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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새벽, 어둠 속에 집을 나섰다. 비가 세차게 휘몰아쳤다. 이제 봄이 돌아올 때까지는 두툼한 옷이 필요하다. 더불어 이날부터 어떤 차와 함께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참담한 빗길에 가장 어울리는 차. 아스팔트가 빗물에 젖어 있을 뿐 아니라 진흙, 서리, 젖은 나뭇잎, 눈, 얼음과 잔돌이 덮여 있는 길 말이다.
당연히 네바퀴굴림 모델이 먼저 떠올랐다. 그렇다면 덩치는 얼마나 커야 할까? 대형 4×4? 고속 왜건? 스포츠카, 슈퍼카나 재래식 해치백? 앞바퀴굴림이나 뒷바퀴굴림은 전혀 상대가 될 수 없을까?
이러한 의문들과 그 이상의 해답을 찾기 위해 여기 나온 차를 모았다. 그중 5대는 네바퀴굴림 방식이며, 각자의 성격차가 뚜렷하다. 우선 SUV는 슈퍼차저 엔진으로 무장한 레인지로버 스포트. 스포티 GT는 포르쉐 카레라 4S, 그리고 해치백은 발 빠른 폭스바겐 골프 R을 준비했다. 패밀리 왜건은 고성능 아우디 RS4이고, 전형적인 전천후 슈퍼카로는 닛산 GT-R이 나왔다.
앞바퀴굴림 모델로는 해치백 미니 쿠퍼를 골랐다. 그리고 뒷바퀴굴림의 대표로는 토요타 86. 둘 다 가볍고 합리적인 타이어를 신었다. 타이어 선택은 이번 비교 시승에 차를 제공한 메이커의 재량에 맡겼다.
이론적으로 영하 10℃에서는 겨울 타이어가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기에 너무 따뜻하다. 하지만 일부 스노타이어는 일부 여름용 타이어보다 배수능력이 더 뛰어났다. 아무튼 레인지로버의 콘티넨탈 크로스콘택트는 겨울용 스노타이어로도 제 구실을 할 수 있었다. 그밖에 모든 차는 재래식 타이어를 신고 나왔다. 다만 911은 피렐리 소토제로 스노타이어로 도전했다.
이 비교 시승을 완벽히 하기 위해 MIRA의 공인 프루빙 그라운드를 예약했다. 그중에도 빗길 주행시험 서킷과 직선코스를 골랐다. 우리 V박스가 데이터를 제공했다.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하여 비교시승의 수학을 풀었다. 아주 과학적인 방법으로 빗길의 지존을 가렸다.
■ 타이어 리스트
· 골프 R : 모두 브리지스톤 포텐자 RE050A 235/35 ZR19
· 86 : 모두 미쉐린 프리머시 215/45 R16
· 미니 쿠퍼 : 모두 미쉐린 에너지 세이버 195/55 R16
· 911 카레라 4S : 피렐리 소토제로 앞 245/35 ZR20, 뒤 295/30 ZR20
· GT-R : 던롭 스포츠 맥스 GT600 DSST 앞 255/40 ZR20, 뒤 285/35 ZR20
· RS4 : 모두 브리지스톤 포텐자 S007 265/30 R20
· 레인지로버 스포트 : 모두 콘티넨탈 크로스콘택트 LX 스포트 275/40 ZR20
■ 테스트 1 : 시속 110km → 0
아주 단순한 시험이었다. 자동차 전용도로를 제한속도로 달리고 있을 때 차 한 대가 앞에 뛰어들어 비틀거린다. 즉시 차를 멈춰야 하는 상황. 물론 여기서 네바퀴굴림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어느 바퀴도 구르지 않기 때문. 여기서는 좋은 타이어와 안전한 무게 배분이 판세를 좌우했다. 그래서 미니 쿠퍼가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제동거리는 55.2m.
좋은 결과지만, 여기 나온 대다수 라이벌도 어느정도 따라잡았다. 단, 토요타 86은 예외였다. 차체가 가볍고 넉넉한 타이어(215/45 R17)를 신었지만 제동거리는 자그마치 60.1m였다. 또 다른 예외는 닛산 GT-R. 앞 255/40 ZR30과 뒤 285/35 ZR20 던롭 스포트 맥스 타이어는 처음에는 전혀 물지 않았다. 더구나 무게가 1,740kg이나 나갔다. 따라서 저속에서 제동을 걸어도 상당히 힘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레인지로버 스포트도 최선을 다했지만 2톤이 넘는 무게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 테스트 결과 순위 (m)
1. Mini cooper : 55.24
2. Audi RS4 : 56.29
3. Volkswagen Golf R : 56.60
4. Porsche 911 Carrera 4s : 57.23
5. Range Rover Sport : 59.11
6. Toyota 86 : 60.12
7. Nissan GT-R : 67.59
■ 테스트 2 : 혼합 노면의 0→시속 50km 가속
MIRA의 비에 젖은 직선구간을 달리는 것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겨울철 주행을 재현했다. 시승차 왼쪽 바퀴를 빙판처럼 그립이 약한 현무암 타일에, 그리고 오른쪽 타이어는 정상적인 아스팔트에 올렸다. 그리고 시속 50km까지 최대한 빨리 달렸다.
트랙션 시험으로는 아주 뛰어난 방법이었다. 가속시험은 무게를 뒤 타이어에 싣게 된다. 따라서 리어 엔진 타입의 911이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트랙션 컨트롤이 정교하게 조율되어 슬립을 최소화했고, 4분의 1의 역회전만으로 2.98초 만에 시속 50km에 도달했다.
대적할 라이벌은 없었다. 무게 이동이 상당하고 하이그립 타이어를 신은 레인지로버가 2위로 3.74초. 그밖에 4초를 돌파한 유일한 모델은 아우디 RS4였다. 꼴찌는 토요타 86. 몸이 가벼워 도움이 되지 않았고, 트랙션 컨트롤은 투박했다.
※ 테스트 결과 순위 (초)
1. Porsche 911 Carrera 4s : 2.98
2. Range Rover Sport : 3.74
3. Audi RS4 : 3.95
4. Volkswagen Golf R : 4.66
5. Nissan GT-R : 4.72
6. Mini cooper : 6.68
7. Toyota 86 : 7.53
■ 테스트 3 : 혼합 노면의 시속 50km→0
이번 제동테스트는 가속 테스트와 마찬가지였다. 달리지 않고 정차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타이어와 브레이크 크기와 무게가 결과에 영향을 줬지만 저속이었기 때문에 전자장비의 역할이 컸다. 앤티록, 전자 제동력 배분과 자세제어 컨트롤이 모두 한몫을 했다. 여기저기서 운전자가 조향하지만 대체로 승객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과는 모두 만족스러웠다. 911이 3.28초의 제동 시간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스노타이어의 뛰어난 배수력이 큰 영향이 준 것 같다. 가장 느린 차는 레인지로버. 덩치가 큰 탓으로 3.93초에 머물렀다. 2위 골프 R과 6위 86)의 격차는 0.17초에 불과했다. 아울러 미니의 스티어링 조작이 가장 심했다.
※ 테스트 결과 순위 (초)
1. Porsche 911 Carrera 4s : 3.28
2. Volkswagen Golf R : 3.33
3. Nissan GT-R : 3.36
4. Mini cooper : 3.39
5. Audi RS4 : 3.48
6. Toyota 86 : 3.50
7. Range Rover Sport : 3.93
■ 테스트 4 : 횡G
앞에서도 말했지만 다시 강조한다. 네바퀴굴림은 그립이 아니라 트랙션이 앞선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가상의 빗길 원형 코스에서 횡G가 제일 작은 2개 모델은 미니와 86이었다. 두바퀴굴림. 옆으로 밀어붙일 때 파워가 강할수록 사태를 악화시키는 탓이었다. 게다가 86은 느린 ESC가 거들었다.
그러나 다른 차들은 네바퀴굴림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한쪽 액슬이 풀려나가면 지능적으로 파워를 반대쪽에 보내 그립을 되찾았다. 대체로 탁월한 전자장비를 갖춰 모두 0.6g 이상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여기서 지금까지 거의 앞바퀴굴림으로 행세했던 골프 R이 선두에 나섰다. 골프 R의 0.665g를 넘어설 라이벌은 없었다. 2위는 닛산 GT-R. 파워트레인이 드디어 인상적인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나머지 네바퀴굴림은 0.62g 남짓. 두바퀴굴림의 0.5g를 훨씬 앞섰다. 타이어는 그립을 보장하고 네바퀴굴림은 트랙션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트랙션 없이 최고의 횡G를 기대할 수는 없다.
※ 테스트 결과 순위 (g)
1. Volkswagen Golf R : 0.665
2. Nissan GT-R : 0.654
3. Audi RS4 : 0.628
4. Range Rover Sport : 0.625
5. Porsche 911 Carrera 4s : 0.620
6. Mini cooper : 0.588
7. Toyota 86 : 0.551
■ 테스트 5 : 랩타임
최종 테스트는 ESC를 해제하는 유일한 경우였다. 지금까지 충분한 시험을 거쳤지만, 솔직히 슬라이드가 일어날 경우 어떤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들은 모두 ESC를 해제하여(이미 시험했다), 본격적인 능력과 동시에 재미를 시험하는 것이기도 했다.
두 항목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은 모델은 골프 R과 911 카레라 4S. 911은 마치 짜릿한 랠리카와 같았다. 코너 진입 때 무게 배분을 이용해 노즈를 쉽게 안으로 잡아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운전대를 휘두르지 않고도 힘차게 코너를 탈출했다. 엔진이 뒤에서 눌러주지는 않지만, 골프 R도 어느 정도 비슷했다. 앞바퀴가 그립을 풀기도 전에 다른 쪽에 파워를 보내는 할덱스의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축복이었다. RS4도 비슷한 성격을 드러냈다.
레인지로버 스포트의 4위 랩타임도 인상적이었다. 슬라이드에 들어가자 큰 공간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랩타임 경쟁에서 레인지로버를 넘어설 SUV를 찾을 수 없는 것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GT-R의 타이어는 제동을 걸었을 때 결코 유리하지 않았지만 두바퀴굴림을 앞섰다. 민첩하고 재미있는 미니는 발발이처럼 다른 라이벌의 꽁무니를 따라붙었다. 토요타는 굳이 라이벌 대열에 따라붙으려 하지 않았다. 드라이 코스에서도 게걸음을 하는 86은 빗길에서 더욱 현란했다. 그 결과, 미니에 7.5초, 선두인 911과 골프에 14.58초 뒤져도 개의치 않았다.
※ 테스트 결과 순위 (초)
1. Porsche 911 Carrera 4s : 80.90
1. Volkswagen Golf R : 80.90
3. Audi RS4 : 82.30
4. Range Rover Sport : 86.25
5. Nissan GT-R : 86.65
6. Mini cooper : 88.25
7. Toyota 86 : 95.75
■ 판정
그렇다면 빗길의 최고는? 토요타 86은 분명 아니었다. ‘최고’가 뒷바퀴로 두어 번 스핀하며 재미있어 낄낄대는 게 아니라면…. 그것만으로도 매력이 없지는 않으나 이 비교시승에서 토요타는 꼴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 시승자 모두가 제일 먼저 모든 테스트 과정을 한 번 더 몰아보기로 한 모델이기는 했지만….
미니가 6위로 1~5위 그룹을 바싹 뒤쫓았다. 하지만 이번 비됴 시승에서 5대의 네바퀴굴림 모델을 포함하기로 한 우리 결정이 옳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이미 그들이 앞선다고 생각했던 우리 판단이 적중했다.
닛산 GT-R은 레인지로버 스포트를 따돌리지 못하고 공동 4위에 올랐다. GT-R은 드라이 코스에는 환상적인 타이어를 신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벼운 차체, 더 뛰어난 보디 컨트롤과 막강한 파워로도 레인지로버와 간격을 벌리지 못했다. 레인지로버는 위력적인 SUV의 실력으로 맞섰다.
한편 레인지로버는 아우디 RS4에 밀려 3위 시상대를 놓쳤다. 더불어 RS4는 30 시리즈의 브리지스톤 포텐자보다 빗길에 뛰어난 타이어를 신었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었다. 아무튼 선두 두 대를 바싹 뒤따랐다.
911은 많은 테스트에서 선두를 잡았다. 따라서 정상을 넘볼 수 있었다. 타이어의 트랙션과 배수성능이 그토록 뛰어났다. 하지만 횡G 테스트에서 그다지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다. 게다가 후방에 무게가 쏠린 선천적인 문제에 걸려 골프 R을 잡는 데는 실패했다. 가속, 제동과 횡G 등 어느 항목에서나 강력한 골프 R이 빗길의 이상형이었다. 그 어느 라이벌도 골프의 주행·정차·그립을 따를 수 없었다.
글 · 맷 프라이어 (Matt Prior)
사진 · 루크 레이시(Luc Lac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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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모두 같은 신발을 신고 했어야 해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무게도 다르고, 드라이브 구동축도 다르고, 타이어도 다르고....이게 뭐냐 싶지만 재미있는 비교평가였네요
타이어만이라도 통일 했으면 그나마 나으련만,,,
콰트로가 최고임.