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까는 남자.
어제 오후에 대학친구들 점심 모임이 있어 중국음식에 친구가 가져온 좋은 중국술을 한 잔 하고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마늘을 까고 있다.
혼자 맛 있는 점심을 먹고 들어오니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또 마늘 까는 일이 내가 싫어하는 일이기에 슬그머니 내 방으로 들어와버렸다. 작년 김장철에 아내가 마늘을 까자고 해서 돈을 좀 더 주더라도 깐 마늘을 사 쓰면 될텐데 하고 구시렁구시렁 콤프레인을 한 게 기억난다.
모르는 척 하고 내 방에 앉아있으니 아니나 다를까 아내가 ' 여보 이 마늘 까는게 얼마 안 남았으니 좀 도와줄래요 ?' 한다. 할 수 없다. 혼자서 일 하는데 별 하는 일 없이 밥 얻어 먹는 주제에 모른체 할수가 있나. 풀 뽑는 특수장갑에 그 안에 면장갑을 다시 이중으로 끼고 작업을 시작한다. 한참 하다보니 이중장갑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이 따가와 온다. 마늘이 독하기 때문에 까는 작업을 하다보면 마늘즙과 냄새가 장갑에 배어서 손가락 살이 아려오기 시작한다. 손가락도 아프고 일도 하기 싫어진다. 요즘은 하기싫은 일을 억지로는 하기가 싫다. 이 나이에 억지로 하기 싫은 일은 안 하겠다는 주장이다. 이걸 게으름이라고 하나 배짱이라고 하나. 수돗물에 손가락을 담그니 왼쪽 오른쪽 손가락이 모두 쓰리고 아프다.
오늘 새벽 4시 못 미쳐 일어나 이것 저것 들여다보다 쏘파옆에 놓여있는 어제 까다 남겨 둔 마늘이 보인다. 아내가 일어나기전에 마늘 까는 걸 완료해서 아내로부터 칭찬을 좀 들어보자. 열심히 마늘을 다시 깐다.아내가 일어나 보더니 ' 아침부터 당신 뭐 해요 ?' 하면서 은근히 웃는 모습이다. 한참 하다보니 다시 손가락이 아려온다. 마늘이 열꼭지쯤 남았을 때 일어나 버렸다. 그래도 아내를 도와 주었다는 기분이 과히 나쁘지는 않다.
조금 있으면 김장철이 다가온다. 김장때는 마늘 찧고 고추 빻는 일이 있다. 아내가 팔을 다치고 난후 지금도 완전하질 않아서 힘드는 일은 내가 해야한다. 마늘과 고추를 믹서기에 넣어 갈았으면 좋겠는데 왜 아내는 그걸 꼭 직접 찧고 빻고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야 맛이 있다나.
나이 들수록 더 부지런해야 먹고 살텐데 게을러지기만 하니 ........
2019.9.17 (화)
첫댓글 공감합니다 저 역시 마늘 까는건 한접이건 두접이건 아내가 손대기전에 까고 씻고 저장해놓으면 그후론 아내가 다 합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2019년 6월 1일 기준으로 안짱병조심합시다^^
나도 마늘 잘까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