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문학비평, 문학평론
오늘 빛 미래
김효숙 지음|푸른사상 평론선 42|153×224×20mm|344쪽
28,000원|ISBN 979-11-308-2166-5 03800 | 2024.8.16
■ 도서 소개
문학에서 승인되지 않았던 심미성을
색다른 반응력으로 진술한 평론집
문학평론가 김효숙의 평론집 『오늘 빛 미래』가 <푸른사상 평론선 42>로 출간되었다. 저자는 과학기술 진보에 따라 소설 형식도 변화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문학이라는 ‘빛’의 파장을 살핀다. 인간 형상을 부단히 사유해온 우리 시대 탁월한 작가들의 소설을 탐구함으로써 문학 형식이 전변해온 양상을 이 평론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저자 소개
김효숙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평론 활동을 시작하였다.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평론집으로 『소음과 소리의 형식들』 『눈물 없는 얼굴』이 있다.
■ 목차
■ 책머리에
제1부 문화기호의 의미 작용 : 백민석의 소설
더 자세히 읽기 위하여
1. 형식에 착안하기
2. 이전 논의의 성과와 그 틈
3. 문화적 실행들의 교차점
글쓰기의 현실성과 반(反)소설 형식
1. 백민석 소설의 의의
2. 열린 형식 실험
3. 삶과 글의 섞임, 비트의 섬광
문학-문화의 공속과 역사 통찰
1. 암호의 제한성, 기호의 가능성
2. 만화 기호의 문화사회학
3. 문화기호로 역사를 전유하는 방식
인간 중심 사유와 근대 비판
1. 문화 요소(meme)와 유전 요소(gene)의 횡단
2. 명멸하는 기호로서 주체
3. 인간종 신화의 파국
4. 전환과 전망
제2부 페이소스의 교차와 얽힘
헤어짐을 짓지 않기로:한강의 소설
1. 의사(儗似)증언자가 흑역사를 말하는 방식:『작별하지 않는다』
2. 죽음까지 달려가는 노래:『소년이 온다』
변형과 전복:손보미의 소설
1. 대중문화:쇄도하는 낯선 것들
2. 과학픽션(Si-fi)과 소설가소설의 가능성
3. 실존 장소로의 선회와 거짓말의 진실
우아한 삶을 위한 왈츠:한은형의 소설
1. 나는 나를 지지한다
2. 교육 권력의 가치 전도
3. 패자 부활전
4. 문화 감각을 버무려내는 즐거움
음악과 소리에 침전된 암호들
1. 장(field)의 번식
2. 기억을 저장하는 방식과 시간의 절단면에서 울려 나오는 진실들:「전자시대의 아리아」
3. 시스템의 틈에서 역량을 키우는 자들:「균열 아카이브즈」, 「버스커, 버스커」
4. 개념의 자유를 즐기는 이상한 자유:「터널, 왈라의 노래」
■ 참고문헌
■ 찾아보기
■ 책머리에 중에서
이 책의 제호는 세 개의 명사로 되어 있다. 연결성이 없어 보이는 어휘를 한 줄에 배치하여 소통을 방해하는 듯한 모양새이지만 사실상 여기에는 오늘의 인류에게 그러한 것처럼 미래의 인류에게도 여일하게 작용할 인공 빛의 파장을 사유해보자는 제안을 담았다. 이는 현시대의 문학을 운위하기에 앞서 그 이전 시대의 문학을 경유해야 할 필요와도 맞닿는 발상이다. 1990년대 문학을 하나의 연구 단위로 보는 작금의 문학 생태에서 그 이후의 문학을 이해하려면 다시금 1990년대를 호출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빛 문명이 일궜고 이후에도 그러할 기상천외한 물성을 상상하거나 비판적으로 읽는 일은 같은 지점에서 발생한다.
이 책에는 모두 다섯 편의 소설론을 실었다. 1990년대 이후의 작품을 대상으로 과학기술의 진보에 따라 소설 형식도 변화한다는 점을 의제로 다루었다. 역사 중심의 쓰기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적 실행들로 삶의 리얼리티를 구사하는 이 작품들은 인간과 역사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일신할 것을 요청한다. 모두가 이 시대의 탁월한 작가들이다. 그중 백민석의 작품을 가장 비중 있게 다루었다. 전변하는 시대의 문화 감각으로 기호적 글쓰기를 선도한 그는 예리한 감식안으로 기술 진보와 문화적 인간의 관계를 사유한다. 그를 경유해야만 1990년대 이후 소설의 다양한 문화적 인간들이 바로 이 시대의 개인들이고 소설이 그 개인의 문화적 삶을 반영한 것임을 알아채게 된다. (중략)
삶다운 삶의 내막을 제대로 알 턱이 없는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이 그림자처럼 내 옆에 놓여 있음을 알게 된다. 삶의 그림자가 소설이므로 소설은 누군가의 삶을 반영하는 게 필연이다. 하여 소설을 읽은 사람이 누군가의 삶을 읽었다는 말은 틀림없는 진실이다.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이토록 난해한 삶을 천천히 해석해간다. 상업화의 냉기로 가득 찬 세상을 건너갈 힘을 얻기도 한다. 좋은 문학은 열린 해석을 기다린다. 이 시대의 탁월한 작가들로부터 그 ‘좋음’의 미학을 누릴 수 있었다.
■ 출판사 리뷰
과학기술의 진보에 따라 소설 형식도 변화한다는 사실에 주목한 평론가 김효숙은 오늘의 인류에게 그러한 것처럼 미래의 인류에게도 여일하게 작용할 인공 빛의 파장을 사유하고자 했다. 현시대 문학을 운위하기 위해서 그 이전 시대의 문학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우리 문학은 미디어·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조성하는 환경 속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작가의 글쓰기도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인간 형상을 부단히 사유해온 우리 시대 탁월한 작가들의 소설을 집중적으로 탐구하여 문학 형식이 전변해온 양상을 이 책에 담아내고 있다.
1부에서는 백민석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전변하는 시대의 문화 감각으로 기호적 글쓰기를 선도한 그는 기술 진보와 문화적 인간의 관계를 사유해왔다. 백민석 소설론을 통해 1990년도 이후 소설의 다양한 문화적 인간들이 이 시대의 개인들이고 소설이 그 개인의 문화적 삶을 반영했음을 알 수 있다. 2부에서는 제주의 4·3과 광주의 5월로 이어지는 기억 문제를 따라간 한강, 작가되기 과정을 작품으로 그려낸 손보미, 거짓말의 기만과 허위가 조성하는 삶의 속성과 진정성을 고민한 한은형의 소설을 살폈다. 또한 신춘문예 당선 작가 중 문화적 상상력으로 사회 시스템을 형상화한 신종원, 전미경, 정무늬의 텍스트를 논의했다.
역사·정치 중심으로 작동하던 리얼리티의 시대가 저물고 과학기술이 진보하면서 급변하는 새로운 시대의 문화 감각을 빚어낸 작가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새로운 감각과 안목으로 이전 시대를 돌아본 작가는 이후에도 문화적 인간의 삶에 시대적 현안을 배치하여 다양한 작품을 펼쳐냈다. 이들이 미래를 현재화하는 글쓰기에 진보하는 기술문화를 구체적으로 반영하면서 인간 형상을 부단히 사유해온 사실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책 속으로
1990년대 우리 문학은 미디어·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조성하는 환경 속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이 시기는 과학기술의 변화 속도만큼이나 작가의 글쓰기도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공공의 영역에서 전체성을 조성해온 삶의 방식은 물론이고 이것을 허구화해온 문학 형식에도 거센 변화가 일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유입된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이 뚜렷이 엇갈리면서 한편에서는 문화 자본을 비판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정보화 사회와 현대문명의 파장을 사유하는 작가들이 현실과 가상의 도치를 형상화하던 무렵이다. 특히 개인의 취향과 선택을 중시하는 20~30대 청년층 작가들이 민감하게 반응했고 이전과 다른 차원에서 문학 지형을 고심하면서 자체 존립을 꾀하였다. 문학과 문화의 공속을 요청하는 시대로의 전환이 엄연해진 상황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퇴조한 리얼리즘 정신과 1990년대부터 뚜렷이 혼란스럽고 분열적인 감수성이 교차하는 문화 분위기를 배제하고서는 그 시대를 운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백민석이 등장한 시기는 미디어·전기·전자 기술의 융합으로 디지털 빅뱅이 일어나면서 그 파고가 문학의 위기설로 나타난 무렵이다. (15쪽)
백민석 작품에서 기술 진보의 내면은 획기적 문명의 산물인 기술 집적물들이 인간과 자연 간 교감을 단절하면서 분열적이게 하는 데서 발견된다. 첨단 미디어 기술의 산물인 컬러텔레비전을 소재로 쓴 이 작품에서는 인간이라는 자연이 자본 권력이라는 생산 체제의 부속물로 기능한다. 작가는 이 작품 이전에도 꾸준히 작품에 논평을 부기하는 등 소설 형식에 변화를 주어왔다. 여기에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2000년이라는 문턱, 즉 밀레니엄을 기점으로 작가의식이 변화한 점을 들 수 있고 이때 이전의 작품에 대한 성찰과 평가가 선결되어야 하는 문제가 개입하지 않았을까 한다. 1990년대를 경유하면서 대중문화기호로 당대 현상을 직관해온 작가가 전변하는 상상력으로 보이지 않는 권력 체계와 만인 간 투쟁을 변주한 작품이 『목화밭』이다. 이 같은 비판 정신은 일찍이 『캔디』에서 발아한 것으로서 다른 부처를 감시·견제해야 할 “그 부처가 글쎄 제 비판의 대상들과 똑같은 체계로 이루어져 있는 거야.”(64쪽)라는 화자의 말로 언표된 바 있다. (187~188쪽)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희박해지고 불가능해진 증언을 가능성으로 바꿔나가는 방법이 한강의 서사 전략이다. 비교적 가까운 과거를 재현한 『소년』에서도 작가는 비밀스런 역사의 집행을 형상화하였다. 진실을 암장한 채 조성되는 거짓 역사의 내면, 시간의 흐름 속에 진실을 묻으면서 침묵을 강요한 정치적인 기획들을 적발해 나간다. 자기 증언으로 진실을 전할 자는 죽었거나 사라진 마당에, 대리 증언으로나마 진실을 보존하려는 기획이 절박해지는 건 작가에게 시간이 무심하게 흐르는 것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어서다. 한강은 피해 당사자의 말을 기억의 형식으로 보존 중인 의사증언자의 말을 듣는 방식으로 이 작품을 쓴다. (249~2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