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해로(百年偕老) 누리는 길
행복의 문이 저절로 열리게 하는 자비하심(慈悲下心)은
인간 세상 그 어느 곳에도 적용할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가장 가까운 부부를 예로 들어서
어떻게 하심(下心)하고 자비롭게 살 것인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세상의 자녀들은 부모의 슬하에 있을 때 깊은 사랑을 받으며 성장합니다.
부모는 깊은 사랑으로 자녀들에게 먹을 것을 먹여주고 입을 것을 입혀주고 배울 만큼 가르쳐,
나름대로 사리를 판단할 수 있고 잘살 수 있게끔 되었을 때 결혼을 시킵니다.
그리하여 두 남녀가 사랑으로 백년해로(百年偕老)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면 결혼식을 올립니다.
그 결혼식장에는 둘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님을 비롯한 양가 친척, 친구, 지인(知人)들이 가득합니다.
그들에게 백년해로의 결혼을 한다는 것을 알립니다.
마침내 주례 선생님의 증명(證明)하에서 백년해로의 맹세를 하며,
내빈들을 향해 인사를 하면 모두가 박수를 쳐 줍니다.
“백년해로하며 잘 살아라.”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혼식 장면을 사진까지 찍어, 두고두고 보면서 백년해로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보면 백년해로가 아닌, 이혼하는 부부가 너무도 많습니다.
‘성격차(性格差)’라는 이름으로 결혼 1년 내(內) 이혼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인가 하면,
아이까지 낳아 놓고 갈라서는 부부도 많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 때문이 아닌데도,
세상에서 가장 큰 약속인 백년해로의 맹세를 순식간에 엎어버리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바로 아상(我相) 때문입니다. 내가 잘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심(下心)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낮출 줄 모르고 서로 위에 서려고 함으로 미움이 생기고 원망이 생기고 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한번 스스로 깊이 되돌아보고, 배우자에게 어떻게 하며 살았는지를 되돌아보십시오.
배우자에게 믿음을 심어주고 있는지? 사랑의 감동이 흐르고 있는지를 되돌아보십시오.
만일 ‘아니다’라는 답이 나온다면, 상대방을 탓하기 전에
“내가 하심(下心)할 줄 모르는 아상(我相)의 존재가 아닌지?”를 반성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 위주의 삶이 아니라, 배우자에게 감동을 주는 삶을 살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저이와 정말 결혼하기를 정말 잘했다. 여보! 고맙습니다.”
이와 같은 마음은 돈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권력을 가지고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자비하심(慈悲下心)으로 서로를 돌아볼 때 생겨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마음만 생겨나면 그 가정에는 복과 덕이 쌓이게 됩니다.
부부가 서로 고맙고, 감사하고, 이익됨을 느끼는 그것이야말로
가정이라는 밭에 복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절에 다니는 불자들조차도 이를 유념하지 않는 이들이 많습니다.
부부의 모든 일에는 각각의 책임이 50%라는 사실을 잊고,
아상(我相)으로 상대만을 탓하는 이들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합니다.
주위를 살펴보면 참 묘한 부부들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바가지 긁기 명수가 되고, 남편 우습게 보기에 선수가 되는 부인들이 계십니다.
남편의 수입이 좋거나 권력이 있거나 사업이 잘될 때는 서비스 만점의 아내로 지내다가,
사업이 망하거나 돈을 못 벌거나 권세가 없어지고 나면
남편을 우습게 보고 바가지를 긁어 속을 뒤집어 놓기까지 합니다.
“내가 어디 가서 물어보니 안 된다고 하던데, 고집을 부려 돈을 다 날려? 내 그럴 줄 알았다.”
이렇게 되면 남편의 설 자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집에 들어가도 편안하지 않고, 아내와 다투다 보면 물건이나 부수고 싶고 주먹까지 울게 되니,
술로 세상을 달래다가 모든 것을 잃게 되고 마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때에 아내들이 마음을 잘 써야 합니다.
평소에는 70~80%만 잘해주던 것을 100% 잘해줘야 합니다.
‘나’를 내세우지 말고 남편을 위로하고 다독거려 힘을 북돋워 줘야 합니다.
하심(下心)하면서 남편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해주면 세상의 어느 남편이 감동하지 않고 감사를 하지 않겠습니까?
이렇듯 서로가 힘든 속에서라도 아상(我相)을 부리지 않고 하심을 하여,
아내가 남편을 부처님 대하듯 하고 남편이 아내를 부처님 대하듯 한다면,
어찌 행복이 다시 돌아오지 않겠습니까?
모든 일은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마음 밭에 어떤 생각의 씨를 심느냐에 따라 결과가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아무쪼록 우리 불자들은 ‘나’의 배우자를 부처님처럼 보면서
가정을 불국토로 바꾸는 노력부터 해야 합니다.
그리고 차츰 이 사회와 이 나라를 부처님 나라로 바꾸어 가야 합니다.
- 혜인 스님 -월간 [법공양]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