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궁하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사람을 초라하게 만듭니다. 혼자서 당하는 일이라면 그래도 버틸 만합니다. 그런데 가족이 딸려있으면 견뎌내기 쉽지 않습니다. 무엇이라도 잡으려고 합니다. 목숨을 걸고라도 말이지요. 생활 형편에 대한 아내의 경고까지 받고 나왔습니다. 아들 녀석 등록금도 마련해야 합니다. 대출을 받으려 해도 그만한 자격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만약 직장에서 퇴직했다면 그런 자격마저도 상실하겠지요. 해고 통보를 받고 나오는 마음이 편할 리 없습니다. 십 년 세월 탈 없이 다녔는데 큰 실책도 없는 마당에 다짜고짜 해고라니! 그것도 가장 절실한 때 말입니다.
퇴근길에 옛 후배 동료 경찰관을 만나 간단히 한 잔 합니다. 시간에 맞추어 자리를 뜹니다. 상황을 알고는 그가 술값을 지불해준다 합니다. 그런다 한들 무거운 마음이 풀리는 것은 아니지요. 늘 다니던 길, 오늘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귀가하고 있습니다. 전철 플랫폼으로 가는 중에 사람과 부딪칩니다. 미안하다 인사하고 부랴부랴 차에 오릅니다. 그리고 전화를 하려는데 핸드폰이 잡히지를 않습니다. 저런, 사람과 부딪치며 떨어뜨린 모양입니다. 아차, 싶지만 어쩌겠습니까? 가는 길 가야지요. 십 년을 오갔으니 이제 웬만한 승객들은 눈에 익습니다. 그리고 전철 검표원도 익숙하지요.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폅니다. 그런데 웬 젊은 여자가 와서 마주하여 앉더니 자꾸 말을 겁니다. 방해? 괜찮다고 말해줍니다. 심리학 전공을 한 상담원이라고 합니다. 그러더니 요상한 제의를 합니다. 그리고 자리를 뜹니다. 그런데 그 제의가 사실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2번 칸 화장실에 가면 봉투가 있다. 봉투에는 2만 5천 불이 들어있다. 그리고 하나의 과제가 있는데 그것을 해결하면 나머지 금액을 제공해준다. 모두 십만 불입니다. 지금이 어떤 상황입니까? 그만한 돈이라면 지난 십년 직장생활 하면서 모았다 해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니 마음이 안 갈 수 없습니다. 과제라는 것이 무엇인가요? 이 열차에 타서는 안 될 사람이 탔다는 것입니다. 그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이름만 압니다.
도대체 무슨 단서라도 있어야 찾을 수 있는 일 아닙니까? 전직 경찰관으로서의 감각을 동원하여 해보라는 것입니다. 일단 그 칸으로 가서 화장실을 뒤져 봉투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돈을 확인합니다. 그 순간 잠깐 빌려 쓴 다른 사람의 핸드폰을 통하여 과제 수행이 의무사항이 되었음을 통보합니다. 아니, 아직 결정하지 않았는데. 소용없습니다. 이미 돈을 만졌고 과제는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촉박합니다. 해당 정류장까지 불과 반시간 정도 남았을까요? 아는 사람의 자리로 가서 자신의 위험한 처지를 빌린 신문 위에 써서 전해줍니다. 그가 자기 정차 역에서 내립니다. 그 때 다시 연락이 옵니다. 창밖을 보라. 보고 있자니 내린 그 사람이 건널목에서 대형차에 치여 즉사하는 장면이 전개됩니다. 이제 이것이 보통 일이 아님을 직감합니다. 그러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미적대는 그에게 다시 연락이 옵니다. 가족이 인질로 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후회해도 소용없습니다. 시간만 소모됩니다. 종점은 다가오고 승객도 많이 내렸습니다. 이 사람도 의심을 해보고 저 사람도 주의해보며 사람을 찾습니다. 도대체 왜? 아무튼 이제 가족의 생명이 걸려 있습니다. 내 목숨을 걸고라도 이 과제를 풀어야 합니다. 사고가 났는지 냈는지 그 무더위 속에 전기가 나가고 기관사는 살해되고 열차는 정지할 수 없이 질주합니다. 이제 남은 사람들과 더불어 열차 탈선 사고로 죽음을 목전에 두게 됩니다. 그래도 에어컨이 작동되는 한 칸으로 모이도록 하고 그들 모두에게 상황을 설명해줍니다. 운명공동체가 되었습니다.
찾던 사람이 드디어 누구인지 밝혀집니다. 그를 살해하라고?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 이유까지 드러납니다. 가족의 생명이냐, 이 사람이냐? 선택해야 합니다. 그러나 애꿎은 사람을 살해할 수는 없습니다. 알고 보니 권력자들의 비리가 숨겨진 파일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지니게 된 동기는 생략합니다. 아무튼 모두가 위험에 직면합니다. 더구나 열차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며 탈선을 합니다. 이미 경찰들과 나아가 군대까지 출동하여 그곳에 집결합니다. 이제는 자신이 열차 탈취 인질범으로 바뀌어져 있습니다. 인질을 풀고 자수하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가까웠던 후배 경관이 중간해결자로 접근해 열차로 들어옵니다.
잘 꾸며진 이야기입니다. 누가 자기를 그렇게 잘 알겠습니까? 더구나 가족까지.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알기에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갑니다. 나이 든 퇴직자의 궁한 현실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때로 사람은 의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돈에 의해서 움직입니다. 그리고 돈에 목숨을 거는 일이 종종 아니 자주 일어납니다. 그런 사실에 분노하고 치를 떨면서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오랜 연단으로 굳어진 신념이 필요합니다. 이 유명한 배우, 리암 니슨도 이제 늙은 티가 나네요. 그래서 때리는 만큼 얻어맞기도 잘 합니다. 그만하기를 바랍니다. 영화 ‘커뮤터’를 보았습니다. 뜻은 ‘통근자’로군요. 사실 열차 통근자였습니다.
첫댓글 ㄳ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되소서. ^&^
오늘도 행복한하루,
좋은일만가득하세요
잘보고 갑니다~~
좋은 글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