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싱 커피 , 중국 커피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다
커피 한잔이 필요하면 카페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하지만 요즘 중국에선 스마트 폰을 꺼내들고 파란 사슴이 그려진 앱을 클릭한다.이 '파란 사슴'이 바로 4개월 만에 130만 회 다운받으며 중국 커피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루이싱(瑞幸, luckin) 커피이다. 파워 블로거의 중국어 표현 왕훙(網紅)에서 따온 '왕란(網藍, 인터넷을 파란 색으로 물들이다는 의미)'으로 불리기도 한다.
루이싱 커피 창시자는 올 1월 10억 위안의 자본금을 내걸고 "중국 소비자의 커피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겠다"며 당차게 출사표를 던졌다. 4개월 만에 '13개 도시서 400여 개 매장을 개설하고 500만 컵의 커피 판매량'을 성적표로 내놓으며 스타벅스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루이싱의 마케팅 전략
'4개월 만에 13개 도시에서 525개 매장 신설'한 번개같은 확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루이싱의 마케팅 전략이 주목 받고 있다.
1) 홍보와 빅데이터, 두 마리 토끼를 잡다
루이싱 커피의 창업자 첸즈야(钱治亚)는 차량공유서비스 유니콘기업 UCAR의 전직 COO이다. 그녀가 이끄는 창업팀은 인터넷과 SNS의 홍보효과, 그리고 소셜네트워크에 기반한 데이터를 다루는 고수들이다. 이들은 회사설립 초기부터 LBS(Location Based Service)위챗 광고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했다.
위챗 펑유취안(朋友圈, 한국 카카오스토리과 비슷함)을 수시로 확인하는 도시인들에겐 공중계정을 통해 발송하는 LBS 위챗 광고에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다. 그 광고에 'APP 다운시 1잔 무료'라는 정보가 있으면 더욱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고객이 '공짜 커피 한 잔'에 끌려 파란 사슴 앱을 다운하면 루이싱은 한 명의 고객을 확보한다.
그 다음은 '친구에게 추천하기' 행사를 통해 고객군을 확대한다. 앱을 다운한 고객은 SNS 친구에게 한잔을 무료로 증정할 수 있으며 그 증정 받은 친구가 앱 다운 및 주문시 추천한 사람이 무료로 한잔 받을 수 있게 한다. 고객을 '홍보대사'로, 위챗을 '홍보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에 그치면 'UCAR 운영 이제(一姐,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여성)'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다.
포인트는 이 과정에서 한 잔 무료 증정하는 이벤트 효과와 그 파급효과를 관찰하는 것이다. LBS 위챗 광고를 보낸 후 하루 앱 다운량이 얼마인지, 주로 어느 시간대 많이 다운하는지 등 데이터를 통해 해당 구역 내 주요 고객군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 데이터는 매장 콘셉트를 확정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2) SPACE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다
커피 전문점은 모두 '커피 주문접수대+테이블+소파'로 구성돼 있다. 매장의 크기와 인테리어 풍격에만 차이점이 존재할 뿐이다. 루이싱은 이러한 고정패턴을 깨고 Elite, Relax, Pick Up, Kitchen 등 매장 콘셉트를 4종류로 나눴다.
Elite와 Relax 매장은 비즈니스 상담에 편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매장마다 다르지만 따스한 햇살 아래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소파, 의자, 테이블이 정렬돼 있다. 이 두 가지 매장의 차이점은 매장 인테리어이다. Elite 매장은 루이싱의 기업문화를 돋보기에 홍보한다는 정도이다.
반면, Pick Up 매장은 테이크아웃 커피를 빠른 시간 내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비좁다. 주로 배달업자들이 최단 시간 내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 일부 매장엔 앉을 의자조차 없다. Kitchen 매장은 케익 등 소비수요가 있는 고객을 흡인하기 위해 최근 신규 설립한 매장인데 아직 매장 수가 적다.
Pick Up | Relax |
자료원: KOTRA 베이징 무역관
3) 고객의 귀차니즘을 해결하다
커피 주문 시 복잡한 메뉴판과 컵 사이즈 때문에 귀찮다는 느낌을 한 번쯤을 받을 것이다. 스타벅스를 예로 들면, 컵 사이즈는 중형(Tall), 대형(Grande), 초대형(Venti) 등 3개로 구분한다. 주문 시 중형(Tall)은 중간 사이즈가 아닌 사실상 최소 사이즈라는 점을 꼭 한 번씩 점원으로부터 확인받는다. 또한 조금만 더 보태면 중형 또는 대형 사이즈를 '초대형'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어김없이 알려준다. '스타벅스의 Tall 사이즈 문제'는 SNS 상 성토문으로 번질 정도로 중국 소비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반면, 루이싱 커피는 사이즈 선택지가 없다. 모두 'Tall' 사이즈이므로 고민시간도 줄이고 귀찮게 점원 또는 시스템으로부터 주문을 확인받을 필요도 없다.
루이싱 커피의 간편한 메뉴는 사이즈에 그친 것이 아니라 가격대도 오직 3종류이다. 아메리카노 21위안, 라떼와 카푸치노는 24위안,기타는 27위안, 모두 동종 스타벅스 상품보다 가격이 낮다.
4) 주문은 편하게, 기다림은 짧게 하다
줄을 서서 주문해야 하는 스타벅스와 달리, 파란 사슴 앱에서 기호에 맞게 주문할 수 있다. 크림, 설탕량 등도 조절이 가능하며 본인의 기호를 앱에 저장하면 다음 번 주문시 자동적으로 '내 스타일'의 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 결제도 당연히 중국 소비자들이 편하게 알리페이(支付寶)나 위챗페이로 한다.
주문 후 제조완성시간까지 정확하게 알려주고 '완료' 알림이 울리면 카운터에서 QR코드를 스캔하고 테크아웃한다. 모든 과정이 간편하고 기다림은 스마트폰 상 1분 단위로 확인할 수 있다.
주문 완료 후 픽업매장주소 화면에 출현 → 픽업 번호
자료원: KOTRA 베이징 무역관
5) 까다로워진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다
이벤트 행사로 고객을 유치한 후 맛이 없으면 '커피는 역시 스타벅스', 경쟁자를 위해 광고하는 역효과를 보게 된다. 루이싱 커피는 원두, 머신, 그리고 바리스타까지 글로벌 브랜드에 뒤지지 않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WBC(세계 바리스타 대회)에서 1등한 이탈리아 바리스타 등 3명의 전문가를 초빙해 중국인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연구했다. 또 스위스산 커피머신 SCHAERER를 미국산PENTAIR 정수기를 매장에 들이고 '커피에 사용되는 물도 신경 쓴다'는 이미지를 부각했다.
최근 3배 임금으로 스타벅스의 바리스타를 스카우트해 또다시 화두에 올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타벅스 1/4의 바리스타가, 고급 핸드드립 커피매장의 1/7의 바리스타가 루이싱 커피로 옮겨갔다. 루이싱 커피는 '맛이 글로벌 브랜드에 뒤지지 않으며 고객님의 대기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커피'를 내걸고 '누가 사랑하지 아니할 수 있는가'광고 문구를 내세웠다.
6) 쿠폰은 통 크게 쏜다
개점 이벤트로 6월 30일까지 '2+1(2잔 구매 시 1잔 무료)', '5+5(5잔 구매 시 5잔 무료)' 행사를 진행 중이다. 24위안짜리 5잔 구매하면 10잔을 마실 수 있는데 1잔당 12위안인 셈이다. 스타벅스의 절반 수준 가격으로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중요한 건 고객들의 쿠폰 구매도 빅데이터로 루이싱 커피의 향후 전략에 활용된다는 것이다.
시사점
루이싱 커피의 고공행진이 언제까지 지속될까에 회의적인 시선도 많다. '담화일현'에 '타산지석'으로 이어질 지는 모두 미지수이다. 하지만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중국 커피 시장에서 빅데이터를 내세워 글로벌 강자들과 대결구도를 펼치는 전략을 우리사업에 어떻게 활용할까를 고민할 때가 됐다.
자료원: KOTRA 베이징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