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의 시작은 서정시인이었다. 1978년 ‘시인의 마을’이나 ‘촛불’이 그러했다. 그러나 1980년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그는 흰 고무신에 두루마기 한복을 입고 현장을 누비는 투사로 변신했다.
"애고, 도솔천아" 가사에 나오는 도두리벌, 선말고개는 정태춘이 태어나 자란 고향의 지명들이다. 이 노래가 발표되고 20년 후 평택 도두리벌은 용산미군기지 이전 부지가 되면서 정태춘은 기지건설 반대에 앞장서게 된다.
도시로 탈출하던 시대에 고향풍경을 애처롭게 읇은 이 노래는 우연하게도 20년 후에 있을 일을 마치 의도하고 만든 것 처럼 작별의 노래가 되었다. 도두리벌 출신 시인으로 정태춘 외에 요절시인 박형희와 박후기 등이 있다.
정태춘
춘수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선말고개 넘어간다
자갈길에 비틀대며 간다
도두리벌 뿌리치고
먼데 찾아 나는 간다
정든 고향 다시 또 보랴
기차나 탈거나 걸어나 갈거나
누가 이깟 행차에 흥 난다고
봇짐 든든히 쌋것는가
시름 짐만 한 보따리
간다간다 나는 간다
길을 막는 새벽 안개
동구 아래 두고 떠나간다.
선말산의 소나무들
나팔소리에 깨기 전에
아리랑고개만 넘어 가자
간다간다 나는 간다
도랑물에 풀잎처럼
인생행로 홀로 떠돌아간다
졸린 눈은 부벼 뜨고
지친 걸음 재촉하니
도솔천은 그 어디메냐
기차나 탈거나 걸어나 갈거나
누가 등 떠미는 언덕 너머
소매 끄는 비탈 아래
시름짐만 또 한 보따리
간다간다 나는 간다
풍우설운 등에 지고
산천대로 소로 저자길로
만난 사람 헤어지고
헤진 사람 또 만나고
에고, 도솔천아
기차나 탈거나 걸어나 갈거나
누가 노을 비끼는 강변에서
잠든 몸을 깨우나니
시름짐은 어디가고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빈 허리에 뒷짐지고
선말고개 넘어서며
오월산의 뻐꾸기야
에고, 도솔천아
도두리벌 바라보며
보리원의 돌바람아
에고, 도솔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