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레몬이 첨가된 스파클링 워터 칼리스토가Calistoga. 2 무탄산 미네랄워터 아쿠아 파나Acqua Pana. 3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해로게이트 스파Harrogate Spa. 4 영국 웨일스 캠브리안 산맥의 암반수 타우Tau. 5 패션 피플에게 인기 높은 스파클링 워터 스트라스모어Strathmore. 6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스파클링 워터 페리에Perrier.
우리에게 물을 사서 먹는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돗물로 보리차나 옥수수차를 끓여 먹던 것이 당연하던 시대를 지나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생수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1990년대 들어 ‘먹는 물 관리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인 생수 시장이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이름을 알린 생수는 ‘에비앙Evian’. 프랑스 알프스 지역 지하 암석층에서 추출한 에비앙은 사 먹는 물의 시대를 연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이후 국내 생수뿐 아니라 프랑스, 캐나다, 일본 등의 해외 프리미엄 생수가 들어오는 데 뒷받침 역할을 했다.
물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워터 바에 이어 국내에도 물 전문가인 ‘워터 소믈리에’와 ‘워터 바’, ‘워터 카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 프라자 호텔 이탤리언 레스토랑 ‘투스카니’에는 물만 따로 분류한 워터 리스트와 종류별 물맛과 특성을 알려주는 워터 소믈리에가 있어 요리에 어울리는 물을 제안해주며, 삼성동에는 해외 유명 생수와 기능성 물을 판매하는 ‘노트랜스 워터 카페’가 문을 열었다.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 식품 매장에는 프리미엄 생수 코너가 생겼으며, 호텔 레스토랑과 청담동 고급 레스토랑 경우에도 4~5종의 물을 기본적으로 구비하고 있다.
물의 브랜드화가 성공을 거두면서 원하는 맛에 따라, 기능에 따라 찾는 물의 취향도 분명해지고 있다. 영클리닉 조영신 원장은 건강을 챙기려면 미네랄워터를 마실 것을 권한다. “인체 구성에서 3.5%에 불과한 미네랄은 모든 대사 기능, 에너지 생성, 성장, 질병의 치유를 비롯해 모든 효소의 작용에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건강 면에서 상당한 일조를 하죠. 따라서 미네랄이 풍부한 물을 마시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도 좋습니다.”
보디 라인을 만드는 물
물은 다이어트와도 관계가 깊다. 다이어트 기간에는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려서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켜 결국 지방을 분해하는 과정이 이뤄진다. 이때 에너지 소비와 지방을 분해하는 에너지 대사 촉진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물이다. 조영신 원장은 다이어트할 때 물을 더 많이, 자주 마시라고 충고한다. “물을 마시면 공복감이 없어집니다. 다이어트할 때는 오히려 물을 충분히 먹는 것이 더 중요하죠. 다이어트 기간에는 하루 3리터 정도의 물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물은 한번 개봉하면 하루 이내에 다 마시는 것이 좋다. 오픈한 지 24시간이 지나면 맛이 변하거나 세균의 번식이 이뤄지기 때문. 개봉하지 않은 생수의 맛과 영양분을 유지하려면 냉장 보관이 필수다. 10℃ 내외로 냉장 보관하면 물맛도 가장 좋을 뿐 아니라 미네랄과 탄산도 살아 있다.
7 부드럽고 맑은 아폴리나리스 프라이비트Apollinaris Private. 8 라임 맛이 더해진 스파클링 워터 트레비Trevi. 9 레몬그라스 과즙을 첨가한 오거닉 라이트 스파클링 워터 Organic Light Sparkling Water. 10 깔끔한 맛의 게롤슈타이너Gerolsteiner.
물도 패션이다
1990년대에는 ‘맑고 깨끗한 물’이 대세였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맑고 깨끗한 것은 기본이고, 건강과 스타일까지 살려주는 요소로 발전했다. 특히 미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에 등장한 물 브랜드가 우리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 선 프리미엄 생수는 ‘피지 워터Fiji Water’. 남태평양 피지 섬의 천연 암반에서 추출했다는 피지 워터는 패션 소품으로 사용해도 손색없을 만큼 깔끔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모았다. 시트콤 <프렌즈>의 레이철, <위기의 주부들>의 가브리엘,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가 줄곧 마셔대던 생수가 피지 워터다. 할리우드 프로듀서인 캐빈 G 보이드가 제작한 명품 생수 ‘블링 H₂O’ 는 패리스 힐튼이 즐겨 마신다는 이유로 화제를 모았으며, 제니퍼 애니스톤의 경우 ‘글라소 스마트 워터’에 직접 투자한 뒤 이 생수병을 들고 다니며 파파라치에게 사진을 찍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기도 했다.
미국이나 유럽의 고급 호텔은 특정 브랜드의 물만 들여놓기도 한다. 여행 작가이자 마케팅 전문가인 김선경 실장은 “고급 호텔에서 특정 브랜드의 프리미엄 워터를 제공하는 것은 그만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한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배스 제품이 어떤 것이냐가 그 호텔을 찾는 매력이 되듯, 호텔에서 제공하는 생수가 어떤 것인가에 따라 그곳을 찾는 사람들도 생길 거라는 것이 그녀의 전망이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물맛
에비앙에 이어 피지 워터의 선전은 물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물맛이 왜 이러냐며 인상을 찌푸렸던 스파클링 워터가 눈에 띄게 선전하고 있으며, 기능을 강조한 물이나 베이비 전용으로 나온 물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스타벅스나 커피빈, 탐앤탐스 등 커피 전문점의 경우 최근 ‘페리에Perrier’나 ‘산펠레그리노San Pellegrino’, ‘게롤슈타이너Gerolsteiner’, ‘피지 워터’ 등이 커피나 차 못지않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한 카페 매니저는 “20~30대 여성분들의 경우 커피보다 물을 먼저 고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탄산수는 톡 쏘는 맛이 있어서인지 식사 후 많이 찾는 편이에요”라고 이야기한다. 저지방 우유나 두유로 라테를 주문하는 것처럼 물 성분을 따져보고 주문하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캐나다의 ‘휘슬러 워터Whistler Water’, 수심 3000m 바다에서 끌어올린 일본의 심층수 ‘머린 파워Marine Power’, 프리미엄 베이비 생수 ‘와일드알프 베이비 워터Wildalp Baby Water’까지 각기 다른 기능성을 내세운 생수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최근 주목받는 물맛은 바로 ‘프루츠 워터Fruits Water’. 라임이나 레몬처럼 상큼한 맛을 더한 프루츠 워터는 깔끔한 향과 맛이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서빙하듯 생수에 레몬이나 라임 조각을 띄우지 않더라도 은은한 향을 더한 프루츠 워터는 사과, 블랙커런트, 크랜베리 등 점차 종류를 더해가고 있다. 뉴질랜드 피닉스사의 유기농 주스와 유기농 과즙 탄산음료를 수입하는 윈앤하모니 코리아의 서상원 씨는 “과일 맛이 나는 물의 경우 물 90%, 과즙 10%의 비율로 제조하는데, 웰빙 트렌드에 힘입어 판매에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물맛’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테이스트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어떤 브랜드의 물이 뜨고 있다고 해서 그 물만 즐겨 찾는 것이 아니라, 내 입에 맞는 물을 선택하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프리미엄 워터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2008년, 내 입맛에 맞는 물 고르기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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