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의 일입니다.
선생님께서 아빠 자랑을 각자 돌아가며 해보라 하신 모양입니다.
어느날 유치원에 갔더니 선생님들이 저를 보고
"행복하시겠다...좋으시겠다..."아주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사연인즉 아들 녀석이 지 아빠 자랑을 뭐라고 했냐니까
"우리 아빠는 바느질을 잘하십니다.우리집 쇼파가 찢어진 것도 다 꿰매시고 ..."]
켁!녀석이 그런 걸 자랑거리로 생각할 줄 미처 몰랐지요.ㅋ
근데 실은 우리 남편이 바느질을 좀 잘합니다.
신혼 때 산 레자쇼파가 낡아서 찢어진 데가 많았는데요
어느날 밤에 거실에 나와보니 혼자서 꼼꼼하게 바느질로 한 땀 한 땀
이태리 장인처럼 정성껏 기우고 있는 겁니다.
뭐하냐 했더니
괜히 불쌍한 표정으로
"돈없어서 새 걸로 사주지 못하는 놈이 이거라도 해야지..."
이렇게 너스레를 ....ㅋ
웬만한 수선은 혼자서도 아주 잘합니다.
바짓단을 줄이는 것은 기본이고 어떨 때는 청바지의 허리도 줄이는
고난이 기술도 발휘합니다.
어설픈 수선집 아줌마보다 훨씬 나은 솜씨인데요
저는 그럴 때마다 아무 말안하고 숨습니다.
바느질 하면 제가 또 일가견(?)이 있거든요.ㅠ
여고시절 가사시간마다 선생님이 제 바느질 감을 보시면 하시는 말씀
"얘 ,얘! 죄 뜯어라... 뜯어서 다시 해와!"
했던 아픈 추억이 떠올라서지요.
몇 년전 일입니다.
제가 외출하려고 신발을 신어보니 발등에 살이 쪘는지
신발의 보석으로 된 발등끈이 조여서 발이 아팠습니다.
그다지 참을성이 없는 저는
그냥 확 그 끈을 끊어버리려 가위를 찾았지요.
근데 남편은 기다려 보라데요...자기가 끈을 늘려서 다시 바느질 해주겠다고...
반신반의하고 기다리니
정말로 깜쪽같이 고쳐주고 신어 보랍니다.
고맙기도 하면서 웃기기도 하고....
(인증샷/시엄니 보시면 뒷목잡고 쓰러질 사진입니다)

언젠가는 제 동생이 이런 말도 했지요.
형부가 성형외과 의사 되었으면 참 야무지게 잘했을 거 같다고요.
그랬다가 다시 급 수정했습니다.
안하길 잘했다고...(울 남편이 무척 친절하지 않은 사람이거든요)
수술이야 이쁘고 튼실하게 잘하겠지만
성형하러 온 손님에게 아주 불친절한 말투로
"그냥 생긴대로 살아요...한두군데 고쳐서 될 일도 아니고..."
이러기 십상이라네요.ㅋㅋ
하여간 여자들보다 꼼꼼한 남자들 때문에
입지가 흔들리는 건 사실입니다.
아들 녀석도 지 아빠를 닮아
술상과 다과상 차리기의 달인입니다.
지 고모들이 절대로 할머니 앞에서는 하지 말라고 할 정도입니다.
아들과 손자의 이런 모습 울시모님이 보시면
통탄할 거라면서...ㅎ
근데 앞으로는
이렇게 살림잘하는 남자들이 대세가 되겠지요.
그럼 역으로 돈 잘 벌어오는 여자들이 대세가 될 건데
큰일이네요.^^
첫댓글 이 글 남편이 보기 전에 내리거나 얼릉 아래로 넘어가야 합니다. ㅋㅋ
오드리님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봐요...^^
은근 부럽네요
맞아요. 나라 구하신듯 ^^*
이냥반들이 진짜...ㅋㅋㅋ 매사 저렇게 꼼꼼하다 생각해보셈...
헉..아무리 바느질을 잘하셔도 구두끈까지는..대단합니다. 구두끈 바느질 하려면, 그만한 바늘도 있어얄텐데..장비는 모두 구비하고 계시나봐요..ㅎㅎ
솜씨가 보통이 아니신 듯 합니다!!!
ㅋㅋ
성형외과의 상상하다가 혼자 키득했네요 ㅋ
기냥 생긴데로 사세요 ㅋ
와우.. 대단하시네요.. ^^
울 남편보여줬다간 이런 카페 들어오지 말라고 할듯.. ㅎㅎ
아하하하...약간 우리 남편님과 비슷하세요. 저희도 시모님 경북출신이라 남편이 바늘 잡지도 못하는줄 아시는데 사실은 우리집 바느질은 남편전담... ㅋ 전 바느질 이런거 넘 귀찮아하고 잘못하고 남편은 아들냄 어디가서 단정하지않은거 싫으니 아들 교복단추부터 그외 잡다한건 다 해줘요. 오드리님 글에 은근슬쩍 울 신랑자랑? 후다닥.
멋지세요..두분 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