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조원희 입단식에서 위건의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 들려준 일화다. 그리고, 이것은 위건과 브루스 감독이 조원희를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능력보다 중요한 것이 태도와 의지"라는 브루스 감독의 말은 그 이유를 정확히 요약한 문장일 것이다. 순위 상으로는 중위권에 안착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강등권에서 크게 달아나지 못한 위건에게 조원희 영입은 경기장 안팎에서 모두 팀을 다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작업이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과 그러한 의지가 구현될 수 있는 강건한 육체를 두루 갖춘 조원희의 존재는 전술의 빈 자리를 메우는 것은 물론, 해이해질 수 있는 팀 훈련의 긴장감을 바짝 조여줄 요긴한 도구인 셈이다.
견고한 조직력의 팀
위건은 현재 프리미어리그 8위에 올라있다. 지난 주말 선덜랜드 원정에서 승리해 승점 3점을 추가하며 강등권과의 승점 차를 9점으로 늘렸다. 하지만, 승점으로 보면 아직은 상위권보다는 강등권에 더 가깝다. 6위인 에버턴과의 순위는 딱 2계단 차이지만, 승점 차는 무려 10점이다. 반면, 아래로 10점을 내려가면 순위도 열 계단 추락해 곧장 강등권과 맞닿는다. 중위권에 안착을 반길 새도 없이 수렁에 빠지지 않기 위한 쉼없는 노젓기를 계속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브루스 감독이 최근 "10위 안으로 끝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정황을 고려한 결과다.
올 시즌 위건의 강점은 터프하지만 탄탄한 수비다. 강등권의 웨스트 브롬, 미들즈브러, 그리고 중위권의 풀럼을 제외하면 득점력(29골)이 가장 낮지만, 4위 애스턴 빌라나 6위 에버턴보다 적은 26실점 기록은 위건이 올 시즌 줄곧 리그 Top 10 내에 머무는 가장 큰 이유다.
위건은 전체적으로 균형을 잘 갖춘 팀이다. '튀는' 영역 없이 전 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올리고 있다. '자동문'의 과거를 버리고 '믿을맨'으로 거듭난 브램블의 안정세는 커클랜드 골키퍼의 든든한 뒷문 단속과 함께 위건을 훌륭히 지키는 버팀목이 된다. 문제는 공격이다. 시즌 초반, 선풍을 일으켰던 이집트 공격수 자키의 골침묵이 길어지고 겨울 이적 시장에서 에밀 헤스키를 애스턴 빌라로 이적시킨 뒤 위건의 공격은 꼴찌 웨스트 브롬위치만도 못한 수준으로 전락했다. 지난 주말 선덜랜드 원정 승리는 위건이 두달만에 승리를 거뒀다는 점뿐만 아니라 올 들어 처음 '멀티골'을 넣은 경기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 경기였다. 이전까지 위건은 2009년에 치른 10경기에서 단 4골을 넣었고 이 중 필드골은 고작 3골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난조에 빠진 공격에도 불구하고 위건이 줄곧 7~8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기간 중 실점을 5골로 최소화한 수비진의 활약이 있어서다. 위건은 막판 램파드에게 결승골을 내준 첼시 전에서 2실점한 것을 제외하면 경기당 0.5골이라는 매우 훌륭한 수비력을 발휘했다.
![]() [설명 : 조직력이 돋보이는 위건 애슬레틱] |
위건의 수비력은 전술 운용의 특성과 맞닿는다. 멜키옷-브램블-보이스-피게로아로 구성된 포백은 수비에도 헌신적인 미드필드진의 보좌를 받아 위건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켜낸다. 그 중심에 선 것은 캐터몰과 샤너, 팔라시오스, 브라운 등이 번갈아 구성한 중앙 미드필드의 견고한 조직력이다. 이들은 놀라운 활동량과 영리한 움직임으로 상대 패스의 길목을 차단하고 수비의 빈 곳을 메워준다. 측면 공격수들의 간헐적인 오버래핑이 위력을 발휘하는 데에도 이들 중앙 미드필더들의 빈틈없는 백업이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팔라시오스가 토트넘으로 이적하면서 빈 자리가 생겼고 위건은 이를 메우기 위해 조원희와 벤 왓슨을 영입해 누구를 대체자로 활용할 지 고심하고 있다. 중원이 받는 하중이 여느 팀들에 비해 큰 편이라 팀 성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기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원희 입장에서는 기존 선수들과의 경합도 경합이지만 '입대 동기'격인 왓슨과의 경쟁이 먼저인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7시즌을 뛴 왓슨은 4년 전 팰리스가 프리미어리그에 있을 당시 이미 프리미어리그를 경험한 적이 있는 선수다. 나이(24세)에 비하면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인물로 공수에 걸쳐 고른 활약을 펼친다. 선덜랜드 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브루스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받은 것도 인상적이다. 브루스 감독은 이 날 경기가 끝난 뒤, 역시 조원희의 '입대 동기'인 왼쪽 미드필더 은조그비아의 결승골과 왓슨의 활약을 공개적으로 치하한 바 있다. 이 날 배려 차원에서 벤치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은 조원희 입장에서는 잔뜩 긴장해야 할 상황이 온 것이다. 부연하면, 왓슨은 잉글랜드 리그의 중앙 미드필더들이 갖춰야 할 터프한 면이 부족하다는 평은 있어도 매 시즌 4~5개의 골과 도움을 기록하는 등 공격 지원이 괜찮은 선수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챔피언십리그(2부리그)에서 5골과 무려 10개의 도움을 따내기도 했다. 수비수가 아닌 이상 공격 지원 기회가 적잖게 찾아올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원희가 보다 향상시켜 겨뤄야 할 부분이다. 위건이 세계 각지에서 유능한 선수들을 발굴해 성장시킨 뒤 비싼 값에 이적시키는 것으로 유명한 팀이지만, 성과가 빨리 나오지 않는 경우 그리 오래 기다리는 팀이기도 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2년 반의 계약 기간은 팀 잔류를 담보할 수 있는 어떠한 징표도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 |
8,90년대 맨유의 주전 중앙 수비수로 활약하며 퍼거슨 감독 신화 창조의 선두에 섰던 인물이다. 영리하지만 터프한 수비로 이름이 높았다. 수비수지만 득점력도 좋아 매 시즌 골을 터뜨렸고 지난 1990/1991 시즌에는 리그 31경기에 나서 13골을 기록한 적이 있을 정도로 득점력도 뛰어나다. 페널티킥 전담키커로 뛰기도 했지만 헤딩력이 워낙 빼어났던데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 투쟁심이 돋보여 맨유 팬들의 많은 사람을 받았다.
하지만, 늘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어서 리그 우승팀 맨유의 주전 수비수이면서도 잉글랜드 대표팀에는 단 한 번도 발탁된 적이 없는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맨유에서 뛴 10시즌 동안 내내 주전 중앙 수비수였지만 대표팀과 관련해서는 늘 토니 아담스(전 아스널), 테리 부처(전 레인저스) 등에 밀려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성공 가도 뒷편에서 패배자의 기분을 느껴야 했던 독특한 경험의 소유자이자 스타 플레이어 중에는 드물게 2인자 정서를 비교적 잘 이해하는 인물로 꼽힌다. 버밍엄과 위건 등에서 지휘봉을 잡은 동안 역외권 선수들을 영입하고 이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등 비교적 편견없이 선수들을 기용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선수 은퇴 뒤에는 셰필드 유나이티드, 허더스필드 등을 거쳐 2001년부터 6년간 버밍엄 시티 감독을 맡았다. 주로 하위권 팀들(혹은 2부리그 상위권팀)을 이끌면서 측면의 빠른 오버래핑이 빛나는 역습 속공 전략으로 솔찮게 재미를 많이 봤다.
브루스 감독은 이른바 '퍼거슨의 제자'라 불리는 여러 감독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다. 퍼거슨과 함께 10시즌을 보내는 동안 퍼거슨의 지도 철학을 물려받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어린 시절 지역 조선소 숙련공으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선수 생활을 병행하기도 했던 퍼거슨 감독은 '최고'보다 '최선'을 중시하는 인물이자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하는 선수들에게 애정을 보내는 감독이다. 그 휘하에서 10년을 보낸 브루스 감독도 이에 영향을 받아 선수 개개인의 기량 못지 않게 팀웍을 중시하는 감독으로 꼽힌다. 로이 킨처럼 팀을 위한 헌신과 투지, 최선을 쏟아내는 선수들을 중용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중앙 미드필더들은 수비와 공격의 비중에 큰 차이를 두지 않는다. 그 시절에는 선진적인 형태의 미드필더였던 로이 킨의 스타일은 이제 모든 팀들이 요구하는 스타일로 발전했다. 특히, 이러한 노동자 정신에 입각한 전통적 영국 축구의 근면 성실함을 모티프로 삼는 위건 애슬레틱의 축구라면 과거 로이 킨의 축구는 더욱 더 필요한 요소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조원희에게는 더 없이 잘 어울리는 짝꿍일 수 있다. 물론, 보다 공격적인 마인드가 필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한 대목이겠다.
조원희에게는 앞으로 한 달이 매우 중요하다. 캐터몰이 고의적 파울로 퇴장을 당해 4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탓에 앞으로 3경기를 더 뛰지 못하는데 이 일정에는 헐 시티-아스널-에버턴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맨유전(4월18일)이 이어진다.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성공적이 초반 정착이 이뤄진다면 지금으로부터 한 달 뒤면 박지성과 조원희의 '코리언 더비'도 볼 수 있을 지 모른다. 훈련장에서의 성실함과 경기장에서의 성과가 어우러진다면 선수층이 그리 두텁지 않은 위건에서 한 번 초반 승부를 걸어봐도 좋을 것 같다. 퍼거슨과 브루스가 악수를 나누는 뒷켠에서 한국 선수들이 서로의 선전을 다짐하는 모습을 보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
첫댓글 실력만 로이킨 닮길
원희선수라면 적응만 한다면 투지같은것은 걱정할것 없음
투지야 한국선수가 최강이죠 ㅋ
ㅋㅋ 굳
제발 잘해주길..
오 뜩빡의 암쵸 안뜨고 유니폼 들었으니 믿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