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해외도보 21탄 - 일본 간사이 문화답사 걷기여행(상) (세계유산 요시노산, 아스카사(비조사), 아마카시언덕 조망)

[발견이(윤문기)]

후기 제7편 - 백제의 바람은 아스카 들판에 머물고

치쿠린인 료칸에서 산길로 조금 올라오니 산벚꽃으로 일본 제일이라는 요시노산 답게 단풍이 아름답습니다. 

멀리 산사와 반쯤 가린 탑이 눈에 꼭 박힙니다.

어느 일본분이 삼각대에 망원카메라 까지 장착하고 열심히 촬영하고 계시길래

슬그머니 다가가니 그분이 살짝 빠지십니다.

아마 감나무와 저 사찰을 걸어서 촬영하고 있었을 것 같네요.

니콘의 200mm망원렌즈였으니 대략 이런 앵글로 촬영했겠죠?

다양한 앵글로 저도 촬영해봅니다. ^^

이런 곳이 봄이면 이렇게 변합답니다. ^^

짜잔! 우리나라하고는 컬러나 앵글이 완전 다르지요?

요기까지 절 사진 놀이 끝! ^^

이 안내판이 왜 요시노산이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는지 알려줍니다.

발도행에서도 재작년에 다녀온 세계유산 트레일인 구마노고도가 바로 이 요시노산을 지나거든요.

이 판넬 바로 옆으로 이 길이 지나기에 이 산도 더불어 세계유산에 이름이 올랐답니다.

구마노고도는 교토와 나라에 있는 천황들이 구마노지역 그러니까 남서쪽에 있는 중요한 신사 세 곳에

참배하러 가던 길이었는데, 400년 전 일반인들의 참배가 허용되면서 '개미떼들의 구마노행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엄청난 사람들이 이 길을 걸어 순례를 갔다고 합니다.

지금으로 치면 여행개념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다시 올라갔던 길로 내려옵니다.

우리 숙소인 치쿠린인을 가기 위해 아슬아슬하게 통과해야 했던 터널!

이 터널을 통과하면 우리가 드라이버상에게 힘차게 박수를 쳐주곤 했지요. 
참 지금 생각해도 재미난 일이었습니다.

사진으로 보니 터널 외벽이 참 옛스러워 보이네요. ^^

아스카에 불어온 백제의 숨결을 찾아 떠나는 길, 서광이 비추고.

드디어 백제인들에 의해 세워진 일본 최초의 사찰이라는 아스카사에 닿습니다.

부처님과 스님 세수시키시고 복 받으시라는 장치. ^^

부동명왕 세수시키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

여행하기 참 좋은 날씨입니다. 본당에 들어가기 위해 입장권을 끊는 동안 사찰 경내를 둘러봅니다.

본래 가로세로 200m의 거대한 사찰이었는데, 오랜 세월 동안 화재 등으로 인해 지금 크기로 축소되었다고 합니다.

소가노우마코의 가족 사찰인 씨사로 588년 불사를 시작해 8년 뒤인 596년 법흥사 라는 이름으로 세워진 아스카사.

1196년에 친 벼락에 의해 전소되어 수백년간 방치되다가 1825년에야 다시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되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이곳에 모신 아스카사 대불은 606년에 봉안된 그분이시라고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 1196년 화재 때 대불도 상당부분이 훼손되어 다시 보수한 것이라고 하긴 하는데요.

당시 이 불사를 이끌었던 도리불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즉 한국적 미가 일본화 되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라고 합니다.

아스카 대불 우협시(우리가 볼 때는 좌측)한 분은 쇼토쿠 태자의 강찬상(설법할 때의 모습)입니다.

아스카사를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것이 창건 배경에 대한 부분이지요.

당시의 권력을 두고 두 집단의 일대 결전이 벌어집니다.

불교를 정식으로 인정하여 널리 퍼트려야 한다는 숭불파는

스이코천황의 섭정이었던 쇼토쿠태자와 백제계 도래인으로 알려진 소가노우마코 집안이 가세합니다.

반대로 기존의 신도를 중심으로 나라를 경영해야 한다고 했던 모노노베 가문이 이에 맞섭니다. 

※소가 가문과 종교전쟁을 벌인 모노노베 가문에 대해 토착세력이라고 표현하지만 

   최근에는 모노노베 가문이 가야계 도래인이라는 설이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즉, 백제 도래인보다 150년 먼저 일본에 와서 기반을 닦은 가야계 도래인과

   신흥 세력인 백제계 도래인 간의 일본 내 세력다툼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현장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일본의 고대사는 연구자에 따라 매우 다양한 견해가 있어서

   어느 한쪽만 설명드리긴 참 어렵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고대사를 오랫동안 연구했던 존 카터 코벨 여사와 몇몇 연구자에 따르면

   이 싸움은 369년 일본으로 넘어와 야마토 정권을 세우며 일본 열도의 천황 혈통이 된 가야계

   (혹은 고구려 북쪽에서 한나라에 밀려 남하한 부여기마족) 세력과 백제계 신흥 도래인 간의 

   권력다툼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는 뜻입니다.

아무튼 이때 소가노우마코는 이 싸움에서 이기면 절을 지어 부처님을 모시겠다는 맹세를 하고 승자가 됩니다.

그래서 소가노우마코 맹세에 따라 세운 절이 바로 이 아스카사입니다.

아스카사가 중요한 이유는 당시 일본에는 이런 사찰을 건축할 기술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지요.

심지어는 아스카사 남쪽에 있던 궁궐도 발굴결과 지붕이 나무지붕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일본 최초로 기록에 남은 기와집도 바로 아스카사(법흥사)라고 합니다.

일본에는 기술이 없었기에 아스카사을 세우기 위해 백제에서는 사찰 설계사, 기와를 만드는 와박사,

 화가, 목수 등등의 다양한 분야별 기술자들을 일본에 파견합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일본서기에 보면 아스카사를 세우며 가장 중요한

찰주(심주)를 세우는 법요식에서 100여명이 백제옷을 입고 무척 기뻐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그래서 아스카사의 한글 브로셔에 이러한 기술을 전수해준 백제에게 감사하다는 말이 들어가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아스카사는 가야계 도래인들이 세운 야마토정권에서 백제계로 향후 100년간 권력이

넘어가는 상징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자세한 내력에 대해서는 이분이 설명한 것은 아니고, 이분은 단순히 백제 기술자들에 의해

아스카사가 세워졌다고 표현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들의 유산에서 우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비로운 경험입니다.

5일간 우리의 멋진 네 바퀴가 되어준 사부리상이 굉장히 진지하게 설명을 듣고 있더라고요.

일본인들의 DNA가 한반도 사람들과 75%가 일치한다고 하니 사부리상도 우리와 핏줄이?

아스카사 대불은 하관이 긴 편인데, 아스카사 창건을 주도한 도리불사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아스카사의 가람배치입니다. 그림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중앙에 탑이 1개이고,

북쪽과 동쪽, 서쪽에 금당(부처님을 모신 본당)을 세운 1탑 3금당 방식으로 삼국시대에서는

고구려 방식입니다.

왜 백제 기술자들이 와서 지었는데, 백제 방식인 1탑 1금당이 아닌 고구려 방식을 따랐을까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이에 대해서 연구자들은 이런 논리를 폅니다.

아스카사 창건 전후의 한반도 정세는 백제와 고구려, 그리고 신라가 맞서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고구려는 일본이 백제에 군사적 지원까지 할 정도로 가까워지는 것을 어떻해든 견제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향후 쇼토쿠 태자의 스승이 된 혜자 스님을 파견하였고, 이때 아스카사는 1탑 1금당의

백제식 가람배치에서  1탑 3금당의 고구려식 가람배치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럼 이때 일본과 가장 가까운 신라는 무엇을 했을까요? 이건 제 추측입니다만,

신라는 삼국 중에 가장 늦게 불교를 받아들인 탓에 아직 불교 같은 복잡한 신앙 이데올로기를

수출할 정도의 수준에 다다르지 않았으리라고 봅니다. 

신라가 불교를 공인한 것이 법흥왕 527년으로 고구려나 백제에 비해 수백년이나 늦었으니까요. 

다만 신라는 지금의 경상도 지역과 매우 가까운

이즈모(지금의 시마네현으로 간사이에서 서쪽으로 300km 정도 위치) 지역에

오래전부터 자리를 틀고 지역 토호세력으로 영역을 확장하던 중이었습니다.

※이즈모 지역은 경북 포항하고 가장 가까운 일본 해안입니다. 

   포항지역에서 내려오는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 기억나시는지요?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는 서기 157년 정도의 일로 삼국유사 등에 기록되어 있는데요.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태양과 관련된 설화라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신성시 되는 천황가의 1대 천황인 진무천황(기원전 660년으로 주장)이

    일본의 가장 높은 신으로 추앙받는 태양신인 아마테라스의 손자뻘쯤 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아마테라스에서 진무천황까지 내려가는 이야기들은

    우리나라 단군신화와 매우 흡사한 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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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는 포항 호미곶 부근에 살던 세오녀와 연오랑이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의 왕이 되었고, 이들이 한반도를 떠나는 바람에 태양과 달이 뜨지 않아

    세오녀가 짠 천을 신라로 보내 천을 걸고 제를 올리니 다시 해와 달이 떴다는 설화로

    삼국유사가 몇몇 이야기 책에 전합니다. 

우리에게 1,500년 전의 시간을 데려다준 아스카사 부처님과 단체사진 찰칵! ^^

아스카사 정원입니다. 좁은 공간을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어요.

걸어놓은 무엇 하나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던 시간.

아스카사에서 발굴된 와당입니다. 눈에 많이 익으시지요? 백제의 것과 똑 같으니 그럴 밖에요. 

신심 깊은 어느 일본인께서 기원을...

아스카사 대불 좌협시 하고 계시던 아미타불입니다.

일본인들은 상품상생의 수인(손갖춤)을 참 좋아하나 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수인의 아미타불은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지요.

광배의 보상당초문이 굉장히 섬세합니다.

영주의 축서사 광명전에 모셔진 비로자나부처님의 불타는 광배가 갑자기 생각났어요. 

축서사  비로자나 부처님 사진을 다시 찾아보니 광배모양이 영 다른데도 왠지 동질감이 느껴져요.

마지막으로 한번 더 뵈옵고...

한번 더 잘 계시기를 기원하고...

옆모습까지 눈에 담고 밖으로 나옵니다.

우리는 이제 아스카사 서쪽에 자리한 아마카시 언덕을 두발로 향합니다. (사진의 오른쪽 위)

걸어가는 우리 일행에 가려 안보이는데 바로 앞에 아스카사를 세운 소가노 우마코의 아들인

소가노 이루카의 것으로 보이는 묘탑이 있습니다. 이루카는 아버지와 달리 중용을 지키지 않아

반 소가 가문 세력이 결집하여 일으킨 을사의 변(645년)을 당하고 소가 가문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계기를 만들고 맙니다.

이로써 4대에 걸쳐 천황가의 외척으로 최고의 권세를 누리던 소가 가문은 멸문을 당하고 맙니다.

아마카시 언덕 가는 길.

표고차 50m 정도 밖에 안되는 이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은 이런 계단과 평평한 길이 있습니다.

올라갈 때는 계단으로, 내려올 때는 평평한 길로 오려구요.

아마카시 언덕에서 내려다 보는 모습이 부여의 그것과 많이 닮았다는데...

아, 언덕 위에 올라서기 직전, '아! 바로 여기였어!'

마음은 신기하게도 백제에 성큼 다가갑니다.

언덕 위에는 이른 아침부터 7~8분의 일본분들이 아스카 들판을 내려다보며 꿈꾸듯 그리 앉아 계셨어요.

정말로 부여나 공주 어디쯤 되는 느낌입니다.

시간에 쫓겨 패스하려 했는데, 토로님께서 극구 가보자고 하셔서 올라왔는데, 참 잘한 것 같습니다.

봄에 벚꽃 흐드러질 때 올라오면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은...

정장 차림의 신사분들이 계셨는데, 어떻게 오셨을지...

멀리 우리가 걸어왔던 아스카사도 보입니다. 중앙 바로 왼쪽.

이제 확실히 아스카사가 보이시죠? ^^

이제 8편으로 이어집니다. (제가 회사일이 밀려서 후기가 늦어지는 점 이해 부탁드려요. ^^;)

[고운바람]

발견이님의 설명과 사진을 보며 다녀온 곳을 다시 되새김합니다..쏙쏙 들어오네요..연오랑세오녀까지~~ 감사합니다..**

[발견이(윤문기)]

이것 저것 일본과 우리나라는 갖다 붙이지 않으면 찰떡같이 붙지 않는게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역사학자나 세간의 관심있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총동원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

[반디야]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곳 아스카사.
일본의 다른 절과는 달리
아담한 절집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이 있었어요.
아스카사가 내려다 보이는 곳까지의 길은 더욱 좋았지요.
발견이님의 설명과 함께 환상적인 사진을 보니
그날의 아침의 여운이 더욱 또렷이 ~~~

[발견이(윤문기)]

아스카사도 거대한 대찰이었단은데, 이제는 복원된 대불만이 그때를 기억나게 해주네요.
아마카시 언덕은 참으로 기분 좋은 경험이었어요. 유홍준 선생과 토로님께 감사를...
그리고 그곳과 인연이 닿았던 우리들의 복됨에 감사를 더불어... ^^

[엘리사벳]

올라가지 않고 갔더라면 정말로 후회했을 아마카시 언덕..그 기회를 주신 발견이님, 토로님..감사드려요~
많은 것을 생각케하는 곳이었습니다~

[발견이(윤문기)]

덕분에 뒤쪽 일정이 굉장히 바빠지기는 했어도 아마카시 언덕의 고즈넉함과 바꾸어도 손해는 없었던 듯 싶습니다. ^^

[계수.]

저도 아마카시 언덕에서 바라보았던 일본의 소도시가 의외로 참 좋았어요.
모두들 가보는 유명한 관광지보다도 그런 곳에 더 관심이 가기도 하구요.
아스카절도 소박하고 아름답고 편안해 보여서 다른 웅장하고 멋진 절보다도 더 세세히 기억에 남더라구요.
그런데 발견이님 사진은 제 기억보다도 더 멋지네요^^

[발견이(윤문기)]

사진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정말 얼마 안되지요. 앞서 다른 분 댓글에 달았지만
가수 노래를 cd로 듣는것과 온몸으로 현장의 라이브 콘서트 장에서 듣는 것의 차이쯤? ^^

[은사시나무]

토로님께 등떠밀려주심에 감사!!!
안갔었더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거예요

저는 언덕아래
마을이 있는 쪽보다는
아스카사 쪽 들판이
훨씬?? 부여,공주스럽다는
느낌이었어요ㅎㅎㅎ

올라가는 길과 반댓편으로
내려오는 길도 참 편안하고 좋았지요

4박5일 동안
다닌 절집 중 가장 절집스런
안온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었어요
제 개인적으로요ㅎ

벗꽃잎이 눈보라처럼
흩날리는 날에
오면
정말 눈물이 차오를것도
같아요
발견이님! 정말 서정적이세요!!!

[발견이(윤문기)]

벚꽃 필 때 가볼 수 있으려나... 4월 상순이라던데... 휴.... 공덕을 더 많이 쌓아야겠습니다. ^^;;

[들바람.]

ㅎㅎ..
저도 눈물 날거 같다는 발견이님 글에..
사람..참..
했어요~~..
그 순간 , 우리 모두의 느낌이 그랬을까요~~?!!..ㅎㅎ

제 뼛속깊은 유전자가 반응을 하는지..
아스카사에서는
향을 껴드리고 싶은 맘이 절로 올라와서
저기에 계시는 모든 부처님들께
향공양을 했어요~..

이 순간 여기에서
우리가 보고 느끼고 배우는 그 모든것
그대로 완전함이라고
그래서 참으로 감사하다고..

발견이님한테 복많이 받으라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인지

이 순간 또한
참으로 복됨을 느낍니다~~..

발견이님은
이미 그 복을 다 받으셔서 나눠 주시고 계시는 거죠?~~~..ㅎㅎㅎㅎ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