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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행복한 회사
(고두현 지음/21세기북스/2006년 12월/245쪽/12,000원)
■ 책 소개
독서경영이 이래도 되나요? 마음껏 책을 사고 마음대로 읽는, 꿈같은 독서경영 이야기!
책값이 얼마든 회사 돈으로 전부 사라는 기업. 그래서 1인당 평균 책값이 100만원이 넘는 기업.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입맛대로 골라 읽으라 하고, 독후감 같은 것은 필요 없다고 말하는 기업.
이메이션코리아의 신나는 독서문화를 체험한다!
이메이션코리아는 CD-R과 USB, 디지털 카메라, 메모리카드를 만드는 회사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써보았을 제품들. 우리에게 친숙한 이 제품들 속에는 꿈같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먼저 이 회사 직원은 어떤 책이든 마음껏 사볼 수 있다. 책값은 전결로 지급받고, 액수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이렇다 보니 이 회사가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책값만 연간 2천500여만 원이다. 현재 직원이 24명이니, 1인당 100만원이 넘는 액수다.
그렇다면 이메이션은 언제부터 이런 파격적인 독서경영을 시작한 걸까? 이 책은 이메이션코리아가 창립 1년 만에 IMF로 위기를 맞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다른 회사들은 정리해고로 자본을 아끼는 궁리를 하고 있던 때에, 이장우 대표는 오히려 돈을 지출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전 직원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원하는 책을 마음껏 사 보라고 했던 것. 이 책은 이메이션이 위기의 상황에서 독서경영을 시작하고, 자유로운 독서문화의 힘을 발판 삼아 1인당 연간 매출 10억원의 신화를 달성하기까지의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요즘 기업계의 화두는 독서경영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효과 높은 교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로운 문화로 정착해야 할 독서경영이 독서와 독후감을 강요하는 제도로만 남기도 한다. 이 책은 강요도 독후감도 없는 이메이션코리아의 독서경영 실제 사례를 다룬 소설이다. 직원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마음껏 책을 사고 마음껏 읽는’ 이메이션의 이야기는 독서경영이 제도가 아닌 문화로 자리잡기 위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 저자 고두현
1988년 한국경제신문사에 입사하여 주로 문화부에서 문학, 출판 분야를 담당했다. 2002년 4월부터 1년간 프랑스 파리로 해외연수를 다녀 온 뒤에도 문화부로 복귀, 출판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책벌레이기도 하다. 한경닷컴에 고두현의 그래 이 책이야! 칼럼을 연재 중이며,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가 있다. 제10회 시와시학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저자는 이 책이 독서경영을 시작하려는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길잡이가 되고, 우리 사회 전체의 독서 운동에도 신선한 활력제가 되기를 희망한다.
■ 차례
머리말 : 독서경영은 성공 기업의 '아이디어 엔진'!
1부 책은 우리의 멘토
이메이션, 벼랑 끝에 서다 : 이메이션코리아의 창립 사장을 맡은 이장우 대표. 그러나 이메이션코리아는 창업 1년 만에 부도 위기를 맞는다. 늦은 퇴근시간, 이 대표는 우연히 사무실에 남아 있던 직원들과 술자리를 하게 되는데...
책값이 얼마든 회사 돈으로 : 이듬해 봄이 되어도 상황은 좋아지지 않는다. 창립 초기에 '공부하고 싶은 건 다 지원해 주겠다'던 약속을 떠올린 이 대표.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직원들과 함께한 야유회 자리에서 엄청난 제안을 한다.
책 속의 지혜로 황금 기회를 살리다 : 1999년, Y2K 문제로 지구촌이 떠들썩해지고, 정보저장장치 업계에 엄청난 규모의 특수를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이메이션 직원들은 하늘이 준 기회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책 속의 지혜를 빌린다.
그들을 일으켜 세운 한 권의 책 : Y2K 위기를 넘기자 백업장치의 주문은 뚝 끊어져버리고, 반짝 좋아졌던 회사 사정은 다시 어려워진다. 직원들은 하나둘씩 떠나고, 이 대표는 동요하는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특별한 책 한권을 소개하는데...
책장 속의 글자를 현실로 : 출장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도 이 대표는 책을 놓지 않는다. 출장에서 돌아온 이 대표는 책에서 받은 영감으로 창조룸을 만든다. 이메이션코리아는 마침내 CD-R 판매 100만 장 돌파 목표를 달성하고...
2부 독서 문화의 모범, 이메이션
책 읽는 재미를 알다 : 순풍에 돛을 단 듯 이메이션코리아는 순항한다. 직원들도 자연스럽게 독서토론 모임을 열게 된다. 마케팅이 화두로 떠오르는 것을 안 이 대리는 마케팅 관련 책을 집중 탐독하면서 아이디어를 얻는데...
독서경영이 세상에 알려지다 : 이메이션의 성공 사례가 세상에 알려짐과 동시에 '독서경영'이란 말도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다. 한편 책값 신청 1위이면서 술독에 빠져 사는 최 대리는 책 내용을 묻는 이 대표의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스스로 공부하는 직원들 : 책을 읽고 공부하는 분위기는 이메이션을 활기차게 만든다. 이메이션은 메모리카드와 USB 플래시 드라이브를 차세대 제품군으로 키우려 한다. 메모리카드를 팔기 위해서는 디지털카메라를 알아야 한다며 사내에는 디카클럽이 만들어진다.
좋은 것이라고 억지로 떠먹일 순 없어 : 이신우 대리는 10년 만에 친구 정민아를 만난다. 친구는 억지로 읽게 하고 독후감을 강요하는 독서경영에 지친 분위기다. 두 사람은 북 랠리에서 고른 책을 주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독서가 즐거운 회사 : 책 읽는 즐거움을 깨달아가는 이메이션코리아 직원들. 이들은 독서를 통해 디자인이야말로 기업의 핵심역량임을 깨닫는다. 창조룸을 서성이던 이신우 대리는 이장우 대표의 느닷없는 방문에 놀라는데...
독서가 행복한 회사
1부 책은 우리의 멘토
이메이션, 벼랑 끝에 서다
“지금 바로 한국 시장에서 빠져나오라(Get out of Korea, Right Now!)”
이장우 대표는 신문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주시했다. 홍콩페레그린증권이 전세계에 뿌린 보고서의 결론은 절망 그 자체였다. 미국계 블룸버그(Bloomberg) 통신도 ‘한국의 가용 외환보유고는 20억 달러뿐’이라며 코리아 엑소더스를 종용했다. 세계 주요 언론 역시 블룸버그 통신을 인용하며 한국의 경제위기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긴급 소집된 임원진의 반응과 태도는 매우 회의적이었다. 창업 1년만의 일이었다. 이익잉여금이 난 것도 아니었고, 팀워크나 경영 노하우가 쌓인 상황도 아니었다. 다음날 이대표는 사장실의 크기를 절반으로 축소했다. 회의실을 없애고 사무실 규모도 줄였다. 직원들의 표정이 금새 무거워지고, 회사 분위기는 순식간에 착 가라앉았다. 외국계 기관들은 연일 ‘한국을 탈출하라’는 경고를 연발했으며, 주가는 어느새 500선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책값이 얼마든 회사 돈으로
이메이션은 1996년 미국 3M에서 플로피디스켓과 CD롬 등 데이터 저장장치와 이미징 사업군을 떼어내 분사한 기업이다. 한국과 싱가포르, 일본 등 7개국에 경영센터로 불리는 현지법인을 두고 전세계 60곳에 영업망을 갖춘 다국적 기업이다. 한국법인은 그 중에서도 가장 기대가 큰 법인이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이메이션 본사의 국제담당 대표 데이브 웽크 사장의 전화였다.
“제이(이장우 대표의 미국명)! 괜찮은가? 이대로는 한국에서 계속 법인을 유지하기가 힘들지 않을까….”
이대표는 침착한 말투로 직원들에게 웽크 사장과의 통화내용을 가감없이 공개했다. 사장의 입에서 ‘시장 철수’와 별반 다름없는 말이 나오자 40명쯤 되는 창립 멤버들은 순간적으로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때였다.
“날씨가 좋던데... 야유회 어때?”
“사장님…. 이 판국에 어, 어디로….?”
“한강 둔치공원 어때? 멀리 갈 거 없잖은가.”
이제 막 신입 딱지를 뗀 이신우는 ‘저들’이 어떻게 이 위기를 넘기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기로 했다. 회사 문 닫을 판에 야유회라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었으나, 여기저기서 왁자지껄 웃음꽃을 피워 올리는 모습을 보니 기분은 한결 산뜻해졌다. 직원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이대표가 말문을 열었다.
“그 동안 고생들 많았어. 그리고 많이 미안하네. 직원들 공부에 최우선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큰소리 쳐놓고 단기교육 한번 제대로 보내준 적이 없으니…. 오늘부터 책이라도 마음껏 읽도록 해주고 싶어. 아무리 어려워도 회사 돈으로 책값 전부 치러줄 테니 보고 싶은 책 마음대로 사서 보도록 하게. 독후감을 내라거나 전표를 확인하자는 소리는 절대로 안 하겠네. 각 부서 매니저들은 직원이 책값 달라고 할 때마다 전결로 즉시 지급하도록!”
첫 ‘북 랠리’ 행사는 그 해 가을에 있었다. 담당자가 서점에 가서 스테디셀러코너, 베스트셀러, 신간을 걷어온다. 출근시간 30분 전에 구입해 온 책을 회의실 탁자에 깔아놓는다. 행사 시작 날짜를 공지하면 직원들이 출근하는 순서대로 와서 가져간다. 직원들과 회식 한 번 하는데 드는 비용이 200~300만 원인 데 반해, 북 랠리 행사 한 번 치르는 데 드는 비용은 50~60만 원 정도이니 경제적으로도 이득이었다. 무엇보다 아이디어 창출이라는 무형의 자산까지 확보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책 속의 지혜로 황금 기회를 살리다
연초부터 ‘밀레니엄 버그’로 불리는 Y2K(컴퓨터 2000년 인식오류) 문제가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었다. 1999년 1월 1일, 유럽 공항에서 여권 분실자들을 위해 임시 여권을 발급하던 중 컴퓨터가 99를 에러 표시로 인식하는 바람에 일대 혼란이 발생한 것이다. 거의 모든 기관이 백업장치를 대대적으로 사들였고, 이메이션코리아의 매출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시장은 예측 불가능한 속도로 급박하게 변하고 있었다. 평소 의무적인 독서를 싫어하는 그였으나 이번만큼은 모든 직원이 함께 읽을 필독서 목록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근수 차장과 박진욱 과장, 유서형 대리를 불러 각각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에 대한 브리핑을 준비시켰다. 그들은 가장 빠른 속도로 세계를 변화시킨 주인공이었다. 이들의 생각을 자세히 알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비전과 방향이 도출되면 회사에 적용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도움이 되리라 믿었다.
세 사람의 브리핑이 끝나자, 이 대표는 약간 흥분한 듯한 모습으로 얘기했다.
“오늘 소개된 책들을 전직원에게 선물하겠네. 우리 모두 책 속의 지혜를 빌려 이 황금 같은 기회를 최대한 살려보자고. 올해 제대로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해외여행 한번 추진하지. 인도네시아의 멋진 휴양지 발리 어때? 그 동안 못했던 학비도 지원하고, 1년에 한 명씩 선발해서 대학원 학비를 전액 지원해 주겠어. 뭐 거창한 비전 운운할 것도 없잖은가?”
이메이션코리아는 1999년 말, 전 세계의 본사 법인들 가운데 최우수 법인으로 뽑혔다. 영업신장률 1위, 매출액 147억 원, 15억 원의 흑자. 그는 약속대로 전직원의 가족동반 해외여행을 추진했다. 본사에서는 난색을 표했다. 해외법인 어느 곳에서도 이러한 ‘보상’은 없었으며, 이제 겨우 첫 흑자를 낸 것 가지고
이처럼 과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대표는 물러서지 않았고 끊임없이 본사를 설득했다.
“정말로 힘든 상황에서 극적으로 올린 실적이다. 우리는 한국인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불가사의한 괴력’을 발휘하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천재일우의 기회로 바꾼 멤버들의 열정을 보라. 이에 대한 보답도 한국식으로 하는 게 옳다.”
결국 본사에서는 현지화 전략의 독특한 사례가 될지 지켜보겠다면서 반신반의하는 태도로 오케이 사인을 보내왔다. 그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꿈 같은 휴식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달콤한 피로감이 몰려들었다. 이제 2000년이었다.
그들을 일으켜 세운 한 권의 책
그런데 전혀 생각지 못한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Y2K 위기를 별 탈 없이 넘기자, 앞 다투어 백업장치를 구매했던 기업체나 기관들이 주문을 싹 끊어버린 것이다. 갑자기 재고가 쌓였다. 추가 주문과 신규 수요가 순식간에 정지되었다. 회사 상황은 고속도로를 전속력으로 달리던 자동차에서 바퀴가 빠져버린 듯한 형국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과장급 중간 관리자들이 하나, 둘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갑작스런 매출 감소에 당황하던 차였기에 조직이 크게 동요했다.
회의시간, 이대표는 그날의 회의 안건을 모두 제쳐둔 채 한참 동안 직원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긴장감이 흘렀다.
“유대리 나와서 이것 좀 읽어보세요.”
유서형 대리는 수첩에 낙서를 끼적거리고 있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이대표가 유대리에게 긴 글이 프린트된 A4용지를 건냈다. 〈책마을 편지〉라는 칼럼이었다.
손 안에 들어온 물고기 한 마리를 놓칠 뻔했습니다. 다름 아닌 『펄떡이는 물고기처럼(Fish!)』이라는 책 말입니다. 얘기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시애틀 변두리 어시장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인생과 경영의 원리를 깨우쳐주지요.
주인공은 남편을 잃고 혼자 가정을 꾸려가는 한 여성입니다. 그는 어렵게 얻은 새 직장에서 출근 첫날부터 문제투성이 부서를 떠맡고 난감해합니다. 무기력에 빠진 조직원들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에 들렀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습니다. 그곳에는 열정과 기쁨이 펄떡거리고 사람들의 표정에도 활기가 넘쳤습니다. 그는 어시장의 변화를 주도했던 관리자를 만나 그의 인생과 회사의 장래를 바꿀 열쇠를 얻습니다. 그 비결이란 개인과 조직을 긍정적이고 쾌활한 사고로 바꾸는 것, 경쟁력의 근본을 ‘인간’에 두고 고객과 내부 구성원을 연결하는 서비스 등이었습니다.
이 책은 자신의 삶과 회사에 생명을 불어넣는 기법을 알려줍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나의 하루 선택하기’, ‘놀이 찾기’, ‘그들의 날은 만들어 주기’등도 들려주지요. 어부의 태도가 바뀌면
고깃배가 달라지고 드넓은 바다까지 달라 보입니다. 우리는 모두가 삶의 망망대해에서 희망을 낚는 어부들이 아닌가요? 오늘 당신의 가슴속에는 어떤 물고기가 펄떡이고 있습니까?
이대표가 계속 읽으라는 손짓을 했다. 유대리는 테이블에 내려놓으려던 종이를 뒤집어보았다. 뒷장에도 빽빽하게 글이 프린트되어 있었다.
『사명․돈․의미』의 저자는 ‘미너스 마이너 새 생명 클리닉’ 창시자이며 미국 ‘올해의 기업가상’을 받은 경영자입니다. 가난 때문에 어린 시절을 불행하게 보내야 했던 저자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또한 절망을 희망의 뿌리로 바꾸는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그는 인생에서 균형 잡힌 성공을 거두기 위해 우리가 지녀야 할 덕목, 즉 ‘뚜렷한 사명을 가질 것’, ‘돈을 잘 벌고 관리할 줄 알 것’, ‘삶의 의미를 제대로 깨우칠 것’을 여러 일화와 함께 들려줍니다. 이 세 가지 중에서 하나라도 잃으면 기우뚱거리고 만다는 거죠.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은 ‘유년기부터 지녀온 결점과 상처를 극복하는 데 일생을 보낸다’든가, ‘다른 사람의 실수에서 배우지 않으면 우리가 그 실수를 저지른다’는 등의 수많은 조언이 이 책 속에 들어 있습니다. 돌아보면 정말 그렇습니다. 사명은 나침반이고 돈은 현실의 거름이며 의미는 꿈에 대한 보상이지요.
이대표는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지금 우리에게 사명과 돈과 의미, 이 세 가지 요소는 무엇일까? 또 우리를 펄떡이게 하는 물고기는 무얼까? 반짝하고 좋아졌던 회사가 다시 어려워졌네. 아까운 인재들이 떠나기도 했지.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찾을 줄 아는 지혜의 선단 아닌가? 자리로 돌아가면 방금 들은 글의 내용을 다시 한번 곰곰이 되새겨보기 바라네. 오늘부터는 흔들리지 말자. 디스켓이 안 팔린다? 맞는 얘기야. 이제 디스켓은 저무는 시장이라는 걸 인정할 때가 된 거야. 대신 우리에겐 새로운 광맥인 CD-R이 있지 않은가? 다시 한번 지난해의 신화를 만들어보는 거야.”
이대표는 좀더 근본적인 수준에서의 디지털 변화들에 대한 포괄적 논의를 제시하는 『아톰@비트』를 읽으며 변화의 흐름 속에서 그 변화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그 변화와 함께 유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 흐름을 빼앗기지 말자. 오히려 지금 흐름을 즐기며 추진하는 거야.’
2000년 말. CD-R 판매에 집중하기로 한 전략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예상대로 CD-R 수요가 급증했고, 급기야 연말에는 30만 장이라는 판매기록을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회사의 총 매출액도 160억 원을 넘어섰다. 직원들이 자기발로 회사를 뛰쳐나간 연초의 분위기에서는 예상치 못한, Y2K 특수만큼이나 폭발적인 판매실적이었다.
2부 독서 문화의 모범, 이메이션
독서경영이 세상에 알려지다
책사모 모임에서 발표할 책을 읽기 위해 1시간 일찍 출근한 이신우 대리는 휴게실에 앉아 머리를 싸매고 있는 최태호 대리를 발견했다. 최대의 표정이 이상했다. 뭔가 문제가 있는 모양이었다. 평소 특별히 하는 일 없기 분주하기로 유명한 최대리였다. 꽁초가 수북한 재떨이를 보니 줄담배를 피우고 있는 듯했다.
회사에는 바야흐로 ‘앉아서 돈 버는’ 시절이 도래했다. 이메이션코리아는 매달 목표매출액을 넘겼다. CD-R 분야에서 선두업체가 되었고, 무차입 경영의 우량기업으로 성장했다. 5년 전 29억 원의 적자와 자본잠식이라는 기억을 돌아보면,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독서경영’이라 불리는 이장우 대표의 경영방식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이신우 대리는 업무 시작 전, 이장우 대표를 다룬 신문기사를 읽었다.
1997년 말, 시장에 막 첫발을 디디며 의욕적으로 출발한 이메이션코리아에 경제위기라는 거대한 한파가 몰아닥쳤다. 본사 지원으로 명맥만 유지하는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때, 이장우 대표가 내민 카드는 쌩뚱맞게도 ‘독서’였다. 직원들에게 회사가 정상화되고 훗날 우량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적은 비용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돋우고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 도구로 가장 적합한 것이 책이라고 생각했다.
비즈니스맨의 독서는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읽은 내용을 실제로 응용하기 위한 독서여야 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책만 가려서 읽으라는 얘기도 아니고, 전략적으로 읽으라는 얘기도 아니다. 실제로 이대표는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업무에 활용했다. 그 결실이 바로 ‘창조룸’이다. 이대표는 톰 켈리의 저서 『유쾌한 이노베이션』을 읽고 난 후,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직원들이 좀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구상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대표가 회의실을 나설 때 최태호 대리와 마주쳤다.
“사, 사장님….”
“피곤하면 들어가 쉬어. 그런데 자네 『가르시아 장군에게 보내는 메시지(A Message to Gorcia)』 읽어봤나? 경영자들이 인적 자원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직장인들이 자신의 일에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네. 러ㆍ일전쟁 때 전장의 러시아 병사들이 군용배낭에 한 권씩 넣고 다녔다고 해서 유명해진 책이야.”
“아뇨, 아직….”
“『아침형 인간』은 읽어봤는가?”
“아뇨….”
“책값 신청자 1위라면서 아직 그 책도 못 봤다는 건가?”
“그, 그게….”
사실 최태호 대리는 어제도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취해 길에서 쓰러져 잤다. 이장우 대표와 맞닥뜨렸을 때는 이제 막 정신이 들려던 참이었다. 이대표는 회사에서 받은 책값으로 책을 구입했는지의 여부는 확인하지 않겠다고 했다. 씀씀이가 큰 최대리는 그 돈으로 1주일에 두세 번씩 밤새 술을 마셨고, 회사에서는 주변만 맴돌았으며, 퇴근시간만 칼같이 지키는 생활을 몇 달째 하고 있었다. 최대리는 휴게실로 이신우 대리를 불러내어 그간의 일들을 상세히 얘기하고 조언을 구했다. 최대리는 ‘사장님께서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책 이야기만 꺼냈을까?’ 궁금해했다.
“자율과 능동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시려 했던 게 아닐까요? 사장님이 권한 책들과 비슷한 느낌의 책이 하나 생각나는데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아세요? 단순히 칭찬을 많이 하라는 식의 추상적인 제안이 아니고요, 어떻게 긍정적인 것에 집중하여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가령 ‘뒤통수치기 반응’은 잘 하고 있을 때는 무관심하다가 잘못된 일이 생겼을 때만 흥분하고 질책하는 태도를 말하는데, 이 뒤통수치기 반응에 둘러싸인 환경에서는 결코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지도 열정을 바치지도 않는다고 해요. 생각해 보니 사장님께서 아무 말씀 안 하신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거 같네요. 최대리님을 춤추게 하기 위해서? 흐흐.”
최태호 대리는 휴게실로 가 줄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마지막 담배를 태우면서 담뱃갑을 있는 힘껏 구겨버렸다.
“마지막이다.”
최대리는 그날로 담배와 술을 끊었다. 퇴근 후에는 서점에 들러 이신우가 추천해 준 책을 샀고, 다음날부터 1시간씩 일찍 출근해 책을 읽었다. 한 달 뒤, 최대리는 다시 책값 신청자 1위를 차지했다. 이번에는 진짜였다. 그리고 연말에는 과장으로 진급했다.
좋은 것이라고 억지로 떠먹일 순 없어
이신우 대리는 10년 만에 친구 정민아를 만났다. 친구는 억지로 읽게 하고 독후감을 강요하는 독서경영에 지친 분위기였다.
“우리는 말도 마. 독후감 쓴답시고 밤늦게 퇴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독후감을 인사고과에 반영한다고 하질 않나. 이건 뭐, 아이한테 좋은 음식이라고 억지로 떠먹이는 꼴이나 다름없으니. 탈이나 안 나면….”
두 사람은 근처에 있는 어뮤즈먼트 파크로 향했다. 그곳은 첨단 오락시설과 영화관, 쇼핑몰과 북 카페와 같은 휴식 공간이 갖추어진 테마 파크였다. 그들은 북 카페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책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정민아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열쇠 꾸러미였다.
“이거 너희 회사 제품 아냐?”
그녀의 열쇠고리에 와인 빛이 감도는 새끼손가락만 한 USB드라이브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맞네. 한국에서 디자인해 출시한 첫 제품이지. 이 USB드라이브 하나에 이메이션의 노력과 꿈, 그리고 미래가 달려 있어. 『제3의 공간』이나 『2010 대한민국 트렌드』 등의 책에서 이미 디자인과 트렌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벌써 다른 이들은 트렌드를 찾고 적용하기 위해 애썼던 셈이지. 따지고 보면 그런 사실을 안 것도 책 덕분이지만. 더 새롭고 더 인상깊은 제품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어. 이들 책이 도움이 될 거라 믿어. 책이 나의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인 셈이지.”
* * *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사무실에 홀로 남은 이근수 부장은 상념에 빠져있었다. 그는 올해 부장으로 승진했고 지금까지 이메이션에서 다져온 입지도 탄탄했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생각은 점점 커져만 갔다. 안절부절못하던 이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펼쳐놓은 책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창업할 것인가 잔류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이장우 대표에게 한 통의 메일을 쓰기로 했다.
“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1년간 준비를 해왔고, 어느 정도 비전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상급자가 되면 자신의 지위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40대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창업을 한다는 것은 10대나 20대 때의 모험과는 분명 다르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후회하지 않겠다고 결심은 했으나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장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메일을 전송했다. 그때였다.
“이부장!”
이근수 부장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이장우 대표였다.
“뭘 치는데 사람이 뒤에 있는데도 몰라? 그나저나 워드 실력 많이 늘었네.”
“사장님께 보내는 메일입니다.”
이대표는 이부장 책상 위에 펼쳐져 있는 책들을 하나하나 관심 있게 살펴보았다.
“『블링크』 읽어봤나?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보여주는, 판단의 위대한 힘. 우리의 무의식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리는데, 이때 외모가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거야. 순간적으로 내리는 판단은 무의식 속에 축적된 전문 지식과 경험을 종합해 내놓은 결과라고 하지. 그래서 경험과 지식을 쌓으며 순간 판단력을 훈련시키면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해. 소비자가 브랜드나 디자인에서 느끼는 첫 느낌과 순간의 판단이 어떤 선택의 결과를 낳는지 알고 싶다면 그 책을 꼭 한번 읽어보라고.”
이부장의 어깨를 다독인 이대표는 뒤돌아선 채로 손을 흔들며 사무실에서 나갔다. 이부장은 닫힌 문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충분히 고민했는가? 거기에 난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 더 의심하고 고민하자. 그러고 나서 주저 없이 나 자신이 할 바를 결정하자.’ 이부장은 일단 장기 휴가를 내기로 마음먹었다.
최종 결정은 휴가 후에 내려도 늦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가 즐거운 회사
“다들 어쩐 일이야?”
이신우 대리와 최태호 과장이 호텔 라운지에 도착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하이브리드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가 막 떠난 직후였다. 카림 라시드는 이메이션의 제품을 디자인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낸 바 있었다.
“(카림 라시드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요.”
“일을 놀이처럼 즐기는 사람이랄까?”
직장인들은 그 어떤 활동보다 직장에서 일하며 보내는 시간이 많다. 그러나 삶의 의미와 재미를 일에서 찾는 사람은 드물다. 실제로 최근까지만 해도 ‘재미는 일이 끝난 뒤에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든가, ‘재미는 어리석고 전문가답지 않다’ 또는 ‘직장에서 재미는 금기 사항이다’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면서, 이런 전통적인 직업관 역시 크게 변했다. 지금의 인재들은 직장을 선택할 때 단지 연봉이나 회사의 이름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몸 담을 직장의 분위기 역시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
“이신우 과장. 요즘 고민은 뭔가? 이런 걸 미리 밝히는 건 곤란하지만 이미 과장으로 내정되었으니 상관없겠지.”
“갑자기 무슨….”
이대리는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미소를 흘렸다.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대표는 이신우가 보고 있던 제품을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하면 재미의 효과가 발휘되는 회사, 기쁨이 넘치는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대내외적 관계를 잘 쌓아가면서 재미있는 회사라는 명성을 얻게 될까? 뭐 이런 것들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재미없다는 게 아니라….”
“알고 있네. 나도 항상 그런 생각을 하니까. 머리만 좋은 자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만 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말이 있잖은가. 『펀 워크』 읽어봤나? 많은 이들이 ‘독서=공부’라고 생각하잖아. 하지만 정말로 그러한가? ‘독서=놀이’라고 생각하면?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잖은가! ‘재미’는 말할 것도 없고, ‘지식’과 ‘지혜’라는 산물까지 말이야.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야. ‘비즈니스=놀이’라고 생각해 봐. ‘재미’는 물론 ‘돈’과 ‘성취감과 미래’라는 산물까지 줄줄이 따라오지 않겠는가? 그 책 한번 읽어보게. 많은 도움이 될거야. 그런데 자네, 책은 왜 그리 많이 읽는거지?”
이신우는 잠깐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이대표를 똑바로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좀 당황했지만 평소 자신도 생각하고 있던 일이었다.
“처음에는 사장님의 독서습관을 본받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그걸 회사에 적용하고자 고민하면서 문득 제 스스로가 발전하는 모습을 느꼈습니다. 많은 이메이션 식구들도 마찬가지일겁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책 읽는 즐거움 때문이죠.”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지만 실제로 책 속에서 길을 찾는 사람은 드물다. 그 이유는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지 않는, 다시 말해 곧바로 그 결과가 눈앞에 펼쳐지지 않는 막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신우 대리는 정말로 책 속에 길이 있음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그것은 분명 많은 것을 변화시켰고, 또 회사를 성장시켰다. 모든 걸 성과가 말해 주고 있었다. 사무실로 돌아온 이대리는 동료들의 축하 속에 다시 한번 이장우 대표의 모습을 떠올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