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시 풀이》9권을 완간하면서
-외집·속집 번역까지 마치면서
이장우
이번에 퇴계선생의 목판본 문집에 수록된 한시 중 외집 1권, 속집 1, 2권의 번역을 각각 1권씩 따로 내어 3권을 더 추가함으로서, 필자와 장세후 박사가 30년 지속하여 오던 퇴계선생의 한시 풀이는, 내집 1~5권, 별집 1권 등 6권에 이어 모두 9권으로 이 《퇴계시 풀이》작업을 일단 마무리하게 되었다.
퇴계선생의 시로 번역한 것이 무려 2,200수가 넘는데, 여기에 번역하는 퇴계의 시와 연관이 있는 중국역대 문인들의 시, 한국 선현들의 시도 많이 참고 자료로 번역하여 첨부하여 두었으니, 번역한 시가 아마도 3,000 수 이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역주에서 인용하는 여러 가지 전고典故 설명에 동원된 시구 풀이는 수없이 많은데, 그런 시구들도 기본적으로는 2구절 이상씩 찾아서 뜻을 풀고, 그러한 시의 제목들까지 모두 한글로 쉽게 풀어 보았으니, 이 9권을 마칠 때까지 우리 두 사람이 지속한 작업의 량과 질은 대단한 노력과 정밀을 기한 것이었다고 감히 자부한다.
이렇게 오랫동안 일관된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서울의 사단법인 퇴계학연구원에서 내는 학보에 우리들의 원고를 80회 이상 계제하여 주었고, 또 매번 녹녹지 않는 원고료를 지급하여 준 덕분이었으니 감사를 드린다. 또 이책을 앞서 두 차례에 나누어 낼 때마다 대한민국학술원에서 번번히 우수학술도서로 선정하여, 이 책의 가치를 짚어 주고 크게 선양하여 준 점에 대하여서도 감격하고 있다.
이 모두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이어지는 문화발전의 징표들이라고 생각하면서 감사할 뿐이다. 앞으로도 계속하여 우리나라의 전통문화 연구와 이퇴계 학문이 거듭 발전하여 세계적으로도 크게 선양될 날을 기대하여 본다. 그러한 뜻 깊은 발전을 하는데 이 책도 일조하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 서울 퇴계학연구원에서는 다시 이퇴계전서정본定本 작업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번역하지 못한 시, -목판본문집에 수록되지 않은 시-까지 계속하여 수집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아마 그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이 생각되지만, 그런 것은 그 작업이 완성된 뒤에 다시 이 작업의 〈보유〉편으로 1권을 더 추가하였으면 싶다.
영남대학교 출판부에서도 이 책을 맡아서 매우 정성을 기울여서 책을 내어 주고 관리하여 주고 있다. 처음에 이 책을 내도록 결정을 하여 준 10년 전당시의 출판부장 이희욱 교수의 배려를 잊을 수 없으며, 10여 년 동안을 이책을 다듬어 준 이종백 출판팀장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퇴계 이황의 한시를 20여년간의 연구를 통해 한글로 옮기고 자세하게 풀이
《퇴계 시 풀이》는 조선조 대학자 퇴계 이황 선생이 읊은 한시를 오늘날 젊은 독자들의 수준에 맞게 한글로 옮기고 자세히 풀이한 책이다. 퇴계 이황은 평생 동안 많은 시를 지었는데, 그의 문집에 실린 시 2,000여 수 가운데 내집 5권에 실린 775제 1,086수를 먼저 번역하여 5권(5책)으로 출판하였으며, 6집 별집에는 355수를 수록하였다. 이미 출판된 내집 5권은 지난 2008년에 학술원 추천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 있으며, 이번에 출간하는 외집(199수)과 속집 2권(각각 168, 178수)를 더하여 비로소 퇴계 시의 완간을 보게 되었다.
이장우 장세후 교수 두 사람이 1986년부터 풀이하기 시작하여 강산이 세 번 변할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각종 문헌과 연구자료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조사하여 한시 원문을 조심스럽게 풀었으며, 어려운 글자나 어휘들에 대해서도 상세한 주석을 달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고전번역의 지표가 되기에 나름대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또한 시를 짓게 된 배경이나 지은 의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모든 사항을 조사하여 한글로 쉽게 설명함으로써 퇴계의 정갈한 삶과 정신세계를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다.
당시 선비들의 생활상을 물론, 퇴계의 생애를 고찰하는 데도 큰 역할
동양의 전통 속에서 시(詩)는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퇴계선생의 표현을 빌려 설명하자면 공부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는 “긴수작(緊酬酌)”이요, 한 가지가 “한수작(閒酬酌)”이다. 철학 같은 어려운 공부는 ‘긴수작’에 속하고 시문 같은 부드러운 공부는 ‘한수작’에 속한다. 학자가 공부를 하는데 이 두 가지 공부를 함께 해야만 옳게 공부가 발전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그의 시를 통해 문사철(文史哲)을 두루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당시 선비들의 생활상을 물론, 퇴계의 생애를 고찰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퇴계가 주자의 적통임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꼼꼼한 번역과 상세한 주석이 담겨진 《퇴계 시 풀이》전집은 동양철학의 연구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국내외의 참고 가능한 모든 자료를 완전하게 분석하여 녹여 넣은 노력의 결과물
조선시대 후기에 퇴계의 많은 시를 비롯하여 《퇴계집》에 한문으로 주석을 단 책으로는 《퇴계문집고증》과 《요존록(要存錄)》 두 가지가 있는데, 《퇴계 시 풀이》는 이 두 가지 주석서를 면밀하게 검토하였다. 그 동안 한국에서 두 종의 번역이 나왔는데 첫째는 주석이 거의 없는 4·4조 내방가사체를 기본 틀로 한 이가원의 번역이고, 두 번째는 《퇴계집》 의 주석본인 《퇴계선생문집고증》을 주로 참고한 신호열의 번역이다. 두 책은 모두 5권 2책인데 비하여, 《퇴계 시 풀이》는 9권 9책으로, 매권의 분량이 위 두 주석본에 비해 방대하고 매우 소상하다. 뿐만 아니라 중국 백화문으로 번역한 지아순시엔(賈順先) 교수의 저술을 참고하는 등 모든 국내외의 참고 가능한 모든 자료를 완전하게 분석하여 녹여 넣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한문을 잘 모르는 한국의 젊은 세대들도 관심만 가진다면 읽어낼 수 있도록, 내용은 깊이가 있으면서도 설명은 쉽게 하려고 노력하였다.
축자역(逐字譯)에 가까울 정도로 한시 원문을 면밀하고도 조심스럽게 풀이
《퇴계 시 풀이》의 특징은 번역은 거의 축자역(逐字譯)에 가까울 정도로 한시 원문을 면밀하고도 조심스럽게 풀었으며, 모든 어려운 글자, 어려운 어휘에 대하여 상세한 주석을 달았다. 시 작품의 저작 배경이나 저작 의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모든 참고 사항을 조사하여, 한글로 모두 풀어 설명하여 두었다. 그 한 예로 퇴계 선생이 중국이나 한국의 어떤 시를 보고 지은 시가 있으면, 현존하는 그 원시(原詩)를 모두 참고로 번역하여 붙였다. 도연명, 이백, 두보, 소식, 주자 등의 수많은 명시는 물론, 퇴계 선생의 벗과 제자들의 많은 시를 참고로 열거하기도 한다.
매 권 뒤에 아주 상세한 색인(索引)을 첨가, 손쉽게 어려운 한문 전고를 검색 확인
책의 매 권 뒤에는 아주 상세한 주석 항목 색인(索引)을 첨가하여 두어 한시 전고사전으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며, 다른 한문책을 읽을 때에도 이 색인을 참고하여 활용하면 매우 손쉽게 어려운 한문 전고를 검색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퇴계의 한시에는 유가 경전이나 중국의 저명한 시인들의 작품에서 나온 전고는 물론이요, 노장(老莊) 계통의 고전, 중국의 신화(神話)와 전설과 관련된 재미있는 전설도 많이 인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을 알아보는데도 이 책만큼 친절한 책도 드물다.
한국의 번역․주석의 역사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도 남을만한 획기적인 역작
한국에서 역사상 이퇴계 선생의 문집을 이렇게 꼼꼼하게 읽은 학자들도 드물고, 한문책을 이렇게 쉽고도 꼼꼼하게 풀어 놓은 책도 드물다. 이 책은 한국의 번역․주석의 역사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도 남을만한 획기적인 노작(勞作)이자 역작이다.
권1
<길선생님의 여각을 지나는 길에 잠시 들르다(過吉先生閭)> 등 208수로 퇴계가 젊었을 때 지은 시가 주류를 이룬다. 이 중에는 내·외직에 있을 때 지은 시가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를테면 자문점마란 벼슬을 받아서 의주에서 지은 시라든가 지방의 수령인 풍기군수로 있을 때 지은 시 등이 많다. 또한 수시로 고향을 출입하면서 향리의 선후배, 이를테면 농암 이현보 등과 주고받은 시도 눈에 띈다. 667쪽에 주석 항목 색인이 1,144조목이다.
권2
<16일에 비가 내리다(十六日雨)> 등 234수로 퇴계가 후진 양성 및 학문에 뜻을 두고 내려와 퇴계의 곁에 자리를 잡고 거처하던 때의 시가 많이 수록되어 있다. 이 시기의 시에는 양진암(권1에 이미 보임)에서 한서암, 계당, 도산서당 등으로 서당의 터를 옮겨가며 후진 양성을 하는 모습이 담긴 시가 많이 수록되어 있다. 607쪽에 주석 항목 색인이 1,256조목이다.
권3
<가을산 도산에서 놀다가 저녁에 되어 돌아오다(秋日遊陶山夕歸)> 등 273수가 수록되어 있는데, 도산에 터를 잡고 서당을 경영하며 후진을 양성하는 내용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권3에서 돋보이는 시는 <도산잡영>으로, 도산 서당 주변의 풍경과 서당의 건물 등을 서정과 서경을 아우르며 지은 퇴계의 대표적인 수작(秀作)이다. 571쪽에 주석 항목 색인이 1,320조목이다.
권4
<닭실의 청암정에 부치다. 두 수(寄題酉谷靑巖亭二首)> 등 154수로 도산서당 시절 후기의 모습을 주로 읊고 있다. 따라서 제자들을 영접하는 모습이라든가 고을의 수령 등이 퇴계를 찾아왔을 때 주고 받은 시 등이 수록되어 있다. 노학자의 깊어가는 학문세계가 잘 드러난 시가 많다. 282쪽에 주석 항목 색인이 575조목이다.
권5
<김부필이 근자에 지은 훌륭한 시편을 내게 보여주었는데 맑고 새로워 기뻐할 만하였다. 병들어 시달리는 중이라 다 화답하지는 못하고 그 가운데 뜻이 이를 만한 것만 취하여 같은 각운자를 써서 답하여 부친다(金彦遇示余近作佳什, 淸新可喜, 病惱中不容盡和, 就取基意所到者, 次韻答寄)> 등 220수가 수록되어 있는데 <속내집(續內集)> 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이는 퇴계의 제자들 가운데 이런저런 이유로 앞의 4권에는 누락되었던 제자들, 이를테면 고봉 기대승 같은 사람들과 주고받은 시를 부록처럼 따로 수록한 것이 특징이다. 412쪽에 주석 항목 색인이 831조목이다.
권6
<죽령을 지나는 도중에 비를 만나다(竹嶺途中遇雨)> 등 355수로 별집에 수록된 시이다. 별집은 모두 1권으로 시로만 구성이 되어 있는데 내집의 편집이 끝난 후 추후에 편집 수록한 시들이다. 이 시들은 뒤에 나올 외집(1권) 및 속집(2권)과 함께 수집이 되는대로 편집한 것이어서 내집이 속내집인 5권을 제외하면 연대순으로 편집된 것에 비해 다시 수집된 시를 연대순으로 편집하고 있다. 추후에 수집해서인지 간혹 누락된 글자도 보인다. 595쪽에 주석 항목 색인이 1,759조목이다.
권7
<지난날 유지님의 집에 자못 좋은 일을 이루었는데, 문을 나서니 곧 지나간 자취가 되어 버렸다. 한 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당시의 일을 기록한다. ……(前日綏之家, 偶成勝事, 出門, 便爲陳迹, 不可無一語, 以記一時之事……)> 등 199수로 외집에 수록된 시이다. 18세 때 이미 천리의 유행에 인욕(人欲)이 끼어들까 걱정을 하는 내용을 읊은 <들의 못(野池)>이 수록되어 있다. 외집 역시 추후에 편집 수록한 시들로 처음부터 다시 시를 연대순으로 편집하고 있으며, 별집과 같이 간혹 누락된 글자도 보인다. 300쪽에 주석 항목 색인이 587조목이다.
권8
<오인원의 우연히 읊조리다라는 시의 운자를 써서 짓다(次吳仁遠偶吟韻)> 등 168수로 속집 권1에 수록된 시이다. 속집에는 연대가 밝혀진 시 가운데 가장 이른 시인 <가재(石蟹)>부터 48세 때까지 지은 시 등 추후에 여러 경로를 통하여 수집된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따라서 크게 보면 수록된 시의 수준이 고르지 못고 다소 잡박한 듯한 느낌도 더러 들지만 퇴계의 생애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는 중요한 자료들이다. 330쪽에 주석 항목 색인이 677조목이다.
권9
<사령장을 따라 전근하는 길에 상주에 이르렀는데 이 고을의 원님 김계진 공이 고향으로 돌아가 아직 돌아오지 않다(沿牒到尙州, 主牧金季珍, 歸鄕未返)> 등 178수로 속집 권2에 수록된 시이다. 49세 이후에 지은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벼슬을 받아 서울로 올라가던 중 병으로 귀향하면서 지은 시와 향리에서 지은 시들이 많이 보인다. 293쪽에 주석 항목 색인이 535조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