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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명 /한국해양연구소 생물연구단장
일반적으로 생물의 이름은 전세계에서 공통으로 쓰는 학명(學名)과 각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일반명, 그리고 특정 지방에서만 사용하는 방언이 있다. 이중 학명은 처음 이름을 지은 사람을 학명 뒤에 명기하여 그 유래를 찾기 쉽지만, 일반명은 보통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일이 많아 그 이름의 기원을 파악할 수 없는 것이 많다. 특히 현생하는 척추동물 중 가장 많은 종이 있는 물고기는 같은 종이라 하더라도 나라와 지방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그렇다면 물고기 이름은 어떻게 붙여지게 되었을까?
물고기 이름은 보통 특이한 생김새나 생태에서 비롯한 경우가 많지만, 어떤 종은 특별한 사연이 있어 이에 따라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물고기 이름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 있는지 알아보자.
장어(長魚)는 몸통이 길어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흔히 포장마차에서 곰장어라고 부르는 먹장어와 일본명인 아나고로 잘 알려진 붕장어 및 갯장어, 그리고 흔히 민물장어로 통용되는 뱀장어가 있다.
이중 먹장어는 턱이 없는 물고기, 즉 학문적 분류명으로 원구류라 하여 물고기 족보상 장어무리 중 갯장어, 붕장어, 뱀장어 따위 경골어류와는 완전히 다른 무리에 속한다.
갯장어는 바다뱀장어라는 의미로, 붕장어와 비슷하지만 다소 뾰족한 입과 예리한 이빨이 특징이다.『자산어보』에서는 이빨이 개이빨 같다하여 견아려(犬牙嵔)로 기록하고 있으며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입은 돼지같이 길고, 이는 개와 같아서 고르지 못하다. 뼈가 더욱 견고하여 능히 사람을 물어 삼킨다." 일본에서는 하모라 부르는데, 이 이름은 갯장어가 아무것이나 잘 무는 습성이 있어 붙인 이름이다. 중국에서는 바다뱀장어라는 뜻으로 해만(海鰻)이라고 한다.
붕장어는『자산어보』에서 붕장어로 쓴 데서 비롯하였는데, 왜 이런 이름을 붙이게 되었는지 유래를 찾기는 어렵다. 일본에서는 붕장어를 일반적으로 아나고(穴子)나 마아나고(참붕장어,眞穴子)라 부른다. 이러한 이름은 붕장어가 갈라진 바위틈에서 생활하기를 좋아하는 습성이 있어 생겨났다고 전하나, 붕장어는 갯장어나 바다뱀장어와 달리 바위틈보다는 천해의 모래바닥을 더 좋아한다. 또 옛날 일본에서는 붕장어의 눈 뒤 측선상에 흰 점이 줄지어 있다하여 메지로(目白)라고도 불렀다.
중국에서는 바다뱀장어라는 뜻으로 해만(海鰻), 흰 점이 있는 뱀장어란 의미로 황만(皇鰻)이라 한다. 그밖에 성만(星鰻), 표어(祢魚), 노어(盧魚) 따위의 이름이 있다. 영어로는 코먼콩거(common conger)라 부른다.
뱀장어는 뱀처럼 생긴 장어라는 뜻으로 흔히 민물장어로 불린다. 지방에 따라 드물장어, 배암장어, 장어(長魚), 만(鰻), 주무장어, 참장어, 민물장어, 은뱀장어, 장치, 비암치 따위로 부르는 등 방언도 다양하다. 전남 고흥지방에서는 늦은 가을 뻘속에서 잡은 맛좋은 뱀장어를 펄두적이라 한다.
멸치(蔑致)는 물 밖으로 나오면 바로 죽어버린다하여 붙인 이름으로 멸어(蔑魚), 멸치어(蔑致魚)에서 비롯되었다.『우해이어보』에서는 말자어(末子魚), 멸아(蔑兒), 기기(幾幾),『자산어보』에서는 추어(皠魚), 멸어(蔑魚)라 소개하고 있으며,『임원경제지』와『전어지』에서는 이추(滲皡),『재물보』에서는 용어(沌魚),『한국수산지』에서는 기어(幾魚), 멸어(蔑魚)로 기록하고 있다. 방언도 다양하여 제주도에서는 행어, 남해안에서는 멸오치나 메레치, 전남에서는 멸이라 한다. 또 강릉에서는 큰 멸치를 앵매리, 포항에서는 중간 크기 것을 드중다리 멸치 또는 중다리, 작은 것을 사와멸치 또는 눈퉁이라 부르며 진도에서는 국수멸이라고 부른다.
청어는 푸른색 물고기라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며,『명물기략』에서는 값이 싸고 맛이 있어 서울의 가난한 선비들이 즐겨 먹는다하여 한자어로 비유어(肥儒魚)라 하였다.
모래무지는 모래에 숨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인데, 지방에 따라 많은 방언이 있다. 경기, 충남, 전남에서는 모래모치 강원도, 충주, 경남에서는 모래무치로 부르며 그밖에 모래미치, 몰개무치, 모래미, 모래마재, 모리지, 모자, 어느티, 모재, 마자, 몰가자 따위로 부른다. 일본에서는 가마쓰카(鎌柄)로 부르는데 이는 모래무지가 낫(鎌,가마)처럼 생겼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붕어는 이 물고기가 무리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는 것을 보고 '魚十村'라는 글자를 만들어 쓴 데서 비롯한 이름으로 고서(古書)『본초강목』도 부어(掣魚)라 쓰고 있다. 일본에서는 후나(掣)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수중에 숨어산다는 뜻인 복어(伏魚)를 일본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긴 이름으로 보인다. 영어로는 크루시안카프(crucian carp)라고 부른다.
잉어도『재물보』와『아언지장』에서 리어(鯉魚)로 쓴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초어(草魚)는 이름에서 보듯이 풀을 주로 먹는 물고기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영어로도 풀을 먹는 물고기라는 의미로 그래스 피시(grass fish)라 쓴다.
은어도 이름이 다양하다. 은빛을 띤 아름다운 물고기라는 의미로 은광어(銀光魚), 은조어(銀條魚)라고 부르기도 하며 입 주변에 은색이 뚜렷하다하여 은구어(銀口魚), 향기가 난다하여 향어(香魚)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은어를 국어(國魚)로 통칭하고 아유(鮎)라고 부르는데 이는 비늘이 빛나는 작은 물고기, 봄에 강으로 오르고 가을에 내려간다는 뜻의 옛말이다. 또 아름답고 맛있는 물고기라는 뜻도 있으며 비늘이 작은 물고기라는 뜻에서 세린어(細鱗魚)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은어를 향어(香魚), 미국에서는 요르단 박사가 붙인 이름으로 스위트 피시(sweet fish), 유럽에서는 빙어를 닮은 맛있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스위트 스멜트(sweet smelt)로 부른다.
빙어라는 이름은『전어지』에서 동지 이후에는 얼음에 구멍을 내어 그물로 잡고 입춘 이후에는 푸른색이 차츰 사라지기 때문에 얼음이 녹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하여 빙어(氷魚)라 칭한 데서 유래하였다. 또『어변증설』에서는 빙어가 참외나 오이 맛과 비슷하다하여 과어(瓜魚)로 표기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에도시대에 가스미가우라호 주변 사람들이 장수에게 공물로 바치던 물고기라하여 공어(公魚)라고 부르기도 한다.
석조송어는 송어로 알려져 있는데 영어로는 무지개송어(rainbow trout)라고도 한다. 원산지는 북미 알래스카에서 캘리포니아까지로 우리나라에서는 얼마전 작고하신 유명한 어류학자 정문기박사의 아들 정석조씨가 1965년에 처음으로 도입하여 이식에 성공하면서부터 널리 분포하게 되었다하여 이식자의 이름을 딴 석조송어를 학문적 표준명으로 삼고 있다. 이 종은 냉수성 물고기로 산소함유량이 많은 찬물이 흐르는 계곡에 주로 서식한다.
이와 습성이 비슷하고 모양이 유사한 종으로는 산천어가 있다. 그런데 산천어라는 이름은 연어의 한 종인 시마연어가 바다로 내려가지 않고 찬물이 흐르는 깨끗한 산천에 터를 잡고 산다하여 붙은 것이라 한다.
그리고 족보는 완전히 다르지만 모양과 습성이 닮은 열목이는 보통 열목어(熱目魚)라 부르는데 눈이 붉은 특징이 있다. 이로부터 눈에 열이 많아 그 색이 붉으며 눈의 열을 식히려고 냉수가 흐르는 계곡상류에 산다하여 열목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고 전한다. 사실 열목어의 눈이 붉은 것은 눈에 실핏줄이 많아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동국여지승람』과『전어지』동월의『조선부』에는 열목이를 여항어(餘項魚) 또는 이항어(飴項魚)라고 기록하고 있다. 항(項)은 목이라는 뜻이고 이(飴)는 엿이라는 뜻으로 둘을 합치면 여목어 또는 목어 이름의 유래를 볼 수 있다.
명태는 옛부터 우리나라국민이 가장 즐겨 먹어 왔던 물고기로 그에 얽힌 일화도 많다. 조선 개국250년경 초도순시차 명천군(明川郡)을 방문한 함경도 관찰사 민아무개가 식탁에 오른 명태요리를 맛있게 먹고 이름을 물었는데 그때까지 이 물고기의 이름이 없었다. 그래서 명천군의 명(明)자와 어부 태(太)씨의 태(太)자를 따서 명태(明太)라 하고 우리나라 300년 보물이라 한 것이 명태라는 이름의 유래라 한다. 워낙 즐겨먹던 물고기라 이름도 다양하여 고서『전어지』는 명태어,『동국여지승람』은 무태어(無泰魚)라 기록하고 있고 생명태를 선태(鮮太), 겨울철 얼린 것을 동태(凍太), 그물로 잡은 것을 망태(網太), 낚시로 잡은 것을 조태(釣太), 말린 것을 건태(乾太) 또는 북어, 어린새끼 말린 것을 노가리라고 부른다.
숭어는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살고있는 물고기인데 조선시대에 임금에게 올리는 진상품으로 이용한 물고기라 하여 숭어(崇魚)로 기록한 데서 그 이름의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숭어의 색깔이 스님이 입는 검게 물들인 옷(眲衣)과 비슷할 뿐만 아니라 숭어의 몸통에 거무스름한 무늬가 있다하여 치(眲)라 했으며 검은 까마귀를 속칭한데서 오어(烏魚)라고도 했다.
학공치는 입이 길쭉한 게 학을 닮은데다 공물로 바친 물고기라는 의미로 학공치어(鶴貢侈魚)라고 한 데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사와니요루 즉 많이 모인다는 뜻에서 사요리(針魚)라고 하며 그 모양에서 따온 세어(細魚)라는 이름으로도 통한다. 중국에서는 아래턱 주둥이가 길고 뾰족해서 침구어(針口魚) 또는 침어(針魚)라 부르고 있다. 또 주나라때에는 강공(姜公)이 학공치의 뾰족한 아래턱 주둥이로 고기를 낚았다하여 강공어(姜公魚), 대만에서는 그물 수선에 뾰족한 주둥이를 사용했다하여 보망어(補網魚)라 한다.
도화돔은 여수어시장에서는 바다붕어라고도 부르는데 몸색깔이 복숭아꽃과 같다하여 붙인 이름이다. 일본에서는 칠복신의 하나(에비스)인 상가의 수호신이 오른손에 낚싯대, 왼손에 도미를 들고있는데, 이 도미가 도화돔과 비슷하다하여 에비스 다이라 부른다. 영어로는 도화돔의 몸색깔이 진홍색인 데서 우리나라 도화돔과 유사한 의미인 크림슨 시 브림(crimson sea bream)이라 부른다.
『전어지』에 따르면 임연수어라는 물고기 이름은 관북에 살던 임연수(林延壽)라는 사람이 이 물고기를 잘 잡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하며 지금도 이 이름이 변한 이면수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지방이 많다. 지방에 따른 방언도 많아 함경남도에서는 잣치, 강원도 명주군에서는 새치(산란후 청색을 띠는 것은 청새치라 한다), 강릉에서는 임연수어 자어를 가르쟁이라고 한다. 그밖에 크기에 따라 새치, 다용치 등 다양한 이름이 있다.
쏘가리는 예로부터 준수한 생김새 탓에 민물고기의 왕자로 또 최고의 맛을 지닌 물고기라는 뜻에서 천자어(天子魚)로 불리기도 했다. 쏘가리라는 이름은 등지느러미의 가시가 쏜다는 뜻에서 생긴 이름이다. 일본에는 쏘가리가 살지 않지만 쏘가리를 고라이케스교라고 부른다. 이 이름은 원래 중국대륙에 서식하는 쏘가리를 지칭하는 맛이 뛰어나다는 뜻의 게스교에 우리말인 고려를 붙여 생겨난 것이다.『임원경제지』와『전어지』에서는 몸체 반문이 그물과 같다하여 계어(喬魚), 그 맛이 돼지고기와 비슷하다하여 수돈(水豚)이라 기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고대 문인들은 쏘가리의 아름다운 몸색깔을 따서 금린어(錦鱗魚)라고도 불렀다.
그밖에『물명고』『자산어보』『재물보』『아언각비』『아언지장』『오주연분』『성경통지』『본초강목』에서는 소가리(所加里), 금린어, 금문어, 궐돈, 자어, 궐어, 거위근어, 대어, 석계어로 소개하고 있으며 현재 한강주변에서는 맛잉어나 천잉어로 부르기도 한다.
농어는 중국의 노어(帡魚)라는 한자말에서 온 이름으로 보이며 붕어나 잉어의 이름과 유사한 특징을 보여준다. 중국에는 농어에 관한 고사가 많은데 그 중에서 송강농어에 관한 이야기가 유명하다. 옛날 진나라때 장한이라는 사람이 낙양에서 높은 벼슬을 하고 있었다. 낙양에서 속세의 괴로움에 번민하던 그는 어느 여름날 문득 고향 송강의 농어맛을 그리워하여 관직을 버리고 고향인 송강으로 돌아갔다. 이 일화로부터 농어를 송강농어로 부르게 되었고 송강의 농어가 유명해진 것이라고 전해오고 있다. 중국에서 유명한 송강농어는 크기가 다소 작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농어와 그 종류가 다른데, 중국에서는 일명 사새어(四斚魚), 우리나라에서는 송강농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외에도 몸통에 검은 반점이 있는 것을 옥화로(玉花帡), 담수산 농어를 강로(江帡), 해산농어를 해로(海帡), 맛이 좋은 농어를 취로(脆帡)라고 부르고 만주 등지에서는 노자어(魯子魚)라고 부르는 등 많은 이름이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농어가 길조(吉兆)로 알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주나라 무왕이 천하를 통일하기전 바다를 건널 때 농어가 배 위로 뛰어올랐다는 고사이외에도 이 행운의 물고기에 대한 옛이야기가 많아 낚시꾼들은 걸려오는 농어와 함께 그날의 행운을 빌기도 했다.
보리멸이라는 이름은 초여름 보리가 필 때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잘 잡히고 몸통이 누렇게 익은 보리와 닮았다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전한다. 방언도 많아 포항에서는 보리메레치, 울산에서는 갈송어, 마산에서는 모래문저리로 부르며 전남지방에서는 청보리멸을 청보리치라고 부른다. 보리멸을 일본에서는 기스(綌)라 하는데, 비오는 날 잘 낚인다하여 비의 고기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리고 덕도현에서는 보리멸의 머리 모양이 쥐의 머리와 닮았다하여 서두어(鼠頭魚)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중국에서는 보리멸의 머리 모양이 길고 뾰족한게 배의 앞부분인 단정(丹熯)과 같다하여 선정어(船熃魚), 몸통이 희다하여 백정어(白熯魚), 머리를 모래에 처박고 먹이를 잡아먹어 모래를 뚫는 고기란 뜻으로 사찬(沙鑽), 비늘이 작고 쥐를 닮은 고기란 의미로 소린희(小鱗綌)라고 부르는가 하면 계어(鷄魚)라고도 부르는 등 모양에 따른 이름도 다양하다.
방어라는 이름은 살찐 물고기라는 뜻이다. 일본에서는 방어를 한자 사(攅)로 표기하는데 이는 물고기의 왕자를 뜻한다. 또 방어의 일본말인 부리는 지방이 많다는 뜻에서 생겨난 이름이다. 중국에서도 일본 한자말과 같이 사어(攅魚)라 쓴다.
참돔이라는 이름은 여러 돔 중에서 으뜸이라는 뜻인데 도미라는 방언으로 더 많이 통용된다.『자산어보』에서는 참돔을 강항어(强項魚),『전어지』에서는 독미어(禿尾魚),『경상도 지리지』에서는 도음어(都音魚)나 도미어(道味魚혹은道尾魚)로 기록하고 있다.
지방에 따른 방언도 다양하여 서울에서는 되미나도미, 강원도에서는 큰 것을 돗되미, 전남 거문도에서는 어린 참돔과 붉돔을 합쳐 상살이라고도 한다.
일본에서도 참돔과 같은 의미인 마다이(眞牞)라 부르며, 옛날에는 참돔의 붉은 몸색깔로 인해 적녀(赤女), 체형이 평평하다하여 평어(平魚), 붕어와 모양이 비슷하다하여 바다의 붕어라는 뜻으로 해즉(海獇)이라고도 하였다.
소련에서도 바다의 붕어라는 의미로 이름을 붙였으며, 중국 남부지방에서는 입어(立魚), 중부지방에서는 동분어(銅盆魚), 북부지방에서는 가길어(加吉魚)라 부른다.
민어(民魚)는 말 그대로 예로부터 우리민족이 가장 선호해 온 물고기란 의미다. 민어는 옛 책에도 많이 언급되어 그 이름과 방언이 매우 다양하다.
예컨대『습유기』와『자산어보』에서는 민어를 면어(恩魚)라 하고 그 중 말린 것을 상어(斒魚)로 기재하고 있다. 또『동의보감』『물명고』『재물보』에서는 회어(粃魚),『임원경제지』에서는 민어(憆魚),『풍시가우항잡록』에서는 작은 것을 접어(煒魚) 또는 유어(皎漁), 가장 작은 것을 매수(梅首) 또는 매동(梅童), 그 다음 것을 춘수(春水)라고 기재하고 있다. 방언도 많아 전남에서는 특히 큰 민어를 개우치, 법성포에서는 작은 것부터 보굴치, 가리, 어스레기, 상민어, 민어로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혼니베(本恩), 중국에서는 면어(恩魚), 민어(憆魚), 미어(米魚), 영어로는 민어가 산란기때 구∼구 하고 우는 소리를 내는 습성에 착안하여 소리를 내는 물고기라는 의미로 크로우커(croaker)나 브라운 크로우커(brown croaker)로 쓴다.
조기는 참조기를 비롯하여 보구치, 수조기, 부세 등의 조기류를 통칭하는 말이다. 조기는 예로부터 관혼상제에 널리 쓴 귀한 물고기일 뿐 아니라 노인과 어린이, 산모의 영양식으로 사용해 온 까닭에 기운을 돕는다는 의미로 조기(助氣)라 불렀으며
조기를 먹으면 아침에 발기한다라는 뜻으로 조기(朝起)라고 불렀다는 기록도 있다.
그리고 참조기 말린 것을 굴비(屈非)라 하는데 이름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고려 16대 예종때 이자겸은 그의 딸 손덕을 비(妃)로 들여서 그 소생인 인종으로 하여금 왕위를 계승케 하였다. 그리고 인종에게도 3녀와 4녀를 시집보내 인척관계를 맺고 권세를 독차지한 뒤 은근히 왕이 되려는 야심을 품게 되었다. 이런 야심을 눈치챈 최사전이 이자겸 일당인 척준경을 매수하여 체포한 후 영광 법성포로 유배시켰다.
유배지에서 굴비를 먹게 된 이자겸은 마침 칠산바다에서 잡은 조기를 소금에 절여서 진상하면서 이것이 결코 자기 잘못을 용서받기 위한 아부가 아니며 앞으로도 비굴하게 굴지 않겠다는 뜻으로 진상품의 이름을 비굴을 뒤집어 굴비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두개골속의 이석이 특히 큰 탓에 옛날에는 머리에 돌이 있는 물고기란 뜻으로 석수어(石首魚)또는 석두어(石頭魚)라고도 불렀다.
갈치는 보통 칼치라 부르는데 이는 갈치가 칼처럼 생겼다하여 붙인 이름이다. 더욱이 신라시대에는 칼을 '갈'로 표기했으므로 갈치로 쓰게 된 유래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통영에서는 빈쟁이, 전남지방에서는 어린 갈치를 풀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자산어보』에서는 갈치를 군대어(裙帶魚),『전어지』에서는 갈어(葛魚)로 기재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갈치의 체형이 칼 같다하여 다치우오(太刀魚)라 하고, 중국에서는 갈치의 모양이 흰 띠와 같다하여 백대어(白帶魚), 대어(帶魚), 인도어(鱗刀魚)라 쓴다. 영어이름도 무척 다양하다. 체형을 보고 붙인 리본 피시(ribbon fish)와 밴드 피시(band fish)를 비롯하여 단검 모양을 닮았다하여 붙인 커틀러스 피시(cutlass fish) 칼집에 비유한 스캐버드 피시(scabbard fish)같은 이름 외에도 갈치의 꼬리가 모발과 비슷한 모양이라하여 붙인 헤어 테일(hair tail)등의 이름이 있다.
고등어는 예로부터 우리민족의 영양식품으로 생활과 관계가 깊어 이름도 무척 다양하다.
고등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등이 둥글게 부풀어오른 체형 탓으로 알려져 있는데『자산어보』에서는 벽문어(碧紋魚)로,『동국여지승람』에서는 고도어(古刀魚),『재물보』에서는 고도어(古道魚)로 기재하고 있다.
그밖에 지방에 따른 방언으로는 고동어, 고망어 등이 있으며 크기에 따라 고도리, 열소고도리, 소고도리, 통소고도리가 있다. 일본에서는 마사바(참고등어,本鯖)라 부르며 중국에서는 태파어(台巴魚), 대패어(黛覇魚), 태어(砪魚), 청화어(靑花魚), 청어(靑魚)라 한다.
다랭이라는 물고기는 일반적으로 참다랭이, 가다랭이, 점다랭이 같은 다랭이류를 총칭하여 부르는 이름으로 흔히 다랑어로 부른다. 일본에서는 마구로(淩)라 한다.
영어로는 튜너(tuna)라고 부르는데 지느러미 색깔과 외형상의 특징에 따라 참다랭이를 블루 핀 튜너(blue fin tuna), 눈다랭이를 빅 아이 튜너(big eye tuna), 황다랭이를 엘로 핀 튜너(yellow fin tuna), 점다랭이를 리틀 튜너(little tuna)등으로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참치라는 이름을 더 많이 쓰는데 이것은 해방후 해무청 어획담당관이 당시 참치가 우리나라 동해연안에서 쓰는 다랭이의 방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참치라는 말을 그대로 보고서에 기록하면서 쓰게 되었다.
가물치는 형태와 성질이 특이한 탓에 이름도 다양하다. 즉 영어권 지역에서는 머리모양이 뱀과 닮았고 성질도 뱀과 비슷하다하여 스네이크 헤드(snake head 뱀머리라는 뜻)라 하며, 중국에서는 몸체에 커다란 검은 반문이 있다하여 검다는 뜻으로 흑어(黑魚) 또는 오어(烏魚), 몸통에 화문이 있다하여 문어(文魚)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우리식 이름을 그대로 본떠 가무루치라고 부르는데, 여름철에 천둥이 치고 비가 쏟아질때 호수나 강에서 육지로 뛰어오르기도 하고 다른 수역으로 이동하기도 한다하여 천둥에서 떨어진 자식이란 뜻으로 뇌어(雷魚)라고 하기도 한다. 지방에 따라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가물치와 유사한 가무치, 가모치, 가어치 등의 방언을 쓰고 있다.
복어는 배가 부푼 물고기라는 의미다. 지방에 따라서 참복, 복찌, 복쟁이, 점복, 복장어 같은 많은 방언이 있으며『우해이어보』『본초강목』『전어지』등에서는 공기를 흡입하여 배를 부풀게 한다하여 기포어(氣泡魚) 또는 폐어(肺魚)라 기재하고 있다. 그 밖에 복회(鰒粄), 석하돈(石河豚), 반어(班魚)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후구라 부르는데 부풀다에서 비롯한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설에는 우리나라의 복어라는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전한다.
한자로는 하돈(河豚)이라고 쓰며, 중국의 강에서 서식하는 황복의 이름에서 생겨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날 중국에서는 복어를 하돈(河豚) 또는 강돈(江豚)이라 불렀으며 쏘가리를 수돈(水豚)이라 하였다. 영어로는 퓨퍼 피시(puffer fish), 글로브 피시(globe fish)라 한다.
그밖에
납작하고 작은 물고기라는 의미로 납자루,
버드나무의 버들강아지 모양과 같은 물고기라는 뜻에서 버들치,
입이 큰 물고기라 하여 대구,
쏘는 물고기라 하여 쏨뱅이,
주둥이가 들쭉날쭉 신축 가능하다하여 주둥치,
이빨이 돌과 같이 단단하고 암초주변에 산다하여 돌돔,
한곳에 정착하여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키며 산다하여 자리돔,
머리에 혹이 있다하여 혹돔,
쥐를 닮은 물고기라 하여 쥐치 등
모양을 따서 붙인 이름이 많다.
한편 볼락은 몹시 흔한 물고기이면서도 그 이름의 유래를 찾기 어려운데 혹시 볼락의 영어명인 블랙록 피시(black rock fish)에서 블랙록이 볼락으로 발전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