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달 / 최병무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 적 부터 달은 빛났다 아버지의 아버지 적엔 길을 비추었다 구석기시대 쯤, 하느님이 役事하실 땐 지구의 밤을 지키는 조명이었다 그때 소원을 들어주던 달, 같이 놀아주던 달, 달거리를 도와주던 달, 인류의 진보를 지켜보던 그 달이 사라졌다
오늘 밤 달 위를 걷다 은퇴한 시인들을 찾아간 쓸쓸한 달빛에 취하다
존재 X / 최병무
달에 영험이 있음을 믿으면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 또 그 어머니적 부터 바람(願)이 모이면 빛을 보낸다
나는 천구백오십년 십이월부터 시작하여 시간의 단지 안에서 무형으로 와서 유형으로 살다가 다시 무형으로 돌아간다
그 빛을 기억하고 있을 뿐 지상에서 잠시 손을 잡고 있다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떠돌이 별 가난한 새처럼 살다 우주로 헤엄쳐 간다
초정리에서 3 - 波動說 / 최병무
나비效果, 에너지場, 靈界통신, 채널링, 차원상승..... 이런 말들이 종일 떠돈다 마침내 우리는 光子帶로 진입할 것이며 유전자암호는 해독되고 있으며 지구의 자전축이 바로 설 거라는 등, 우리가 波動으로 존재한다는 說에 빠졌다 (나는 우주인의 메시지를 채널링하였다는 冊을 읽고 있었는데) 우주영단에서는 태양계의 질서를 재편하고 있으며, 그 우주인들은 광자 에너지의 이용법을 가르쳐주기 위하여 지구인과 공개접촉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한다 믿을 수도 없고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우주인과의 빈번한 접촉사례, 확신을 위하여 우리집 옥상으로 우주선 한 척 내려왔으면! 오늘 밤 초정리에서 바라본 별들이 유정하다
초정리에서 7 - 오래된 편견 / 최병무
여기까지 오는데 반만년이 걸렸다 (兩性에 대한 이야기 중인데) 불경하게도 나는 오래 전 성서의 기록자들에 대하여, 오래된 이 편견에 대하여 불만 있다
해방의 속도로 보아 남자들의 出産도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스친다
환생에 대하여 / 최병무
환생은 신앙이 아니다 지리상의 발견처럼 소수의 무리가 찾아낸 우리의 현실이다
이해를 위하여, 진화를 위하여 불멸의 영혼이 오고 간다 이 불멸이라는 말의 신성함, 없앨 수도 없고 없어지지도 않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무한으로의 팽창, 오래 전 神들의 이 정교함 혹은 섭리
지난 밤 나는 불을 처음 사용한 조상들의 꿈을 꾸었다 나는 백만년 전 穴居시대의 나를 회상하고 내 무리와 사이버세상에서 빛의 속도로 이동한다
* 천당과 지옥보다 더 구체적인 환생을 믿다
영종도에서, 김시인과 / 최병무
우리가 일회성의 삶이 아닐거라고 영종도 공항에서 내 생각을 말했습니다만
하느님을 본 적이 없는 우리가, 각자의 하느님과 그렇게 만들어진 人格神을 사랑하는 우리가 언제 영원을 본 적이 있었나요? 그리고 윤회에 관해서는 내게 풀리지않는 의문이 아직 하나 있습니다
나는 지금의 관계만을 기억하기로 하였습니다 가령 환생이 있어 내 가슴에 살아계신 아버지나 혹은 사랑하는 가족들이 각자 환생하여 우리의 관계가 헝클어진다면 지금의 애증은 허상이었는지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막내딸 때문에, 장애를 가진 그 은진이를 통하여 미완의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것인지, 그가 왜 우리에게 왔는지 감사하기 때문에)
시간은 우리가 편의상 임의로 잘게 잘라놓은 것이지만, 기껏 육 칠십년 차지하는 내 삶의 면적에서 수 억년 혹은 영원을 측량하는 일은 농담일 겁니다
오는 길에 이륙하는 비행기와 지금 착륙하는 비행기를 보면서 저건 어느 별에서 오는 것일까, 저건 어느 별로 가는 것일까 몽상하는 내가 외롭지 않았습니다
코에 대한 명상 / 최병무
나른한 오후, 床 위로 코끼리가 지나갔다 즉시 코에 대한 명상에 돌입했다
코끼리의 코, 원숭이의 코, 황소들의 코 개 코, 물고기의 코, 낙타의 코, 일찌기 그 분은 각종 코의 형태와 기능을 두루 살피셨다 마침내
동굴의 형상으로 결정을 보시고 특별히 인간에겐 개인差를 두셔서 높은 코와 낮은 코와 그 중간의 코를 제작하셨다
아프리카의 코와 유럽의 코와 아시아의 코의 형태와 고도는 자연환경 즉 들판과 산맥과 바다와 사막과 일조량에 관계가 깊으며 내 이웃의 코와 친지들의 코와 내 아내의 코를 비롯한 우리 一家의 코는 동일성이 있어 친근하다 그리하여 본래의 기능과 별도로 다큐멘터리 혹은 歷史처럼 보일 때가 있다
|
출처: 淸韻詩堂, 시인을 찾아서 원문보기 글쓴이: 동산
첫댓글 아름다운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시기 바랍니다.
10여년 전, 필리핀을 오가며 썼던 글이었습니다.
가을 밤에 다시 읽어봅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