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여행 인터넷 언론 ・ 1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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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전통문화콘텐츠연구원 원장(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문화훈장, 문화발전에 공적이 큰 존경받는 분에게 수여되어야 한다.
1973년부터 수여된 문화훈장은 문화, 예술 발전에 공을 세워 국민 문화향상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정부가 수여하는 명예로운 훈장이기에, 문화예술인이라면 누구나 받고 싶은 포상이다.
매년 문화예술의 발전에 크나큰 업적을 남긴 문화예술인들에게 문화훈장이 수여되고 국민과 동료 문화예술인들로부터 축하의 마음을 받는다. 대체로 생존하고 있는 문화예술인에게 수여되지만 가끔은 고인에게도 추서된다.
소설가, 시인 등의 문학인이나 작곡가나 연주자와 지휘자 등의 음악인, 화가, 조각가 등 미술인, 무용인, 만화가, 탤런트나 영화배우 등의 배우나 가수 또는 코미디언 등의 연예인, 그리고 기타 문화인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문화예술계에 종사한 사람들이 그 대상이다. 이쪽 계열과 상관이 없어도 평생 문화계 발전에 지대한 공이 있으면 받을 수도 있다.
문화훈장은 국민훈장처럼 등급이 존재하며 1등급 금관부터 시작해 은관, 보관, 옥관, 화관까지 있다. 이와 별도로 나름의 업적이 있지만, 훈장을 수여할 정도가 아닌 자에겐 문화포장이 수여된다. 단, 포장의 법적 효력은 훈장과 같다.
1급 금관 문화훈장은 공적 기간 30년 이상, 해당 분야 개척자, 원로급 및 작고 예술인에게, 2급 은관 문화훈장은 공적 기간 25년 이상, 해당 분야의 발전에 탁월한 업적이 있는 자에게, 3급 보관 문화훈장은 공적 기간 20년 이상, 해당 분야의 발전에 공적이 현저한 자에게, 4급 옥관 문화훈장은 공적 기간 15년 이상, 해당 분야의 발전에 공적이 현저한 자에게, 5급 화관 문화훈장은 공적 기간 15년 이상, 해당 분야의 발전에 이바지한 자를 기준으로 해당 문화예술 분야 발전에 대한 기여도와 그리고 후보자의 작품 그 자체 평가보다는 평생을 통한 지금까지 공로나 업적에 대해 심사하여 수여한다.
친일행각으로 지탄받은 분에게 문화훈장 수여 옳지 않아
금관 문화훈장 수상자. (황병기, 박서보, 윤여정, 이어령)
방정환, 김소월, 이효석, 조지훈, 이육사, 모윤숙, 김소희, 조병화, 황순원, 백남준, 서정주, 김기창, 김수영, 임권택, 박동진, 윤석중, 구상, 신상옥, 김동원, 송범, 박경리, 이청준, 김영랑, 유현목, 앙드레김, 박완서, 이우환, 이은관, 최인훈, 황병기, 박서보, 윤여정, 이어령, 송해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할 분들이 금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그러나 역대 금관 문화훈장을 받은 분 중에는 친일행각으로 지탄받으신 분들도 더러 있어서 이런 분들에게 금관 문화훈장을 드렸던 것은 옳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화훈장은 특별한 경우에 수여되기도 하지만 대략 5월경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모를 통하여 추천받아 원로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거쳐 10월 문화의 달에 수여된다. 추천 방식은 문화예술 관련 단체나 개인이 추천하거나 본인도 자천할 수 있다.
서훈 부문은 문화일반, 문학, 미술, 공예·디자인, 건축, 음악·국악, 연극·무용 등 7개 부문이다. 추천서류에는 ‘문화예술발전 유공 후보자 추천서’도 들어가지만, 포상 후보자의 ‘정부포상에 대한 동의서’가 첨부되어야 한다. 결국, 추천된 사람이 자신이 추천된 것을 인지하고 수상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현재 셀프 추천, 옆구리 찔러 추천 판쳐
문화예술 관련 단체에서 추천한 분들은 대부분 현직 단체장이나 전임 단체장, 혹은 단체에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분을 추천하는데 포상 나누어 먹기, 대가성 행태의 냄새가 진동하고, 정말 추천된 분이 문화예술인으로서 국가와 국민이 인정할만한 인사인가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일이 많았다.
개인 추천의 경우에도 자발적인 추천이라기보다는 포상에 눈이 어두운 인사가 본인을 추천하도록 작용한 냄새가 진동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추천을 우스갯말로 쓰리 쿠션 추천이라고 한다.
나도 문화예술계에 오랫동안 활동하다 보니 문화훈장 심의에 여러 차례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심의하다 보면 이의를 제기할 여지 없이 충분히 훌륭한 분들이 추천되어 심의가 매끄럽게 끝나는 때도 있지만, 심의 과정이 끝날 무렵이 되면 심사위원들끼리 서로 눈치를 보며 허탈한 표정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줄 만한 사람이 없다는 표정이다. 문화예술계에 혁혁한 업적을 보인 사람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업적은 인정되지만, 문화훈장을 수여할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분들이 추천되어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화훈장을 받을만한 충분한 함량을 가진 예술인들은 오직 예술만을 바라보며 치열한 삶을 살아온 분들로서 홀로 작업을 하므로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며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한 분이 예술 관련 단체로부터 추천받거나 주위 사람들의 옆구리를 찔러 자신을 추천해달라고 할 리 만무다. 본인이 자신에게 상 달라고 하는 것은 체면과 자존심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로는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며, 자존심을 목숨처럼 중시하는 예술가들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문화훈장 선정방식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니 문화훈장 추천 후보에는 그러한 분들의 이름이 보이기 힘든 구조다. 그래서 심의위원회에서 늘 나오는 이야기가 오늘 모인 심의위원들끼리 토론하여 훈장 포상 대상자를 추천하면 안 되는지 실무담당자들에게 문의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포상 규칙에 따라 추천 공모 규칙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추천된 분 중에서 그나마 괜찮은 분을 차선책으로 선정하거나, 거의 그런 일은 없지만 ‘해당자 없음’으로 결론이 나게 마련이다.
나는 이런 문화훈장 선정방식으로는 더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제안하겠다. 내 생각으로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문화예술 관련 기관 공무원이나 종사자, 문화예술 영역별 전문가들과 시민 대표로 구성된 ‘문화훈장 대상자 발굴 전담반’을 구성하여, 충분한 시간을 갖고 포상 대상자를 발굴하고 검증하여 1차로 걸러내고, 다음에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가 발굴 전담반에서 올라온 대상자 중에서 최종 후보자를 추천하여, 국민 검증을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방식이든 완벽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정략적 추천, 셀프 추천, 옆구리 찔러 추천 방식은 더는 지속하여서는 안 된다. -문화 칼럼니스트 김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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