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 반야심경ㅡ13
불구부정(不垢不淨)
둘째, 실제의 세계에서는 더러운 것도 없고
깨끗한 것도 없습니다.
이것을 불구부정(不垢不淨)이라고 해요.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는 더러운 것도 있고
깨끗한 것도 있잖아요.
푸세식 화장실에 가보면 더럽죠.
더러운 곳에서 바글바글 사는 구더기가
불쌍해서 채로 건져서 깨끗이 씻은 후 하얀
그릇에 담아놓으면 어떨까요?
우리가 보기에는 깨끗해서 보기 좋잖아요.
그런데 구더기는 다 튀어나와서 다시 똥통으로 들어갑니다. 그것이 그들의 세계예요.
마약을 하는 사람은 마약이 몸을 병들게 해도 마약에 집착되어 있죠.
여러분도 마찬가지예요.
욕망에 집착하는 것이 자신을 병들게 하고
자신을 괴롭히는데도 그 세계에서 기쁨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끼잖아요.
엄마가 볼 때는 지금 게임에 빠진 아이들이 문제이지만, 아이들은 그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거예요.
불구부정(不垢不淨)이란 사실은 청결하고 불결하다고 말할 때의 위생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정확한 의미는 신성한 것도 없고
천한 것도 없다는 뜻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신분적으로 브라만은
신성하고, 천민은 천하다고 여겼습니다.
모든 사람이 천민 가까이 가면 부정 탄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브라만이라고 성스럽다 할 것도 없고, 불가촉천민이라고 부정하다 할 것도 없다’
참 굉장한 얘기죠.
당시에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남자는 성스럽고 여자는
부정하다고 생각하는 문화도 있잖아요.
가게 첫 손님으로 여자가 오면 재수 없다고 한다거나, 인삼밭에 여자가 오면 재수 없다고 하거나, 배가 출항할 때 여자가 타면 재수
없다고 하거나, 이런 말들은 모두 남자는
성스럽고 여자는 부정한 존재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성스러움도 없고
부정함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생긴 모양이 다를 뿐이지 남자라고 해서
우월하다 할 것이 없고, 여자라고 해서
열등하다고 할 것이 없다는 겁니다.
부증불감(不增不減)
만약에 한국과 일본이 싸웠다고 가정해
봅시다. 우리는 부처님께 한국이 이기게
해달라고 빕니다.
그 말은 일본 사람들이 많이 죽게 해 달라는 거잖아요. 일본 사람들도 자기 나라가 이기게 해달라고 부처님께 빌어요.
그것은 한국 사람들이 많이 죽게 해 달라는 말입니다.
그러면 부처님이 이 사람 말 듣고 저 사람
죽이고, 저 사람 말 듣고 이 사람 죽이고,
이런 일을 하는 존재일까요?
이런 신앙이 어떻게 진리겠어요?
그러니 여러분들이 눈을 조금 크게 떠야
합니다. 작게 보면 이기고 지는 것이 있지만,
크게 보면 이기고 지는 개념이 없어집니다. 늘어나고 줄어드는 게 없는 줄 알아야 해요. 본질의 세계에서는 부증불감이 진실입니다.
오늘 강의는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세 가지를 공부했습니다.
진리의 세계에는 세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같은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다.
이것을 ‘불일불이’라고 합니다.
이 세계는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정지한 것도 아닙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습니다.
이것을 ‘무시무종’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창조론이 나오고
종말론이 나오는 거예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줄 알면 창조도 없고 종말도 없어요. 변화만 있지요.”
고맙습니다
동하합장()()()♥
꽃사진ㅡ현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