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 외출을 하기 위하여 운동화를 신으려다가 문득 며칠 전 폭우를 만나 발이 젖었던 기억이 나서
그동안 차 트렁크에 넣어 둔 반장화를 꺼내 신어보니 신발의 끈 역할을 하는 스냅 단추가 채워지지 않는 겁니다.
일명 똑딱이 단추로 불리워지는 이 단추는 암 단추와 숫 단추가 있어서 이 두 개를 눌러 결합을 시키게 되어 있는데
이 단추가 채워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이 장화를 신어본 게 일 년 전이었던 같은데 그 때는 전혀 이상이 없었습니다.
단추가 금속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쉽게 망가질 리도 없을 것 같은데 왜 그럴까 하고 살펴보니 암 수 양측에 녹이 슬어 있었고
게다가 암단추가 변형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무런 힘도 가하지 않았는데 금속인 이 단추가 찌그러져 있었던 것인데
그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다시 잠금을 여러 번 시도해 보았으나 잠겨지지 않아서 공구 박스에 있는 WD-40을 뿌리고
샌드페이퍼로 문질러 녹을 제거 해도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공구를 이용하여 찌그러진 부분을 펴고 다시 시도하니
그제야 단추가 잠겨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상태가 좋은 것은 아니어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여닫기를 시도한 끝에
드디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한 동작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고가의 신발도 아니고 잘 신지도 않는 장화 한 켤레, 헌 것을 버리고 새 장화를 사면 될 것을 왜 이토록 정성을 들여
보수를 했는지 내가 생각해도 괜한 짓 같았지만 단추 외에는 새 것이나 다를 바 없는 물건을 버리기는 아까웠고
내가 쓰던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습성 때문에 이 장화도 결국 다시 신발장 안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내 아내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어서 걸핏하면 버리라고 합니다. 옷도 버리고 신발도 버리고 낡은 가구도 버리고
기타 낡은 것들은 버리라고 종용합니다만, 그 때마다 나는 하지 않아도 될 언쟁을 하곤 하는데, 아직 쓸만한 물건들을
왜 버리라고 하느냐, 값을 따지기 전에 그 물건들은 내 손때와 추억이 함께 묻어있는 물건이 아니냐, 그렇다면 나도 이제
쓸모가 없으니 버리겠느냐며 화를 내면 그제서야 입을 닫는 것이었습니다.
힌 켤레의 헌 장화를 보수하며 새삼 느낀 것이 있었습니다. 금속으로 된 스냅 단추가 왜 변형이 되었을까. 녹이 슨 것은
이해가 간다고 해도 모양이 왜 변했을까에 대하여 생각하다가 나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진실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세상에 번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바위도 변하고 금속도 변하고 흙도 변하고 나무도
변한다는 이 평범한 진실을 가끔 잊고 살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사람의 마음 ?, 아니다, 사람의 마음처럼 쉽게 변하는 것이 또 무엇인가. 오죽하면 사람의 마음을 갈대에 비유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나는 믿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라고. 만약에, 그래도 가장 쉽게 변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우긴다면 그 변심( 變心)은 진정한 사람의 마음이 아닐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믿으며 삽니다.
첫댓글 암단추 숫단추가 나오길래,
양과 음의 조화가 나올 줄 알았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변하냐 변하지 않냐?
살다보면, 사람의 마음만큼 고마운 것도 없고
사람의 마음만큼 간사한 것도 없다더군요.
삶이 아름답기도 하고
힘들게도 하는 것도,
내 마음에서 비롯된다고도 생각해 봅니다.
불교에서는
一切唯心造라고 하지요.
물건 아껴쓰는 것은 저와 비슷하군요.
화암님,
변함없이 수필방 사랑할 것을 믿습니다.ㅎ
신발 이야기를 하다가 중요한 음양 조화를 잠깐 잊었습니다 ㅎㅎ
고맙지만 때로는 간사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는 데에 동의합니다. 멋진 댓글 감사합니다.
다시 와서 처음 글을 올린 곳이라 쫓아내지만 않는다면 머물고 싶습니다. 운영위원님 감사합니다.
@화암 일단 예의 바르고,
자신의 말을 지키려는 의지력과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님의 모습이
건강한 정신을 가진 것 같습니다.
틀린 것에는 용기있는 말씀과
비겁하게 비아냥 거리는 것은 다릅니다.
남의 인격을 모욕하는 것만 하지 않는다면,
화암님은 모범 회원일 예감입니다.ㅎ
ㅎㅎ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영원하길 저도 바래요.
실로 변화무쌍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겠지요.
다만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는가 봅니다.
푸른비3님 감사합니다.
가장 변하지 않는것이 사람의 마음이지요
허나
저는 조금 다른 각도의 의견입니다
제 경우에는
항상 언제나 내가 가장 옳다고 여기는 고집스러운 마음이 변하지 않는것 같아요
모두 다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늘 끊이지 않는 싸움이 벌어지지요.
그러나 가능한 변하지 않는 사람과 만나고싶습니다. 단풍들것네 님 고맙습니다.
우리 그 옛적에는 비오는날에 신는 장화보다는 신사스럽게 잘 생긴 반장화 일명 야마구쓰 (죄송, 일본명? ) 라고
하던게 있었는데요 거기 똑딱이 단추가 달렸었지요... ㅎㅎ
근래앤 보기 어렵게 되었씀니다.
변함은 어디 마음뿐 이겠어요 온갖 삼라만상이 죽끓듯 함이나 시간의 변수가
좌지함 이오니 그져 그러려니 하고 살지요
어젠요 30년쓰던 멀쩡한 돌 더블침대를
일반 씽글침대 두개로 바꾸는데 아내와 심한 갈등과 다툼겪고 제가 항복을요..그 심경을 아실테지요 ㅎㅎ
제가 이 글에서 밝힌 장화가 바로 그 야마구쓰입니다 ㅎㅎ
아주 옛날에 산 건 아닌데요 일반 장화와는 달리 마치 구두처럼 생겨서 가끔 신었지요.
별로 신을 일이 없어서 아직 새것이나 마찬가지랍니다. 그런데 단추가 고장이 나서 자가 수리를 했지요.
나이가 드니 인생 역전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단추에서 변화무쌍한 인간사속에 ,영원한 것은 존재하는가
철학적인 사고로 발전하는 글의 흐름이 흥미롭습니다.
사람의 마음도 처해진 환경, 세월에 따라 변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본래 본인이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마음가짐, 성정이라 하나요, 그건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성선설, 성악설이냐는 모르겠지만
사람은 안바뀌더군요.기본은 타고나는 것 같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건필 하시고 즐겁게 일상 보내세요.
철학적 사고는 기대할 수 없지만 느낀 건 있었습니다.
타고난 성정은 바뀌기 어렵지만 주변 환경에 의해서 변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한스 님 반갑고 감사합니다. 수필방에서 자주 뵈었으면 합니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무엇을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오늘도 자식들 싫증나서 내어 놓은 셔츠들
고처 놓고 친정 어머니께 오래 전에
선물 해 드렸던 마담포라 바바리가
너무 오래이다 보니 실밥이 튿어저서
재봉틀로 박음질 해 놓았습니다.
남편이 재주 좋다고 한마디 해주니까
기분 좋아집니다.
나름대로 변하지 않을 사람들과 연을 이어서
살아가는듯 하네요.
쉽게 버리지 못하는 건 그 물건들과 함께한 세월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조금만 손을 보면 더 쓸 수 있고 함께 할 수있는 것들이기에 함부로 버릴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서로를 존중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고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금속단추가 왜 변형을 일으켰을까요. 단추한테 물어볼수도 없고요.ㅎ
어찌보면 조석으로 변하는게 사람마음 같은데, 변화와 굴곡을 겪으며 한세월 꾸준히 같이 하는 사람들도 아.주. 많이 있는 것 같아요.^^
금속도 결국 삭아서 없어지는 이치를 제가 잠시 잊었던 것 같습니다,
한세월 꾸준히 관계를 이어오는 사람들도 많지요. 물론입니다.
고운 글 잘 읽었습니다.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이 무얼까요?
세상 만물은 모두 변한다는 그 말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네요.
이건 오비디우스의 말인데요, 첨 절묘한 표현이지요.
그래도 변치않는 심지를 지키려는 마음을 엿보고 갑니다.
변하지 않는다는 그 말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 명언입니다 ㅎ
그래도 변하지 않는 마음이 어딘가에는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만,
사실 자신은 없습니다.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