데, 생긴 것과는 달리 무척 영리해서 그물을 쏙쏙 피해 다닌다. 솜씨 좋은 낚시꾼들이 홀치기 낚시로 한 마리씩 잡을 뿐이고, 양식도 어려워서 그 수가 많지는 않다.
짱뚱어는 봄부터 가을까지 잡히지만, 겨울잠을 자기 전에 영양분을 비축하기 때문에 가을에 가장 맛이 좋다. 짱뚱어를 100마리 먹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일찍부터 순천, 영암, 보성 등에서는 보양음식으로 유명했다. 그러다 1980년대에 한 방송국에서 순천의 별미로 짱뚱어탕을 소개한 뒤부터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아무 것도 먹지 않고 한 달을 사는 짱뚱어가 스테미너 음식으로 알려졌던 것. 게다가 청정한 갯벌이 자꾸만 줄어들면서 짱뚱어 보기가 더 힘들어진 요즘에는 순천만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짱뚱어탕을 꼽게 되었다.
짱뚱어는 전골로 끓이거나 그냥 구워 먹어도 맛있는데, 추어탕 솜씨가 유명했던 순천에서는 탕으로 즐겨 먹었다. 추어탕과 마찬가지로 짱뚱어를 삶아 체에 곱게 거른 후 육수에 된장을 풀어내 시래기, 우거지, 무 등과 함께 걸쭉하게 끓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