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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여건과 성향 그리고 코칭 스탭의 취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시즌 개막과 함께 각 팀은 보통 12명의 투수진을 꾸린다.
이른바 12인 로스터....
선발 5.. 마무리 1.. 불펜 6 정도.... .
오늘은.. 지난 2011시즌 뛰어난 활약을 펼친 한 투수....
그러나 불과 1년전인 2010시즌 팀의 12번째 투수로 시작했던....
어느 불펜 투수의 이야기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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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해....
이글스는 그동안 마운드를 이끌던....
전설의 노장 투수들이 대거 전력에서 이탈하게 된다.
송진우.. 정민철.. 구대성.. 문동환....
5년전인 07년 시즌을 3위로 마감한 이글스는....
다음 시즌인 08년까지만 해도 개막전.. 모든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리그 최강의 선발진을 구축하고 있었다.
최고의 좌완으로 성장한 류현진을 비롯해 정민철 유원상으로....
이미 1~3선발 자리는 조각이 맞춰져 있었던 것.
이글스 팬들에겐 진한 애-_-증을 남겨준 원상이....
당시.. 프로 3년차인 원상이는 07년 막판 그놈에 지겹고 지겨운 가능성을 보여줬고....
스프링 캠프와 자체 평가전에서 빼어난 구위와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
무난히 합격점을 받고 기대와 함께 선발자리를 꿰찬다.
남은 두 자리를 놓고 문동환.. 안영명.. 송진우가 경합을 벌였을 정도로.... .
실제 기록상으로도....
당시 한화 선발진은 3.48의 방어율로 확고히 리그 1위를 지켰다.
문제는 불펜.. 허약하기 짝이 없던 당시 불펜은....
방어율 3.64를 기록.. 리그 4위로 비교적 선전하고 있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8개 구단중 가장 적은 투구 이닝을 소화하고 있었는데....
이는 선발을 최대한 끌고 갔다는 의미이지만 그만큼 불펜을 신용치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12개의 블론세이브와 26개의 역전패는 한화 불펜진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당시.. 2년여 동안....
불펜의 에이스로 활약한 안영명마져 선발진 진입을 꾀하고 있어....
가뜩이나 허약한 불펜진은 더더욱 취약해질 전망이었던 것.
당시 불펜 자원으로는....
양훈.. 마정길.. 송창식.. 윤규진.. 김경선.. 정민혁....
마무리로 브랫 토마스가 버티고 있었다.
마노예의 전성기가 화~알~짝 피었었지. -_-
결국.. 08시즌 근근히 3~4위를 오가던 이글스는....
올림픽 브레이크후.. 시즌 후반기 막판....
과부하가 걸린 선발진의 붕괴와 함께 믿을 수 없는 연패의 수렁에 빠졌고....
마치.. 다잡은 희귀몹을 랙사로 빼앗기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처럼....
끝내 누구도 의심치 않던 4위 자리를 삼성에 내주고 만다.
이 과정에서....
본 필자는....
죄 없는 삼성 노트북을 지랄 옆차기로 거실까지 날려버리는 괴-_-력을 발휘했었고....
그후.. 찌그덕~찌그덕~ 하드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연명하던 그 고물 노트북은....
결국.. 찬규의 매직보크 사건때 개박살이 나며 한 많은 생을 마감해 버렸다. ㅡ_ㅡ
암튼....
그때까지도....
박정진은 잊혀진 투수였다.
자!!
이제 드럽게 한 많았던 지난 이야기는 접고....
오늘의 주인공....
영원한 이글스의 노망주....
박정진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_-/
미안하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정말 미안하다.
....
....
....
....
본론도 만만치 않다. -_-;;
<2011시즌.. 누가뭐래도 그는.. 불펜의 류현진이었다>
2011년 한화 불펜의 중심이었던 박정진....
그러나 2010 시즌을 앞두고도 그는 여전히 기대를 받지 못했었다.
당시.. 성준 한화 투수코치는 투수들과 면담을 시작했는데....
투수들에게 각자의 보직을 전달하기 위해서 였다.
성 코치는 최고참 투수 박정진(37)과도 면담 자리를 마련했는데....
어두운 얼굴로 박정진을 보며 이렇게 말했단다.
"자네는.. 우리 팀의 12번째 투수네."
12번 (ㅡ_-) OTL 네 ㅠ_ㅠ
1999년 입단 당시....
송진우.. 구대성을 이을 왼손 기대주였던 박정진....
하지만 2009년까지 무려 11년 동안 기대주로 만족해야 했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에게 깊은 내-_-상을 안기고 떠난 원상이는....
노망주에 비하자면 조족지혈이요.. 구우일모였으니....
채 마르지 않은 과매기라고나 할까?
-_- .....
참....
전어였었지.
암튼....
무려 11년 동안....
30경기 이상 등판한 시즌은 단 4차례....
그중 7년 동안 15 이닝도 던지지 못했다.
부상.. 부상.. 부진.. 부진.. 또 부상.....
05 공익근무.. 07 복귀....
06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팀 한화는....
선발진의 노쇠와 영건의 계속되는 가능성만 보여준 채....
그렇게 몰락의 길을 걷는다.
2010 시즌도 마찬가지인 것처럼 보였다.
지난 2년 허약할대로 허약해진 팀은....
승률 3할대에서 허덕이며 4강은 커녕 당연한듯 꼴찌가 예상됐었다.
왜 아니겠는가.
구멍이 숭숭 뚤린 나약한 타선....
불안한 수비진.. 그보다 훨씬 허약한 투수진.... .
역시.. 현진이의 원맨 팀이라 불릴 모든 조건을....
완벽히 갖추고 있었다.
그를 증거하는 초반 성적....
개막과 함께 2승 5패.. 미칠듯한 스피드로 냉-_-큼 8위를 차지하더니....
5월 중순까지 순위는 변할 줄 몰랐다.
3년 연속 최하위가 확실해 보인 순간이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아니.. 대반전의 무언가가 절실했다.
그러던 5월 16일....
한화는 위로부터 전에 없던 대변혁을 겪는다.
단장과 사장이 전격 교체되며 새바람이 일기 시작한 것.
거기에 그치지 않고 구단 수뇌부 교체와 함께....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2군 훈련장을 2012년까지 짓겠다고 확언한다.
게다가 포기에 가까웠던 구단 투자 역시 대폭 지원하겠다고 약속한다.
선수단에겐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변화였다.
그럼에도 한화는 다음날인 17일....
두산에게 1대 8로 대패한다.
야왕과 선수들은 대단히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18일.. 다시 잠실 두산전.....
간단한 미팅을 마친 선수들은 '오늘은 꼭 이기자!' ..고 다짐했었단다.
구단의 호의에 승리로 화답해야 했으니까.
그러나 이날 경기도 5회까지 두산에 2대 6으로 뒤졌다.
6회 초.. 이혜천.. 정재훈을 상대로 타선이 미친듯이 폭발....
5점을 뽑아 7대 6으로 역전했지만....
6회 말 다시 1점을 내주며 7대 7 동점 허용....
게다가 6회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2사 1, 2루의 절박한 위기.. 타석엔 김현수가 들어섰다.
곧바로 야왕은 구심에게 다가가 구원투수를 호명했다.
박.. 정.. 진.... 두둥! ㅡ_ㅡ/
7대 7 동점이던 6회 말 2사 1, 2루.. 타석엔 김현수.
김현수.. 알다시피 좌타자이면서 좌투수에게도 강한 타자다.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예선전....
상대 왼손 투수에 내민 달 감독의 대타 카드가....
좌타자 현수라는 걸 알았을 때.. 일본 선수단의 표정....
이랬다.
ㅡ_ㅡ 풋! 지랄!
그러나 현수는 달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증명했고....
아울러 자신의 능력을 명확히 보여줬다.
암튼.. 그런 현수를....
초구 바깥쪽 슬라이더에 이은....
2구 높은 슬라이더로 2루 땅볼 유도....
일단 틀어 막았다.
그리고 그날의 하이라이트 8회 말....
타선이 2점을 뽑으며 9 대 7로 역전에 성공한 상황.
지나서가 아니라....
정말 필자는 그 경기를 보며....
이 날.. 이 경기마져 놓치면....
그 해.. 한화의 미래는 없다고까지 생각했던 경기였다.
선두타자 오재원 가볍게 중견수 플라이....
이성열의 좌전 안타 그리고 이종욱의 볼넷으로 1사 1,2루....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_=
다음 타자 4번 김동주....
당시 타격감이 좋은데다....
그날 개발에 땀나듯 장타를 쏟아붓던 중이었다.
션한 선풍기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
초구에 더블 스틸 허용.. 1사 2,3루....
아!! 경질아!! ㅠㅠ
어수선한 틈에 동주의 통산 좌투수 성적을 살펴보니....
0.339....
C-_-발....
드럽게 잘 치네.
사실.. 이 정도 상황이면 누구나 동주를 거른다고 생각한다.
필자 역시 1루가 비었기에 100% 거른다고 봤으니까.
게다가 다음 타자는 최준석....
병살을 노리기엔 최-_-적에 스피드를 갖춘 선수다. -_-;;
아니나 다를까.
야왕이 친-_-히 마운드에 오른다.
속닥속닥.. 수근수근.. 꿍얼꿍얼.. (-_-)3 (-_ㅡ) 아라찌?
왠만하면 투코 민철이를 시킬만도 하련만....
아마 한 감독도 그 경기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단지.. 그 한 경기의 승리뿐 아니라 한 시즌을 좌우할 계기가 절실했으니까.
물론.. 핵탄두가 터진 건....
알다시피.. "예끼! X미 10헐" 이지만.... -_-;;
자!!
그런데 그때 서로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았을까?
필자를 조낸 궁금증에 잠 못 이루게 했던....
그 대화의 내용은 이랫단다.
"정진아! 걸를래? 승부할래?"
"꽉 차게 가겠습니다. 빠지면 할 수 없고...."
"콜!" -0-
1~4구 모두 바깥쪽.. 볼 카운트 1S 3B....
이때 포수 경질이는 바깥쪽으로 잔뜩 빠져 앉았다.
거르자는 의미....
그런데 운명의 5구가 바깥쪽 꽉 차는 스트라익!!
풀 카운트.
조금 당황하는 동주....
던져C밸! (ㅡ_-)/ .... (-_ㅡ+) 훗!
그리고.. 6구째....
누구도 예상못한 몸쪽 패스트볼이 경질이 미트에 '퍽!'하고 박힌다.
1~5구 모두 바깥쪽 승부였던 터라....
그야말로 깔쌈한 3진.
당시.. 해설을 맡은 칭찬드립의 달인....
이효봉 위원의 혀가 춤을 춘다.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저도 거른다고 봤는데요. 저 투구를 보건대 거를 생각은 애초에 없어보입니다"
"대단합니다"
<삼진후.. 포효(?)>
결국.. 최준석마저 삼진으로 처리하며 8회를 막아낸다.
그리고 부진한 마무리 오넬리를 끝까지 불펜에 남겨둔 채....
박정진은 3과 1/3이닝을 던지며 그날 승리를 메조지 했다.
야왕이 그를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경기.
등판한 투수만 13명(한화 5명 두산 8명)에....
장단 34안타(한화18안타)가 터진 이 대난전에....
필승조까지 아낌없이 훌훌 털어넣은 두산은....
이후 5위로 추락해 버린다.
임군의 그 사건이 터지기도 전인데.... -_-;;
아울러 본 필자는....
컨디션 난조를 핑계로 조기 퇴근....
집구석에 짱박혀 경기를 관람하는 내내....
1갑 반의 말보루 레드를 작-_-살 냈고.. 생수 두 통을 흡-_-수했으며....
500m 맥주 6캔을 아-_-작 내고.. 닭다리+날개 6개를 섭-_-취하는....
보기드문 쾌거를 이루어 냈다.
화장실도 겁나 많이 들락거렸다.
ㄴ(-_ㅡ+)ㄱ ==3 ==3 ==3 비켜 씁앨!!
이날 승리후....
한화는 6월초까지 11승 6패를 거두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다.
전날까지 12승 1무 24패.. 승률 0.333 확실한 최하위였던 팀으로선....
기대하고 갈망하던 대반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그 변혁의 바람 중심엔....
한화의 12번째 투수였던....
박정진이 있었다.
<최준석을 삼진으로 잡던 순간.. 난.. 공중-_-부양을 했었다>
사실.. 시즌 초.. 박정진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4월 방어율은 4.91 게다가 마무리 오넬리는 5.56....
데폴라 이놈.. 5경기 3패에 7.71 -_-+
그러나 5월의 그는 다시 언터쳐블로 각성한다.
5월 방어율 0.98
그리고 시즌 상황이 종료된 10월 마지막 4경기....
줄줄이 무성의(?)하게 6이닝 8실점했던 그 경기를 빼면....
9월말까지 그의 방어율은 2.61 이었다.
누구도 부인 못할 한화 투수진의 현진이 삘.
....
....
....
....
음.. 쓰다보니 넘 길어진다. -_-;;
쓰는 놈도 지겹지만....
읽는 분들도 고생인 거 안다.
그리고...
우리의 노망주를....
달랑 한 편으로 마치기엔 아쉬움이 넘 짙다.
<당근이지.. 어디.. 달랑 한 편으로....>
그리하여....
담.. 2편에서 바여. ^^;;
(__*)
by 투랑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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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긴~듯 하지만 전혀 길지 않은..2편을 기대합니다 11년 정말 고생 많았던 우리 정진이 아닙니까..12시즌도 기대 만빵!!ㅋ
재미있네요.
중간중간 사진으로 지루하지도 않고.ㅋㅋ
좋은글 앞으로도 많이 부탁드립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글 많이 부탁드려요ㅠㅠ 진심으로 푹 빠져읽었네요
노망주!!!!!!!!!
이모티콘이 거슬리긴 하지만 참 재미있는 글입니다
정말 글재미있게 쓰시네요~ㅎㅎ 잘봤습니다~!!
재밌어요.. 담에 또 기대...
저 원래 긴 글은 읽다가 포기하는데 넘 재밌게 잘 봤습니다~ 사진까지 넣어주는 센스^^ 2편 빨리 올려주세용~~
재미있어요~, 저도 이경기보면서 광분했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
개인적으로 박정진선수 좋아하는데 ㅎㅎ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점점 더 시즌이 기다려집니다.
잼있어요~
진짜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박정진선수 올해도 필승조에서 좋은활약 부탁드려요~~
ㅎㅎㅎ재밌는데요~^^
다음편 기대할게요^.^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2편을 기대하며...
아... 너무 웃겼어요~ 저도 다음편 기대합니다!
박정진선수 올해엔 30홀드 1점대 방어율 찍길!
더 길게 써주세요~ 넘 재밌습니다 ㅋㅋㅋㅋ
박정진 대기만성~
ㅋㅋ 잼나요...
ㅎㅎㅎㅎ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박정진이 없었다고 생각하면 11년 시즌 참 암담하죠.
너무 재미나게 봤습니다 ㅎ 박정진 선수 넘 좋아하는 선수고 이 경기도 기억에 남는 경기였는데ㅡㅜㅋ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네여,,,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