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2일 연중 제2주간 수요일
<안식일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3,1-6 그때에 1 예수님께서 회당에 들어가셨는데, 그곳에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있었다. 2 사람들은 예수님을 고발하려고, 그분께서 안식일에 그 사람을 고쳐 주시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3 예수님께서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일어나 가운데로 나와라.” 하시고, 4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그러나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5 그분께서는 노기를 띠시고 그들을 둘러보셨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이 완고한 것을 몹시 슬퍼하시면서 그 사람에게, “손을 뻗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가 손을 뻗자 그 손이 다시 성하여졌다. 6 바리사이들은 나가서 곧바로 헤로데 당원들과 더불어 예수님을 어떻게 없앨까 모의를 하였다.
적어도 자비심은 키웠어야 어떤 노파가 20년 동안 어떤 수도승을 보살펴 준 적이 있었다. 작은 암자를 지어 그 수도승이 도를 닦는 동안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등 뒤를 보살펴 주었는데, 그 기간이 끝날 무렵 노파는 수도승이 얼마나 진보했는지 알고 싶어 어린 처녀의 협조를 구해 시험하기로 했다. “암자로 들어가라.” 노파는 처녀에게 말했다. “그리고 껴안고 물어 봐라. ‘이제 무얼 할까요?’” 녀는 밤에 명상 중인 수도승을 찾아가 대뜸 애무하며 말했다. “이제 무얼 할까요?” 벌컥 화를 내며 수도승은 빗자루를 들고 처녀를 내쫓았다. 처녀가 돌아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노파는 분개했다. “그런 작자를 20년 동안이나 돌보아 주다니! 그 중은 네게 필요한 것이 무언지 이해하지도 않았고, 네 잘못을 바로잡아 줄 생각도 없었다. 욕망에 굴복할 필요야 없겠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적어도 자비심은 키웠어야 하지 않느냐?” (앤소니 드 멜로 지음/ 황애경 옮김, 개구리의 기도 2)
마음이 완고한 수도승은 자비심도 키우지 않았고, 처녀를 돌보아 주지도 않았고, 처녀의 사정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수도하는 것에 정진하느라고 완고해졌기 때문입니다. 그의 완고한 마음을 탓할 자격이 내게는 없습니다. 마음이 굳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자비심도 키우지 않았고, 수도승처럼 완고하지도 않고, 물에 술을 탄 듯 차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견과류처럼 단단한 마음도 홍시처럼 물러터진 마음도 아닌 어정쩡한 마음으로 갈피를 잡지도 못하고 옳게 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파의 말대로 적어도 자비심은 키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부끄러워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안식일에 관한 율법을 지키는지 지켜보고 트집을 잡으려는 마음이 완고한 사람들 속에서 예수님은 반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 주시는지 아니면 안식일에 모든 것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율법을 지킬 것인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 된 속에서 예수님의 자비심은 분노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손이 오그라든 사람은 처음에는 손이 정상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가 병이 들었는지, 화상을 입었는지 손이 오그라들어 손가락이 자신을 향하고 있게 된 것입니다. 이기심도 자신을 향하고 있고, 나눌 줄 모르는 인색함도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편견과 아집도 점점 자신의 안으로 기어들어오고 있습니다. 교만함이나 오만함도 자신을 점점 파고 들어오고, 분노와 질투도 활화산처럼 점점 솟구쳐 오릅니다. 세상의 모든 유혹과 끝없는 욕망은 방해 받지 않고 계속해서 그 사람을 향해서 치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손이 오그라든 사람은 손이 예전처럼 그렇게 펴졌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노력했지만 모든 것이 허사였을 것입니다. 본래 그렇게 속으로 오그라든 것은 절대로 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자신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누군가 고쳐주지 않으면 그 사람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예수님의 “손을 뻗어라,”하시는 명령은 단순히 오그라든 손을 고쳐 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는 나를 지향하는 삶에서 세상 모든 사람을 지향하는 삶으로 방향을 전환하라는 것입니다. 이기심과 편견과 아집에서 벗어나라는 것입니다. 교만과 오만함에서 이제는 겸손해지고, 공손해지라는 명령인 것입니다. 욕망과 헛된 유혹에서 벗어나라는 명령입니다. 분노와 질투와 욕정에서 벗어나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죄에서 회개하고 새로운 삶을 살라는 명령인 것입니다. 사랑을 모르던 삶에서 사랑의 삶으로 과감하게 전환하라는 말씀입니다.
그의 손이 펴져서 그전처럼 성해졌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놀라운 기적에 가슴을 떨며 환호성을 지를 일입니다. 예수님께서 그 사람을 고쳐 주시는 기적은 좋은 일을 하시는 것이고, 그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일입니다. 손이 오그라든 것은 이미 죽어 있는 것과 마찬 가지입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죽은 삶입니다. 이제 그는 영육 간에 다시 살아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