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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데산의 원래 이름은 바다에 뜬 달이 보인다고 해서 해월봉(海月峰)이었다.
또 바다와 달을 연음화(連音化)해 부르다 보니 '바달기' '바들기' 나중엔 '바데'라는 말로 굳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하옥리 해월마을을 '바들기'라고도 부른다.
또한 고지도에는 바데산이 '소지산(所之山)'이나 '소의산(所矣山)으로 표기돼 있다고 하지만 퍼뜩 그 연관성이 와닿지 않는다.
바데산의 다른 루트를 살피다 바데산 북릉으로 시선을 돌렸다.
네이버나 카카오 맵에는 옥산리를 감싸 안고있는 바데산의 북사면에 실핏줄처럼 등로가 그어져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예전 옥산리 주민들의 생존의 길이었을 바데산 북릉을 옥산1리를 기점으로 삼아 오르기로 했다.
옥산리(玉山里)는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하옥(下玉)의 옥(玉)자와 상마산(上馬山)의 산(山)자를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옥산1리는 16세기 중엽(명종)에 엄씨(嚴氏)라는 분이 마을을 개척하였고, 그 뒤 인동장씨(仁同張氏)가 들어왔다고 한다.
마을 입구 충효각(忠孝閣)엔 이를 뒷받침하듯 ‘인동장씨4세충효각’이란 비석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옥계계곡(玉溪溪谷)은 팔각산과 동대산 바데산의 기암절벽이 이루어낸 수려한 계곡이다.
기암괴석 산굽이를 돌아 오십천(五十川)으로 흘러드는 크고작은 골짜기가 모여 큰 물길을 이루었고, 옥같이 맑고 투명하여 옥계(玉溪)라고 이름지어졌다.
날머리에 있는 침수정(枕漱亭 경북 문화재)은 '흐르는 물을 베개 삼고 돌로 양치질을 한다'는 뜻의 '침류수석(枕流漱石)'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광해군 때 선비 손성을(孫星乙 1724년~1796년)이 너럭바위에 정자를 짓고, '산수주인(山水主人)'이란 각자를 새기면서 옥계계곡의 주인임을 자처했다.
바데산은 내연지맥(內延枝脈)의 한 봉우리다.
낙동정맥이 포항지역으로 들어서며 성법령 부근에서 가지를 쳐, 마복산(괘령산)~매봉~향로봉~내연산~동대산~바데산~삿갓봉을 잇는 산줄기가
영덕 오십천(강구항)에서 끝을 맺는 도상거리 42.8km의 산줄기를 내연지맥이라 부른다.
- 지난 산행기 -
◇ 바데산~동대산 ☞ http://blog.daum.net/bok-hyun/312
◇ 마실골~동대산~경방골 ☞ http://blog.daum.net/bok-hyun/553
<클릭하면 원본크기>
<클릭하면 원본크기> 자세한 등로가 나있는 산길샘(네이버 지도).
9km가 채 되지 않는 길을 바데산 직전 가시넝쿨(약 7~80m)지대에서 20여분을 넘게 고전하였고, 옥계에선 20여분 알탕으로 세속의 허물을 벗어 던졌다.
고도표
동해를 끼고 북진하던 버스는 영덕군 강구면에서 좌측 914번 지방도로로 90도 꺾어 들어와 옥산1리에 버스를 멈췄다.
옥산리는 1리, 2리, 3리로 나뉘어져 있다.
길가에 쉬고 계시는 할머니들께 바데산 가는 길이 어떠냐고 넌지시 물어 보았더니, "아이구, 말도 마소. 길 없어요. 혼자 가면 큰일 나요." 한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오늘은 혼산이다. 화살표 방향 마을길로 들어선다.
산자락으로 붙는 마을길 들판 한복판에 비각이 있어...
가까이 다가 가 보았더니 충효각(忠孝閣)이다.
비각안엔 '인동장씨4세충효각'이란 비석이 세워져 있고, 뒷면엔 빽빽히 글자가 새겨져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가 없다.
자료을 뒤적이며 검색을 해보았으나 어디에도 시원한 답이 없다. 다만 오래전 인동장씨가 이 마을에 들어와 세거했다는 것뿐.
마을 중앙에 옥산구세군교회 십자가가 보인다.
<나중에 알았지만 교회 우측 골목으로 100여m 들어가서 좌측 작은 골짜기로 길을 찾았으면 더 수월했겠다.>
옥산1리 경로당을 지나고...
교회 앞을 지나...
포장로가 우로 크게 꺾여...
민가에 막혀 있었지만...
민가 우측으로 난 농로를 따르자...
과수원이 나온다. 좌측 계곡 건너 능선으로 등로가 그어져 있었지만 접근이 쉽지 않아...
바로 붙을려고 하였지만 웃자란 잡목으로 접근 불가.
어쩔 수 없이 우측으로 돌며 길을 찾았더니 제법 반듯한 산길을 만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옥산구세군교회 우측 골목으로 100여m 들어와 좌측 작은 골로 길을 찾았으면 이 길과 쉽게 만났을 것.
이제부터 길은 바데산 8부 능선까진 그런대로 괜찮은 편.
능선에 합류하기전...
패랭이와 괭이밥(?)에 눈맞춤한다. 조금 여유가 생겼다는 반증.
그리고 능선에 합류하여...
무덤을 지나면...
식생은 바뀌어서...
소나무 군락지. 군데군데 멧돼지들이 할퀴고 간 흔적으로 못자리판이 되어있다.
요즘이 멧돼지들의 육아기간으로 상당히 조심을 해야한다.
7~8m 앞에서 갑자기 꿀꿀하는 괴음이 들려 놀라 쳐다 보았더니 나보다 더 놀란 멧돼지 에미였다.
그 옆으로 대여섯 마리의 새끼들이 놀란 나머지 웩웩거리며 우왕좌왕하더니 나무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나에게 씩씩거리며 다가온다.
내 1m 옆으로 내달리는 멧돼지 가족들.
이름표를 달고 있는 묘지는...
울진 임씨 할머니.
잇단 무덤을 지나자 안테나가 있는 봉우리.
다시 잇단 무덤을 지나자 우측 나무사이로 바데산의 정수리가 고개를 내민다.
아무렇게나 자란 소나무 사이를 요리조리 비집고 부엉이 방귀에 눈길.
바위 위에 올랐더니...
홀연히 시야가 열린다.
바라보니 지맥인 듯.
진행방향 우측으로 눈에 익은 산세는 팔각산. 그 뒤로 낙동정맥과 주왕산의 모습이 힘차다.
당겨본 팔각산과 낙동정맥.
멀리 주왕산 가마봉인 듯한 장쾌한 하늘금이 구름에 덮혔고, 가까이 팔각산의 날머리로 이용되는 산성골이 깊숙하다.
산성골 우측으로 솟은 능선의 첫째봉은 464.4m, 두번째가 삼각점봉인 △479.8m, 세번째가 453.9m. 그 우측으로 약 350m로 고도를 낮추었다가 솟은
봉우리가 빨간 역삼각형(▽)으로 표시된 덕갈산(德葛山 △445.8m)이다.
덕갈산 뒤 일이령(日伊嶺 해발 약 310m) 넘어 바구미산((392.3)과 시루봉(△393.4m)이 보이지만 덕갈산과 연계하기에는 좀 거시기하겠다.
이렇게 세세히 알고 있는 건 다음 팔각산 때 땜빵으로 가기 위하여 공부를 좀 했기 때문.
더 우측 내가 걸어온 능선 뒤로 화림지맥인가?.
더 우측 하늘과 맞닿은 산맥들.
동해로 방향을 잡은 내연지맥과 화림지맥.
다소 된비알을 올랐더니 작은 돌무더기가 있는 499.4m봉. 노란 리본에 높이를 적어 걸었다.
그리고 나아갈 바데산의 꼭대기.
499.4m봉에선 고도를 낮추었다가 오름짓을 해야만 한다.
바데산 오름짓을 하면서 돌아본 499.4m봉. 상당히 뾰족해 보인다.
마지막 바데산 오르막 전망좋은 곳에서 점심보따리를 풀었다. 시원한 냉탁에다 돈까스버거.
꿀맛이다.
식후경이니 그제사 다시 바데산이 쳐다 보인다.
신비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바데산. 이때만 해도 바데산 9부 능선의 마의 가시넝쿨에 악전고투할 줄 모르고 있다.
팔각산을 조망하고...
또 당겨도 보며 산중유희를 즐기다...
다시 바위전망대에 오른다.
바위에는 부처손이 원시의 몸짓으로 자라고 있고...
훤히 트인 조망을 선사하고 있다. 뒷쪽 백그라운드는 주왕산쪽 낙동정맥.
가까이 팔각산과 잘록한 신성골, 더 우측으로 무명봉들을 건너뛴 뒤 덕갈산 그리고 바구미산과 끄트머리 시루봉까지.
계속해서 덕갈산(1)과 시루봉(2) 우측으로 아까부터 보아온 산들은 화림산과 국사봉(△516.4)의 화림지맥인 듯하고, 뒤로 헌걸찬 하늘금을 긋는 산맥은
십중팔구 낙동정맥이다.
솔방울.
아직까지 마의 가시넝쿨 맛을 보지 않아 주위 조망 즐기기에 열중하고 있지만 몇 분 뒤엔 고난의 행군이 시작될 것이다.
접영에다 장애물 넘기는 기본이고, 위로 통과, 밑으로 통과 등 온갖 고난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에쿠~ 자빠지니 산딸기가 얼굴에 와 닿는다. 깊은 산속 아무도 찾지 않는 산딸기를 왜 온몸으로 운다고 했을까?
그런 와중에도 한 알 따서 입에 넣었다. 입 전체에 침이 고인다.
정상이 코앞이지만 십 리 만큼 멀어 보이는 넝쿨지대를 쉽게 벗어나는 방법은 없다. 그저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뿐.
그렇게 능선에 올라서서 돌아보는 넝쿨지대.
우선 등짐부터 벗고 물부터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곤 힘들게 올라 왔으니 기념사진. 땅바닥에 카메라를 놓고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여 셀프를 작동하였다.
이정표. 예전에 바데산과 동대산을 이어탄 적이 있었다. 그런데 동대산 입구가 5시간이니 어디를 말하는지?
돌무더기들이 널버러진 공터에 무덤 한 기. 돌무덤이니 멧돼지들이 어쩌지 못할 것. 이어 너덜이 등로를 메우고 있더니 고도가 낮아진다.
확인하진 않았으나 이쯤에서 내연지맥은 매티재로 길을 달리할 것.
등로에서 바로 만나는 전망바위다. 그새 뿌연 운무는 시야를 흐리게 하여...
내려갈 경방골의 하늘을 덮고 있다.
전망바위를 벗어나 조금 내려오자 비룡폭포 갈림길. 이정목 뒤로 눈길을 주자 마치 콘크리트를 믹스한 듯한 바위가 올려다 보인다.
미련한 곰이 먹이를 실컷 먹고는 바위에서 떨어져 아프면 아직 덜 먹었다 하고, 안아파야만 이제 많이 먹었구나 한다는 바위가 곰바위다.
이정목 뒤로 올라 보았다. 부처손과 돌이끼가 덕지덕지 붙은 바위를 올라서니...
Wow~~ 사방이 뚫렸다. 방금 내려온 바데산이 우뚝하다.
그 우측 동해 방향으로 선명한 마루금이 펼쳐지고...
남쪽으로 동대산이 구름모자를 쓰고 있다.
깊숙한 골짜기 경방골 뒤로 건장한 마루금은 낙동정맥.
사통팔달로 열리는 곰바위의 조망.
바데산에서 좌측으로 이어지는 능선.
구름모자를 쓴 동대산을 올려다 보며 '하운다기봉(夏雲多奇峰)'이라는 오언절구를 떠올린다.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도 많이 만든다'더니...
이렇게 깊숙한 경방골과 뒤로 막아선 낙동정맥 마루금.
곰바위 옆뽈떼기에도 덕지덕지 부처손.
이제 비룡폭포로 내려갈 참.
묵묘를 지나고...
선바위를 지나...
올려다 보는 모습.
계곡 물소리가 쏴아하는...
여기는 비룡폭포.
비룡폭포는 상단과 하단 둘로 나눠져 있다 한다. 지금 보는 쌍폭은 하단. 상단에 있는 외줄기 길다랗게 흘러 내리는 폭포가 또 있다.
소에 잠긴 바위를 듬성듬성 건너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돌아나와...
장수 씨를 만났다. 배낭엔 한가득 약초가 들었다.
호박처럼 둥글게 생겨서 호박소.
호박소 위로 물이 흘러내리는 작은 와폭이 있다.
눈길을 돌리자 바위 벼랑에 진경산수가 펼쳐진다. 겸재 정선의 작품이 이러할까? 단원 김홍도의 작품이 이러할까?
자연이 빚어논 실로 장관(壯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몇 차례 계곡을 왔다리갔다리하다...
승천할 수 없어뵈는 이무기폭포(?)를 만난다.
경방골이 끝나갈 즈음 청솔펜션 지붕이 보이더니...
2차선 아스팔트 도로에 내려선다.
돌아보는 경방골 입구.
신교 건너엔 청솔펜션.
옥계계곡 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약 1km의 거리.
간이 화장실이 있는 좌측의 다리는 옥녀교. 바데산 능선 들머리는 간이화장실 우측으로 난 산길.
죽장리 하옥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수는 차츰 수량이 불어나면서 유속도 빨라진다.
청송 얼음골에서 내려오는 계곡(가천)과 포항 죽장리 하옥계곡에서 내려오는 계곡이 합수되는 이곳에 물을 베개삼고 돌로 양치질한다는 침수정이 있다.
침수정을 살짝 당겨 보았다.
더 당겨보니 날아갈 듯 산뜻한 팔작지붕에다 양 면 각 두 칸짜리 정자로서 정면에서 보았을 때 경사진 면을 받친 기둥으로 인해 운치있는 누마루로 보여
올라 앉아보고 싶어진다.
계곡으로 내려가 은폐물 뒤로 돌아 훌렁 옷을 벗었다. 비누를 쓰는 내가 차마 비누를 쓰지 못한 이유는 물이 너무 맑아서다.
비누를 쓰지 않아도 너무나 까실한 느낌으로 잠수교를 건너 좌측으로 바싹 붙어 올랐다.
침수정 답사를 하기 위함이다.
문은 잠겨있어...
우측 밭으로 돌아 옆면을 카메라에 담는다.
팔작지붕에다 옥계계곡을 바라보는 곳에 널찍한 마루가 있고, 뒤론 방을 들였으며, 옆으로는 퇴를 둘러 난간을 만들었다.
밑에서 올려다 보면 경사진 너럭바위에 생김새대로 높다랗게 기둥을 세워 누마루처럼 운치를 더하게 했다.
침수정 뒤론 좁고 길게 협곡을 이룬 계곡과...
앞으론 커다란 소(沼)가 절경을 뽐내고 있다. 그래서 침수정을 포함한 이 일원을 '침수정계곡일원(枕漱亭溪谷一圓)'으로 묶어 경북도기념물로 등재하였다.
대형버스가 주차할 수 있는 곳에선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화장실에서 내려다 보는 옥계계곡.
여긴 옥계리.
옥계계곡에는 '옥계37경((玉溪三十七景)이 있어 손성을이 각 경(景)마다 시를 남겼다.
바데산 북릉 탐방은 또다른 득템이 분명하나 써억 개운치가 않은 건 바데산 직전의 마의 넝쿨지대가 영향을 미친 건 틀림이 없다.
바데산은 조망이 없는 산이라는 오명을 덮어쓰고 있으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
북릉에서 부감법(俯瞰法)으로 바라보는 산하와 곰바위에서의 황홀한 절경은 바데산 산행에서 잊지 못할 추억이다.
다시 바데산을 간다면 나는 또다른 코스를 선택할 것이다.
그것은 故 박완서 님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라는 글귀에 깊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첫댓글 여태껏 산행중에 산돼지를 한번도 마주친 바가 없어서 한번 당해보는 것도
소원아닌 소원이고 기록이겠다 싶었는데 ㅎㅎ 그것참 내앞에 좀 나타나지
그랬네요. 역시나 주변의 정황이 빠삭히 들어오는 바데북릉 산행기 잘 보고
갑니다. 며칠있다 바데산 방향으로 또 하릴없이 갈까 싶어요.
씩겁을 해야 맛을 알란 가뵈여.딱 그때는 초긴장 상태여서 카메라를 끄낼 염도 없어요.
멧돼지를 만나면 나무 위에나 바위 위로 올라야 된다는 생각을 해왔지만 너무나 순간적이어서 피신이 쉽지 않거든요.
아무튼 요즘은 그들의 육아기여서 조심이 상책이겠죠.
옥계계곡이 품고 있는 이 주변의 산세는 나무랄 데가 없는 곳이지만 하옥쪽으로 접근하면 교통도 그렇고 험지죠.
그러나 미답의 산길을 찾는다면 눈길가는 곳이 여럿 보이죠.
아 참, 다음 팔각산 땐 또다시 그 옆 덕갈산으로 외도할 참이지만 그 옆 시루봉과 바구미산을 연계하는 건 욕심이겠죠.
아마 그날도 멧돼지와 조우할 거 같아 겁나요.
까시넝클과 더위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