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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용천사 열린절 원문보기 글쓴이: 미소^^*
-정현스님-
진심으로 모든 제자에게 말하나니...출가하여 도를 닦는 것은 지극히 중하고 어려운 일이니 가벼이 생각하지 말라. 왜 중하다고 하는가? 도道를 머리에 이고, 덕德을 허리에 차고 , 인 仁을 두르고, 의義를 짊어지고, 계戒를 받들다가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
왜 어렵다고 하는가? 세상과 인연을 끊고, 부모의 사랑을 떠나 속된 정情을 참마음으로 바 꾸며, 무리들과 어울리지 아니하고, 사람이 행할 수 없는 것을 행하고 , 욕됨을 수용하고, 괴로움을 참으며, 때로는 몸과 목숨을 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을 도인道人이라 한다.
도인은 다른 사람을 인도하는 자리에 있으니 행동은 반드시 남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며, 말은 반드시 법다워야 한다. 법복을 입고 나서면 행동이 곧 법칙이 되므로 탐내지도 않 고, 다투지도 않고, 헐뜯지도 않고, 간사하지도 않으면서 오직 학문이 높고 뜻이 깊은 사람을 도인이라 한다.
그런데 황당한 무리들과 친해지면서부터 도법 道法이 마침내 쇠퇴하고 말았다. 서로 배우는 사람들은 법칙을 본받지 못했으니 삿된 것에 집착하고 옳은 것은 잊어버린 지 오래다. 진실 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작은 꾀로 큰 지혜를 삼고, 작은 공경에 만족하여 종일 포식만 하고 공부는 하지 않으니 진실로 슬프고 슬프도다.
출가한 지 수년이 되었으나 경업을 통달하지 못하고 한갓 세월만 허비하였으니 이룬 것이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일을 어찌 깊이 생각하지 않는가? 이제 몇 마디 글을 써서 보일 것 이니 뜻이 있는 사람에게는 교훈이 될 것이다.
... 첫째, 그대는 이미 출가했으니 영원히 부모를 떠났다.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었으니 모양이 바뀌었다. 부모를 하직하던 날 가족과 친척들이 눈물을 흘렸으나 세속의 정을 끊고 도를 숭상하는 마음뿐이었으니 그 뜻은 하늘보다 높았다. 이러한 뜻을 이어서 불도佛道를 닦아 밝혀야 하는데도 어째서 세속의 명예와 이익에 집착하고 있는가?
이렇게 하루를 맞고 보내니 공부를 이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날로 덕행이 줄어들고 더러움 만 쌓여간다. 이런 사람은 스승과 벗을 대하면 부끄러움뿐이요, 속인들에게는 업신여김을 받는다. 이와 같은 출가는 스스로를 욕되게 할 뿐이다. 이제 말하나니 정신을 바짝 차려라.
... 둘째, 그대는 이미 출가했으니 속세의 영화를 버린 것이다. 마땅히 교훈에 힘써야 한다. 청운靑雲의 뜻을 품었으니 재물과 색을 돌아보지 말고 세상의 무리들과 어울리지 말며 금과 옥도 귀하게 여기지 말라. 오직 도를 보배로 삼아 몸가짐을 검소하게 하고 절개를 굳게 지켜 쓴 것을 달게 알고 가난한 것을 즐기며 덕을 쌓아 스스로도 제어하고 남도 제도해야 한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앉은 자리가 따뜻할 새도 없이 동서로 돌아다니기만 하는가? 불도에 통 하지 못하고 계덕 戒德이 온전하지 못하니 벗들이 희롱하고 함께 배운 사람들이 버리고 떠 난다. 이와 같은 출가는 한갓 수명만 소비할 뿐이니 스스로 가련하다는 생각을 가져라.
... 셋째, 그대는 이미 출가했으니 종족을 하직한 것이다. 친한 이도 없고 소원한 이도 없다. 청정하고 욕심이 없어서 좋은 일이 있어도 즐거워하지 않고, 흉한 일에도 슬퍼하지 않고 모든 것을 초월하여 확연히 세속을 떠나라.
오직 불법에만 뜻을 두어 참된 것을 법받고 진실을 지키며 널리 중생을 제도하여 복록 福 祿을 입혀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좋고 나쁨을 다투며, 많고 적음을 헤아리며, 세 속의 이익을 다투다가 더러움에 빠지는가? 이는 노예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와 같은 출 가는 한갓 자신을 욕되게 할 뿐이니 자신을 씻고 또 씻어라.
... 넷째, 그대는 이미 출가했으니 남들은 도인이라 부른다. 부모를 봉양하지 않고, 또 임금의 신하도 되지 않았으니 천하의 사람들이 함께 받들고 머리를 조아려 공경한다. 그 러니 오직 불법을 숭상하여 나도 이롭게 하고 남도 이롭게 해야 할 것이다.
만약 출가의 뜻을 잊어버리면 부모를 버리고 나라를 등진 죄의 무게가 쌀 한 알에 일곱 근이나 될 것이다. 그러니 어찌 은혜를 갚지 않고 게으름만 피우며 몸과 뜻을 헛되이 하 겠는가. 계행이 없이 시주의 밥만 얻어 먹으면 죽어서 지옥에 들어가 쇠鐵를 태워 밥으 로 삼게 되고 구리를 녹여 목구멍으로 넘겨야 한다. 이와 같은 고통을 <법구경法句經> 에도 말했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마음을 돌려 스스로를 새롭게 하라.
... 다섯째, 그대는 이미 출가했으니, 사문沙門이라 부른다. 더러운 것에 집착하지 말고 오직 도만을 흠모하라. 마음을 청결하게 가지되 옥과 같이 깨끗하고 얼음과 같이 차게 하 라. 한결같이 부처님의 말씀과 계를 닦아 마음을 구제하면 모든 중생들에게 이로움을 주 고 아울러 친한 이들도 제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세속을 따라 떠돌아다니며 몸과 마음을 제멋대로 굴리는가? 이렇게 되 면 도덕은 얕아지고 세상일은 깊어질 것이다. 이와 같은 출가는 세상의 번뇌와 함께 살고 자 하는 것이니 정신을 차려야 한다.
... 여섯째, 그대는 이미 출가했으니 세상의 형상을 버린 것이다. 그러나 혼신의 힘을 다해 열반에 이르기를 힘써야 할 것인데 어째서 조용히 사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가? 맑 고 깨끗한 길을 밟지 않고 도리어 진흙탕으로 들어가려 하는구나. 목숨은 잠깐 사이고 지옥의 고통은 글로 다 쓰기 어렵다. 그러므로 공부를 간절히 권하노니, 마땅히 옛 성 인의 교훈을 숭상하라.
... 일곱째, 그대는 이미 출가했으니 자신에게 관대하지 말라... 형상은 비록 남루하지만 행동은 단정히 가지며, 음식은 비록 소박하나 말을 할 때에는 먹음직스럽게 하라.여름에는 더위를 참고, 겨울에는 추위를 참으며, 스스로를 절개를 지켜 부도덕한 행동을 하지 말라.
이렇게 하면 비록 배움은 많지 않으나 현인 賢人의 길에 들어설 것이다. 이와 같은 출가 라야 부모의 은혜를 갚은 동시에 친척과 아는 사람들이 은혜를 입을 것이니 각기 마음을 돈독히 하라.
... 여덟째, 그대는 이미 출가하였으나 성품에는 어두운 데가 많다. 배움이 많거나 적거나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닦아 나가는 일이다. 지혜의 그릇이 큰 사람 은 좌선坐禪을 하고, 중간 층은 경을 공부하고, 낮은 층은 절과 탑을 잘 보수하고 경영하면 서 공덕을 쌓아야 하거늘 어찌하여 종일토록 하는 일이 없는가? 남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 실로 헛되이 살았다고 할 수밖에 없으니 그대는 스스로의 마음을 단정히 가져라.
... 아홉째, 그대는 이미 출가하였으나 길이 부모를 떠났다. 세상의 옷을 벗어 던지고 심 성을 새롭게 가졌으므로 부모를 하직하던 날 잠시 슬펐지만 곧 기쁨으로 변했다. 그러니 멀 리 세속을 끊고 번뇌를 뛰어넘고자 하면 응당 불법을 닦아 자신을 억제하고 진리의 길을 걸 어야 하거늘 어째서 세속 인연에 다시 물들이는가?
진리에 밝지 못하고 행실이라고는 털끝만큼도 본받을 것이 없으며, 말하는 것이 천박하고, 덕이 보배롭지 않으니 스승과 벗에게 누를 끼치는 일이 날로 성해질 뿐이다. 이와 같은 출가는 법을 버리고 몸을 욕되게 할 뿐이니 생각하고 생각하여 스스로 몸가짐을 잘 다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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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안법사 道安法師 : 진晋나라 때의 고승으로 중국불교의 개척자. 12세에 출가하였으나 용모가 못생겨 스승에게 주목을 받지 못한 채 3년간 논밭에서 일만 했다. 뒤에 불도징 佛圖澄을 스승으로 섬겼으며 승려 생활의 규범을 마련하고 석釋씨를 승려의 성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서에 <방광반야절의략 放光般若折疑略> <음지입주 陰持入注><종리중경록 綜理衆經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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