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저는 미술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남대문 시장'엘 가야만 했습니다.
최근에 제가 주로 그림(유화) 작업에 치중하다 보니,(작년 하반기 이래(봉화 산골 기행) 쉬고 있었던 작업을 보충해야만 해서)
남아있던 재료들이(특히 캔버스) 바닥이 나서,
어차피 그것을 사기 위해서는 남대문 시장에 있는 '화방'까지 발걸음을 해야만 했지요.
근데요, 그 당시엔 '한파'가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며칠을 벼르고 있었다(미적대다가) 나간 발걸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그 날 아침은 추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에이, 전화로 주문을 해도 될 텐데......' 하는 마음이자 불평을 늘어놓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근데요, 최근엔(1,2 년 사이)...
제가 근 20여 년 이용하던 화방(이 동네 대학에 있던)을 이용할 수가 없어서(그 화방 주인이 은퇴를 한 이래),
마땅한 그 대체 화방을 찾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남대문에 있는 대형화방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기도 했던 건데요,
저도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 화방에서 물건을 사면, 몇 만원인가? 그 비용이 한계를 넘어가면, 집까지 배달을 해준다는 사실을요.
가장 최근에도 그 화방에서 캔버스를 구입했었는데, 그 때도 배달을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 간격이 오래되다 보니 그 한계액도 잊어버린 상태였고,
또 화방이란 것이... 직접 제 발로 현지에 가서, 물건을 직접 보고 고르는 게 더 믿음이 가는 것이라,
추위에 떨면서도 옷을 두껍게 입고(모처럼) 외출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현지에 가 보니, 5 만원 이상 구입하면 배달을 해준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미술 재료라는 것이 의외로 비싸기도 하지만, 자질구레한 것들을(물감 한두 개거나 붓 나부랭이 등) 살 때는 직접 가서 고르는 게 좋지만,
캔버스 같은 것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걸 사오는 것이기도 해서, 일정량을 구입하다 보면 그 액수가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는데요,
지금 당장 필요했던 10호 캔버스 하나 가격이 3 만원이나 하더라구요.
(아무래도 저는 전문화가다 보니, 캔버스를 제일 고급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어서 더욱 그렇더군요.)
그렇다면 캔버스 10호 두 개를 구입해도(전화를 걸어) 배달이 가능하다는 것 아니었겠습니까?
그런데 두 개만 살 수도 없는 상황이라, 이번에도... 10호 6 개에, 그보다 큰 것들도 몇 개씩 주문을 할 수밖에 없다 보니,
그 가격이 몇 십만원이 되드라구요.
그러니 당연히 주문을 하고(카드로), 빈손으로 돌아올 수밖에요.
그 다음 날까지 배달을 해준다고 하니.
그러니, 앞으론... 굳이 남대문까지 나갈 일도 없이, 그저 인터넷으로(그 홈페이지에 들어가) 상품을 주문하고, 카드로 결재를 하면 그걸로 끝이니...
편리하긴 하겠드라구요.
이젠, 나이가 들어 힘도 없는데, 그런 재료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까요.
근데요, 그 물건을 그 다음 날에 받고 보니,(아파트 현관까지 배달이 되어)
편리한 건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제가 직접 그 물건들을 용달을 부른다던지 해서 따로 가져올 수고까지 덜어준 거라서)
아쉽거나 씁쓸함도 없지만은 않더라구요.
물론 캔버스 가격은 옛날보다 훨씬 비쌌을 겁니다.(저는 그 전에 얼마였는지조차 기억을 못합니다. 그런 쪽엔 관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근데 그 뿐만이 아니라, 캔버스에 밑칠을 하다 보니...
30호 같은 경우엔, 캔버스 천이 팽팽한 탄력은커녕(그래야 그림 그릴 맛도 좋은데...)... 쭈글쭈글 울기까지 해서,
'내가 해도 이보다는 잘하겠다!' 하는 불평도 일면서,
그 전에 이용하던 이 근방의 '화방'에서의 추억이 새롭지(그립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예전엔)이따금씩 화방에 들러,
화방 주인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저는 가난하기 때문에, 한 번에 캔버스를 주문하려면... 어떤 때는 백 만원 대를 넘기거나 이백 만원 대까지 갈 때도 있었지만, 한꺼번에 지불할 수 없었기에...)
몇 차례 나눠서 지불을 하거나, 또 그 화방 주인이 저를 가엾이 여겨(? 제가 가난하기 때문)... 아주 싸게 할인을 해서 주는 등, 그러면서도 품질은 좋았는데,
이제는(대형화방),
젊은 화방 직원들은 너무나도 사무적이다 못해,
물건도 이렇게 질이 나빠져있음에도, 항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다 보니...
아쉬움은 물론 안타까움과 서글픔까지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사람은 그 시대에 맞춰 살아야 할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겠구요.
그런데,
아,
앞으론...
물론 저도 점점 늙어갈 터라 이런 일이 얼마나 유지될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 사는 맛 역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걸... 그저 허망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겠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