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기자의 시각
[기자의 시각] 누누TV, 죄책감은 어디 갔나
조선일보
방극렬 기자
입력 2023.04.18. 02:10
https://www.chosun.com/opinion/journalist_view/2023/04/18/6FPS7SE7IRHHHMH5BPXMN4PE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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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기자
2021년 6월 개설된 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방송사의 콘텐츠를 불법으로 제공하던 사이트 ‘누누티비’가 지난 14일 문을 닫았다. 누누티비에서 스트리밍되던 ‘더글로리’(넷플릭스)와 ‘카지노’(디즈니플러스)를 비롯한 각종 드라마, 예능, 영화가 모두 내려갔다. 하지만 월 1000만명으로 추산되는 이용자는 또 다른 빈틈을 찾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누누티비 갤러리’를 비롯한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누누티비의 대체 사이트를 찾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콘텐츠 구성이나 유저 인터페이스(UI), 광고 배치 등이 유사한 ‘짝퉁’ 누누티비가 생겨났고, 접속 링크도 적극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누누티비 이용자들이 다른 불법 사이트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심지어 폐지된 누누티비를 추모하는 공간이 온라인에 만들어지기도 했다. 해당 사이트에 방문한 이용자들은 “저작권법은 악법 중의 악법” “누누를 매장한 현 정부에 실망한다” “누누티비를 돌려달라”는 댓글을 적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공무원이나 대법원 소속 근무자로 추정되는 이들이 누누티비 종료를 아쉬워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법에 따라 일하는 공직자들마저도 저작권 위반 행위에 무감각해진 모습이다.
정부의 단속과 경찰 수사 압박 끝에 문을 닫은 누누티비는 마지막까지 뻔뻔하고 몰염치했다. 운영진 측은 서비스 종료 공지문에서 “사용자분들께서 입으셨을 상실감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며 “저희를 믿고 이용해 주신 한 분 한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했다. 마치 연예인이 은퇴식에서 팬들을 대상으로 고별사를 낭독하는 모습 같았다. 과거 누누티비는 넷플릭스에서 5시 정각에 공개된 콘텐츠를 불과 한 시간도 안 돼 사이트에 업로드하면서 “늦어서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남의 영상을 훔친 범죄자라는 죄의식이 전혀 없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실은 누누티비가 스포츠‧게임 관련 불법 도박 광고로 최소 333억원을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돈맛을 본 누누티비 운영진이 정부와 언론의 감시가 약해지는 대로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 콘텐츠에 목마른 이들이 있는 이상, 제2, 제3의 누누티비가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부가 매일같이 나서서 ‘1일 1차단’하더라도 모든 사이트를 단속할 수는 없다. 누누티비로 4조9000억원가량의 피해를 입은 방송사 및 OTT 업체들은 이용자들이 불법 사이트 링크를 공유하는 행위까지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범죄를 방조하고 퍼뜨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공들인 콘텐츠를 공짜로 ‘도둑 시청’하려는 욕망을 뿌리 뽑으려면 그만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부끄러움을 모른 채 너 나 할 것 없이 불법을 공유하는 지금의 상황이 정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