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장-1 일년 후.
이름 모를 작은 언덕 위에 임백령과 연화가 서있었다.
“아버님. 악삼이 오고 있어요.”
연화가 언덕 아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악삼이 언덕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임백령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서 오시오. 악 가주.”
악삼이 포권하자 임백령도 정중하게 인사했다.
“저는 악가의 가주로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본 인이 두 말 않고 나온 이유도 그 것 때문이오.”
“그럼 더 이상 긴 말이 필요 없겠군요.”
“본 인도 그리 생각하오.”
악삼이 한 발 앞으로 걸어 나오자 임백령도 한 발을 내밀었다.
스륵.
순식간에 두 사람이 서로를 투과하더니 위치에 바뀌었다.
“19년 전 강자의 아량을 베풀어 주신 점을 감사드립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악삼은 임백령에게 포권을 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 19년 전 임백령이 산동악가를 공격해 멸문 시킬 수 없었는데 자비를 베풀어 멸망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비를 베푼 상대, 그것도 강자가 약자에게 아량을 베풀었는데 복수를 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연화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가 없어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부친인 임백령을 쳐다봤다.
“산동악가와 나 사이의 원한을 접겠다는 뜻이란다.”
“좋은 일이군요.”
모친인 모용수수 때문이라도 산동악가와 원한관계에 있고 싶지 않은 게 연화의 마음이었다.
“그러나 악삼과 나 사이의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란다.”
“무슨 말씀이세요?”
“악삼이 오늘이라고 말했지 않니. 그건 다음에 또 보겠다는 뜻이지.”
“그렇군요. 그런데 무척 즐거워 보여요.”
“앞으로 남은 인생이 심심치 않게 되어서란다.”
마음대로 무공을 펼칠 만한 적이 하나도 없던 임백령에게 악삼은 유일한 적수였다. 고독을 풀 수 있는 상대의 등장은 임백령을 기쁘게 한 것이다.
“그동안 수련을 등한시했는데 앞으로는 그렇지 못하겠구나.”
임백령은 미소를 지으며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연화는 저 멀리 걸어가고 있는 악삼의 등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미소를 짓다가 임백령의 뒤를 따라갔다.
척씨 부녀는 임백열이 있던 언덕의 동쪽에 있는 작은 산의 중턱에 숨어 있었다. 악삼과 임백령의 만남과 헤어짐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는 사람들이네요.”
“그럴 것이다. 저 두 사람은 사람이라고도 할 수 없는 존재니까. 사람은 저들을 이해할 수가 없겠지.”
“휴우~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죠.”
“글쎄다. 일단 상단이나 유지하면서 새로운 장사거리를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
척신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군요. 그럼 저는 악삼에게 투자할래요.”
“어리석구나. 악삼이 뭐가 부족하겠니.”
“내 평생을 투자한다는 거예요. 남과 여의 관계.”
“글쎄다...”
척금방의 계획은 심한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 척신명은 어떻게 지적해줘야 딸이 알아챌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척씨 부녀가 각자의 고민을 하는 동안 해는 서산 아래로 기울어 하늘은 붉은 강가처럼 화려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황혼이었다.
종장-2 칠십년 후.
동굴 속에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깊은 어둠에 빠져 있는데도 노인은 불도 켜지 않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크크크...
동굴의 벽면이 기계음을 내며 열리고 한 사내가 나타나자 노인은 불을 켰다. 불이 켜지자 노인의 상태가 드러났다. 오른 팔이 잘리고 두 다리마저 절단돼 있었다. 게다가 오른 쪽 눈알이 빠진 곳엔 구더기가 살고 있었다.
“드디어 나왔구나.”
노인은 사내를 보며 감개무량한 듯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사내는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노인의 비참한 상태를 보고도 일말의 동정심은 고사하고 혐오하는 기색조차 없었다. 그저 돌덩이를 보고 있는 것처럼 일말의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혁전영. 너는 이십팔수(二十八宿)를 아느냐?”
사내의 이름은 혁전영이었다. 혁전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서남북의 네 방위의 하늘에 떠 있는 28개의 별. 30년 전 그 28개의 별이 빛을 발했다. 그날 이십팔수의 힘을 타고난 스물여덟 명이 이 세상에 탄생했다. 칠리산당 혁가에도 그 별의 힘을 가진 아이가 태어났지. 본 가는 조상의 음덕이라 생각해 큰 잔치를 베풀었다.”
노인은 과거를 떠올리는지 남은 한 눈이 아련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아이로 인해 칠리산당이 멸망할지 누가 알았느냐!”
그러나 혁전영은 남의 일을 듣는 것처럼 안색이 담담할 뿐이다.
“7년 전 그 아이는 강호로 나갔다. 그리고 4년이 지나서 돌아왔지. 자기 동료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 그날 밤 본 가는 멸망했다.”
이십팔수의 힘은 순식간에 칠리산당을 불태워 버렸다. 오직 노인만 살아남은 것이다.
“그는 왜 자기 가문을 파멸시켰습니까?”
“본 가로 돌아와 더 이상 강호로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겠지.”
“왜요?”
“본 가의 율법이다. 누구라도 한 번은 강호에 나갈 수 있지만 일단 돌아오면 7리 이상을 벗어날 수 없는 게 본 가의 율법인 것이다.”
칠리산당의 율법이 파멸을 부른 것이다. 그러나 혁전영은 담담했다.
“이제 혁가는 나와 너, 두 사람이다. 칠리산당의 마지막 당주로써 네게 명령을 내린다. 이십팔수를 모두 제거해라.”
“싫습니다.”
혁전영은 단호했다. 열 살 어린 나이에 동굴에 갇혀 오직 하나의 무공만 익히느라 12년을 보낸 혁전영이었다.
“너는 본 가의 여덟 번째 무공, 공심법(空心法)을 익힌 유일한 존재다. 그리고 그 아이는 네 존재를 알고 있다.”
“그자들에게 내 존재를 밝혔군요. 그래서 살아남은 거고요.”
혁전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빛났다.
“뭐라고 말해도 좋다. 네가 싫어도 그들은 너를 쫓을 것이다.”
“지독하군요.”
“네가 살 길은 그들을 죽이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네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본 당의 유산을 네게 넘기는 것이다.”
노인이 내민 것은 일곱권의 책과 수라도였다.
“본가의 칠대무공이다. 그리고 이 여섯 자루의 칼은 모순팔병의 하나인 수라도다.”
“재미있는 장난감들이군요.”
“흐흐흐, 모순팔병은 신기를 띠고 있다. 놈들은 이십팔수의 힘을 가져 불사의 능력이 있다. 오직 모순팔병과 몇 가지 무공만이 그놈들을 죽일 수 있다.”
이십팔수의 힘을 가지고 탄생한 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초인이었던 것이다.
“네 혼자의 힘으로는 절대로 그들을 물리칠 수 없다. 네가 살 길은 동료들을 규합하는 것이다. 그리고 네 동료들이 될 수 있는 자는 모순팔병의 주인들이다. 그들만이 이십팔수를 죽일 수 있다.”
“살려면 죽여라. 혼자는 힘드니 다른 사람들을 끌고 들어가라.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이군요.”
“마음대로 생각해라. 어차피 그들의 추적은 지금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놈들은 사상맹(四像盟)이란 세력을 만들어 강호를 암중 지배하고 있다. 구파일방도 육문칠가도 그놈들 손에 놀아나고 있지. 만약 혈해가 없었다면 강호는 벌써 그놈들 손에 떨어졌을 것이다.”
노인이 열변을 토했지만 혁전영은 담담했다.
“내가 할 말은 다했다. 이만 나가봐라.”
혁전영은 비급과 수라도를 챙기고 밖으로 나갔다. 노인은 혁전영이 사라지자 고개를 숙였다. 하나 남은 눈동자에 생기가 급속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노인은 앉은 자세로 죽음을 맞이했다.
“눈이 부시군.”
동굴을 나온 혁전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123년 동안 햇빛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기에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조차 눈이 부셨던 것이다.
콰르릉.
섬광이 번쩍이더니 천둥소리가 세상을 뒤흔들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혁전영은 비를 피하지 않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겨우 세상에 나왔는데... 하늘은 이런 날씨로 나를 반기는군.”
혁전영의 말투는 담담했다.
“꼬였군.”
사방에서 살기가 쏟아지자 혁전영의 입가에 비틀린 미소가 떠올랐다. 동굴에서 나오자마자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피와 죽음이 난무하는 강호가 다시 기지개를 틀기 시작했다.
산동악가 여러분들의 성원으로 또 한편의 무협지가 완결 되었습니다.
끝까지 애독해 주시고 댓글로서 성원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계묘년 새해를 맞아 복많이 받으세요!
첫댓글 감사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고 필독했습니다 끝남이 아쉽지만 감사히 잘보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요~
고생하셨습니다.
덕분에 하루하루 기대를 하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감사합니다...
무협소설을 읽으면서 항상 더 쎈 상대와의 힘든 삶이 우리가 맞이하고 고통을 동반하면서 계속 꿋꿋이 끈끈한 정으로 살아야해서 다시 태어나기는 싫어하는것을, 더욱 실감합니다 .
읽으며 즐거운 날들에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토끼의 해 되시기 바랍니다 🐰 💕.
수고하셨습니다
무척 흥미있게 보았습니다, 또 다시 만나기를 기원합니다 ~~~!!!
즐~~~감!
수고 하셨습니다
무척 흥미진진
잘보았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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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하였습니다
감사히 잘 봤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그동안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ㄳ
감사합니다
즐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입니다
마지막까지 잘 보고 갑니다.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즐감하였네요
감사합니다 재미 있게 잘읽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cka woaskspdy~~~~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부터는 무얼하지?
수고가 많으셨어요
감사함니다.
즐독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독이랍니다
감사 합니다
수고해 주신분 에게 감사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